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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48

       

       

       

       

       

       148화. 수상할 정도로 수상한… ( 3 )

       

       

       

       

       

       세상에는 수많은 이상 성욕이 존재한다. 

       

       누군가는 자신의 애인을 타인에게 빼앗기는 것에 흥분하고, 반대로 빼앗는 것에 흥분하기도 한다. 이 정도는 양반이다.

       

       사람이 아닌 인외(人外)에게 흥분하기도 하고, 여자와 여자끼리 혹은 남자끼리 하는 것에 흥분하는 사람도 있다.

       

       저명한 심리학자 프로이트는 꿈을 성욕과 연결하여 해석하려 했으니. 그야말로 성욕의 세계는 무궁무진하다. 성욕은 인간의 본능이자 모든 살아있는 것들의 기본이니까.

       

       그런데 말이다.

       

       만약에, 아주 만약에.

       

       사소한 실수로 이상 성욕 중 하나를 다른 세상에 풀어버렸다면. 그런데 그것이 그 세상에 없던 종류의 이상 성욕이라면, 만약 그렇다면…

       

       나는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와 조졌네, 이거?’

       

       

       핸드폰 화면을 보는 손이 가늘게 떨려온다. 즐겨찾기에 추가된 ‘수상한 그림’들이 전부 한곳에 모여있기에 무슨 일인가 싶었는데…

       

       설마 이렇게나 본격적으로 사람들이 모여서 그림을 모아놓고 무도회 비스무리하게 하고 있을 줄은 몰랐다.

       

       척 보기에도 비싼 옷을 차려입은 사람들이 하하 호호 웃고 떠들면서 네코미미의 그림을 감상하는 것을 본 적이 있는가?

       

       고풍스러운 장식과 프릴이 가득한 드레스를 입은 귀족 아가씨가 호호호 웃으면서 늑대 귀 달린 남자의 그림을 보고 흐뭇해하는 그런 장면을 본 적이 있냐는 말이다.

       

       생긴 것들은 전형적인 판타지 귀족처럼 차려입은 것들이 비밀스럽게 모여서 한다는 짓이 뭐?

       

       

       ‘퍼, 퍼리 모임이라니!’

       

       

       내가 도대체 무슨 짓을 한 거지?

       

       

       – “하하ㅎr. 이 복슬복스f$ㄹ한 귀를 좀 보tㅔ요. 정말 아름다¥ㅂ지 않나요?”

       

       – “정말 그●ㅓㅎ네요. 퍼리우스 후작니+ㅁ의 컬ㄹㅔ¥션은 탐이 날 정ㄷㅗ인데요?”

       

       

       벽에 걸린 수인의 초상화를 웃고 떠들며 감상하는 모습은 마치 미술관에 전시된 명화를 보는 이들과도 같았다. 실상은 그저 수상한 성욕을 가진 이들이었지만.

       

       

       ‘이게 이렇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는데…’

       

       

       어지럽다.

       

       아무 생각 없이 버린 아이템이 설마 그들의 잠재된 퍼리 본능을 깨웠을 줄이야.

       

       이건 나의 업보가 크다. 세계의 신이라는 사람이 경솔하게 움직인 탓이다. 

       

       

       ‘쟤는 여기서 뭐 하는 거야?’

       

       

       수상한 연회에 수상한 복장으로 구석에 숨어있는 이스칼. 머리부터 발끝까지 커다란 외투로 꽁꽁 싸맸지만, 머리 위에 이름이 표시되어 있어서 의미 없는 짓이다.

       

       설마하니 이스칼의 취향마저?

       

       탁!

       

       ‘내 업보가 깊구나. 너무 깊어…’

       

       

       한 놈은 페도에 한 놈은 퍼리충이라니. 아주 그냥 파티 꼬라지 잘 돌아간다. 몇없는 남정네들 상태가 이따위라니.

       

       한 손으로 이마를 짚고 다른 손으로는 젓가락을 움직여 먹고 있던 저녁 식사를 입가로 옮긴다. 오늘 저녁은 싸게 산 돼지고기 뒷다리 구이와 콩나물 케찹 무침이다.

       

       슥슥 섞어서 크게 한 입 가져간다. 케찹의 새콤한 맛과 콩나물의 아삭한 식감이 일품이다. 먹으면서 고민한다. 이 사태를 어떻게 해야 수습할 수 있을까.

       

       

       ‘지금이라도 저 그림들을 전부 뺏어버려? 줬다가 뺏기에는 신이 너무 쪼잔해 보이는데. 그러면 저걸 어쩌지?’

       

       

       고민한다.

       

       지금은 사람에 동물의 귀, 꼬리가 붙은 것에 그쳤지만 분명 더욱 깊은 심연으로 향하는 자가 있을 것이다. 동물의 귀와 꼬리에 익숙해져서 더 이상 만족하지 못하게 되는 거다.

       

       처음에는 팔과 다리가 동물의 것이 될 테고, 그 다음에는 복슬복슬한 털이 전신을 덮겠지. 그 다음에는 얼굴이, 그 다음에는…

       

       

       ‘그런 끔찍한 미래, 난 감당할 수 없어!’

       

       

       내가 불러온 재앙의 씨앗이다. 내가 막아야 한다. 일종의 사명감마저 느껴진다. 

       

       고민하고 또 고민한다.

       

       지금 저들에게서 그림을 빼앗고 벼락을 떨구는 것은 하수다.

       

       하지 말라면 더 하고 싶은 게 인간일 텐데, 내가 아무리 벼락을 떨궈도 알음알음 음지에서 퍼져나갈 게 분명하다. 그러면 더욱 찾기 힘들고 극단적인 퍼리로 진화할 것이다.

       

       

       ‘그렇다면…’

       

       … 딱 지금의 정도에서 더 발전하지 못하게 한다면? 동물귀와 꼬리에서 더 이상 심연으로 나아가지 못하게 한다면?

       

       탁!

       

       “그거야!”

       

       

       기가 막힌 아이디어에 무릎을 탁 친다. 스스로 생각해도 기똥찬 아이디어다. 퍼리충들이 더 이상 극단적으로 나아가지 못하도록, 네코미미에만 만족할 수 있는 몸을 만들면 되는거다.

       

       

       ‘…그런데 어떻게?’

       

       

       다시 고민한다.

       

       어떻게 해야 저 수상할 정도로 교양 있는 퍼리충들이 네코미미에만 만족할 수 있게 한단 말인가?

       

       무슨 수로?

       

       젓가릭질이 오랫동안 멈추고, 고민이 깊어질 무렵. 핸드폰에서 알림음이 울렸다. 나에게는 든든한 보좌관, 케넬름이 있었다.

       

       삥뽕ㅡ!

       

       《잊힌 것들의 후손을 발견하였습니다!》

       

       “잊힌 것들?”

       

       

       이름만 보면 고대 종족의 먼 후손 약간 이런 느낌인데. ‘세계 탐험 모드’ 화면의 한쪽을 가리키는 화살표가 나타난다. 화살표를 따라 화면을 옮기자, 길을 걸어가는 이스칼이 나타났다.

       

       설마 이스칼이 잊힌 것들의 후예라는 걸까?

       

       

       ‘아, 그 뒤에 있는 애구나.’

       

       

       이스칼이 아니라 그 뒤에 숨은 녀석이 있었다. 미행하듯 그림자 사이를 여기저기 넘나들며 이스칼의 뒤를 밟는 수상한 녀석.

       

       이스칼은 자신에게 미행이 붙었다고는 상상도 못 하는 모습이다. 화면을 확대해서 자세히 살펴보니… 로브를 뒤집어쓰기는 했지만, 로브의 굴곡을 보아하니 여자가 확실했다.

       

       

       삥뽕ㅡ!

       

       《잊힌 것들의 후손, ‘셀리나’를 발견했습니다!》

       

       《대량의 신앙심을 사용하면 그녀의 핏줄을 깨울 수 있습니다! 진행하시겠습니까?》

       

       

       “아니아니. 얘가 뭔 줄 알고 막 핏줄을 깨우래?”

       

       

       요구하는 신앙심이 천 단위에서 놀고 있다. 그동안 꿍쳐둔 신앙심이 많아서 문제는 없지만, 뭔지는 알고 해야지.

       

       케넬름이 빠릿하게 움직이며 새로운 메시지창을 띄웠다.

       

       

       삥뽕ㅡ!

       

       《’셀리나’는 신화 시대에 존재했던 다섯 종족 중 하나의 먼 후손입니다. 그들은 짐승의 형상과 인간을 오갔다고 전해지며, 구성원 모두가 뛰어난 사냥꾼이었습니다.》

       

       ‘짐승? 인간과 짐승을 오간다고? 늑대인간이나 뭐 그런건가?’

       

       《허나, 무수한 세월이 흘러 핏줄은 옅어졌고 현재에 이르러서는 아주 미약한 능력만이 전해집니다. 몸이 날렵하다거나, 힘이 세고 몸에 털이 많다는 식입니다.》

       

       《’셀리나’의 경우, 피가 너무 옅은 나머지 온전한 힘을 깨울 수 없습니다. 그녀는 조상들의 신체 일부 – 귀, 꼬리, 아주 일부의 능력만을 얻을 것입니다.》

       

       ‘퍼리가 되지는 않는다는거네?’

       

       

       이건… 아주 좋다. 더할 나위 없이 좋다.

       

       퍼리충들을 네코미미에 안주하게 만들기 위해서, 현실에 네코미미를 만든다. 

       

       이것보다 더 완벽한 방법이 있을까? 

       

       셀리나가 무슨 동물의 귀를 달지는 모르겠지만, 뭐가 되더라도 지금 이보다 더 나은 방법은 없다.

       

       꾹ㅡ!

       

       손가락으로 단호하게 실행을 누른다.

       

       

       

       내 업보를 막기 위해서, 이세계에 퍼지는 심연을 막기 위해서!

       

       두근ㅡ!

       

       거의 6천에 가까운 신앙심이 빠져나가고, 어두운 밤거리를 보여주던 화면에서는 큰 북을 치는듯한 소리가 울렸다.

       

       그리고ㅡ

       

       

       

       

       

       *****

       

       

       

       

       

       샥 샤샥ㅡ!

       

       셀리나는 밤의 어둠을 장막처럼 덮어쓰며 조용하고 은밀하게 이동했다. 누군가 가르쳐 준 적도 없고, 배운 적도 없지만 그녀는 본능적으로 몸을 움직였다.

       

       발소리를 죽여 이동하는 법. 장애물을 넘고 어둠에 몸을 숨기는 법. 그리고 짙은 어둠을 꿰뚫어 보는 그녀의 눈까지.

       

       이 모든 것들이 없었다면, 그녀는 빈민촌에서 살아남지 못했으리라.

       

       제국의 빈민촌은 그리 호락호락한 곳이 아니었으니까. 부모가 없는 고아에다가, 곱상한 여자아이라면 더더욱.

       

       그녀는 또래의 누구보다 날렵하고 교묘하게 움직일 수 있었기에 빵을 훔쳤다. 소리 없이 조용히 걸을 수 있기에 지갑을 훔쳤다. 

       

       셀리나는 그렇게 살아왔다. 마치 길고양이처럼.

       

       발걸음 가는 데로 살고, 마음에 드는 곳에서 지내다가 훌쩍 떠난다. 이번에는 성도가 그녀의 집이었다. 

       

       

       ‘어디까지 가는 거야?’

       

       

       살금살금 남자의 뒤를 밟는다. 셀리나는 소리 없이 움직이며 한 남자를 주시했다. 연회장에서 만난 묘한 향기를 풍기는 저 남자.

       

       흥미가 동했다. 따분한 연회에 질려가던 차에 재밌는 장난감을 발견했다.

       

       로브 사이로 셀리나의 초록빛 눈동자가 요사스럽게 빛난다. 그녀는 길바닥에서 자랐을지언정, 갖고자 한 것은 무조건 가졌다.

       

       빼앗고 훔치고 속였다.

       

       그렇게 가지고 있다가 질리면 버렸지만… 남자에게 이런 적은 처음이었다.

       

       할짝.

       

       저 남자는 왜 저런 향기를 풍기는 걸까. 

       

       

       ‘궁금해 죽겠네.’

       

       

       오늘은 가볍게 그의 집까지만 확인할 참이었는데, 점점 더 성도의 중심부로 향하는 것이 아닌가.

       

       설마 성도의 고위 인사인가? 그렇다면 셀리나로서는 좀 꺼림칙했다. 사람을 죽이거나 한 적은 없지만, 엄연히 그녀의 본질은 좀도둑이었으니까.

       

       

       ‘성기사인가? 아니면, 요즘 유명한 그 신의 무기를 가진 전사들?’

       

       

       어느 쪽이라도 더 접근하기에는 부담스럽다. 셀리나가 아쉬운 마음을 뒤로 하고 발걸음을 돌렸다.

       

       그 순간.

       

       두근ㅡ!

       

       “으흑?!”

       

       

       심장이 강하게 박동하며 울렸다. 온몸의 혈관이 찢어질 듯 부풀어 오르고, 심장이 더욱 거세게 맥박친다.

       

       온몸이 두근거린다. 머리가 터질 듯 욱신거린다. 관자놀이가 부풀어 올라 당장이라도 터질 것 같다.

       

       몸이 뜨거웠다. 당장이라도 차가운 물에 뛰어들고 싶다. 눈앞이 붉어졌다 원래대로 돌아오기를 반복한다.

       

       피가 몸을 내달린다.

       

       

       “으으읏?! 꺄으으읏!!”

       

       

       새된 비명이 터져 나온다. 그녀가 의도한 것이 아니라, 살고자 하는 본능에서 나온 것이었다.

       

       

       “무슨, 무슨 일이오!”

       

       

       앞서 걸어가던 남자가 셀리나에게 뛰어왔다. 비명 소리를 듣고 돌아온 것일까. 셀리나는 점차 몸에서 힘이 빠지고 의식이 흐려져 가는 것을 느꼈다. 

       

       풀썩.

       

       문득 향긋한 내음이 코를 찌른다. 따뜻한 품이다. 그 남자가 쓰러지는 자신을 받아준 걸까?

       

       

       “어엇? 이, 이런! 당장 신전에ㅡ”

       

       “시, 신전, 은…안… 돼…”

       

       

       신전은 안 된다.셀리나는 흐려지는 의식 속에서도 간신히 말을 뱉었다. 신전에 가면 그녀는 잡혀갈 것이다. 그것만큼은 피해야 했다.

       

       새액ㅡ 새액ㅡ

       

       가쁜 숨소리가 들려온다. 자신의 것일까? 어쩐지 하늘이 빙빙 돌고, 눈앞의 사내가 두 명으로 겹쳐 보인다. 사내가 자신을 향해 무어라 외치는 데, 웅웅 울려서 잘 들리지 않는다.

       

       

       ‘냄새…’

       

       

       셀리나는 점점 흐려지는 의식에 저항하기 힘들어지는 것을 느꼈다. 무의식적으로 사내의 향기를 쫓아 그 품에 고개를 부비며 눈을 감는다.

       

       그리고 잠을 자는 것처럼, 어느 순간부터 기억이 끊겼다. 

       

       셀리나가 다시 눈을 떴을 때에는…

       

       씰룩 씰룩.

       

       “…뭐야 이건.”

       

       

       셀리나의 머리에는 고양이 귀와 꼬리가 자라나 있었다.

       

       그녀의 머리색과 똑닮은 아주 까맣고, 복실복실한 것으로.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항상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 ‘신선우’님!!! 번쩍번쩍 황금빛의 후원!!! 감사합니다!! 수상한 등장…!! 항상 기대에 부응할 수 있는 작가가 되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노벨머스타드’님!!! 삐까번쩍 칭카라 호잇, 마법같은 어마어마한 후원!!! 감사합니다!!! 보내주신 사랑에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 ‘euy_412’님!!! 복실복실 포근한 후원!!! 감사합니다!!! 보내주신 응원과 사랑,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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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치형 무기 만들기 게
Status: Ongoing Author:
Out of boredom, I downloaded an idle weapon crafting ga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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