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Please report if you find any blank chapters. If you want the novel you're following to be updated, please let us know in the comments section.

EP.148

       올리비아는 착잡한 심정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토의 마경을 클리어하고 어연 일주일 차. 아직도 월의 마경에 도착하지 못했다.

         

       사실 이곳 달의 숲에 도착한 건 며칠 전이었만, 시기가 어긋난 탓에 마경 안으로 진입하지 못하고 있었다.

         

       ‘결계라면 뚫어라도 볼텐데.’

         

       월의 마경은 아예 다른 차원으로 격리되어 있는 구조인 탓에, 아무리 올리비아라고 해도 정확한 좌표를 모른다면 어쩔 도리가 없었다.

         

       아니, 설령 좌표를 안다고 해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차원 이동은 공간 마법의 극에 달하지 않는 이상 불가능하니까.

         

       [앞으로 5년이다. 5년 안에 월의 마경으로 오지 않으면, 네 저주는 돌이킬 수 없게 될 것이다.]

         

       그 망할 5년은 진작에 지나버렸다. ‘저주’가 명확하게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기 때문에 그 주술사의 말이 사실이라고 단언할 수 있었지만, 그렇다고 마냥 경시할 수도 없었다.

         

       최근 들어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는 일이 잦아졌기 때문이다. 저주라기에는 미약했지만, 오히려 그 미약함이 올리비아를 거슬리게 만들었다.

         

       전투에 임할때는 항상 머리는 차갑게 유지해야 한다. 그래야 수식이 꼬이지 않고, 수십 수 앞을 미리 읽어 대응할 수 있다.

         

       하지만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면 그 모든 것이 불가능해진다. 물론 위력은 그만큼 강해지지만, 맞추지 못하면 아무 의미가 없었다.

         

       그녀가 지금 자리에 가부좌를 틀고 앉아 명상을 하는 것도 그 일환이었다.

         

       감정 조절.

         

       ‘……더 힘들어졌어.’

         

       감정이 끓어오르는 기준이 뭔지는 아직 모르겠다. 피 냄새도 아니고, 전투도 그 원인이 아니다. 아무 전조도 없이, 갑자기 바닥에서부터 끓어오른다.

         

       어제는 독버섯을 집어먹고 엎어져버린 연쇄살인마를 보고 화를 참지 못했다. 예전 같았으면 그냥 무시하고 넘겼을텐데, 참지 못하고 그만 화염구를 처박아버렸다.

         

       의식하고 조절하려 들지 않으면, 어느 순간 감정에 매몰되어버린다.

         

       ‘내가 분노조절장애도 아니고, 이게 무슨…….’

         

       그도 아니라면 날벌레들 사이에서 일주일이나 야영한 탓일 수도 있었다.

         

       다른 마경들과 다르게, 월(月)과 일(日)의 마경은 조금 특별했다. 들어가려면 다른 마경의 열쇠가 세 개나 필요한 것부터 말이다.

         

       수의 마경은 열쇠를 드랍하지 않기 때문에 유저가 얻을 수 있는 마경 열쇠는 최대 네 개.

         

       화(火), 목(木), 금(金), 그리고 토(土).

         

       그렇기 때문에 무슨 수를 쓰더라도 월의 마경과 일의 마경을 동시에 갈 수는 없다. 두 회차에 나누어 간다면 모를까.

         

       그러니까, 올리비아는 이번 회차에서 일의 마경에 갈 수 없는 것이다.

         

       ‘어차피 갈 생각도 없었지만.’

         

       올리비아는 그렇게 생각하며 눈꺼풀을 들어올렸다. 고요한 밤하늘. 그 정가운데에 찬란한 보름달이 일렁이고 있었다.

         

       올리비아가 앉아있는 자리에 달빛이 일직선으로 내려왔다.

         

       ‘……드디어.’

         

       장거리 공간이동을 남발할 수 있는 올리비아가 그동안 월의 마경에 들어가지 못한 것도, 전부 다 저 망할 달빛 때문이었다.

         

       월의 마경 입구는 만월에만 열린다. 그동안은 저 빌어먹을 보름달이 뜨지 않아서 열쇠를 사용할 기회조차 얻지 못했었다.

         

       올리비아는 곧바로 품 속을 뒤져, 열쇠들을 꺼내놓았다.

         

       [화(火)의 마경 열쇠]

       [금(金)의 마경 열쇠]

       [토(土)의 마경 열쇠]

         

       바닥에 놓여 있던 열쇠들이 각 원소를 상징하는 빛을 내뿜으며 천천히 떠올랐다.

         

       열쇠들은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허공을 향해 날아갔다.

         

       파칭, 하는 소리와 함께 화의 마경 열쇠가 빛으로 화해 사라졌다. 새하얀 달빛이 순간 불처럼 붉은 색으로 일변했다. 주변이 공기가 타오르듯 휘몰아치며, 화염의 환영을 만들어냈다.

         

       올리비아는 멍한 얼굴로 그 광경을 응시했다. 화면 너머로 수십 번이나 보았던 광경이다. 하지만 직접 눈으로 보니 확실히 달랐다. 북극에서 오로라를 마주한 기분이 이러할까.

         

       금의 마경 열쇠 역시 터져나갔다. 그러자 온 몸이 황금으로 도배된 거대한 용이 나타났다. 용은 올리비아의 손에 들린 열쇠를 확인한 뒤, 그녀의 바로 앞으로 뛰어들었다.

         

       화악! 다음 순간 용의 형상이 사라지고, 땅바닥에 방금 보았던 황룡이 입을 벌린 ‘그림’이 나타났다. 올리비아는 용의 정수리 부근에 새겨진 열쇠 구멍을 확인한 뒤, 그대로 토의 마경 열쇠를 밀어넣었다.

         

       ‘이제 곧…….’

         

       주변 땅이 진동하기 시작했다. 마법적인 요소는 아니었다. 정령도 아니다.

         

       주술.

         

       츠츠츠츠츳!

       

       올리비아는 놀란 얼굴로 바닥을 내려다보았다. 황룡의 입 부분에, 지하로 향하는 계단이 생겨 있었다. 그 깊이가 얼마나 깊은지, 마력으로 시야를 밝혀도 그 끝이 보이지 않았다.

         

       “지금 안 일어나면 혼자 들어간다.”

       “……그건 안돼!”

       

       골골대던 연쇄살인마가 몸을 벌떡 일으켰다. 그새 극독을 해독해낸 것이다.

         

       올리비아는 먼저 지하로 내려갔다.

         

       내부는 어두웠지만, 그렇다고 보이지 않을 정도로 어둡지도 않았다. 반딧불이라도 있는 것 마냥 희미한 빛이 앞길을 밝혀준 탓이었다.

         

       솔직히, 올리비아는 주술에 대하여 잘 알지 못했다. 차라리 검술 쪽을 더 알면 알았지.

         

       월의 마경으로 들어가본 적도 몇 번 없었다. 항상 열쇠들을 얻으면 일의 마경으로 달려갔기 때문이다.

         

       ‘거기엔 보물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으니까.’

         

       월의 마경에 있는 것은, 기껏해야 유능한 주술사들 뿐이다.

         

       하지만 제국 태양궁의 가장 깊은 곳에 위치한 일의 마경에는 천년 제국의 황제들과 기사단장, 그리고 금탑주들이 사용했던 유산들이 잠들어 있다.

         

       애초에 게임이 안된다.

         

       “언제까지 내려가야 되는거야?”

       

       연쇄살인마가 그렇게 말한 순간, 계단이 일렁거리며 거대한 철문이 눈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문에는 손잡이가 없었다.

         

       [힘을 증명하라.]

         

       “……번거럽게도 하네.”

       

       이래서 주술사들이 싫다. 음침하고, 노골적이지 않은가.

         

       다른 마경들을 깨부수고 온 자가 고작 이런 철문에 고전할 리는 없다는 것을 모를리 없을텐데도.

         

       아주 고약한 장난이다.

         

       올리비아는 멍하니 서있는 연쇄살인마의 어깨를 툭툭 건드렸다.

         

       “부수면 되는거야?”

        “어.”

         

       연쇄살인마의 주변으로 검붉은 어둠이 들끓었다. 그의 낫 끝에 날카로운 예기가 깃들었다. 그 안에 내재된 기운을 감지한 올리비아의 눈이 약간 커졌다.

         

       ‘아가레스의 기운을 흡수한건가?’

         

       저번보다 강해진 것이 눈에 보였다. 물론 극미량에 불과했지만, 그것만으로도 티가 날 정도였다. 뭐랄까. 기운이 약간 패도적으로 변했다.

         

       자세를 잡은 연쇄살인마가 낫을 내질렀을 때.

         

       문이 벌컥 열렸다.

       

       “음.”

         

       연쇄살인마의 낫이 멈췄다.

         

       “하마터면 죽일 뻔했잖아.”

       “그랬다면 뒤에 분이 막아주셨을겁니다.”

       

       문틈 사이에서 등장한 남자가 빙긋 웃었다. 그는 올리비아도 아는 얼굴이었다.

         

       5년, 아니. 6년 전 아틸라 산맥에서 만났던 무왕의 직속 주술사.

         

       록파.

         

       “참으로 오랜만에 뵙는군요. 북부의 대마녀시여.”

        “대마녀?”

         

       록파가 말을 마친 순간, 연쇄살인마의 입에서 그런 소리가 튀어나왔다.

         

       “아, 이건 말하면 안되는 거였습니까?”

         

       올리비아는 눈을 가늘게 뜨고 록파를 노려보았다. 놈은 명경(明境)을 개안한 주술사다. 운명을 점칠 수 있는 놈이, 방금 발언이 만들어낼 여파를 모를 리 없었다.

         

       “올리비아 너……마녀였어?”

        “닥쳐.”

        “…….”

       

       연쇄살인마는 숨소리까지 참았다. 다만 그는 상상의 나래를 펼치는 것까지 참지는 않았다. 일주일 전에 느꼈던 그 기운은, 확실히 마녀라고 하면 납득할 수 있었다. 이번에 주술사들을 찾아온 것도 그렇고…….

         

       ‘다시 한 번.’

         

       세상을 멸망시켜보려는거다.

         

       연쇄살인마는 마른침을 삼켰다. 역시, 올리비아다. 세상을 한 번도 아니고 두 번이나 멸망시키려 하다니. 마왕도 그렇게는 못할 것이다.

         

       ‘이번에는 최대한 버텨봐야겠어.’

         

       연쇄살인마는 주먹을 불끈 쥐며 다짐했다.

         

       적어도 이번에는 멸망의 순간까지는 지켜본 다음에 죽고 싶었다.

         

       “너네 스승은 어디에 있냐? 애초에, 너는 여기로 다시 어떻게 들어온건데?”

       “하하. 이야기가 길어질 것 같으니 잠시 차나 한 잔 하시겠습니까?”

         

       올리비아가 뭐라 하기도 전에 록파는 이미 저 앞까지 걸어가 있었다.

         

       옆에 서있던 연쇄살인마가 말했다.

         

       “올리비아. 쟤…….”

        “알아.”

       

       시간을 끌고 있다.

         

       “어떻게 하려고?”

        “일단은, 어울려줘야지.”

         

       주술사들은 악마만큼이나 속이 시커먼 족속이니까.

         

       물론 그 뜻까지 시커멓지 않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이러는 것이다.

         

       “제가 밟는 곳을 정확히 밟으셔야 합니다.”

        “안 그러면 어떻게 되는데?”

        “하하. 저는 그래본 적이 없어서 모르지만, 아마 처음 있던 장소로 추방당할겁니다.”

         

       연쇄살인마는 다리를 찢어가며 록파의 보폭에 맞췄다.

         

       주술사들은 마치 엘프들처럼 나무 틈 사이에 거처를 만들고 살았다.

         

       주변을 찬찬히 둘러보던 올리비아가 말했다.

         

       “너는 네 스승의 모습도, 목소리도 알지 못한다고 말했던 걸로 기억하는데.”

        “맞습니다. 기억력이 좋으시군요.”

        “여기 있는 주술사는 기껏해야 마흔 명 밖에 안 돼. 아무리 정체를 숨기려고 해도, 소거법으로 지워낸다면 얼마든지 알아낼 수 있었겠지.”

       “하하. 합당한 추론이십니다. 하지만, 저는 정말로 제 스승님의 편린조차 알지 못합니다.”

       

       올리비아가 넌지시 말했다.

         

       “네 스승. 아우렐리아냐?”

        “…….”

         

       록파는 이번에는 웃지 않았다. 금세 원래 표정으로 돌아오기는 했지만, 올리비아는 그 찰나를 놓치지 않았다.

         

       “내가 아무리 주술사들에 대해 아는 게 없어도, 사제간의 연을 맺을 때 이름을 교환한다는 것 정도는 알거든?”

       

       올리비아는 록파의 앞을 가로막았다.

         

       “대답해. 네 스승, 아우렐리아냐?”

         

       대마녀, 아우렐리아.

         

       열 번이고, 백 번이고, 전 회차의 기억을 계승하기로 맹세한 동료.

         

       “……예.”

         

       올리비아는 눈을 질끈 감았다.

         

       무언가 문제가 생긴 것이 틀림 없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Ilham Senjaya님!!!!!!!

    -뚜알기가 조아님 30코인 후원 감사드립니다….!

    악! 감사합니다!

    -김이얀님 89코인, 55코인 후원 감사드립니다!

    오늘로 완성 되었군요.

    피보나치

    캄사합니다..!!!!!!!

    다음화 보기


           


I Became the Witch Who Destroyed the World

I Became the Witch Who Destroyed the World

세계를 멸망시킨 마녀가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destroyed the world to see its Annhiliation Ending.

And I possessed my Character Olivia in the game.

However… … .

[The world is rebuilt.] – NPCs killed by you return.

– Princess Aria hates you.

– Sword Saint Kiel wants to slit your throat.

… … Isn’t that a bit of a regression?

Comment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