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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48

       눈을 떠보니 내 방 천장이 보였다.

        

       당연히 내가 누워있는 곳도 내 침대였다. 내가 직접 일어나서 보지 않아도 금방 알 수 있다. 지난 10년 동안, 이제는 거의 11년이 되어가는 시간 동안 꾸준히 써온 침대였고, 매일 덮고 자던 이불이었으니까.

        

       아니지, 이불 정도는 바뀌긴 했지만, 뭐 그래도 이 이불은 꽤 오래 쓰고 있다는 것은 확실하다.

        

       다…… 끝난 건가?

        

       루카스는 잡혔을까? 루카스가 가지고 있던 물건이 뭐였는지 황제가 알아냈을까? 제일 먼저 떠오른 것이 그런 생각들이었다.

        

       잠을 잤다는 기분이 들지는 않는다. 그냥 눈만 감았다 떴는데 이렇게 침대에 누워있는 거였으니까.

        

       “실비아?”

        

       옆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고개를 살짝 돌리자, 깜짝 놀란 듯 눈을 크게 뜬 앨리스의 얼굴이 보였다.

        

       “실비아!”

        

       앨리스가 내 팔을 꽉 잡으며 외치는 것을 듣고, 저쪽 테이블 옆에서 뭔가하고 있던 클레어의 어깨가 떨렸다.

        

       “언니?”

        

       화들짝 놀라 이쪽으로 돌아선 클레어의 표정도 앨리스의 것과 그렇게 다르지 않았다. 레오나 다른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 다들 바쁘게 뭔가하고 있기라도 한 걸까.

        

       하긴, 루카스를 잡았다면 그것대로 바쁘겠지…… 레오는 뭘 하느라 사라졌는지 잘 모르겠지만.

        

       “루카스는……?”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잖아.”

        

       아니, 중요한데.

        

       루카스한테 아직 못 물어봤으니까. 마주치자마자 다짜고짜 싸우느라.

        

       …….

        

       다시 생각해보면 나도 참 멍청했다. 사라졌던 루카스가 다시 돌아왔다는 건 싸우러 왔다는 소리였을 텐데.

        

       내가 몸을 일으켜 앉자 앨리스가 불안하다는 듯 일어나 서려다가, 다시 앉았다.

        

       개운했다.

        

       팔을 들어서 살펴도 상처 같은 것은 보이지 않았다. 이것저것 따져보지 않아도 나는 황녀였으니 당연히 최상급 치료를 받았겠지. 내 몸에 났던 상처는 긁힌 상처가 대부분이었으니 치료 자체는 그렇게 어렵지 않았을 거다. 아마 쓰러졌던 이유는 탈진일 거고.

        

       몇 시간이나 푹신한 침대에 누워있었으니 몸이 개운할 만도 했다. 그전에는 악몽 때문에 잠도 제대로 자지 못했으니까.

        

       그리고 심적으로도 훨씬 낫고.

        

       “그 가면 쓴 여자는 어떻게 되었습니까?”

        

       마지막으로 확인했을 때는 그래도 전투 중 다른 사람과 얽혀서 검을 휘두르고 있었다. 상처는 그대로였지만.

        

       “상황을 수습하는 과정에서 사라졌어.”

        

       또 인가.

        

       능력을 사용하지 못하는 상황이었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그렇다면 그런 식으로 사라지는 것은 또 별개의 이야기라는 소리다.

        

       그런 식으로 사라지는 것이 자신의 의지일까? 아니면 특정한 시열대에 고정되어있어서 그런 식으로 나타날 수밖에 없는 걸까.

        

       어느 쪽이건, 환영하기 어려운 일이었다.

        

       “언니, 물.”

        

       앨리스와 대화를 나누는데, 클레어가 컵을 불쑥 내밀었다.

        

       그 물컵을 보고 나서야 나는 내 입술이 바짝 말라 있던 것을 깨달았다.

        

       클레어가 내민 물컵을 감사히 받아 목을 축이고, 나는 다시 한번 물었다.

        

       “루카스는 어떻게 되었습니까?”

        

       나의 질문에, 앨리스와 클레어는 서로 잠깐 눈을 마주치고 말했다.

        

       “……도망갔어.”

        

       “그런 몸 상태로—”

        

       거기까지 말하다가 나는 입을 다물었다.

        

       생각해보면 루카스니까 가능할 것 같기도 했다. 거기에 입고 있던 옷을 생각하면. 황제나 검성의 검기를 버티고 총알도 버티는데 기사들의 검 정도는 맞으면서 도망갈 수 있었겠지.

        

       절대 무사하지는 못했겠지만.

        

       “쓰러져있던 사람들은…….”

        

       “…….”

        

       내 말에 앨리스와 클레어 모두 눈을 피했다.

        

       그런가…….

        

       “시간이 얼마나 흘렀습니까?”

        

       하루 정도는 그대로 자고 있었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니까 목이 이렇게 타겠지.

        

       하지만, 돌아온 대답은 조금 망설이는 목소리였다.

        

       “거의 2주가 흘렀어.”

        

       “……예?”

        

       순간 이틀을 잘못 들은 줄 알았다.

        

       “2주일, 언니. 언니가 쓰러져있던 동안 8월이 거의 끝났어. 내일이면 개학이니까.”

        

       “…….”

        

       나는 순간 멍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개학이, 내일이라는 말씀이십니까?”

        

       “응.”

        

       내 질문에 앨리스가 진지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검성 님은?”

        

       “아직 황궁에 계셔. 좀…… 이상하게 즐거운 표정이라서 무섭다고 해야 하나.”

        

       클레어가 조금 망설이는 표정으로 말했다.

        

       “……레오는?”

        

       “지금 수련 중. 아무래도 너를 돌보는 걸 남자한테 맡기기는 그랬으니까.”

        

       내가 입고 있는 편한 옷을 생각하면 누군가 갈아입혀 주긴 했을 거다.

        

       “2주일이나 누워있었으면, 식사나 물은 어떻게 마셨습니까?”

        

       “기본적으로는 우리가 하고, 간병인들이 도와줬어.”

        

       “음식은 잘게 다져서 입으로 조금씩 흘려 넣어주고, 물도 마찬가지로 그렇게 했고.”

        

       앨리스와 클레어가 차례대로 그렇게 설명했다. 내가 패닉에 빠지는 것이 두렵기라도 하다는 듯 차근차근.

        

       “…….”

        

       나는 그대로 다시 침대에 누웠다.

        

       허.

        

       2주일이나 이렇게 누워있었다고?

        

       다른 사람 수발이나 받으면서?

        

       설명은 간결하게 했지만, 실제로는 그사이에 엄청나게 많은 일들이 일어났을 것이다. 루카스가 탈출했다면 수배령이 떨어졌을 거고, 탑에서 총소리 같은 것이 울려 퍼졌으니 적어도 황성 근처에는 소문이 퍼졌을 거다. 제도에는 외교관도 많고 공관도 많다. 거기에 심어둔 첩자까지 다 하면, 이 소문을 완전히 막는 것은 불가능할 거다.

        

       사건을 일으킨 게 루카스라는 것은 숨겨도, 사건이 있었다는 사실만은 못 막겠지. 게다가 루카스가 이미 법국을 헤집었으면 법국도 대충 무슨 일일지 알고 있을지 모르고.

        

       그동안 제국이 지켜오던 철옹성 같은 위상에 금이 가는 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황제는 어떻게 나올까. 아마 내 기준으로 긍정적인 반응을 보기는 어려울 것 같은데.

        

       “그, 그래도 상황 자체는 꽤 많이 수습했어. 적어도 황성의 기능에는 문제가 없으니까…….”

        

       앨리스가 변명하듯 말했지만, 기사가 그렇게 많이 쓰러졌는데 완전히 같을 수 있을 리가 없다.

        

       “……그.”

        

       내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생각에 잠겨있으려니, 앨리스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미안. 안에 들어가자고 한 건 나였어.”

        

       “아냐.”

        

       앨리스의 말에 클레어가 얼른 끼어들었다.

        

       “아래에서 기다리고만 있을 수 없다고 한 건 나였으니까.”

        

       나는 그런 두 사람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두 사람 다 어디 숨고 싶기라도 한 모양이었다.

        

       “그러니까—”

        

       “아닙니다.”

        

       앨리스가 계속 말을 이어 하려는 걸 내가 중간에 잘랐다.

        

       “상황이 왜 그렇게 흘러가고 있는지, 무슨 일을 하려고 했는지 말하지 않은 쪽은 저니까요.”

        

       내 말에 두 사람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하고 싶은 말이 잔뜩 있는 표정이긴 했다. 아마 주로 사과하는 쪽으로.

        

       하지만 나는 그 사과를 받고 싶지 않았다. 두 사람이 나한테 잘못해서 용서가 안 된다는 의미가 아니다. 애초에 사과받을 일이 아니었으니까.

        

       그냥, 상황이 꼬이고 꼬인 거다. 주로 나라는 존재 때문에.

        

       히로인을 전부 구하겠다느니 뭐니 하는 말을 했으면서, 위험에 빠뜨린 건 나였다.

        

       “…….”

        

       나는 다시 똑바로 누워 천장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미니멀이라는 단어와 아주 거리가 먼, 고풍스러운 빅토리아 시대식 장식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으려니,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아, 남은 방학 전부 다 날아가 버렸네.

        

       *

        

       방학 기간을 다시 통째로 돌려볼까 생각하다가 그만두었다.

        

       짧게 되돌리는 것만으로도 결국 정신을 잃을 정도로 아팠는데, 그보다 더 이전으로 돌리려고 한다면, 음.

        

       자칫 잘못하면 바위 위에 내려친 달걀 같은 꼴이 되는 것은 아닐까?

        

       사실 애초부터 내가 한 일 자체가 정말 말도 안 되게 무식한 짓이었다. 그러다가 진짜로 죽기라도 했으면 어쩌려고?

        

       …….

        

       그러게, 어쩔 건데?

        

       앨리스가 죽는 것보다야 낫다. 애초에 나는 이 세계에서 보너스 캐릭터에 가까운 존재였으니까. 정확히는, 대체 정체가 뭔지 모르겠는 캐릭터.

        

       ……뭐, 아무도 안 죽었으니 아무래도 괜찮겠지.

        

       “음.”

        

       그런 콧소리가 들려서 고개를 들어보니, 샤를로트가 있었다. 방학 동안 별다른 일은 없었는지, 샤를로트는 크게 바뀐 부분이 없어 보였다.

        

       “건강해 보여서 다행이네요.”

        

       “왕녀님도 건강해 보여서 다행입니다.”

        

       “호칭이 다시 초기화되어버렸네요.”

        

       샤를로트는 쓰게 웃으며 자기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 잠깐 나를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이내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신문을 통해, 혹은 벨부르 왕실의 정보통을 통해 제도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들었겠지만, 더 캐물어 보지는 않았다. 황성 안에서 일어난 일은 황실의 일이니까. 반대로 우리 쪽에서 물어보더라도 결례에 해당하는 일이었다.

        

       “안녕, 샬럿.”

        

       “안녕하셨나요, 알리스. 그보다, 이미 복도에서 인사를 나누었는데요.”

        

       잠깐 다른 귀족들의 인사를 받아주느라 다소 늦게 들어온 앨리스가 샤를로트한테 인사하자, 샤를로트는 웃으며 그렇게 대답했다.

        

       “뭐, 교실에서 하는 인사는 또 다르잖아. 복도에는 다른 사람도 많았고.”

        

       그렇게 말하며, 앨리스는 내 뒷자리에 앉았다.

        

       “방학이 참 길었어.”

        

       앨리스가 한숨 섞인 목소리로 말하자, 샤를로트는 “그러게 말이에요.”하고 대답했다.

        

       그러게. 진짜 길었다.

        

       이렇게 평화로운 분위기를 느껴본 것이 정말 오랜만이라고 느껴질 정도로.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 님, 후원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익명으로 후원해주셨기에 독자닉네임 기능으로 감사인사 드립니다!

    언제나 저의 소설을 읽어주셔서 너무나 감사합니다. 독자 여러분 덕분에 오늘도 이렇게 즐겁게 글을 쓸 수 있었습니다. 제가 쓴 소설을 많은 사람들이 읽어주는 것이 어린 시절부터 꿈이었는데, 여기서 이렇게 이루고 있습니다. 모두 독자 여러분이 아니었다면 이룰 수 없었던 꿈이겠죠. 매일 와서 저의 글을 읽어주시고, 댓글을 달아주시고, 추천을 해주시고… 그 모든 것이 제게 아주 큰 힘이 됩니다. 앞으로도 독자 여러분을 위해 꾸준히 글을 쓰는 작가가 되겠습니다. 제가 글을 쓰며 느끼는 즐거움이 독자 여러분께도 전달되어 하루에 한 번 저의 글을 읽는 순간이 여러분의 삶에 잠시나마 행복한 시간이 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다시 한 번 후원 감사드립니다!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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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Protagonist and Their Party Are Overly Diligent

The Protagonist and Their Party Are Overly Diligent

Status: Completed Author:
I got transported into a steampunk-themed JRPG developed by a Japanese game company. Somehow, I ended up becoming an executive in the villain faction. However, the protagonist and their party are excessively diligent.

Comment

  1. Sitidara says:

    Asw asw asw, kok jelek begini, hadeeh sampe kapan gw bisa menanggung kebodohan yang di tulis author ini

  2. Sitidara says:

    kok jelek begini, hadeeh sampe kapan gw bisa menanggung kebodohan yang di tulis author in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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