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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48

       “하나 후배님. 드실래요?”

         

       마하나는 갑자기 생겨난 대형 팝콘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잠깐 놀랐지만, 곧 예전에 최마리가 설명해 주었던 걸 기억했다.

         

       [구휼의 잔반] 이라 불리우는 레어(Rare)등급의 성법.

         

       신성력을 이용해 영양가는 조금도 없지만, 배를 채울 수 있는 음식을 만드는 성법이라고 들었다.

         

       분명, 그걸 이용한 능력일 거다.

         

       “므아아. 잘 먹을게요.”

       “아흣~”

         

       우물우물.

         

       마하나는 최마리가 건네주는 팝콘을 한 움큼 집어 입에 집어넣었다.

         

       짭조름한 풍미에 꼬리가 절로 움직였다.

         

       “앗! 이동하나 봐요.”

         

       마하나는 최마리의 목소리에 시선을 돌렸다.

         

       발 빠르게 움직이는 유세하와, ‘용우웩…’거리는 주나용의 모습.

         

       몰래 뒤를 따르는 최마리를 보며 마하나는 잠시 생각하였다.

         

       어쩌다가 이리된 걸까.

         

       ‘분명…’

         

       최마리에게 온 개인톡이 사건의 시작이었을 거다. 

       

       ——————————————–

       (최마리가 마하나를 초대합니다.)

         

       【수상할 정도로 털이 좋은 수녀】: 마우우! 하나 후배님. 빅 뉴스에요 빅 뉴스!

         

       【남자를 지배하는 므냥이】: 므아아? 마리 선배님? 대체 무슨 일이에요? 아니 그것보다 어떻게 제 번호를…?

         

       【수상할 정도로 털이 좋은 수녀】: 후후. 세하 후배님에게 물어보니 알려주시더라고요. 아무튼 이게 중요한 게 아니에요. 그거 아세요? 아세요!?

         

       【남자를 지배하는 므냥이】: 므아아?

         

       【수상할 정도로 털이 좋은 수녀】: 세상에, 마상에! 주나용 후배님이랑, 세하 후배님이 데이트한대요. 데이트를!

       ——————————————–

       

       마하나는 바로 ‘아~’하였다.

       이미 알고 있었던 거니까.

         

       ‘세하랑 나용이가 말해주었지.’

         

       유세하는 주나용에게 사과 겸.

       달래주기 겸.

       고소공포증 극복 훈련을 위해.

         

       주나용은 ‘어, 어쩔 수 없이 가주는 거야.’ 거리며 받아들였다고.

         

       여담이지만, 문보라 또한 알고 있었다.

       의외로 별 반응을 안 한계 조금 신기했지만 말이다.

         

       아무튼, 최마리의 빅뉴스는 사실 빅뉴스라고 할 게 없었다.

         

       모두 다 알고 있는 거니까.

         

       하지만 뒤를 이으는 제안은 예상하지 못한 거였다.

       

       ——————————————–

       【수상할 정도로 털이 좋은 수녀】: 우리도 같이 가요!

         

       【남자를 지배하는 므냥이】: 저기, 마리 선배님. 스, 스토킹은 좋은 게 아닌데…

         

       【수상할 정도로 털이 좋은 수녀】: 아니에요! 그런 짓 안 해요. 그냥 우리도 놀면서 한두 번 지켜보는 거죠! 절대로 방해하지 않아요.

         

       【남자를 지배하는 므냥이】: 므아? 같이 놀러요?

         

       【수상할 정도로 털이 좋은 수녀】: 네 맞아요! 제가 말하고 싶은 게 이거예요. 저희도 놀러 가요! 세하, 나용 후배님도 즐겁게 노는데 저희도 질 수 없죠!

         

       【남자를 지배하는 므냥이】: 므아아.

       ——————————————–

       

       두 사람은 두 사람대로 놔두고.

       서로 같이 오순도순 놀자는 제안.

         

       마하나의 마음이 절로 혹했다.

         

       그녀 또한 유세하처럼 이렇다 할 유원지에 가본 적이 없는 인물이었다.

         

       ‘므아아…’

         

       재미있을 것 같다는 생각.

         

       그리고 이건 실제로 도착하여, 최마리랑 여러 놀이기구를 타면서 증명되었다.

         

       즐겁다.

         

       행복하다.

         

       조금 아쉬운 거라면…

         

       ‘므아아, 세하랑 같이 타면 더 좋았을 텐데.’

         

       그래도 어쩔 수 없는 법이다.

         

       비록 같은 시각, 같은 공간일지라도…

       세하는 나용이를 달래주고 있는 거니까.

         

       그렇게 한참을 놀다가, 다시 지금으로 돌아오게 된다.

         

       “어머나, 세상에…!”

         

       최마리의 호들갑에 마하나는 시선을 돌렸다.

       건너편 뒷줄 벤치 넘어 서로 앉아있는 주나용, 유세하가 보였다.

         

       ―…용에에…

       ―주나용 괜찮아?

        ―…괜찮겠냐!

         

       씩씩거리며 화내는 주나용.

       그런 그녀를 향해 <깻잎민초> 멘토스와 콜라를 건내주는 유세하까지.

         

       “꺄~너무 달아요. 달아! 과연, 과연, 신빛가람 원장님이 왜 그리 우결을 주장하는지 알 것 같아요.”

         

       지켜보던 최마리가 발을 동동 굴리며 좋아하였다.

         

       마하나는 말없이 두 사람을 지켜보았다.

         

       정확하게는 오늘 아침부터 둘의 모습을 묵묵히 바라보았다.

         

       그때도, 지금도 느낀 감정은 같았다.

         

       ‘…역시…’

         

       잘 어울린다.

         

       누가 봐도 선남선녀인 두 사람이다.

         

       지나가는 이마다 감탄하며 쳐다볼 정도의 외견을 갖춘 둘은, 그 누구보다 행복한 커플처럼 함께하고 있었다.

         

       마치, 둘 사이의 공간만이 전혀 다른 세계가 펼쳐지는 것 같았다.

         

       ‘……’

         

       만약 평범한 이가 이 모습을 보았다면, 선망, 질투 같은 감정을 가졌을 거다.

         

       아니 하다못해 지금 이 자리에 마하나가 아닌 문보라가 있었다면…

         

       알고 있음에도 어쩔 수 없이 올라오는 질척하고 어두운 감정에, 괴로움을 품었을 거다.

         

       그러나 마하나가 품은 생각은 전혀 다른 거였다.

         

       마하나의 입가에 은은한 미소가 감돌았다.

         

       놀랍게도 조금도 어두운 감정 따위 들지 않았다.

         

       ‘므아아.’

         

       만약 예전이었다면…

       마하나는 꽤 가슴이 철렁했을 거다.

         

       혹시라도 유세하가 주나용과 어울리느라…

       자신을 뒷전으로 할지도 모른다는 그런 걱정이 들었을 테니까.

         

       ‘하지만 이제는 아니야.’

         

       마하나는 작지만 확실하게 부풀어 오른 가슴 위로 손을 올렸다.

       그녀는 잘 알고 있었다.

       절대로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고.

         

       유세하가 자신을 떠나지 않는다는 확신.

       그리고 이건 그녀 또한 마찬가지다.

         

       제아무리 대단한 여정을 이룩해, 그 누구보다 유명해진다고 할지라도.

         

       마하나는 절대로 유세하의 옆을 떠나지 않을 거다.

         

       그의 모험이 끝난다면.

       그만 쉬겠다고 말한다면.

       자신도 그 옆에 같이 쉴 거다.

         

       집사에게 사랑받는 집고양이처럼.

       유세하의 옆에서 고롱고롱 식빵을 구울 거다.

         

       마하나에게 있어 그것이야말로 모든 여정과 모험의 종착점이었다.

         

       ‘하지만.’

         

       오로지 단둘이라고 생각하니…

         

       그 풍경이 너무나도 삭막하였다.

         

       마하나는 좀 더 다양한 온기가 유세하의 옆에 있었으면 했다.

         

       그녀가 바라보는 것은 미래의 너머.

         

       어찌 보면 마하나의 꿈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었다.

         

       ‘므아아…’

         

       더욱 멋져진 유세하.

         

       치렁치렁한 장발이 엉덩이까지 내려오는 주나용.

         

       단발로 쳐낸 다음, 뭐라 뭐라 잔소리하는 문보라.

         

       알게 모르게 지켜보는 팽진아 교수님.

         

       최마리 선배는…잘 모르겠지만.

         

       그 밖에 다양하고 따스한 사람들.

         

       마지막으로…

         

       “므아아.”

       

       유세하의 바로 옆에서 배시시 웃는, 좀 더 성숙해진 자기 자신이 보인다.

         

       “아, 하나 후배님! 두 사람 이동해요. 관람차 타려나 봐요! 저희도 저거 타러 가요.”

         

       “므아아…네!”

         

       최마리의 뒤를 따르며 고민하였다.

         

       왜 자신은 이런 걸 원할까.

         

       아무리 생각해도 평범한 것과는 거리가 좀 머니까.

         

       정답은 곧바로 나왔다.

         

       과거의 기억이 겹쳐진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축축하고 쓰레기 같은 방안에서.

         

       혼자 외톨이, 쓸쓸하게 살던 과거의 자신이 보인다.

         

       그게 싫었다.

       외로운 게 싫었다.

         

       그렇기에 마하나는 스스로의 마음에 정의를 내릴 수 있었다.

         

       “그렇구나.”

       “…? 하나 후배님?”

         

       마하나의 목표는 여전히 달라지지 않았다.

         

       유세하의 방패가 되어 그를 수호하는 것.

         

       여기에 한가지가 더 추가되었다.

         

       소외되는 이 없이 모두 행복한 것.

         

       마하나의 마음에 새로운 별이, 꿈이 담기는 순간이었다.

         

         

       * * *

         

         

       덜컹. 덜컹덩.

         

       기계 장치가 움직이며 내는 소음이 주나용의 귓가를 괴롭혔다.

         

       “요, 용에에…”

       

       높디높은 위치만큼 떨려오는 심장.

         

       주나용은 꿀꺽-! 마른침을 삼키었다.

         

       힐끗 밖을 바라보았다.

       절로 아찔한 풍경에 두 눈을 질끈 감았다.

         

       현재, 유세하, 주나용이 타고 있는 기구는 바로 관람차였다.

         

       ‘…새, 생각한 거랑 다른데?’

         

       주나용은 판단 미스를 인정하였다.

         

       관람차는 천천히 움직이니까…

       롤러코스터나, 바이킹, 자이로드롭 같은 것보다는 나을 거라는 안일한 생각.

         

       오히려 쥐약이었다.

         

       천천히, 느릿느릿, 주변 풍경을 확실하게 보여주는 이 순간은…

         

       역으로 더욱 주나용을 괴롭게 만들었다.

         

       두 눈을 꾹 감은 채 오들오들 떠는 주나용.

         

       그때, 주나용의 손등 위로 다부진 손이 올려졌다.

         

       “용아?”

       “흐흐…”

         

       유세하.

         

       저, 저 나쁜 놈이 실실 웃으며 바라본다.

       절로 열이 뻗치는 주나용.

       얼굴만 믿고 나대는 그에게 불만이라도 쏟으려 했다.

         

       그러나, 그것보다 유세하의 말이 치고 들어오는 게 더욱 빨랐다.

         

       “주나용.”

       “…왜!”

       “날 믿고 밖을 봐. 밑이 아니라 하늘을.”

        “……?”

         

       주나용은 의아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이내, 포기하였다.

         

       그래.

         

       이왕 여기까지 온 거 한번 밑져야 본전이다, 심정으로 휙-! 창문 밖을 바라보았다.

         

       여전히, 아찔한 풍경……?

         

       “……어?”

         

       놀라움.

       그 뒤를 이으는 짧은 감탄사.

         

       주나용은 자신도 모르게 멍하니 풍경을 바라보았다.

         

       오후와 저녁 사이의 시간대.

         

       저물어 가는 노을빛의 하늘.

         

       흔히, 황혼이라 불리는 마법의 풍경이 펼쳐져 있었다.

         

       “…와.”

         

       “괜찮지?”

         

       몽환적인 시간은 잠시나마 고소공포증을 잊게 하였다.

       여기에 주나용은 조금이지만, 상상의 나래를 펼쳤다.

       지금, 이 풍경 위로 날개를 펼치고 날아가는 자신을 인지한다.

         

       겸사겸사…

         

       ‘유세하도 그 옆에 있었으면 좋을 텐데…’

         

       [날개]를 손에 넣는다면, 성인 남자 한 명쯤은 들 수 있으려나?

         

       그런 생각을 하던 찰나.

         

       “…용에?”

         

       주나용은 손바닥에 닿는 이질적인 감촉에 시선을 돌렸다.

         

       어느새 유세하가, 손 위로 붉은 보석이 세공된 아름다운 머리핀을 올려놓고 있었다.

         

       “어…이거?”

         

       주나용의 눈에 놀라움이 감돈다.

       그녀가 잘 아는 장비였으니까.

         

       [샐러맨더의 꼬리 바늘].

         

       레어(Rare) 등급의 성장형 아티팩트.

         

       장착자의 화염 공격력을 일정 수치까지 올려주고, 덤으로 위력도 상승시켜 주는 준수한 효과를 가진 액세서리였다.

         

       ‘…경매장에서 봤었지.’

         

       주나용이 낙찰하려다, 작전에 말려서 구매를 실패한 물건이기도 하였다.

         

       “반응을 보니 아는 눈치네?”

         

       “으응. 유세하. 이거 어디서 구한 거야…?”

         

       “며칠 전에 <지하수로> 던전 다녀왔다고 이야기했었지? 거기 보스가 드랍한거야.”

         

       “와 진짜…? 어지간히 운이 좋네.”

         

       말없이 머리핀을 바라보는 주나용.

         

       유세하는 빙그레 미소 지었다.

         

       “이건 내가 주는 선물이야. 그리고 [순례자의 단검]의 답례이기도 해.”

         

       “아, 아니 그건…트롤 잡느라 이미 박살 났-”

       

        “-그냥 좀 받아. 내가 주고 싶어서 그래.”

         

       “……”

         

       쿵.

         

       한 번의 울림.

         

       그 뒤를 이으는 점점 증폭되어 가는 심장의 고동.

         

       주나용의 몸에 열기가 감돌기 시작했다.

         

       그리도 가지고 싶었던…

         

       유세하가 자신만을 위해 준비한 선물.

         

       마하나, 문보라는 이미 진작에 가지고 있었던 그것을…

         

       드디어 손에 넣게 된 거다.

         

       그 때문일까.

         

       주나용은 뒤를 이으는 유세하의 사과에 별다른 반문을 할 수 없었다.

         

       “<해룡 신전> 때 미안해. 함부로 키스해 버려서…”

       “……”

         

       유세하의 입에서 뭐라 뭐라 말이 흘러나온다.

         

       돌이켜 생각해 보면 물러났어도 됐다는 것.

         

       자신의 욕심 때문에 상처를 줘서 할 말이 없다는 등등.

         

       꿈결에서 들려오는 말처럼, 주나용의 머리를 타고 둥둥 떠다녔다.

         

       ‘저, 정신 차려…’

         

       이대로라면 정말 큰일이 날거라는 본능적인 예감이 들었다.

         

       주나용은 잠시 유세하의 옆에서 떨어지기로 마음먹었다.

         

       그래야 이 감정을 진정시킬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러나.

       그런 그녀의 행동조차.

         

       “……!!!”

         

       유세하가 머리핀을 달아주면서 모두 날아가 버렸다.

         

       반짝반짝 빛나는 [샐러맨더의 꼬리 비늘]이, 주나용의 적발과 어우러져 빛을 내었다.

         

       “음, 역시…본판이 워낙 미인이라 뭘 껴도 예쁘네.”

       “……”

         

       환하게 미소 짓는 유세하의 등 뒤로 저물어 가는 노을이 겹쳐졌다.

         

       마치 그림과도 같은 풍경은 주나용의 심장을 부서지라 움켜쥐는 효과를 낳았다.

         

       쿵, 쿵, 쿵, 쿵, 쿵.

         

       ‘아…’

         

       큰일 났다.

         

       ‘아…’

         

       망했다.

         

       더는…

         

       ‘참을 수 없어.’

         

       으드득-!

         

       주나용은 셔츠 안으로 용 비늘이 돋아나는 걸 인지했다.

         

       원하지도 않았는데 발동되는 [용화].

         

       이는 <용의 탐욕>이 그녀의 이성을 앟아가고 있다는 증거였다.

         

       “…아…윽…아.”

       “…주나용?”

       

       주나용은 양팔로 자신의 몸을 감쌌다.

         

       안에 있는 거대한 무언가가 고개를 들어 올린다.

         

       이제는 명확하게 느낄 수 있는 <적룡>의 힘.

         

       그것이 더는 참을 수 없다는 듯 침을 뚝뚝 흘리며 소리친다.

         

       당장이라도 눈앞의 저 남자를 먹어 치우라고.

         

       “용…아아…!”

         

       주나용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녹색 동공, 마름모 같은 문양이 진하게 그려졌다.

         

       그 안으로 파충류 특유의 날카로운 안광이 빛을 내었다.

         

       가지고 싶어.

         

       ‘유세하를…’

         

       그를…

       너무나도…

       가지고 싶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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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 Cheat-Level Munchkin 5★ Character

I Became a Cheat-Level Munchkin 5★ Character

사기급 먼치킨 5★ 캐릭터가 되었다
Score 6.4
Status: Ongoing Type: Author: , Released: 2024 Native Language: Korean
《Gonis Archive Life》 ‘GAL’ for short. I found myself possessed into the world of this game. Not only that, but I became a 5★ character from the very start, The only male character with ridiculously OP abilit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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