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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48

       “오케이, 그럼 여기까지 하자. 내일 오후 1시에 BETH랑 스크림 잡혔으니 다들 너무 늦지 않게 자고. 다들 정말 잘 하고 있어. 긴장 놓지 말자! 컨디션 조절 잘 하고. 휴식!”

        

       연습 종료를 선언하는, 모두가 고대하던 감독의 한 마디.

        

       “네-!”

        

       그에 대답하는 GP허슬러의 선수들의 목소리에는 숨길 수 없는 피로가 진하게 배어 있었다.

       

       당연하다면 당연한 일이었다. 2시간에 걸친 마라톤 스크림이 막 끝난 참이니. 

       

       그립지는 않지만 익숙했던 한국의 연습실에서 벗어나, 런던(외곽)에 온지 어느덧 2주.

        

       도심으로부터 1시간 가까이 떨어진, 어느 친절한 한인 사업가가 기꺼이 내어준 주택 지하실이 그들의 새로운 거처였다.

        

       빈말로도 훌륭한 환경은 아니었다. 애초에 게임단을 위해 설계된 공간이 아니다. 연습을 마치고 자리에 앉으면, 지하실 특유의 냉기가 벽에서 스며들어오는 것이 느껴졌다.

        

       그 뿐이랴. 주변은 모두 주택가여서, 마땅히 밥을 먹을 만한 곳도 없었다.

        

       정확히는, 걸어서 10여분 정도 거리에 서너 군데 식당이 있었으나- 그 중 어디에 들어가서 무엇을 시켜도 비슷하게 맛없는 음식이 나왔다. 설마설마 하며 시켰던 감자튀김조차 쓸데없이 짜고 푸석푸석하다는 사실을 깨달았을 때는, 180도 돌아서 외려 감탄이 나오더랬다.

        

       인종차별이 아닐까 의심될 지경이었다.

        

       그러나 불만 따위를 입에 담는 이는 누구 하나 없었다.

        

       조금 불편한 잠자리와, 환기가 잘 되지 않는 연습공간? 그런 건 아무래도 좋았다. 음식은……아무래도 좋지는 않았지만, 직접 요리를 하면 그만이었고.

        

       의식주 따위는 사소한 일에 불과했다.

        

       지난 2주간, 그들은 첫 월드 시리즈의 조별리그를 뚫어내고- 한국 팀으로서는 유일하게 8강에 진출하는 데 성공했으니.

        

       런던 도심의 호텔을 마다하고, 6명이 효율적으로 연습할 수 있는 공간을 선택한 보람이 있었다.

        

       최소한, 오소독스는 그렇게 생각했다.

        

       “후-.”

        

       냉기가 감도는 연습실은 어느새 비어 있었다. 나머지 동료들은 저마다 휴식을 위해 이동한지 오래. 아마, 두어 명은 침대에 드러누웠을 거고, 또 두어 명은 근처 펍으로 떠나갔으리라.

        

       그 펍이, 인근에서는 그나마 먹을 만한 음식을 파는 곳이긴 했다.

       

       대체 왜 음식을 전문적으로 파는 식당보다 술집 안주가 더 음식에 가까운지는 의문이었지만.

       

       어쩌면, 뭇 유부남들이 술 마시러 가는 게 아니라 밥 먹으러 가는 거라는 핑계를 댈 수 있기 위함일지도 모른다.

        

       그의 동료들이 그러하듯이.

        

       ‘그래도, 분위기가 분위기니 맥주 한 잔 정도는 걸치겠지. 그 시간에 랭크 게임이라도 돌리며 감각을 더 갈고 닦으면…….’

        

       오소독스는 머릿속을 스쳐 지나가는 생각을 그대로 흘려보냈다.

       

       GP허슬러는 만 19~21살의 선수들로 구성된 젊은 팀이었다. 선수들보다 코치와 더 나이가 가까운 팀의 맏형이자 에이스, 오소독스를 제외하고는.

        

       그런 팀에서 1대 다수로 군기를 잡는 건 한계가 있기 마련이었다. 무작정 몰아붙인다고 연습을 더 열심히 하는 것도 아니고, 그런 경직된 분위기가 실전에 도움이 되는 것도 아니라는 건……그 누구보다도, 다양한 팀에서 프로 생활을 겪어온 오소독스가 잘 알고 있었다.

       

       그러니 그저, 개인 연습을 이어나갈 뿐이었다.

        

       ‘도적……조금만 더 깎을까. 절대적인 판수가 더 필요해. 연습한다고 했는데.’

        

       마음을 다잡고, 다시 헤드기어를 뒤집어쓰려던 순간.

        

       “어, 형! 연습 더 하시게요?”

        

       앳된 목소리가 들려왔다. 과감하고 저돌적인 성기사 플레이로 인기를 끌고 있는 팀의 막내, 바이오.

        

       아따먹의 팬을 가장 열렬히 자청하며, 오소독스에게도 영업한 장본인이었다.

        

       “응. 몸 좀 움직여야 이따가 잠이 잘 올 거 같더라. 너는? 연습할 거면 듀오라도 돌릴까?”

        

       “어……저는 사실, 그……조금만 이따가 연습할 거여서요. 지금은, 그…….”

        

       힐끗, 바이오의 시선이 손에 쥔 핸드폰을 향했다. 1인칭 나오나 화면. 대회 인터페이스는 아니니, 분명-

        

       “……인방?”

        

       “헤헤, 네. 그, 잠깐만 보려고요. 키마만 고집하다가 드디어 VR 하는데 이건 봐야 진짜 봐야 돼요. 아까 움짤 올라온 거 봤는데 진짜. 와. 미쳤다니까요? 아, 형도 같이 보실래요?”

        

       “……괜찮아. 재밌게 보고, 이따가 그거 끝나고 생각 있으면 듀오나 돌리자. 2지하 조금 더 해보면 좋을 거 같아.”

        

       이런 저런 설명을 부연하려는 막내에게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어 보이고, 오소독스는 다시금 헤드기어를 착용했다. 노이즈캔슬링에 의한 기묘한 정적 속에서 두근거리는 심장 소리가 사뭇 크게 들려왔다.

        

       ‘인방…….’

        

       프로게이머와 스트리머들 간의 경계가 흐릿해진 세상임에도, 오소독스는 인터넷방송을 즐겨 본 적이 한 번도 없었다.

        

       남이 게임을 하는 걸 구경하기보다는, 남들이 구경하고 싶은 게임을 선보이고 싶었으니.

        

       그걸 위해 정진해온 삶이었다.

        

       누군가가 ‘그래서 뭐 성과는 있었냐’고 물을 때, 당당하게 들이밀 우승 트로피 하나 없었지만.

        

       그렇기에 더더욱 노력해야 하지 않겠는가. 분석할 스크림과 방송 경기가 널리고 널린 마당에, 인터넷방송 시청에까지 할애할 시간은 없었다.

        

       물론, 예외는 있었지만.

        

       오소독스는 친구창에 ‘게임 찾는 중’으로 떠있는 아이디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아따먹. 따뜻한아메리카노먹고싶다.

        

       그의 도적 스승.

        

       물론, 혼자서 멋대로 마음 속으로 정한 거긴 하지만……꼭 정식으로 구배지례를 올려야만 스승이 되는 건 아니지 않겠는가.

        

       ‘경기를 챙겨보고 있을까. 아니, 당연히 보고 있겠지. 나오나를 전면에 내세우는 스트리머가, 월드시리즈를 안 보고 있을 리가 있나.’

        

       만약 그렇다면, 기껏 시간을 내서 강의까지 해줬음에도 2지하는커녕 도적도 안 하고 있는 모습을 보고 실망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오소독스의 탓은 아니었다.

        

       보수적인 감독이 ‘그거 뭐, 다른 팀들도 하나? 레퍼런스도 없는 거면 좀 그렇지 않아?’라고 의문을 제기하고, 은근 꽁해있던 코치가 ‘하는 팀 없습니다. 뭐 솔랭에서도 가끔 트롤링으로 튀어나오는 거고, 승률도 낮아서요.’라고 즉답한 결과였으니.

        

       스크림에서나마 몇 번 실험해보는 것이 최선이었다. 그조차도 얼굴에 철판을 깔고, 그간의 평판에 기대어 감독과 코치의 마뜩잖은 시선을 감내하며 강행한 거였다. 첫 3번, 팀원들이 전략의 감을 못 잡은 상태의 스크림에서 3연패를 했기에 더더욱.

        

       그러나 그 과정에서 오소독스는 더할 나위 없는 확신을 얻었다.

        

       이건 체득해야 한다.

        

       늦어도 다음 시즌 막바지. 빠르면 프리 시즌부터, 도적을 중심에 둔 2지하가 정석에 등극하리라.

        

       물론, 후자는 이번 월드시리즈에서 2지하를 선보인다는 전제 하의 이야기였다. 아직은 스크림에서나 겨우겨우 꺼내고 있는 형편이었지만-

        

       [GP 오소독스: 안녕하세요!]

       [GP 오소독스: 잘 지내고 계신가요? 저번 강의 정말 감사했습니다. 아직은 비밀병기지만요.]

        

       마침 GP를 제외한 한국팀이 모두 떨어진 마당 아닌가.

        

       [GP 오소독스: 혹시 펑고 한번 부탁드려도 될까요]

        

       도움을 청하기엔 최적의 시점으로 보였다. 전략 유출의 걱정 없이.

        

       저편에서 VR로 방송을 보던 바이오가 두 눈을 부릅뜨고는, 마침 펑고가 하고 싶었던 참이었다고 달려오게 되었던 건……어디까지나, 정말로 생각지도 못한 부수적인 효과에 불과했다.

        

       * * * *

        

       [따뜻한아메리카노먹고싶다: 레반님 안녕하세요. 방송 중입니다. 송출은 안 되고 있어요. 잠깐 시간 괜찮으실까요?]

        

       (레반 님이 메시지를 작성하고 있습니다……)

       (레반 님이 메시지를 작성하고 있습니다……)

        

       [레반: 소름끼치니까 그러지 마요]

       [레반: 또 뭔 짓을 하려고]

        

       (따뜻한아메리카노먹고싶다 님이 메시지를 작성하고 있습니다……)

        

       [따뜻한아메리카노먹고싶다: 아니 저 반성했어요]

       [따뜻한아메리카노먹고싶다: 진짜로]

        

       (레반 님이 메시지를 작성하고 있습니다……)

        

       [따뜻한아메리카노먹고싶다: 아]

        

       (따뜻한아메리카노먹고싶다 님이 메시지를 작성하고 있습니다……)

        

       [따뜻한아메리카노먹고싶다: 부탁하려던 게 있기는 해서 억울하다곤 안 했어요]

        

       (레반 님이 메시지를 작성하고 있습니다……)

        

       [레반: 예]

       [레반: 그래서 왜요]

        

       [따뜻한아메리카노먹고싶다: 혹시 나오나 역사에 이름 한번 남기고 싶지 않나요]

       [따뜻한아메리카노먹고싶다: 이거 진짜 좋은 기회입니다]

       [따뜻한아메리카노먹고싶다: 아무한테나 제안하지 않아요]

       [따뜻한아메리카노먹고싶다: 츄라이 츄라이]

        

       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 건지.

        

       개선이 되었다고 주장하나, 변화의 방향이 조금 이상한……그런 느낌. 변화가 꼭 좋은 건 아니라고 입증하고 싶은 걸까.

        

       묘한 기시감에, 레반은 문득 지난 번 만남을 떠올렸다.

        

       모두가 적절히 취한 느낌으로 – 레반 자신은 혹여 실수하지 않을 정도의 취기를 유지했으나 – 분위기가 풀어졌을 무렵.

        

       ‘두 분은 방송, 어쩌다가 시작하셨나요’라는, 이예나가 던질 거라고는 조금도 예상치 못했던 질문에서 시작해서……뭔가, 방송 얘기를 하며, 다같이 오늘 방송을 켜면 재밌을 것 같아서, 켠다면 뭘 할지를 논의하다가…….

        

       ‘갑자기 실시간 훈수 방송을 제안했었지.’

        

       사실, 브레이크와 안전벨트를 풀고 진행한다면 재미는 있을 것 같았다.

        

       재미가 있어도 안 하는 이유가 있는 컨텐츠였지만.

        

       방송에서 나오는 멘트를 하나하나 해체해서 오해할 시청자들이 대체 무슨 생각을 할지. 특히……유일하게 다이아인 아크가 챌린저인 둘에게 훈수할 때.

        

       설마 싶지만, 정말로 아크의 티어를 잊고 있었던 걸까- 하는 의문조차 들었다. 문득 생각해보면, 이예나가 티어라는 단어를 꺼낸 게 언제였는지 기억도 나지 않았으니.

        

       레반으로서는, 극단적인 티어 원리주의자였던 이예나가 별포크를 키우며 달라졌다는 걸 알 길이 없었다.

        

       누구의 탓이냐고 따지자면, 전적으로 제자에 대한 과보호가 심했던 이예나 탓이었다. 혹여 금발 태닝 나무꾼에게 홀려 광전사로 돌아갈까 두려워, 별포크와 레반의 접촉만큼은 철저하게 차단했으니.

        

       [레반: 어지간하면 할 테니까]

       [레반: 먼저 무슨 일인지 구체적으로]

       [레반: 육하원칙 지켜서 얘기해줘요]

        

       [따뜻한아메리카노먹고싶다: 😥]

       [따뜻한아메리카노먹고싶다: 😭]

        

       우는 이모티콘의 향연은 두어 차례 더 이어졌다.

        

       그러나 분명, 아무런 표정 변화도 없이 저리 보내고 있으리라.

        

       무표정으로.

        

       여쭈어 볼 게 있다고 말하던 그 순간처럼.

        

       ‘제가 인방을 잘……많이는, 몰라서요. 혹시, 우결……은 뭔가 의미가 큰 건가요. 아니면 그냥 컨텐츠 하나 하는 느낌으로 가볍게 할 수 있는 건가요. 지튜브로 보기에는 양쪽 다 있는 것 같아서……무대 뒤편에서 어떤지를 모르겠어요.’

        

       그 말을 들은 순간, 레반은 그냥 아무 의미 없이 가볍게들 하는 거라고 즉답했다.

        

       답을 하면서도, 왜 이다지도 급하게 답하는지 알 수 없었다. 답변을 끌면서……저 이예나가 눈치를 보는 광경을 조금 더 구경하고, 놀려먹어도 되지 않았나.

        

       분명, 그랬을 텐데.

        

       늦게라도 정정을 할까 고민하기도 했다.

       

       아크가 스트리머들 간에 무겁게 생각하는 컨텐츠는 아니라고 마침표를 찍었지만. 어그로가 끌려서 체급은 올라가는 것과 별개로, 남녀 간 연애의 가능성 자체를 싫어할 팬들은 이탈하는 장단점이 있다고 첨언하며.

        

       [따뜻한아메리카노먹고싶다: 나무꾼이]

       [따뜻한아메리카노먹고싶다: 지금]

       [따뜻한아메리카노먹고싶다: 나오나에서]

        

       (따뜻한아메리카노먹고싶다 님이 메시지를 작성하고 있습니다……)

        

       [따뜻한아메리카노먹고싶다: 연습을?]

        

       (따뜻한아메리카노먹고싶다 님이 메시지를 작성하고 있습니다……)

        

       [따뜻한아메리카노먹고싶다: 아 하기 싫으면 그냥 말해요]

       [따뜻한아메리카노먹고싶다: 레반님이 도와주라고 해서 도와드렸던 그 프론데]

        

       (따뜻한아메리카노먹고싶다 님이 메시지를 작성하고 있습니다……)

        

       [따뜻한아메리카노먹고싶다: 진짜 싫어요?]

       [따뜻한아메리카노먹고싶다: 아닐 것 같은데]

       [따뜻한아메리카노먹고싶다: 지금 오면 방송 매니저도 드림]

        

       “……하.”

        

       이미 져 있는 싸움에 들어가는 건, 취향이 아니었다.

        

       [레반: 매니저 이미 줬잖아]

       [레반: 달라고도 안 했는데 임명해놓고]

        

       [따뜻한아메리카노먹고싶다: 방금 해고했어요]

       [따뜻한아메리카노먹고싶다: 이제 다시 매니저가 되고 싶으면 재임용 돼야해요]

        

       

       분명, 그러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도적최고도적도적 님, 100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명군 님, 10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늦은 만큼 분량을 조금 더 꾹꾹 눌러담아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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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s Not That Kind of Malicious Broadcast

It’s Not That Kind of Malicious Broadcast

그런 악질 방송 안ㅣ에요
Score 3.7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am a healthy skill-based broadcaster.

I don’t hate priests.

It’s not that kind of broadcast.

What?

Clarify the controversy that’s been posted on the community?

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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