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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48

        

       “시작하지.”

         

       팽팽한 긴장감 사이로 골패가 섞여들어갔다. 세 사람은 서로 모른 척 하며 섞이는 골패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호천안은…

         

       “코를 후벼..?”

         

       관전석에서 보고 있던 유경이 기가 막힌다는 듯이 중얼거렸다.

         

       “담력 하나만큼은 인정할 수밖에 없겠군요.”

         

       “흥.”

         

       유경은 바짝 긴장한 채 패를 섞는 도박사와 그 패가 섞이는 모습에서 눈조차 떼지 않고 있는 다른 도박사들을 본 뒤 호천안을 보며 코웃음을 쳤다.

         

       ‘어디 한번 어떻게 이 판을 벗어나는지 보도록 하지.’

         

       “흐음.”

         

       호천안은 학조가 섞은 자신의 패를 까 보고는 실소를 흘렸다. 퉁소라 불리는 2번이었다. 1이라는 숫자 없이 2부터 33이라는 순번을 사용하는 골패. 조합에 따라 배점이 다르지만 기본적으로 점수는 숫자의 합을 따라간다.

         

       “어째, 죽으시겠소?”

         

       학조의 옆에 있던 대머리 흑저가 호천안을 노골적으로 도발했다. 그러나 호천안이 눈길 한번 주자 능글맞게 웃던 대머리의 안색이 대번에 굳었다. 청서와 학조는 두 사람의 기세 싸움에서 단번에 흑저가 패배한 것을 보고는 긴장감을 끌어 올렸다.

         

       “금 하나.”

         

       호천안이 기본 배팅을 한 뒤에 패를 받아들었다.

         

       골패 도박은 두 패의 합과 족보를 겨루는 도박. 첫 패를 받은 뒤 기본 배팅을 해야만 두 번째 패를 받을 수 있다. 그 뒤로는 서로의 배팅이 이루어진다. 모든 패를 깐 뒤 배팅은 자유롭게 이어진다.

         

       이번 골패는 16. 2의 배수인 만큼 퉁소와 16의 조합은 꽤 강력한 편이다. 족보로 따지면 아마 중상 정도의 위치에 있지 않을까.

         

       “죽어.”

         

       그러나 호천안은 패가 뭐가 나오는지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었다. 그저 패의 정체를 확인하는 것으로 충분했다.

         

       호천안이 거침없이 패를 내던지고 세 사람은 눈빛을 교환했다. 과연 전문적인 도박사라는 것일까. 적어도 패의 구성을 어느 정도 파악할 때까지는 간을 보는 모양이다.

         

       “자네 차례일세.”

         

       “흠. 일반적으로는 우회전으로 순번을 정하지 않나?”

         

       “촌뜨기 같으니라고…낙양은 본래 좌측으로 순번이 돌아!”

         

       “뭐 그러지.”

       

       본래 이렇게 지역의 규칙이라 우기며 일반적인 규칙을 비트는 것은 도박판을 박차고 일어나기에 충분한 사안이었지만 호천안은 굳이 실갱이를 벌일 생각이 없었다.  

         

       골패는 순번을 두어 돌아가며 섞기 마련. 세 사람은 호천안이 골패를 섞는 과정을 부릅뜨고 쳐다보았다. 아무런 속임수도 쓰지 않은 정직한 섞기였다.

         

       ‘기술을 부리기에는 아는 패가 너무 적지. 정석적이군.’

         

       학조는 속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순조롭게 판이 돌아가고 있었다. 상대방의 철혈과 같은 부동심과 담력에 압도당했던 정신이 되살아났다. 사실 겁먹을 이유는 하나도 없었다. 20년이 넘게 낙양에서 도박사로서 이런 저런 판을 경험해 온 학조였지만 그런 학조의 20년 도박사 경력에서도 이렇게 완벽하게 짜여진 판은 없었다.

         

       판이 생각대로 돌아가자 다른 도박사들도 침착함을 되찾고 호천안의 손놀림에 집중했다.

         

       이번 판에 보여진 골패는 8개. 32개의 골패 중 1/4에 불과하다. 나머지 24개의 골패가 미지의 숫자인 만큼 손기술을 펼쳐 봐야 판을 가지고 오기에는 역부족인 숫자. 괜히 기술을 어떤 식으로 펼치는지 보여주는 것보다는 일단 패를 모두 확인하겠다는 심산일까.

         

       스슥.

         

       호천안의 손이 움직이는 걸 보고 세 사람이 눈을 빛냈다.

         

       ‘기본은 하는 녀석이군.’

         

       아까 전판에서 나온 가장 높은 숫자인 31을 자신의 두 번째 패 위치에 두었다. 혹시나 높은 패가 잡히면 올지도 모를 승부각을 보겠다는 소리겠지.

         

       31…높은 숫자이나 주로 배수에 따라 짜여진 족보가 많은 골패판에서는 그리 선호받지 않는 패.

         

       호천안이 섞은 패를 받으며 패를 계산해본 학조는 속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호천안의 손에 들어간 패는 15. 후패로 들어갈 31과 조합되면 충분히 승부를 볼 수 있는 점수가 된다. 그러나 학조가 쥔 것은 10이고 후패에서 들어올 숫자는 20. 족보가 완성되어 50점이 된다.

         

       후패를 받아든 이들이 각자 판돈을 걸었다.

         

       “걸어.”

         

       “받지.”

         

       “받고 나는 금자 셋.”

         

       “나는 다섯.”

         

       “열일세.”

         

       호천안의 순번이 돌아왔을 때 배팅 금액은 금자 10냥이 되어 있었다. 호천안은 순식간에 금액을 높였다.

         

       “삼십.”

         

       금 삼십 냥. 이번 판의 승자는 한번에 금자 백 냥에 달하는 이득을 얻는다. 어마어마한 배팅액에 나머지 세 도박사들은 숨을 삼켰다. 새삼스럽게 판의 크기를 실감했달까. 그렇지만 세 사람은 애써 표정관리를 하면 회심의 미소를 숨겼다. 호천안의 자신감 있는 태도에 세 사람은 ‘혹시 내가 손기술을 간파하지 못한 게 아닐까?’라는 의문이 들기도 했지만…

         

       장외에 깔려 있는 도박사들에게서 들어온 신호는 한 번. 아까 호천안이 31을 자신의 후패에 끼워 넣을 때 말고는 뭔가를 감지하지 못했다는 뜻.

         

       ‘너는 우리만 보고 있겠지만…사실은 도박장 전체가 너를 주시하고 있다.’

         

       비단 낙양에 도박 깨나 한다는 도박사가 고작해야 세 명이겠는가. 각양각색의 분장을 하고 수많은 각도에서 이곳을 바라보고 있는 이들은 모두 이름난 도박사들이었다. 같이 도박을 하고 있는 도박판 내부의 사람을 절묘하게 속인다고 한들 도박판을 둘러싼 모든 도박사를 속인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좋소 삼십.”

         

       도박사들이 거침없이 도박판에 금자 30냥에 해당하는 금자들을 올렸다. 판돈이 모두 올라가고 도박사들은 순번에 맞추어 자신의 패를 공개했다.

         

       “이야, 학형의 패가 끗발이 제일 놓군.”

         

       “에잉, 내가 가장 높은 줄 알았는데 말이야.”

         

       두 사람의 너스레에 능청스러운 미소를 지은 학조가 아직 패를 들고 있는 호천안을 바라보며 채근했다.

         

       “패를 까 보여야 다음 판으로 넘어갈 것이 아니오?”

         

       두 사람은 이미 금자를 학조 쪽으로 밀어주고 있었다. 흔해빠진 도발이었지만 조금이라도 호천안을 흔들 수 있다면 상관없었다.

         

       “그러지.”

         

       호천안은 담담히 패를 내던졌고 세 사람의 눈이 크게 떠졌다.

         

       30. 31.

         

       15가 아니었다고? 기술을 쓰지 않는 이상 절대로 30이 나올 수가 없었는데. 세 사람은 바깥의 도박사들을 살폈다. 바깥의 도박사들의 눈동자가 흔들리는 것을 보고 학조는 눈을 질끈 감고 싶은 심정이 되었다.

         

       수십 명의 도박사가 포위한 상태로 눈을 부릅뜨고…보고 있는 와중이었다.

         

       그런데 그 수십 명의 도박사들 중 한 사람도 호천안이 기술을 부리는 것을 목격하지 못했단 말인가?

         

       “사실 나는 첫 판부터 이렇게 전력을 다하는 것을 좋아하지는 않아.”

         

       호천안의 말에 세 사람이 흠칫했다.

         

       “생사결을 겨루는 무인일지라도 선공을 양보하거나 3수를 내 주는 것처럼. 도박판에서도 시작부터 냅다 박는 건 좀 예의가 아니지.”

         

       “뭔 헛소리를…”

         

       흑저가 저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도박에서 기선제압만큼 중요한 것이 어디있다고 저런 소리를 하는가.

         

       “그런데 오늘은 따야 할 액수가 액수인지라…체면치레같은 것은 집어 치우고 전력으로 가기로 했다.”

         

       호천안이 팔을 뻗어 학조 앞에 있던 금자를 자신의 위치로 끌고 왔다. 그러고는 골패 뭉치를 툭툭 건드렸다.

         

       “뭐해, 어서 섞으라고.”

         

       “…이놈.”

         

       학조는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아무도 호천안이 기술을 쓰는 것을 보지 못했다면…과연 호천안은 기술을 단 한번만 사용했을까? 두 번 세 번 사용한 것은 아닐까?

         

       그렇다면 지금 남은 골패 뭉치는 학조가 파악한 순번과 전혀 다른 상태일 수 있었다. 확실하게 알 수 있는 것은…방금 전에 공개한 8개의 패 뿐.

         

       “자신감들이 넘쳤으면 대가를 치러야지.”

         

       학조는 호천안의 말에 눈을 질끈 감고는 패를 집어들었다. 그래 그 말이 맞았다. 강짜를 부리지 않고 일반적인 순번대로 돌렸다면 세 판은 호천안의 금자를 무난하게 갉아 먹었을 일이었는데 호천안이 수비적인 태도를 취하자 곧바로 욕심을 내 순번을 비틀었다. 

         

       판을 이렇게 깔아놓았으니 상대의 기량이 어떻든 무조건 이긴다는 자신감이 있었기에 내린 판단이었다.

         

       그리고 그 대가를 이렇게 치르게 되었다. 오직 8개의 패만이 확정패이고 나머지 24개의 패는 미궁에 빠졌다. 호천안의 손에 다시 골패가 들어갈 때까지 패를 파악하기 위한 동등한 수 싸움이 시작되겠지.

       

       학조는 패를 섞으며 생각을 정리했다. 

       

       패의 순번은 호천안 학조 흑저 청서의 순. 

         

       학조가 패를 섞고 있음에도, 그 뒤에 흑저의 차례가 남아 있음에도 학조와 흑저의 시선이 청서에게 닿았다. 청서가 호천안에게 패가 넘어가기 전 차례였으니 청서가 패를 섞을 때 기술을 발휘해 호천안을 속여넘겨야 했다. 그렇지 않으면 호천안은 패의 대다수가 파악된 상태로 백 명이 넘는 자가 아무도 목격하지 못한 기술을 펼칠 테고 호천안만이 패의 구성을 아는 상황이 계속해서 펼쳐질 테니까.

        

       학조의 판은 배팅액 금 네 냥짜리 판으로 끝났다. 모두가 패의 구성을 모르니 함부로 돈을 걸 수 없는 탓이었다.

       

       뒤이어 흑저의 판 역시 금 네 냥짜리 판으로 끝났다. 흑저가 일부로 밝혀진 숫자들로만 패를 만들어버렸으니 승패가 뻔했기 때문에 아무도 돈을 걸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뒤이어 진짜라고 할 수 있는 청서의 손으로 패가 넘어갔다.

         

       “도박실력이 대단하시구려. 어디서 오신 분이시오?”

         

       “알아서 뭣 하려고.”

         

       “흥, 기껏해야 도박쟁이 주제에 비싸게 구는군.”

         

       청서가 패를 섞는 동안 흑저가 노골적으로 호천안을 긁어댔고 학조는 이런 저런 질문을 던지며 최대한 호천안의 집중력을 흔들었다.

         

       그러나 호천안은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으로 청서의 패 섞음을 구경하고 있었을 뿐이었다.

         

       청서는 긴장감에 땀을 뻘뻘 흘리며 패를 내려놓았다. 속임수가 통해야만 했다. 만약 호천안이 지금의 속임수를 모두 간파했다면 골패판의 흐름 자체가 망가지고 만다.

         

       청서가 섞은 판 역시 금자 네 냥짜리 판이 되어버렸고 호천안이 금자 세 냥을 가져가는 것으로 끝났다.

       

        그리고 드디어 호천안의 손에 패가 들어갔다.

         

       호천안이 패를 섞기 시작하자 일순 지하 2층의 도박장이 숨을 죽였다. 일반 손님을 위장하고 있는 도박사들. 시비나 시종을 위장하던 도박사들이 연기가 들통날 각오까지 하며 오로지 호천안의 손놀림에 집중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호천안은 금자 10냥을 배팅했다. 학조와 흑저 그리고 청서는 그런 호천안의 배팅에 안면을 일그러뜨렸다.

         

       “거 남의 패를 보려면 돈을 써야지.”

         

       “…좋소. 열 냥.”

         

       호천안이 청서의 속임수에 속았는가 속지 않았는가. 그리고 호천안이 기술을 사용해 패를 자신에게 배열했는가 아닌가. 그 두가지 의문을 풀기 위해서는 호천안의 앞패와 뒷패를 확인할 필요가 있었다. 호천안 역시 그 사실을 익히 알고 있었으니 그 의문을 풀기 위한 답에 금자 10냥의 배팅을 요구한 것이었다.

         

       그리고 호천안의 패가 공개되었다.

         

       15. 그리고 30.

         

       “…최고점.”

         

        청서의 안색이 창백하게 질렸고 학조와 흑저는 눈을 질끈 감았으며 천상루의 지하 2층이 무거운 분위기에 휩싸였다.

         

       청서의 속임수가 통하지 않았고 호천안이 패의 구성을 파악하고 속임수를 썼다는 명백한 증거가 백일하에 드러났다.

         

       이 판의 지배자 호천안이 입을 열었다.

         

       “오백 냥 채우려면 부지런히 판을 돌려야 하니까. 어서 섞자고.”

         

       무림천하 10년차 고인물이자 이세계 표류 8년차 사천낭인 호천안.

         

       모든 도박기술을 대성하여 하늘의 눈금마저 속일 수 있는 자.

         

       도박에서만큼은 절대 그를 뛰어넘는 자가 존재할 수 없는 불패의 남자.

         

       도신 호천안이 진심을 내기 시작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드디어 선작 1만 기념으로 만든 노벨피가 표지가 완성되었습니다!

    카와이하고 블링블링하고 아름다운 흑묘 일러스트와 타이포가 대문에 걸리게 되었군요!

    꺄르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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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무협게임 속 고수들이 집착하는 낭인이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became Ho Cheon-an, a second-rate warrior in the martial arts game [Murim Cheonha].

To survive, I had no choice but to give enlightenment.

Martial arts masters began to obsess over me.

In Murim Cheonha, where fame means difficulty, getting attention meant death.

Please, just go away.

Please, let me l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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