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EP.148

        나는 음료수를 마셨다.

        음! 이 복숭아 스무디라는 것은 저번에 마신 것과는 또 다른 재미가 있구나!

        흐뭇하게 미소를 지으며 이야기를 이어 나갔다.

       

        “세 오크들은 사냥꾼이자 전사였단다.”

       

        그들은 ‘페체몬다’라는 이름의 부족에서 왔고, 최근에 코볼트 유랑민 몇몇이 자신들의 영역을 침범했다고 했다.

        그렇기에 전사이자 사냥꾼인 그 오크들은 영역에 침입한 코볼트 약탈꾼들을 사냥하기 위해 길을 나섰고, 오히려 코볼트 약탈꾼들의 공격받아 영역의 외곽까지 도망쳐 왔다고 했다.

       

        – 한심하네.

        – ㄹㅇㅋㅋ

        – ㅋㅋㅋㅋㅋㅋ

        – 와. 군인 실격인데?

        – 얼마나 실력이 없었으면ㅋㅋㅋㅋ

        – ㅋㅋㅋㅋㅋ

       

        “뭐, 그들의 사정이 어떻든 나와 큰 상관은 없었지만…… 자그마한 흥미가 생겨났단다.”

       

        내가 이 행성에 대해 아는 것들은 대부분이 정찰 드론을 통한 것뿐이었다.

        그렇기에 아바타의 몸으로 직접 생생한 정보들을 얻는 것을 기대하고 있었고, 이번 기회가 그중 하나가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말하자면 ‘핑계’랄까?

       

        “그래서 그들을 마을로 안전하게 데려다주겠다고 했지.”

       

        – ㅋㅋㅋㅋㅋ

        – ㅋㅋㅋ

        – ㅋㅋㅋㅋㅋㅋㅋ

        – ㅋㅋㅋㅋㅋㅋ

       

       

        *            *            *

       

       

        뜨거운 태양 빛이 내리쬐는 사막에서 지성체들이 살아가는 방법은 무엇일까?

        차원에 따라 다양한 방법들이 존재했지만, 일단 이 행성에서는 ‘오아시스’에 모여 사는 것이 기본이었다.

       

        웅성웅성.

       

        와글와글.

       

        오아시스를 거점으로 생활하던 오크들이 우르르 나와 우리를 구경한다.

        앞장선 세 오크들은 고개를 푹 숙이고 있었고, 크쉬타르는 다른 사람들의 시선으로부터 나를 가려주…… 려다가 내 눈치를 보았다.

        이 아이는 왜 눈치를 보는 거지?

       

        어쨌든 세 오크들은 자신들의 부족이라는 ‘페체몬다’ 부족으로 우리를 안내했다.

        그리고 추방자라는 크쉬타르를 보며 웅성대는 오크들의 끝에는, 확연하게 주름살이 보이는 오크 하나가 주변인들의 부축을 받으며 우릴 기다리고 있었다.

       

        “족장님!”

       

        “족장니임!”

       

        다다닷!

       

        족장이라고 불린 늙은 오크를 발견하자마자 후다닥 달려 나가는 세 오크들.

        그러고는 곧바로 우리를 향해 손가락질을 하며 소리치기 시작했다.

       

        “추, 추방자와 괴물이다!”

       

        “저놈들을 죽이지 않으면 우리가 죽는다!”

       

        “히이익!”

       

        “…….”

       

        “…….”

       

        당연하다면 당연하달까, 아니면 뻔하다면 뻔한 일이랄까…….

        나와 크쉬타르는 태연한 표정으로 저들을 바라보았다.

        볼을 긁적거리다 팔짱을 낀 채 한심하다는 얼굴로 오크들을 바라보는 크쉬타르에게 물었다.

       

        “어찌하겠느냐?”

       

        “그냥 돌아가자.”

       

        “그러지.”

       

        나도 그렇고 크쉬타르도 그렇고, 딱히 어울려 주고 싶은 생각도 들지 않는다.

        이들의 생활상을 구경해보고 싶은 마음은 있었지만, 굳이 이런 분위기에 내 욕심을 우선할 생각은 없었다.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는 오크들을 싹 무시한 채 몸을 돌렸을 때였다.

       

        “잠깐.”

       

        “음?”

       

        장로라 불린 늙은 오크가 모두를 제지한 채 우리에게 천천히 다가왔다.

        그러고는 나를 향해 고개를 숙였다.

       

        “어서 오십시오. 위대한 분이시여.”

       

        “호오.”

       

        조금의 의심도, 망설임도 없이 나에게 고개를 숙이다니?

        그런 장로의 행동에 조금 호기심이 생겨 버렸다.

       

        “넌 어찌하여 나에게 고개를 숙이는가?”

       

        “전 비록 몸은 비루해졌고, 눈은 침침해졌으며, 귀는 멀어 버렸으나…… 지혜만은 그대로입니다. 어찌 위대하신 분을 몰라뵐 수 있겠습니까.”

       

        “나는 그대들과 다르게 생겼는데도?”

       

        “위대하신 분께선 저희들 따위와는 비교도 할 수 없으신 분이십니다. 다른 것이 당연하지요.”

       

        “흠…….”

       

        나는 흥미롭게 장로를 바라보았다.

        다른 오크들은 나의 진면목을 알아차리지 못했는데, 이 오크만이 나를 눈치챘다.

        단순히 이 오크의 눈썰미가 좋아서라고 하기에는 부족하다.

        그보다는…….

       

        “너는 ‘관찰자’로구나.”

       

        “…….”

       

        나의 말에 장로의 감정이 꿈틀거렸다.

        비록 겉으로는 아무런 반응도 하지 않았지만, 장로의 흔들리는 감정은 나에게 훤히 보였다.

       

        그보다 이런 곳에서 관찰자를 보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신기하다는 얼굴로 장로를 바라보고 있자니, 이 부족의 오크들이 당황하며 장로에게 다가갔다.

       

        “장로님!”

       

        “무슨 짓입니까?!”

       

        “어서 일어나세요!”

       

        “시끄럽다!”

       

        버럭 화를 낸 장로가 벌떡 일어난다.

        그러고는 부족 사람들에게 삿대질하며 화를 내기 시작했다.

       

        “이분이 누군지 알고!”

       

        “자, 장로님…….”

       

        “전부 죽고 싶은 게 아니라면 당장 무기를 내려놔라!”

       

        늙은이에 불과하나, 이 장로라는 사람은 내 생각보다 더 이 부족 사람들에게 신임을 받는 모양이다.

        부족의 오크들이 당황해하며 어쩔 줄 몰라 하는 것이 보였다.

        추방자와 이상하게 생긴 오크(?)의 2인조를 그냥 놔둘 수는 없을 것 같은데, 막상 존경하는 우두머리가 반대하는 입장이라서 그런가?

       

        “크쉬타르.”

       

        “뭐냐.”

       

        “무기는 손에 들지 말거라. 자칫, 저들을 자극할 수 있다.”

       

        “끙…….”

       

        내 말에 크쉬타르가 손에 쥐려던 검은 재질의 석재 몽둥이에서 손을 뗐다.

        그러고는 얼굴을 구긴 채 나에게 말했다.

       

        “저들이 공격하면 어쩌려고 그러나?”

       

        “걱정 말거라. 너 하나쯤은 지켜 줄 수 있으니.”

       

        아무렴.

        명색이 엘더 드래곤의 아바타라는 존재가 필멸자 하나쯤 지켜 주지 못할 리가 있겠는가?

        나는 흥미로운 기분으로 ‘페체몬다’ 부족의 모습을 지켜보았다.

        저들은 나름대로 심각한 입장이겠으나, 지켜보는 내 처지에서는 흥미로울 수밖에 없었으니까.

        그리고 시간이 조금 지나고…….

       

        “우린 저들을 그대로 둘 수 없다!”

       

        “옳소!”

       

        “이놈들!”

       

        결국 군중심리를 이길 수는 없었던 모양이다.

        장로는 살의를 품은 부족 사람들의 모습에 어떻게든 그들을 말리려 시도했으나, 이미 한쪽으로 기울어진 저울을 돌리지는 못했다.

       

        “장로님을 데려가라!”

       

        “이놈들! 안 된다! 그만둬라!”

       

        부족 사람들에 의해 장로가 끌려들어 갔다.

        그리고 남은 것은 나와 크쉬타르, 그리고 우리에게 살의를 품은 오크들뿐.

       

        “그래. 그래서 이제 어쩔 텐가?”

       

        “흠…….”

       

        드디어 검은 석재 몽둥이를 꺼내든 크쉬타르가 주변을 경계하며 물어왔다.

        그 질문에 나는 잠시 고민하다 간단하게 답했다.

       

        “죽이지는 않도록 하지.”

       

        그 후 내가 한 일은 간단했다.

        지배력을 행사해, 모래 속에 섞여 있는 사철(沙鐵)을 전부 꺼내는 것이었으니까.

       

        파스스스스스……!

       

        카가가각!!

       

        “뭐, 뭐야?!”

       

        “으아악?!”

       

        “히익!”

       

        나의 의지에 따라 모든 땅에서부터 검은 사철이 허공으로 치솟기 시작했다.

        그것은 마치 대량의 잿가루가 허공으로 치솟는 것 같기도 했고, 또는 검은 거인이 몸을 일으키는 것 같기도 했다.

        ……일부러 그렇게 보이도록 한 것이지만 말이다.

       

        어쨌든 이것만으로도 오크들의 사기는 한풀 꺾였다.

        그리고 아직 투지가 꺾이지 않은 이들마저 얌전하게 만들기 위해서, 나는 허공에 띄운 사철들을 한데 뭉치기 시작했다.

        그렇게 만들어진 것은 철로 이루어진 수많은 병사들.

       

        쿵! 쿵!

       

        철컥! 철컥!

       

        끼기긱!

       

        마치 전신 갑옷을 입은 것 같은 형태의 철인병들이 허공에서 떨어진다.

        묵직한 소리와 함께 대지에 떨어진 철인병들은 절제된 움직임으로 사방의 오크들을 압박하기 시작했다.

       

        “고, 공격해라!”

       

        “으랴압!”

       

        그중 나의 철인병들에게 공격을 가하는 이들이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챙!

       

        콰직!

       

        “아닛?!”

       

        “헉?!”

       

        통짜 금속으로 만들어 낸 인형들에게 제대로 된 공격이 통할 리가 없었다.

        이 세상의 지성체들은 환경적 요인 때문인지 ‘철기 기술’이 존재하지 않았는데, 그 대신 금속만큼 단단한 짐승의 뼈나 이빨, 식물의 줄기, 석재와 같은 것들을 이용해 무기와 도구를 만들어 사용했다.

        물론 그것들도 철기와 비교할 때 절대로 꿀리지 않는 것들이었으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같은 시대상의 물건을 놓고 보았을 때의 이야기다.

        나의 지배력으로 빚어진 철인병들에게 저런 무기가 통할 리가 없다.

        그나마 오크라는 종족 특유의 괴력을 이용해 철인병들 몇몇을 부수는 데 성공한 이들은 있었지만, 그렇게 박살 난 철인병들은 순식간에 원래 형태로 회복되어 일어났다.

       

        “아으으으…….”

       

        “주, 죽지 않는다!”

       

        “어떻게 하나 대장?!”

       

        대지에서 뽑아오는 사철로 인해 계속 늘어나는 철인병들.

        그리고 철인병들에 대한 대항 수단이 존재하지 않는 오크들.

        도저히 방법이 없는 상황에 오크들이 주춤거리기 시작했다.

       

        “호오. 굉장하군. 숲의 현자들은 신비한 능력을 지녔다더니…….”

       

        “…….”

       

        나는 옆에서 감탄 중인 크쉬타르를 힐끔 바라보았다.

        내가 어린아이가 아니라는 것은 납득했으나, 그는 아직도 내가 숲의 현자라는 종족인 줄 아는 모양이다.

       

        “비켜라!”

       

        키에에엑!!

       

        그 순간 몇몇 오크들이 커다란 짐승에 올라탄 채 이쪽으로 달려오는 것이 보였다.

        소와 코뿔소의 중간 정도의 생김새를 가진 동물이었는데, 오크의 힘으로는 부족하니 짐승의 힘을 빌리려는 모양새였다.

        음. 나쁜 판단은 아니다.

       

        “허나 부족하다.”

       

        스르륵!

       

        나의 손짓에 따라 몇몇 철인병들의 형태가 무너지고, 이내 하나로 합쳐진다.

        그리고 나타나는 것은 저 앞에서 달려오는 짐승과 똑같은 형태를 가진 강철의 짐승.

       

        “엑?!”

       

        키엑?!

       

        철컹!

       

        달려오던 짐승과, 그 위에 올라탄 오크의 두 눈이 크게 뜨여진다.

        그리고 나에 의해 빚어진 강철의 짐승이 땅을 박찼고…….

       

        터어엉!

       

        케에엑!!!!

       

        “으아악!”

       

        단숨에 짐승과 오크를 날려 버렸다.

       

        “으아악!”

       

        “바룩스도 소용이 없다!”

       

        “도망쳐라!”

       

        믿었던 수단마저 통하지 않게 된 오크들이 재빨리 도망치기 시작한다.

        하지만 도망치려는 그들의 주위로 수많은 철인병들이 창칼을 겨눈 채 서 있었다.

       

        “어, 언제?!”

       

        “포위되었다!”

       

        나와 크쉬타르를 중심으로, 마치 도넛과 같은 모양새로 나의 철인병들에게 포위당한 오크들.

        나는 팔짱을 낀 채 오크들에게 말했다.

       

        “우리를 죽이려 했으니, 너희도 우리에게 죽임을 당하는 것 정도는 각오했겠지?”

       

        척! 척! 척!

       

        “사, 살려 줘!”

       

        “히익!”

       

        점점 좁혀 오는 철인병들의 기세에 오크들이 비명을 지른다.

        그리고 마침내 철인병들의 창칼이 오크들의 몸을 찌르는 순간…….

       

        꿀렁!

       

        “억?!”

       

        “으악!”

       

        철인병들이 순식간에 녹아내리며 오크들의 몸을 감쌌다.

        그리고 철인병들은 금속으로 이루어진 구속구가 되어 오크들의 손발을 묶었다.

       

        아무렴.

        아무리 내가 이들에게 살해 위협을 받았다고 한들, 이런 어린아이들의 행동에 진심으로 나설 리가 없지 않은가?

        이 정도면 이들도 충분히 교훈을 얻었을 것이고, 좀 더 얌전해지겠지.

       

        “대충 정리되었구나.”

       

        “…….”

       

        그러니 그 눈빛을 거두어 주지 않겠느냐 크쉬타르?

        나는 이상한 얼굴로 나를 바라보는 크쉬타르의 등을 툭툭 두드려 주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참고로 이 때 잠을 못자서 스트레스가 좀 심할때였음.
    다음화 보기


           


Dragon’s Internet Broadcast

Dragon’s Internet Broadcast

드래곤님의 인터넷 방송
Status: Ongoing Author:
Fantasy, martial arts, sci-fi... Those things are usually products of imagination, or even if they do exist, no one can confirm their reality. But what if they were true? The broadcast of Dragon, who has crossed numerous dimensions, is open again today. To tell us his old stories...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