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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49

       모두가 충격을 받은 표정으로 마왕을 바라봤다.

         

       죽지 않는 불사의 힘.

       그건 어딘가 익숙하고 잘 알고 있던 힘이었기 때문이다.

         

       상상하지도 못했다.

       아니 그런 방식으로까지 쓸 것으로 생각하지도 못했다.

         

       천칭의 반대편에 용사를 올려놨듯이, 이번에는 나를 올려둔 것이다.

         

       나의 불사 능력을 복사한 것이다.

         

       “…저런 짓까지 가능하다니.”

         

       이를 악물었다.

       그래서였나.

       나를 그토록 곁에 두려고 한 이유가.

       모든 걸 내주면서 옆에 두려고 했던 이유가.

         

       그래서였던 거냐?

         

       “아아….”

         

       마왕에게는 나는 일종의 보험이었다.

       용사의 힘을 천칭에 올려, 무한한 상승효과 끝에 세상을 멸망시킬 힘을 그려 모으는 게 첫 번째 목표였고.

       그게 실패한다면, 나의 불사를 천칭에 올려서 삶을 연명하면 되는 거다.

         

       그래서 어떤 조건을 들이밀어서라도, 곁에 머물도록 만들려 했다.

         

       몸을 일으키며, 죽은 이후로 다시 깨어나서 처음으로 그의 존재를 불렀다.

         

       “대악마.”

       [후후….]

         

       그의 웃음이 귓속에서 들려왔다.

       역시나, 이놈은 날 지켜보고 있었다.

         

       수정 구슬 내부에서도, 모두가 경악하는 와중이며, 오필리아는 자신만의 방법으로 저 너머를 바라보는지, 그녀의 표정은 잔뜩 구겨진 체였다.

         

       그들이 어느 한 곳에 집중하고 있을 때, 나는 대악마에게 냉정히 물어봤다.

         

       “내 불사 능력을 가져갔어도, 즉시 부활은 하지 못할 텐데?”

       [천칭의 권능을 무시하는가? 우리의 계약마저도 그대로 활용하는 중이다.]

       “…말도 안 되는군.”

         

       그 권능이 가진 가능성이 무척이나 무궁무진하다는 건 알았지만,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이었다.

       무엇이든 복사해서 가져가고, 하다못해 나의 계약마저도 똑같이 쓸 수 있었다.

         

       그렇다면 어찌해야 한다는 건가?

       마왕은 이제부터 죽어도 다시 살아나는 괴물이었다.

       내 불사가 어떤 방법으로도 지울 수 없듯이, 마왕도 마찬가지로 어떤 방법으로도 그녀를 죽일 수 없게 됐다.

         

       “일단, 그녀는 불문율을 사용했겠지.”

         

       대신 그녀가 지닌 천칭의 특징이 있다.

       거기에 누군가를 올리는 방식은 무조건 한 대상만 가능하다.

       당연하지만 미리 올려두고 있었던 용사와의 천칭을 끊고, 거기에 날 올리기 위해서 불문율을 사용했을 거다.

         

       천칭으로 한 약속으로 모두 어길 힘을 말이다.

       대신, 함부로 쓸 수 없다는 건 확실하다.

       그녀가 불문율을 쓴 걸 보았던 기억은, 회귀 전 대전쟁을 치르기 위해 조약을 깼을 때, 그리고 나를 포함한 마왕군 간부들을 배신할 때 말고는 본 적이 없었으니까.

         

       일단 기억하기론 두 번이었다.

       만약 생에 두 번까지만 쓸 수 있다면, 그녀는 이미 한 번의 기회를 활용한 셈이다.

         

       “…방법이 있을까?”

         

       하지만 그렇게 생각해 봐도, 딱히 마왕을 처리할 방법은 없었다.

       게다가 용사와의 천칭을 끊었다 하더라도 마왕 본신의 힘이 어디 가는 건 아니다.

       마왕은 기본적으로 초월자였으며, 용사파티 전원이 상대해야지만 겨룰 수 있는 강자였다.

         

       오히려 용사에 묶여있어서 지금까지 본신의 힘이 약해졌던 거다.

       기존 마왕의 힘을 쥐고 있으면서도, 약하지 않은.

       그야말로 최악최흉의 마왕이 그곳에 있었다.

         

       내가 고심에 빠져있을 때, 싸움이 이어졌다.

       마왕이 강렬한 마기를 흩뿌리자, 검성이 한발 앞서나가서 그 마기의 힘을 쳐내었다.

       하지만 단숨에 죽였던 방금과는 다르게, 다소 힘겨운 모습을 보여주었다.

         

       검은 단검을 손에 쥔 마왕이 미친 것처럼 미소를 지었다.

         

       “고작 그것뿐이냐?! 그걸로 날 상대할 수 있을까?”

         

       어차피 죽지 않는다는 걸 알고 있던 마왕은 마음껏 몸을 던져가며 싸우기 시작했다.

       안 그래도 무너졌던 마왕성 일대의 바닥이 뒤집힌다.

         

       그렇다고 해서 아직은 용사파티가 밀리지는 않았다.

       설사 죽지 않는 최흉의 마왕이라 할지라도, 지금의 용사파티는 역대 최강이라 할 수 있었다.

         

       단지 저 마왕을 잡는다고 해서, 되살아나서 그렇지.

         

       프랑은 고민에 빠지다가 수정 구슬 너머의 날 불렀다.

         

       “아르갈, 당신도 불사자잖아요! 어떻게 방법이 없어요?!”

       “…방법이라.”

         

       방법이라면, 하나 있긴 하지.

       하지만 이걸 선택한다면, 저들은 과연 동의해 줄까?

       시선을 돌려, 날 지켜보고 있던 대악마를 바라보았다.

       대악마는 그저 날 바라보면서, 보이지 않는 미소를 짓고 있었다.

       과연 어떤 선택을 할지 말이다.

         

       우선 지금으로서 할 수 있는 최선을 입에 담았다.

         

       “나의 불사를 천칭으로 옮겼다, 모든 능력도 고스란히 가져갔을 거다. 만일 이게 정말 똑같다면…. 그녀는 광기에 빠지겠지.”

       “그렇다고 해서 마왕이 안 날뛰는 건 아니잖아요!”

         

       마왕은 죽으면 죽을수록, 광기에 빠진다.

       하지만 광기에 빠진다고 해서, 뚜렷한 정답이 생겨날까?

         

       그나마 최선이라면, 대악마와의 계약을 해지하는 것이다.

       그래야 마왕이 최소한 즉시 부활하는 것만큼은 막을 수 있으니까.

         

       물론 그런다고 해서 마왕을 죽일 마땅한 방법은 없었다.

       그래서 불사자인 나를 막아냈던 적은 아무도 없던 것이다.

       하다못해 회귀 전의 용사파티마저도 막을 방법이 없어서 내 목숨을 취하지 못했고, 세상이 멸망하던 그 순간에도 난 죽지 않았다.

         

       “제일 나은 방법을 찾아보겠다.”

       “아, 알겠어요! 일단 저것부터 막아야…. 꺅!”

         

       얼마나 싸움의 여파가 강렬한지, 수정 구슬을 통하여 전해져 오는 화면도 불분명했다.

       마왕쯤 되는 존재가 제 목숨을 신경 쓰지 않고 싸울 수 있다는 이점이 얼마나 강력하겠는가.

       하다못해 반 푼 치의 초월자밖에 되지 못한 나도 그렇게 날뛸 수도 있었는데.

         

       “대악마.”

       [불렀는가?]

       “나와의 계약을 해지할 수 있는가?”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즉시 부활을 막는 것이다.

       대악마는 그저 웃으며 날 바라보았다.

         

       [그 계약이 함부로 해지할 수 있는 것으로 보이는가?]

       “…그 어떤 대가를 치르겠다고 해도?”

       [흐흐흐, 맺었으면 끊을 수 없는 종류의 계약, 하다못해 나조차도, 잘라내고 싶더라도 자를 수 없으니라.]

         

       말이 안 되는 소리 같지만, 나는 대악마가 허언을 하리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만한 존재가 거짓말을 할 이유도 없기도 했다.

       다시 고민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아무리 용사파티가 한 번씩은 마왕을 죽이고, 압도할 수 있어도.

       결국 밀리는 건 그들이었다.

         

       깊게 한숨을 쉰다.

       결국, 그렇게 귀결되는구나.

       이 모든 결말은 이렇게 끝맺음 되는구나.

         

       “…내 불사를 네가 가져갈 방법은?”

       [영원불멸하고, 영혼에 흡착된 저주, 혹은 권능. 그것을 어찌하여 내가 가져갈 수 있겠는가?]

       “역시 안되는군.”

         

       불사를 가져갈 수 있냐며, 회귀 전에도 이미 대악마에게 물어봤었다.

       이번에도 똑같이 물어봐도 그는 안된다며 거절했다.

         

       그래서 마지막으로 물어봤다.

         

       “이번에 내가 죽어, 삶을 종결시킬 수 있다면.”

       [하하하….]

         

       대악마는 나의 말을 듣자마자, 그저 웃기만을 했다.

       미친 것처럼, 광소를 지었다.

         

       [영혼은 찢어져 소멸하고, 영혼에 흡착된 불사는 갈 길을 잃고 권능을 잃으리. 불사의 권능자가 죽음을 맞이하는 모순과 맞부딪쳐 붕괴할 텐데, 어찌 불사가 남겠는가.]

         

       그 미소와 정답을 알려주자, 아주 한 줌의 망설임을 품고서 몸을 일으켰다.

         

       죽어야 한다.

         

       죽으면 더는 견디지 못한 나의 영혼은 소멸할 것이며. 사실상의 죽음을 맞이할 거다.

         

       그렇게 되면 죽음이란 존재하지 말아야 할 권능이 소멸에 이르리라.

         

       마왕은 더 이상 천칭의 반대편에 올려놓을 것이 없어지게 된다.

         

       나는 진정한 죽음을 맞이했을 테니까.

         

       “오필리아.”

       “…문제가 심각한데, 가만히 있는 게 낫지 않겠어?”

       “어차피, 내가 가도 마왕은 결코 날 상대하지 않을 거다.”

         

       오히려 지킨다면 지키겠지.

       불사의 근원이 바로 나 자신인데.

         

       원래라면 고민 없이 이 자리에서 죽음을 맞이했을 거다.

       그래야, 마왕을 깔끔히 죽일 수 있고, 변수도 없겠지.

         

       하지만 그래선 안 된다.

       그러면 안 된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이대로 간다면, 너희에 대한 예의가 아니겠지.”

         

       이것이 어떤 감정인지는 몰라도.

       이대로 죽어선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지막이라도, 얼굴을 봐야겠지.

         

       그 생각으로 저 처참히 붕괴하는 마왕성 속으로 가야겠다는 마음을 먹었다.

         

       “대악마.”

       [흐흐흐흐.]

         

       대악마는 여전히 웃고 있었다.

       그의 웃음을 들으면서, 내가 원하는 걸 입에 담았다.

         

       어차피 그와 대화를 나눠봐야, 오필리아에게는 들리지도 않을 거다.

       대악마는 모종의 방법으로 남들이 대화를 듣는 걸 막는 듯싶으니.

         

       대놓고 이 자리에서 말했다.

         

       “원하는 때에, 날 죽게 만들 수 있을까.”

       [하, 하하하 하하! 죽음이라, 불사자에게 주어지는 영원한 죽음이라!]

         

       대악마는 광소를 지으며 나에게 물어봤다.

         

       [그렇다면 대가는?]

       “네가 원하는 것.”

         

       어차피 대악마는 일관적이었다.

       오직 흥미, 재미만으로 모든 걸 바라보는 놈.

       그걸 말해주었다.

         

       “너의 재미.”

       [훌륭한 대답이다.]

         

       그렇게 대악마의 존재는 완전히 사라진다.

       원하는 때에, 다시 등장하여, 나의 목숨을 거두어 가겠다는 의지만을 남겼다.

         

       “가자, 오필리아, 그들과 마주해야 하니.”

       “…모르겠네, 이게 맞는 짓일지.”

         

       다시 시선을 돌려 그녀를 바라본다.

       오필리아는 어딘가 불길함을 느끼면서도, 거절은 하지 못했다.

         

       우릴 지키고 있던 골램 하나가 쿵쿵거리며 다가오곤, 여기 위에 타라며 허리를 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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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Can’t Die, Can I?

I Can’t Die, Can I?

나 안 죽는다니까?
Score 3.0
Status: Ongoing Type: Author: Artist: Native Language: Korean

I was betrayed by the Demon King and returned to the past.

To get revenge, I sacrificed my worthless life to save the lives of the Hero’s companions.

But they became obsessed with protecting my one and only life,

even the Hero herself.

This is the copyrighted cover art from Novelp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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