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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49

    사령이 닥쳐들었다.

    위아래로 쩍 벌어진 뱀의 주둥이에서 어중간한 포효가 날아든다.

    공기가 파르르 떨리며 미세한 독기가 엄습했다.

    죽음이 연상됐다.

    솜털이 삐죽 솟는 감각 속에서, 이지연은 망설이지 않고 움직였다.

    대지를 끌어와 도끼의 자루를 길게 늘린다.

    전신에 한계치까지 강체를 끌어올려 자루를 꽉 움켜잡았다.

    곧이어 강기를 끼얹는다.

    두터운 녹색 강기가 도끼를 휘감았다.

    특히나 날 부분에서 강기가 폭발하듯 솟구쳤다.

    ‘태산.’

    태산은 대지를 다루는 고유능력.

    대지를 다루는 과정에서 그 안에 속해있는 생기를 다루고, 생기를 통해 사령을 다루기도 한다.

    하지만 그 근본은 결국 대지(大地)를 다루는 것.

    오래전부터 땅이라 함은 곧 생명의 근원이었고, 힘의 상징이기도 했다.

    이지연은 대지의 힘을 끌어왔다.

    땅을 디딘 다리를 뿌리 삼아, 대지의 마력과 생기를 가득 움켜쥐어 육체로 끌어당겼다.

    꽈드드득! 꽉 부여잡은 자루가 바스러지는 듯 진동했다.

    자루와 손아귀 사이에서 섬뜩한 파열음이 울렸다.

    이지연은 이를 빠득 악물며 팔을 휘둘렀다.

    도끼의 날붙이가 공기를 호쾌히 베어 가르며 낙하한다. 삽시에 덮쳐든 사령의 머리 위로 도끼가 내리 찍혔다.

    – 꽈아아아앙─!

    “큭…!”

    도끼가 내리꽂힌 뱀의 머리가 땅에 처박혔다.

    충격과 동시에 돌풍이 사방으로 몰아쳤다.

    폭발이 일어난 듯 흙더미가 비산하고, 가뜩이나 앙상한 나무들이 중간에 뚝 부러져 날아갔다.

    이지연은 그를 신경 쓸 틈이 없었다. 여운을 추스르기도 전에 몸을 날렸다.

    콰각! 방금까지 있던 자리로 흉흉한 꼬리 칼날이 냅다 박혀들었다.

    ‘단단해…!’

    양팔이 저리다. 가만히 있질 못하고 파르르 떨리는 팔이 뚝 끊어질 것만 같다.

    이지연은 파르르 떨리는 손아귀를 바라봤다.

    파사삭… 자루만 덩그러니 남은 도끼가 보였다.

    충돌하면서 도끼의 상단이 완전히 날아갔다.

    – 캬아아악!

    그래도 나름 상처는 입혔다.

    땅에 처박힌 머리를 들어 올려 휘젓는 뱀의 머리통에 남은 상흔이 그 증거다.

    하지만 치명상까지는 아니다.

    얼굴이 저절로 일그러졌다.

    첫 일격.

    태산을 가득 실어 내리찍은 일격으로 제대로 된 치명상을 주지 못했다.

    ‘4위계 남짓? 알파까지는 아니야.’

    이지연은 냉정하게 분석했다. 자신에게 날아든 속도와, 도끼질을 견딘 내구성.

    신체수준으로 추정되는 위계는 4위계에서도 하위.

    4위계 몬스터는 2급 던전의 알파개체로 나올 법한 괴물로, 마경 내부에서도 작은 구역을 가질만한 괴물딱지다.

    절망할 정도의 차이는 아니다. 날이 박히지 않는 건 아니다. 계속 두들기다 보면 언젠간 죽는다.

    4위계를 단독으로 토벌해 본 적은 없지만, 죽일 수 있다는 건 안다.

    ‘하지만…’

    오싹함이 전신을 뒤덮었다.

    이전의 위기감은 애들 장난처럼 여겨지는 생명의 위기.

    뱀이 입을 다물더니 주둥이를 부풀렸다. 흡사 무언가를 머금은 듯한 모양새.

    살점이 부족해 비워진 구멍으로 주둥이에 머금은 것이 뚝뚝 새어 나왔다.

    – 치이이익…

    진한 녹색이 감도는 검은 액체… 또한 함께 새어 나오는 연기…

    이전의 것과는 비교를 불허할만치 위험한 독물이다.

    “회피─!”

    이지연이 버럭 외치며 땅을 박찼다.

    이지연이 대응하는 동안 진형을 잡고 있던 팀원들도 땅을 박찼다.

    뱀이 찢어진 눈을 씰룩이며 주둥이를 열었고.

    녹색 파도가 쏟아졌다.

    태양이 가라앉아 어둠이 만연한 공간이 녹빛에 물들었다.

    줄기가 모조리 뜯겨나가 쓸쓸하게 남아있던 그루터기가 독물에 잠기더니, 삽시에 형체를 남기지 못하고 녹아내렸다.

    그뿐만이 아니다.

    독물은 마치 기화하듯 연신 독가스를 뿜어내고 있다.

    독물이 먼저 쏟아지고, 독물이 가스의 형태로 사방으로 번져나갔다.

    독물에 잠긴 대지가 녹아내려 점차 낮아졌다. 잠기지 않은 대지는 독기를 머금고는 녹고 썩어문드러졌다.

    하늘이 곧 독가스로 가득 차듯 진녹색으로 물들었다.

    – 사아아아아…

    그 지경이 되고도 뱀의 주둥이는 닫힐 줄을 몰랐다. 쏟아지는 독물은 멈출 기세가 보이지 않았다.

    흡사 댐이 무너져 방대한 용량의 물이 일거에 쏟아지는 듯했다.

    주변 일대가 죽었다.

    독물에 잠긴 구역은 말할 것도 없고, 그에 수십 배는 가뿐히 넘을 구역조차 독기에 절여져 죽어나가고 있다.

    그리고, 그 범위는 지금도 기하급수적으로 넓어지고 있다.

    그들은 독물의 범위에서 가까스로 벗어나, 높이 끌어올린 땅 위에서 멍하니 독물의 해일을 바라봤다.

    “…이런 미친.”

    이지연이 멍하니 뇌까렸다. 그녀의 안색은 마치 죽은 사람처럼 새하얗게 질려있었다.

    그녀를 비롯한 팀원들의 낯빛도 비슷했다.

    멀리 떨어져 있는 이곳.

    공기로 와닿는 독기를 느끼고 있자니 저절로 얼굴이 새하얗게 질려버린다.

    ‘…저건.’

    저 뱀은 사령이다.

    이미 죽어 생기를 잃은 시체에 사령을 욱여넣어 강제로 움직이는 시체인형이다.

    어찌 됐든 생전보다 약해질 수밖에 없다. 온갖 추가 공정을 통해 전력을 끌어올릴 수는 있지만, 그게 원본을 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무엇보다 저 뱀의 모양새를 보면 추가 공정한 흔적은 전혀 없다.

    오히려 불안정하다.

    구석구석 살필 것도 없다.

    대충 살펴봐도 살점, 뼈, 비늘 따위가 부자연스레 비어있는 곳이 보인다.

    그 공백은 흑색 마력과 잡다한 사령들이 메꾸고 있다. 누가 봐도 불안정한 상태임을 알 수 있다.

    또한 사령술을 익힌 그녀의 시선에는, 저 사령의 구성 자체가 누더기 같다는 걸 간파했다.

    그런 영락한 시체인형의 추정되는 위계가 4위계다.

    그렇다면…

    ‘생전의 원본은…?’

    이지연은 안색이 딱딱하게 굳었다.

    ‘잠깐.’

    문득 떠오른 생각에 저 멀리서 독물을 쏟아내는 사령을 살펴봤다.

    종류는 뱀.

    체구는 어지간한 상가 건물보다 몇 배는 큰 거대종이다.

    검녹색의 비늘과 섬뜩한 노란색 눈동자.

    꼬리에 매달린 큼지막한 흉기, 두 개로 갈라진 목…

    무엇보다, 남아있는 한쪽 주둥이에서 미친 듯이 쏟아지는 독물…

    어디서… 정확히는 역사서와 고위계 몬스터 분류에서 많이 본 외형과 특징이다.

    3위계, 진녹색 뱀, 두 개의 머리, 한쪽 주둥이에서 쏟아지는 독기.

    ‘쌍두독룡…’

    3위계의 알파.

    중국이라는 국가의 숨통을 끊어버린 희대의 괴물.

    그딴 괴물이, 사령이 되어 다시금 나타났다.

    – 사아아아…

    그에 혼란스러워할 틈은 없었다.

    한차례 독물을 가득 뱉어낸 사령… 독룡은 고개를 좌우로 털고는 이지연이 있는 방향으로 머리를 돌렸다.

    이내 접근하는 독룡.

    멀어진 거리가 좁혀졌다.

    독물의 파도를 이끌며 다가오는 모습이 그렇게 공포스러울 수가 없었다.

    이지연은 그 광경에 공포를 느꼈다.

    강렬한 생명의 위협을 느꼈다.

    독에 절여져 생기를 잃고 문드러지는 초목이 느껴졌다.

    독물에 닿는 순간 별다른 저항도 못하고 소멸한 사령을 느꼈다.

    생존본능이 비명을 질렀다.

    독룡의 신체수준은 4위계에서도 낮은 축에 속한다고 짐작했다. 알파도 아니다. 이지연도 충분히 죽일 수 있는 수준이다.

    신체수준만 따져서는 그랬다.

    저 고유능력… 독물을 생각하면?

    못 죽인다. 애당초 독기를 주변에 두르고 있는 이상 접근이 어렵다.

    본체를 찾아서 처리한다? 그동안 독룡이 가만히 있을까?

    설령 우회해 본체를 찾아내도 불안정하게나마 독룡을 사령화시킨 사령술사다.

    결코 쉬운 싸움은 아닐 것이다.

    이성적으로 생각하면 여기서 이 전력으로 맞붙는 건 자살행위다.

    우선 퇴각한다.

    본가로 지원 요청은 보내뒀다. 마력파장이 지랄맞다 해도 아마 수신은 됐을거다. 

    이 지경으로 난리가 났으면 협회에서도 사태를 알아차렸을 터.

    이지연이 고개를 돌렸다.

    그녀와 마찬가지로 꽁꽁 얼어붙은 팀원들에게 지시를 내리기 위해서다.

    “…퇴각─”

    ─한다.

    말이 중간에 뚝 끊겼다.

    고개를 돌린 이지연의 시야로, 한 팀원의 품에 안겨 바닥에 속을 게워내는 여자아이가 보였다.

    ‘아.’

    무명에게 구출된 아이다.

    아이의 안색은 새까맣게 죽어있다.

    그걸 감안해도 전체적으로 피부가 침침하다.

    두 눈이 풀려 동공이 파르르 떨리고, 손끝이 굳어가고 있다.

    중독 증상이다.

    이지연을 비롯한 팀원이 마법과 고유능력으로 보호했음에도, 미세한 독기를 들이마셔 중독된 것이다.

    그나마 그런 보호가 있었기에 즉사하지 않았다.

    하지만 중독됐다.

    한 팀원이 계속 해독제를 먹이고, 치유계열 고유능력을 쏟아붓고 있지만 큰 차도는 보이지 않았다.

    “……”

    다 같이 퇴각한다.

    지금도 시시각각 거리를 좁혀오는 독룡을 꼬리에 매달고?

    “씨발.”

    도대체 몇 번째인지 모를 천박한 욕설을 입에 담았다.

    머리가 아팠다.

    마음 같아서는 도망치고 싶었다.

    생존본능이 꿱꿱 비명을 지르는데, 누가 도망치기 싫을까.

    하지만 그녀는 과분하게도 태산 가문의 후계자라는 신분을 쥐고 있었다.

    또한 이번 수색 작전에서 1팀을 이끄는 책임자의 자리 또한 맡고 있었다.

    “…지시 전달합니다. 전 팀원은 구출 대상을 데리고 퇴각하세요.”

    “아가씨는요?”

    한 팀원이 불안한 기색으로 되물었다.

    그에 슬쩍 시선을 돌려, 이쪽으로 접근하는 독룡을 바라봤다.

    무섭다.

    이지연은 도망가고 싶었다.

    “저는 잠시 시간을 벌고 따로 후퇴합니다.”

    태산 가문의 후계자는, 책임자의 자리를 맡은 그녀는 그래선 안됐다.

    “아가씨!”

    “절대 안 됩니다!”

    “차라리 저희가─”

    “전부 닥쳐요. 지시 불복종으로 먼저 죽여버리기 전에.”

    곧장 반발이 터졌다.

    그것을 부드럽게 받아줄 여유가 없었다. 이지연은 싸늘하게 반발을 찍어누르며 고개를 돌렸다.

    ”2, 3팀장. 각각 진형 조율해서 포위망을 뚫고 퇴각. 직후 보호 대상을 해독하고, 협회에 긴급 신호 넣고 민간인 대피 이행하세요.”

    “하지만…!”

    팀원들의 반발은 여전했다.

    “…진짜 죽을 사람처럼 보진 말고요.”

    단순한 상명하복이 아니라, 그들의 눈에 담긴 걱정과 슬픔을 느낀 이지연이 기세를 누그러트리며 말했다.

    “저도 도망칠 수가 있으니까 이러는 거예요.”

    그리 말하며, 이지연은 사령의 시야를 공유 받았다.

    아까 봤던 사령의 시야 속 깊이가 가늠되지 않는 협곡의 중간쯤.

    허공에서 일렁이는 몽환적스러운 안개… 던전의 입구가 보였다.

    * * *

    머리카락이 하얗게 물들었다.

    몇 번이고 확인해 봤지만 색깔이 달라지진 않았다.

    ‘뭐야 또?’

    손에 잡히는 머리카락을 문지르며 저도 모르게 떨떠름한 표정을 지었다.

    아까까지만 해도 검은색이던 머리카락이 하얗게 바뀌었다.

    잠시 관측된 정보를 되짚자, 대략 십몇 분 전부터 변하기 시작했다는 걸 알아냈다.

    변화는 현재 진행 중이다.

    지금도 조금씩이지만 변하고 있다.

    새치… 라고 하기에는 변화가 너무 빠르다.

    애당초 염색도 아니고, 머리카락이 제멋대로 색을 바꾸는 경우가 얼마나 있을까.

    ‘어라.’

    문뜩 떠오른 생각에 머리카락을 문질렀다.

    색깔이 뭔가 익숙했다.

    같은 계통의 색깔이라고 해도 저마다 차이가 있다.

    육안으로는 구분이 힘든 사소한 차이일 수도 있고, 한눈에 보기에도 큰 차이일 수도 있다.

    이 색깔은 워낙 독특해, 쉽게 구분이 갔다.

    ‘이거 서율이 머리카락 색이랑 거의 똑같은데.’

    떼 하나 없는 순수한 눈 같은 새하얀 바탕에 오색으로 은은하게 빛나던… 이 세상 것 같지 않던 고운 머리카락.

    당장 오색으로 빛나진 않지만, 관측으로 돌려보니 사실상 일치한다.

    인간이 아니라 요정인 서율이만이 가지던 신비롭던 머리카락.

    그리고 그와 거의 일치하게 색이 바뀌고 있는 내 머리카락.

    – 저는 이하율 생도가 인간이 아니라, 요정이 아닌가 생각했습니다

    지금도 마음을 심숭생숭하게 만드는 발언…

    ‘모르겠다.’

    잠시 머리카락을 문지르다가, 그냥 다시 호수에 몸을 담갔다.

    애당초 간단한 부상은 제멋대로 치유하고, 으깨져 절단했던 다리까지 재생한 수상한 몸뚱이다.

    사실 머리카락 색 바뀌는 정도는 별로 놀랄 일이 아니었다.

    몸을 호숫물에 푹 담갔다.

    – 보글보글…

    입까지 담그고서, 괜히 호수 표면에 물방울을 톡톡 만들어봤다.

    지금도 더 많은 마력을 받아먹기 위해 집중하고 있다.

    괜히 당장 다른 곳에 정신력을 할애하고 싶지 않았다.

    ‘슬슬 수호의 증명도 나올 때가 됐는데.’

    슬쩍 호수의 한구석에 졸졸 쏟아지고 있는 폭포를 관측했다.

    꽤 크기가 되는 주제에 기세가 꽤나 잔잔하다.

    덕분에 호수에 일어나는 물결도 무척 얌전했다.

    그런 폭포의 안쪽에는 작은 동굴이 있다.

    곧 수호의 증명이 나타날 장소다.

    원작의 시간과 대입해 보면, 이제 진짜 나타날 시점이다.

    ‘빨리 서율이한테 가야 해…’

    시간이 꽤 소요되고 말았다.

    지금이라도 찾아간다면, 서율이와 며칠이라도 시간을 보낼 수 있다.

    괜한 조바심에 보글거리는 물방울의 수를 늘린 즘이었다.

    사방으로 퍼져 외유를 즐기던 정령들이 하나둘 돌아오기 시작했다.

    ‘생각보다 금방 돌아왔… 구나…?’

    정령들이 점차 호수 위로 모여들었다.

    호수의 표면이 알록달록하게 물들었다.

    기분 탓인지 몰라도 정령들이 이전보다 밝아진 듯했다.

    그건 이상할 게 없었다.

    ‘얘네는 뭐야?’

    이상한 점은, 호수에 모여든 빛무리의 수가 늘어나있다는 점이다.

    보낸 건 백 남짓이었는데, 돌아온 건 삼백쯤 된다.

    나는 어이없는 표정을 지으며 내 코앞에서 알짱거리는 정령을 쿡쿡 찔렀다.

    푸른색을 뽐내는 물의 정령은 마치 간지럽다는 듯 빨빨거리더니 거리를 조금 벌렸다.

    참고로 쟤는 나랑 계약한 정령이 아니다.

    뉘집 자식인지 모르겠다.

    ‘너네 뭐니?’

    대충 그런 생각을… 의념을 쏘아내도 별다른 답이 돌아오진 않았다.

    그냥 기분 좋다. 더 쓰다듬어줘. 간지러워 등등… 간단한 감정파만 돌아올 뿐이다.

    하위 정령은 자아가 흐릿하니까. 제대로 된 소통은 불가능하다.

    ‘…계약할까?’

    나는 슬쩍 내 그릇의 여유를 확인했다.

    여유 만만이다.

    애당초 계약한 정령이 백에서 멈춘 건 그릇의 한계가 아니라, 계약할 정령이 더 이상 없었기 때문이다.

    계약한 정령이 많아서 나쁠 건 없다.

    계약을 진행하기 위해 슬쩍 정령에게 접근했다.

    – 우우웅!

    그때였다.

    호수 표면이 출렁였다.

    작은 지진이 연달아 일어나듯 무수히 생기는 물결이 퍼지고, 호숫물이 노랗게 물들었다.

    호수에 둥둥 떠있는 노란색 잎과 동일한 색감이다.

    ‘나왔다.’

    수호의 증명이 나타나는 신호다.

    플레이어가 며칠 동안 호수에 파묻혀 시간을 보내야 하는… 귀찮으면서도 쉬운 기믹.

    10초가 지나지 않아 호숫물의 색깔은 원래대로 돌아왔다.

    하지만 폭포 내부의 동굴에서 새로운 정보가 관측됐다.

    화색을 띠며 폭포로 향했다. 폭포는 정반대 편에 있었다.

    곳곳에 둥둥 떠있는 노란 잎과 오색 빛무리를 해치며, 폭포로 다가섰다.

    호수의 중앙을 가로질렀다. 제법 수심이 깊어져 내가 똑바로 서면 입까지 잠길 깊이였다.

    – 우우우웅!

    ‘?’

    호수가 또 출렁였다.

    물결이 일어나며 호숫물이 얼굴을 두드렸다.

    ‘뭐야.’

    기믹은 한 번이 끝인데.

    나는 우뚝 굳어 주변 상황을 살폈다. 혹여 불의의 사고가 터진 걸까 잔뜩 경계심을 세워 관측을 돌렸다.

    내 심경을 반영하듯 정령들도 사방을 휘적이며 언제 튀어나올지 모를 위협을 경계했다.

    – 쩌적

    ‘?’

    관측에 이변이 발생했다.

    관측만이 아닌, 공간도 그를 인지했다.

    내 위쪽.

    하늘의 공간이 일렁이더니, 무언가를 뾱 뱉어냈다.

    ‘요격─ 아니 잠깐!’

    미리 준비해둔 마법들을 우수수 쏟아내려던 순간 화들짝 놀라 당장 쏘아내려던 마법을 다급히 중지했다.

    마법과 함께 온갖 속성공격을 쏟아내려던 정령들도 화들짝 놀라 몸집을 줄였다.

    공간에 퉤 뱉어낸 사람이 낯설지 않았다.

    ‘이지연?’

    태산의 후계자인 주연격 등장인물.

    2학기 중에 만날 계획이었던 사람이 어째서인지 마력의 호수에 입장했다.

    요 근래 중국 땅에서 활동하고 있다는 건 들었지만… 여기서 마주할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그것도 상처투성이인 모습으로.

    이지연은 몸을 가누지 못하고 힘없이 낙하했다.

    의식은 있는 듯했지만, 제대로 움직일 수가 없는 모양이다.

    부유마법을 발현했다.

    중력에 힘없이 호수의 정중앙에 내리꽂히려던 이지연이 천천히 내려왔다.

    그녀를 받아들기 위해 손을 뻗던 도중.

    문뜩 든 생각에 손이 멈췄다.

    내 손이 하나인데가 짧고, 키도…

    – 뿌득

    키도… 작은 탓에 직접 받아들기에는 좀 뭣하다는 생각에 도달했다.

    뭣 씹은 표정으로 하늘의 날개깃을 조작했다.

    여러 줄기로 나뉜 하늘의 날개깃이 이지연을 사뿐히 받아들였다.

    “으, 으… 죽기 싫어…”

    일단 바닥에 내려놓을 생각으로 호수에서 빠져나오고 있자 이지연의 몸이 들썩였다.

    마치 악몽이라는 꾸는 듯 눈꺼풀이 파르르 떨리더니, 천천히 눈이 뜨였다.

    진녹색 눈망울이 모습을 드러냈다.

    눈에 의아하다는 감정이 담겼다.

    지금 상황이 이해가 안 되는 모양.

    잠시 주변을 훑던 시선이 그녀의 곧 내게 닿았다.

    “…아…”

    이지연의 입에서 희미한 외마디 탄성이 흘러나왔다.

    “…천사님?”

    “?”

    머리를 다쳤나?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5600자 정도 되면 사실상 연?참이 아닐까요?

    + + +

    Ilham Senjaya 님! 선작과 추천과 댓글은 작가에게 큰 원동력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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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Academy’s Disabled Student

I Became the Academy’s Disabled Student

아카데미 장애인 전형 생도가 되었다
Score 3.9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created a game character.
Instead of taking several perks, I added restrictions.

▶Restriction (I): “Curse of Sensory Seal”
─Permanently seals a chosen sense.
─Choice: Sight, Taste, Smell

▶Restriction (II): “Curse of Short Life”
─You are born with a body doomed to a short life.

▶Restriction (III): “Curse of Silence”
─Speaking causes you pain.

When the next day came, I couldn’t see anyt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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