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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48

       일이 꼬였다.

       

       정파의 무인들을 상대하는 민가를 보고서 백일이 처음으로 한 생각은 이것이었다.

       

       백일은 어떤 식으로든 민가를 회유할 생각이었다.

       

       처음에는 민가가 지닌 무력이 다른 곳에 넘어가기 전에 정파의 안에 들일 생각밖에 없었다.

       

       민가가 천마신공을 사용하는 것은 사실이나 저 자는 화산문주를 압도할 정도로 고강한 무인이다.

       

       만일 저 자가 지닌 힘이 사파. 최악의 경우에 천마신교로 흘러가게 된다면 무림맹에 큰 피해가 될 것이 분명했다.

       

       그래서 그 때 백일은 민가가 어느 곳에도 갈 생각이 없다는 말을 한 걸 듣고는 그녀를 그냥 보내주었다.

       

       다른 곳에 가지 않는다면 천마신공을 사용하는 무인을 굳이 무림맹에 들일 이유가 없었으니까.

       

       허나 그녀가 화산을 재건하게 되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단순히 천마신공을 사용하는 무인과 화산의 문주가 지니는 의미는 전혀 달랐다.

       

       전자는 그저 강한 개인에 불과하지만 후자는 아니다.

       

       후자는 정파라는 세력의 근간을 흔들 수 있는 존재였으니까.

       

       백일이 생각하기에 지금의 무림맹은 사상누각이었다.

       

       천마가 무림을 휩쓸면서 강한 개인의 앞에서 단체가 무의미하다는 것을 증명해 버린 것이 가장 큰 문제였다.

       

       많은 문파들이 무림맹에 소속되려 했던 것은 맹이 자신들을 지켜 줄 것이라 믿었기 때문이었다.

       

       허나 무림맹은 천마의 앞에서 무력했다. 천마가 정파의 세력을 말살시키는 동안 무림맹은 그녀를 막지 못했다.

       

       지금 정파가 숨을 쉬고 있는 이유는 어디까지나 천마가 그들을 살려 두었기 때문이지 무림맹이 활약해서가 아니었다.

       

       재앙이 휩쓸고 간 자리를 복구하느라 정신이 없을 적엔 이야기가 나오지 않았지만 상황이 어느 정도 안정된 지금은 달랐다.

       

       무림맹에 소속되어야 할 이유가 있느냐는 회의감이 계속해서 튀어나오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화산이라는 명문이 저 혼자 자리를 비워버리면 어떻게 될 지는 너무도 뻔했다.

       

       그래서 백일은 민가를 어르고 달래어 화산을 정파에 넣을 생각이었다.

       

       그런데 이게 무슨 일이란 말인가. 천마신공에 대한 적대감 탓에 시작부터 일을 그르치고 말다니!

       

       이래서 내가 찾아가겠다고 한 것이었는데!

       

       백일이 빠르게 상황을 수습하기는 했지만 이미 벌어진 일을 되돌릴 수는 없었다.

       

       상황은 최악이었다.

       

       “그래서 할 이야기라는 게 무엇인가?”

       

       민가는 자신의 기분이 좋지 않다는 걸 조금도 숨기지 않았다.

       

       입에 문 곰방대도. 날이 선 시선도. 삐뚜름한 눈빛도.

       

       자신이 받은 대우가 무척이나 불쾌했다는 것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었다.

       

       “이야기를 하기 전에 우선 목부터 축이시지요. 좋은 차입니다.”

       “본인은 이 곳에 그리 오래 머물고 싶지 않다만.”

       

       자신의 앞에 있는 찻잔을 옆으로 밀어내는 것은 보통 무례이나 지금은 다르다.

       

       질책을 하는 것이다.

       

       자기가 이만큼 화가 났다는 것을 드러내는 것이다.

       

       백일은 겉으로 웃음을 지으며 머리를 굴렸다.

       

       여기서 괜히 이야기를 꺼내 봐야 좋은 대답을 들을 수 있을 것 같진 않다.

       

       그러니 우선 다른 화제로 먼저 간을 본 후에 다음에 다시 이야기를.

       

       “그 쪽이 망설인다면 내가 먼저 말을 꺼내지. 단적으로 말해서 난 정파에 속할 생각이 없네. 나도. 나의 문파도.”

       

       먼저 치고 들어오는가. 기회를 놓치지 않는 군.

       

       백일은 속으로 한탄을 하면서도 겉으론 사람 좋은 웃음을 지우지 않았다.

       

       상대가 본론을 꺼내버린 이상 화제를 돌리는 것은 불가능하겠지. 어울려주어야 한다.

       

       “이전에도 정파에 들어올 생각은 없었지만 오늘 이 일 때문에 확신이 되었군. 본인은 이 곳에 속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야. 그렇게 생각하지 않나?”

       “천마가 새긴 상처가 아직 아물지 않은 일부 이들이 있어서 그런것이지요.”

       “일부? 그런 것치곤 나를 공격하는 이와 방관하는 이 뿐이지 않았나.”

       

       민가의 말을 들은 백일은 찻잔을 강하게 쥐었다.

       

       실로 멍청한 놈들이었다. 천마를 증오하는 이가 저들 밖에 없다 생각하는가.

       

       모두들 숨죽이면서 복수의 칼날을 갈고 있는데 저들의 감정 때문에 일을 그르치게 만들다니.

       

       백일은 민가의 말에 반박할 수 없었다. 가해자는 무림맹이요 피해자는 그녀이니 여기서 백일이 무어라 말을 한들 의미가 없었다.

       

       “그에 대해선 당사자들을 데려와 직접 사과를.”

       “됐네. 본인은 이미 마음을 돌릴 생각이 없어. 이만 돌아가보겠네.”

       

       그녀는 백일에게 말을 할 시간조차 주지 않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명분에서 밀리고 입장에서 밀리는 백일로써는 무작정 민가를 잡아둘 수 없었다.

       

       그렇게 민가가 떠나간 후 차가 그대로 남아 있는 잔 두 개와 함께 남겨진 백일은 의자에 기대어 천장을 바라봤다.

       

       “영악한 여자구나.”

       

       당했군. 완전히 당했어.

       

       처음부터 끝까지 민가에게 놀아나다가 이야기를 끝마쳐 버리지 않았나.

       

       가만 오늘 있었던 일을 복기하던 백일은 이 모든 게 민가가 계획한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마냥 의심 암귀라 할 수는 없었다.

       

       저가 무림최강에게 연락을 한 순간부터 의도는 이미 읽힌 상태였을 것이다.

       

       화산이 새로 설립이 되자마자 만나고 싶다 연락을 했으니 바보가 아닌 한 알 수 있겠지.

       

       모든 걸 파악한 상태에서 저 알아 찾아가겠다는 데 굳이 직접 무림맹에 발을 들인 이유가 무엇이겠는가.

       

       천마신공을 다루는 자가 그 무공이 미움받는다는 사실을 과연 몰랐을까?

       

       다 알고서 이 곳에 온 것이 아닐까.

       

       정치적으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기 위해서.

       

       생각해보면 민가는 자신이 갑작스레 기습 당한 상황 속에서도 느긋이 대처를 하고 있었지.

       

       …지금 하는 추측이 사실이라면 민가는 본래 생각했던 것보다 위험한 사람일지도 모르겠구나.

       

       백일은 머릿속이 어느 정도 정리되자마자 목소리를 냈다.

       

       “신영아.”

       “예. 장로님.”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이 문이 열리며 한 사람이 들어왔다.

       

       무림맹의 세련된 건물에는 어울리지 않는 여러모로 허술한 인상의 남자였다.

       

       떡진 머리와 무성하게 자란 수염. 낡아서 해진 옷과 이곳저곳에 묻은 검댕은 그를 거지처럼 보이게 했다.

       

       “일을 좀 하자꾸나.”

       

       좋은 말로 해결되지 않는다면 좋지 않은 수단이라도 사용해야 하지 않겠나.

       

       평생을 그리 살아온 백일은 비겁한 수단을 사용하는 데에 일말의 망설임이 없었다.

       

       그에게 중요한 건 명예니 뭐니 하는 것이 아니었다.

       

       중요한 것은 그의 동료들이 남기고 간 무림맹의 존속이며, 그를 통한 천마에 대한 복수뿐이었다.

       

       그 이외에 중요한 건 아무것도 없었다.

       

       “천마가 지나간 후에 무림맹이 아무것도 안 하고 손을 놓고 있었던 게 아니라는 걸 보여줘야 할 때가 온 것 같구나.”

       

       화산을 정파 아래에 둘 수 없다면 정파를 나간 이들이 어찌 되는 지에 대한 본보기로 사용할 수밖에.

       

       *

       

       신공의 기운을 퍼트려 주변의 내기를 집어 삼킨 후 그를 몸 안에서 운기한다.

       

       정상적인 방식과는 거리가 한참은 먼 행동이다.

       

       본래 운기조식이라 함은 호흡을 하며 자연스레 스며드는 자연의 내기를 받아들이는 것이지 자연에 흐르는 내기를 약탈하는 것이 아니니 말이다.

       

       어지간한 무인이 이와 같은 행동을 했다가는 내공의 상승보다 주화입마가 오는 시간이 더 빠를 것이다.

       

       그럼 나는 왜 이러고 있는 것인가 하면 본인은 이래도 괜찮기 때문이다.

       

       본인이 어디 패악질을 부리는 내기를 몸 안에서 정돈해 본 게 하루 이틀 일이겠는가.

       

       운기를 하면서 가만 스스로의 몸을 관조한다.

       

       본인이 생각을 했던 것보다 내기가 느는 속도가 빨랐다.

       

       단순히 본인의 실력이 뛰어나서라거나 주변의 환경이 좋아서 같은 이유가 아니었다.

       

       그 정도를 본인이 예상하지 못했겠는가.

       

       지금 게임 속의 몸은 내 지식을 벗어난 속도로 성장하고 있었다.

       

       무에 관한 것이라면 거의 모르는 바가 없다시피한 본인이 예상할 수 없는 지점이라하면 하나 뿐이겠지.

       

       게임의 시스템.

       

       본인이 무림의 사람이 아니라 외부에서 온 존재이기에 남들보다 빠른 속도로 성장을 하고 있는 게 아닐까.

       

       이런 속도라면 절정의 벽을 뚫는 데도 그리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겠구나.

       

       경우에 따라서는 사파련의 나부랭이들을 털어서 환단이나 귀물을 가져 올 생각도 하고 있었다마는 굳이 고생을 할 이유가 없겠군.

       

       운기를 끝마치고 눈을 뜬 나는 허공에서 착지한 후에 곰방대를 꺼내어 입에 물었다.

       

       비어 있던 머릿 속에 오늘 백일을 만났을 때의 일이 떠올랐다.

       

       나는 백일의 부탁을 다소 거칠게 거절했다.

       

       상황도 괜찮았고 명분에 있었기에 과감하게 질러버렸지.

       

       그는 본인이, 지금의 화산이 정파에 들어올 지도 모른다는 가능성을 아예 지워버리기 위함이었다.

       

       그 놈들이 현 화산을 잠정적으로 정파라 판단하고 이것저것 간섭을 하기 시작하면 여러모로 성가시니까.

       

       그 때 했던 행동을 후회하진 않는다. 해야만 하는 일이었으니까.

       

       다만 걸리는 것은 그 상대가 백일이었단 거겠지.

       

       본인은 백일 그 노친네에게 여러모로 고생을 해 본 경험이 있다.

       

       그 작자는 정파에 집착하지만 조금도 정파답지 않은 인간이다.

       

       자신이 바라는 것을 이루기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지.

       

       그 성향은 지금도 비슷하리라.

       

       백일은 반드시 무슨 수작을 부릴 것이다.

       

       그것은 무림맹의 세력을 이용한 압박일 수도 있고, 아니면 그 놈 특유의 음습한 수단일지도 모른다.

       

       그 때가 찾아온다면 본인은 또 다시 무림맹과 한바탕을 하게 되겠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야. 또 다시 무림의 공적이 되어야 한다니.

       

       시작이 달라도 결과가 같으니 이것이 나의 운명인 것인가.

       

       “바루야. 거기에서 무얼 하고 있느냐.”

       

       곰방대의 연기가 오르는 동안에 나올 것이라 생각을 했다마는 바루는 끝까지 수풀 뒤에 숨어 본인을 살피고 있었다.

       

       그러면 본인이 그대를 눈치 채지 못하리라 생각했느냐?

       

       아무리 도술로 인기척을 지우려 해도 본래 그대가 가진 기운을 감출 수는 없느니라.

       

       “알고 있었으면 미리 말을 하거라.”

       “왜 숨어 있었던 게냐.”

       “뭐라 말하기 어렵구나. 순간 다가가기가 어려웠다고나 할까.”

       “산의 신령이 자신의 산에서 겁을 먹은 것이야?”

       “무슨 소리를! 그대를 배려하고 있었단 소리다!”

       

       내가 슬며시 놀렸더니 바루가 기함을 해선 소리를 질렀다.

       

       어이쿠야. 거 무섭구나. 무서워.

       

       내가 장난스레 웃는 것이 마음에 안 들었는지 바루는 씩씩거리며 내게 삿대질을 했다.

       

       “다른 곳에선 몰라도 이 산에서 본인은 누구에게도 지지 않는다!”

       “오호. 정말인가? 시험을 해볼까?”

       “…방금 말은 좀 과장이었다! 그래도 어지간하면. 응. 그렇지.”

       

       그리 자신이 있다면서 본인을 이길 수는 없는 것이더냐?

       

       녀석. 주제 파악이 잘 되어 있구나.

       

       그 모습이 귀여워서 바루의 머리를 꾹꾹 눌러주었다.

       

       “그럼 누군가가 그대를 공격하러 온다 해도 다 해치울 수 있겠구나.”

       “물론이지! 내 괜히 산의 신령이라 불리는 줄 아느냐!”

       “그거 참 안심이 되는구나.”

       

       백일이 바루를 노린다 하여도 어지간한 전력으론 바루를 이길 수 없겠지.

       

       이러니저러니 해도그녀가 강한 것은 분명 사실이니 말이야.

       

       설령 바루가 밀린다 하여도 온갖 신비한 도술을 사용하는 바루를 잡을 수나 있을까.

       

       음. 이 녀석은 그리 걱정할 필요가 없겠구나.

       

       “오늘은 이만 물러가보도록 하마.”

       “벌써 가려는 것이냐? 평소보다 이르구나. 무슨 일이라도 있느냐?”

       “일이라면 있지.”

       

       오랜만에 아피스를 하러 가야 하거든.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보러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잠시 근본게임으로 돌아가겠습니다.

    다음화 보기


           


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천마님 방송하신다
Status: Completed Author:
He couldn't pass his habits to others upon his return. The Heavenly Demon remained a martial art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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