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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48

       

       

       

       

       

       “지짜 마시쎠, 탕슉!”

       

       아르는 어찌나 맛있었는지 탕수육을 씹고 있으면서도 불분명한 발음으로 열심히 맛있음을 어필했다. 

       

       “그렇게 맛있어, 아르야?”

       “우응! 튀김은 빠삭한데 안에 고기는 부드럽구, 쏘쓰두 마시써!”

       “그래, 그래. 천천히 먹어. 아르 많이 먹으라고 엄청 많이 했으니까.”

       

       나는 젓가락으로 탕수육 큰 조각을 쏙쏙 집어 입에 넣는 아르를 보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진짜 맛있게 먹네. 얼마나 배고팠으면.’

       

       안 그래도 음식 주문할 때부터 배 고프다고 침을 초롭 초롭 삼켰던 아르다.

       

       그런 상태에서 거의 30분을 참았고, 그 참는 동안 요리까지 도와 줬으니 시장기가 극에 달하는 건 당연한 일.

       

       탕수육이 맛있게 된 것도 있겠지만, 역시 시장이 반찬이라고 이럴 땐 고무 장화를 튀겨 먹어도 맛있다는 소리가 나올 것이다.

        

       ‘저렇게 리액션을 해 주는 건 고맙지만, 탕수육이 뭐 그래 봐야 탕수육 맛인데 말야.’

       

       그렇게 생각하고 탕수육을 집어서 입에 넣은 나는, 곧 내가 했던 생각을 철회할 수밖에 없었다. 

       

       ‘…이거 왜 이렇게 맛있지?’

       

       물론 나도 어제 저녁 이후로 아직 아무것도 안 먹긴 했지만, 그렇게까지 배가 고픈 상태는 아니었다. 

       

       그런데도 탕수육은 지금까지 내가 먹어 본 그 어떤 탕수육보다도 훨씬 맛있었다. 

       

       ‘이게 레드 보어 등심으로 만든 탕수육…?’

       

       안 그래도 레드 보어 등심 자체가 최상급 고기인데, 아르의 시간 가속 마법으로 염장 및 숙성까지 된 상태. 

       

       그걸 야물딱진 비율로 배합된 반죽으로 완벽히 감싸 튀기자, 안쪽은 부드럽게 익고 겉은 바삭한 완벽한 탕수육이 완성된 것이었다. 

       

       ‘고기의 잡내가 말 그대로 진짜 하나도 안 나네.’

       

       본디 탕수육 반죽은 디폴트가 감자 전분이다.

       

       흔히 찹쌀 탕수육이라고 하고 파는 것들도 사실 까 놓고 보면 대부분의 가게에서는 진짜 찹쌀이 아니라 감자 전분을 쓴다.

       

       식감이 쫄깃쫄깃하니까 다들 찹쌀 탕수육이라고 하는 거지, 막상 진짜 찹쌀로 하면 오히려 그 맛이 안 난다나 뭐라나.

       

       아무튼, 내가 쓴 반죽도 배합이 다를 뿐 어떻게 보면 베이스는 감자 전분인데, 이렇게 전분으로 반죽을 만들어 튀겼을 때의 단점이 바로 고기의 잡내를 빼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밀가루에 비해서 전분이 알갱이 크기가 커 가지고 안에 있는 잡내가 튀기는 과정에서 빠져 나오질 못한다는 모양인데…. 

       

       ‘그런 과학적인 설명은 잘 모르겠고.’

       

       실제로 돈 좀 아끼겠다고 잡내 나는 고기를 전분으로 반죽해서 튀겼다가 낭패를 본 적이 있는 나는 일단 그게 사실이란 걸 경험적으로 알고 있었다. 

       

       ‘근데 그렇다고 해서 탕수육을 밀가루로 튀길 수는 없잖아.’

       

       그런 이유로 탕수육을 만들 때는 튀김인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고기 질의 중요성이 올라가게 되는데, 레드 보어 등심은 그런 면에 있어서 100점짜리 고기였다. 

       

       그렇잖아도 레드 보어 고기 자체가 고급인데, 푸줏간에서 썰어 나온 직후 아르의 아공간에 보관되어 있던 거라 신선도 역시 일품이니 잡내가 날 수가 없었다.

       

       ‘크으, 역시 아공간이 최고라니까.’

       

       비단 고기뿐만 아니라 전분 같은 것들도 보관을 하다 보면 어쩔 수 없이 습기에 노출되기 마련인데, 아공간에 보관해 두면 그럴 염려도 없다. 

       

       ‘그야말로 최상의 재료와 도구들로 만든 탕수육이니.’

       

       이렇게 맛있는 것도 이해가 된다. 

       

       ‘아니, 이해가 안 되면 어쩔 건데. 이렇게 맛있는데 말이야!’

       

       페룬 대륙에서 처음 먹는 탕수육이 이렇게 맛있는 탕수육이라니.

       큼지막한 탕수육 조각 하나를 더 입에 넣은 나는, 이해하고자 하는 생각조차 집어 던지고 아르와 마찬가지로 탕수육을 흡입하기 시작했다. 

       

       “오때, 레온? 마시찌? 마시찌?”

       “진짜 맛있다, 아르야. 역시 우리 아르가 도와주니까 더 맛있게 됐네.”

       “쀼우! 구치? 헤헤헤. 레온이랑 아르의 합쟉품이야! 하이빠이부!”

       “어이구, 합작품이라는 말은 또 어디서 배웠어? 하하하. 그래, 하이파이브!”

       

       탁!

       

       나는 아르가 쭉 내민 두툼한 젤리에 손바닥을 마주쳤다.

       이제 제법 커져서 손의 크기가 얼추 맞았다.

       

       “그, 그렇게 맛있어요?”

       

       나와 아르가 하이파이브까지 하자, 실비아는 조금 떨떠름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러고는 난생 처음 보는 소스에 버무려진 기괴하게 생긴 튀김 덩어리를 젓가락으로 집어 들었다. 

       

       ‘아아, 하긴…. 탕수육이 처음 보는 사람 입장에서 비주얼이 그렇게 좋은 음식은 아니긴 하지.’

       

       그나마 옥수수 전분으로 하얗게 만들어서 먹기 좋아 보이는 편이긴 하지만, 객관적으로 탕수육의 맛을 전혀 모르는 사람이 봤을 땐 여전히 쭈글하고 울퉁불퉁한 튀김옷으로 싸인 음식이니까.

       

       아르야 항상 편견 없는 눈으로 ‘마시께따!’ 하면서 봐 주지만 실비아 씨한테는 진입 장벽이 좀 있는 비주얼일 것이다.

       

       그래서인지 아까 아르랑 같이 만들었다고 해서 일단 칭찬은 했는데, 선뜻 바로 집어 먹지는 않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 정도 리액션이면 실비아 씨도 못 참지.’

       

       실비아는 킁킁, 냄새를 맡아 보더니 탕수육을 입에 넣었다. 

       

       그리고.

       

       “…우와.”

       

       예상대로 눈을 끔벅이며 감탄사를 내뱉었다. 

       

       아침부터 목욕을 하고 나와서 살짝 나른해 보였던 녹색빛 눈동자가 한순간에 생기를 되찾았다. 

       

       “…맛있어요.”

       “그쵸?”

       “네. 달콤하고 점도 있는 소스 안에 바삭한 튀김…. 그리고 그 안에 또 부드러운 고기가 뭔가, 촉촉 바삭 촉촉?”

       “촉바촉이요?”

       “네에, 그런 느낌이라 되게 신기하면서도 맛있어요. 이 소스는 어떻게 만드신 거예요? 이것도 레온 씨 고향에서 쓰는 레시피예요? 대단하네요.”

       “맞아요. 말씀드렸다시피 저도 방구석에서 다른 사람들 레시피 보고 따라한 게 다라서, 그 사람들이 대단한 거죠 뭐.”

       

       실비아는 연신 감탄하면서도 탕수육을 꼬박꼬박 집어 먹었다. 

       

       “그쪽 세계는 진짜 신기하네요. 방 안에서 유명한 요리사들이 무료로 공개한 레시피를 마음껏 볼 수 있다니.”

       “그렇게 들으니까 확실히 그렇긴 해요.”

       

       생각해 보면 페룬 대륙에서는 맛집이라고 불릴 만한 곳은 물론 일반 음식점에서도 자신들의 레시피를 공개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리고 그게 당연한 일이지.’

       

       새삼 자취 하는 동안 부지런히 뉴튜브를 보면서 이런 저런 요리를 해 봤던 게 참 잘한 거였다는 생각이 들었다.

       

       ‘막 엄청 대단한 요리가 아니더라도 레시피를 외우고 있지 않았더라면 페룬 대륙에서 못 먹고 그리워만 했을 음식이 얼마나 많아.’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레드 보어 탕수육을 함께 집어 먹었다. 

       

       “으음. 음냐. 넉넉하게 하길 잘했네요.”

       “쀼우! 아직두 마니 남아써! 너무 조아!”

       

       셋 다 배고픈 상태로 열심히 집어 먹었는데도 아직 탕수육 초초초대(超超超大) 자는 2/3나 남아 있었다. 

       

       ‘아니, 어떻게 보면 이렇게 많이 해 놨는데 벌써 1/3이 없어진 게 대단하기도 하고….’

       

       어쨌든.

       

       “이게 조금 지나면 소스가 튀김옷에 쫘악 배어 드는데, 조금 눅눅해지긴 해도 또 그것만의 맛이 있거든요.”

       “그러니까 적당히 먹고 다른 것도 좀 먹으란 말씀이죠?”

       “크흠. 다른 것들도 많이 시켰으니까요. 골고루 먹어야죠.”

       

       나는 그렇게 말하며 해산물매콤탱탱면 그릇을 내 앞으로 가져왔다. 

       

       ‘캬! 짬뽕!’

       

       불기 전에 얼른 먹어야지.

       

       ‘해산물’ 매콤탱탱면이라는 말에 걸맞게, 큼지막한 그릇에는 각종 해산물들이 푸짐하게 들어가 있었다. 

       

       ‘키야, 그렙 크랩이 여기에도 들어가 있네.’

       

       오징어, 바지락, 홍합, 새우 같은 해물은 기본이고, 바다에 서식하는 마물 중 게살이 그렇게 맛있기로 유명한 그렙 크랩까지 들어가 있었다. 

       

       ‘일단 국물 한 스푼.’

       

       후룹.

       

       “크으…!”

       

       해물을 진하게 우린 얼큰한 짬뽕 국물 맛이, 다소 느글느글했던 튀김의 뒷맛을 깔끔하게 씻어 주며 입 안을 가득 채웠다. 

       

       ‘와, 진짜 쥑이네.’

       

       주문할 때 매운맛을 좀 살려 달라고 따로 부탁해서 그런지, 페룬 대륙에서의 ‘매운 음식’의 기준보다 확실히 더 맵게 나왔다. 

       

       하지만.

       

       ‘한국인인 내 입맛에는 진짜 딱 알맞단 말이지!’

       

       후루룹.

       

       “크으으…!!”

       

       뜨끈하면서도 얼큰한 국물이 목구멍을 타고 내려가자 마치 온몸에 후끈한 열기가 퍼지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후룹.

       

       ‘면발도 완전 탱탱한데?’

       

       맛있는 국물이 잘 배어 든 면은 숨이 죽지 않아 탱탱함을 잘 유지하고 있었다. 

       

       거기다 해산물도 죄다 싱싱하고 맛있었으니, 비록 이름은 짬뽕이 아니지만 내가 지금껏 먹은 짬뽕 중 가장 맛있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었다.

       

       “레온, 그게 구러케 마시써?”

       

       내가 콧잔등에 땀이 보송보송 올라오면서도 쉬지 않고 해산물매콤탱탱면을 먹자 아르도 호기심이 동했는지 내 쪽으로 슬쩍 얼굴을 들이밀었다. 

       

       “아르도 한번 먹어 볼래?”

       “응응! 아르두 머글래!”

       

       아르는 기다렸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젓가락으로 면을 집어 후루룩 먹었다. 

       

       ‘어, 근데 그러고 보니 이거 매운맛 업그레이드 한 건데…?’

       

       문득 예전 ‘꼬부랑매콤국수’ 사태가 생각났다. 

       

       ‘…뭐, 아르도 이제 이 정도 덩치 컸으면 매운 음식 정도는 괜찮지 않을까?’

       

       하지만.

       

       “아, 아르야?”

       

       화르르르륵!

       

       “삐유우우우! 마싰는데 매워어어…!”

       “아르야! 멈춰!”

       

       고개를 들고 공중에 진짜 불을 뿜어 버린 아르를 보며, 아직 매운 음식은 이르다는 것을 나는 다시금 절절히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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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Picked Up a Hatchling

I Picked Up a Hatchling

해츨링을 주웠다
Status: Ongoing Author:
But this guy is just too cu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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