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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49

       언어란 지성을 가진 존재의 가장 큰 무기 중 하나.

       

       다른 개체와의 원활한 의사소통을 하는 것으로 지성체는 더욱 더 많은 것을 얻을 수 있게 되었으니.

       

       언어란, 지성을 가진 존재에게 있어서는 무척이나 중요한 것이었으니.

       

       

       그것이 오히려 약점이 될수도 있다는 것은 아직 많은 이들이 모르고 있었다.

       

       

       “푸하하하! 뭐야 이거! 진짜로 되잖아!”

       

       

       나는 바알과 함께 엘프들 사이에서 일어나고 있는 수많은 토론을 지켜보았다.

       

       

       “그저 조금 귓가에 속삭인 것 뿐인데, 정말로 믿고 있잖아!”

       

       “아무도 없는 상황에서 희미한 목소리가 들려온다면, 그것을 자신의 생각이라고 믿게 되니까 말이지.”

       

       

       내가 바알에게 가르친 것은, 약간의 소문을 흘리는 방법이었다.

       

       혼자 있는 상황에서, 아주 희미한 목소리를 귓가에 흘려넣는 것.

       

       그런 목소리를 들은 사람의 반응은 그 사람의 정신력에 따라 달라지곤 했었다.

       

       정신력이 굳건한 사람이 처음 듣는다면 환청 같은 것이라 생각하여 무시하고, 꾸준히 들린다면 마음이 희미하게 흔들리며.

       

       정신력이 보통인 사람이라면 처음부터 마음이 흔들리다가 이내 기울어지고.

       

       정신력이 약한 사람이라면 귓가에 들려온 목소리를 자신의 생각이라 착각했다가, 계속 들려주면 정신착란을 일으키고는 했었으니.

       

       단지 희미한 목소리를 들려주는 것만으로도 그런 일이 가능한 것이었다.

       

       

       “그건 그렇고, 정말로 난장판이네.”

       

       “사람의 의견은 제각각이니까. 수많은 의견이 충돌하면 이렇게 되는게 당연하지.”

       

       

       물론, 이는 엘프 뿐만이 아니라 신들에게도 적용되는 것이지만.

       

       

       “네가 신들의 왕이 된다면, 이것보다 더한 것을 겪게 될 것이다. 그들을 잘 조율하고 잘 다루는 것이 너의 일이란다.”

       

       

       신들이란, 대부분 커다란 자아의 덩어리일테니까.

       

       인간들을 다스리는 것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힘들겠지.

       

       

       “음…. 그냥 힘으로 찍어 누르면 되지 않아?”

       

       “힘에 의존하여 지배한다면, 너보다 더 강한 존재가 왕이 되겠다고 나선다면 뒤집어지게 될것이다. 물론 단순한 논리로 빠르게 지배할 수 있겠지만. 그에 대한 반발은 적지 않을테지.”

       

       

       거기에, 힘으로 억눌렀다면 그 힘으로 억눌린 자들이 언젠가는 스프링처럼 튀어오르게 될테니까.

       

       영원히 억누를 수 있다면 모를까.

       

       

       “음…. 잘 모르겠어.”

       

       “지금 당장은 알 필요는 없지.”

       

       

       아직은 신들의 왕이 아니니까. 다른 아이들의 시험도 반 정도 남았고.

       

       

       “이번 시험은…. 솔직히 난 별로 한 것이 없는 것 같아.”

       

       “그렇긴 하지만. 하지만 네가 해결하기에는 너무 어려운 시험이었으니 말이다.”

       

       

       이그드라실도 너무하지. 어떻게 그런걸 시험으로 낼 수 있는지.

       

       솔직히, 바알 혼자서는 해결이 불가능한 문제라고.

       

       

       “아무튼, 이런 식으로 계속 이야기를 속삭여서 과일을 먹도록 유도하면 되는거지?”

       

       “그래. 그렇게 한다면 육식에 편중된 엘프의 식단을 조금이나마 고칠 수 있을테니까.”

       

       

       물론 육식 위주라는 사실이 변하진 않지만. 과일도 먹기 시작한게 어디겠어.

       

       

       “시간이 조금 더 있었다면 식물의 잎 정도는 먹을 수 있게 여론을 조작했겠지만…. 한달은 너무 짧구나.”

       

       “식물의 잎?”

       

       “그래. 이그드라실 말로는 식물의 잎은 사람의 머리카락과 크게 다르지 않은 느낌이라고 하니까. 계속해서 자라나고 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빠지는 머리카락.”

       

       

       그렇다면 나뭇잎이 없는 식물은 탈모냐는 질문은 하지 말자.

       

       탈모 그 자체만으로 그들에게는 큰 슬픔일지니.

       

       

       “아무튼, 이런 식으로 여론을 조작하여 조금씩 과일을 먹어도 된다는 분위기를 조성해가면 이그드라실이 낸 시험도 무난하게 통과하겠구나.”

       

       “응. 그런데 나에게 내려진 시험인데…. 너무 가이아가 많이 도와준게 아닐까?”

       

       

       바알은 약간 걱정스러운 얼굴로 말했다.

       

       확실히, 내가 거의 다 도와주긴 했지만…. 하지만 저런 어려운 시험을 바알이 혼자서 할 수 있었을 것 같진 않은걸.

       

       내가 도와줘서 해결했다는 점을 숨긴다면 괜찮지 않을까?

       

       

       – – – – – – – – – – – – – – – – – – – –

       

       

       “엄마. 아무리 문제가 어렵다고 해도 그렇게 전부 다 해주면 안되죠.”

       

       

       냉정산 샤마쉬의 눈빛 앞에서, 나는 식은땀을 뻘뻘 흘렸다.

       

       음. 으음. 역시 너무 많이 도와줬나.

       

       실피드 때도 그렇고, 이그드라실 때도 그렇고. 솔직히 답이 안나올 정도로 어려운 시험인걸. 내가 도와주지 않으면 답도 없는 시험들이었으니까.

       

       실제로 실피드때는 1대1 경주에서 완전히 패배하기도 했고, 이그드라실이 낸 시험도 바알의 머리로는 답을 낼 수 없는 시험이었으니까.

       

       반칙에 가깝다는 것을 알고 있었음에도 도와줄 수 밖에 없었으니까.

       

       그리고, 그런 반칙이 지금 이렇게 들통이 나버린 것이었다.

       

       

       “솔직히, 엄마가 조금씩 도와줄거란 생각은 했었지만, 이건 좀 과하잖아요. 거의 엄마가 시험을 해결한 것이나 마찬가지라구요.”

       

       “그, 하지만 들어보렴. 이그드라실이 낸 문제가 너무 어려우서 가능성이 전혀 없지 않니.”

       

       “그렇게 어려우니까 시험으로서 가치가 있는거라구요. 엄마가 다 도와주면 그게 시험으로서 무슨 가치가 있나요!”

       

       

       다그치는 샤마쉬의 말. 자식에게 혼나야 하다니. 으음…. 하지만 확실히, 내가 잘못한 것이라서 뭐라고 변명을 할 수가 없구나.

       

       

       “정작 이그드라실은 만족하고 있는 모양이지만….”

       

       

       저쪽에서 엘프들을 살펴보며 싱글거리고 있는 이그드라실은, 엘프들 중 일부가 과일을 입에 넣기 시작하는 모습을 보며 매우 만족하고 있었으니까.

       

       

       “말 돌리지 마세욧! 이 샤마쉬! 빛과 정의와 법의 신으로서! 공정하지 않은 엄마의 행태를 처벌하겠어요!”

       

       “아이고. 자식이 어미를 핍박하는구나! 늙으면 죽어야지!”

       

       “우는척도 통하지 않거든요! 애초에 죽지도 않으면서!”

       

       “칫.”

       

       

       뭐, 어쩔 수 없지. 반칙을 저지르긴 했으니까.

       

       

       “벌로! 다음 시험들이 진행되는 동안 저 아이와 이야기 하는 것을 금지합니다!”

       

       “아, 그래서 바알을 옆방에서 기다리도록 했던것이냐.”

       

       “네! 그리고 시험이 모두 진행되는 동안 저희들과 함께 있을 것! 하는 김에 맛있는 것도 잔뜩 만들어주셔야 해요! 그리고 또…. 그리고….”

       

       “그래그래. 해달라는건 다 해줄테니 걱정하지 말거라.”

       

       

       어쩔 수 없구만. 그동안 이 아이들에게 소홀했던 것이 상당히 서운했던 모양이다.

       

       나머지 시험은 바알이 잘 헤쳐나가도록 기도하고, 한동안 이 아이들을 돌보는 수 밖에.

       

       

       “아무튼. 이그드라실. 네 시험은 이걸로 통과한 것이지?”

       

       “네! 저 아이들이 과일을 입에 대는 모습을 보게 되다니. 감격이에요!”

       

       

       진심으로 기뻐하는 이그드라실. 큰 근심을 덜어낸 모습이 무척이나 보기에 좋았다.

       

       

       “솔직히 엄마가 너무 도와준 것 때문에 시험에 불합격 시키고 싶었는데, 이그드라실이 저렇게나 좋아하니…. 어쩔 수 없네요.”

       

       “음. 그럼 다음 시험은 누구 차례였지?”

       

       

       내 말에 샤마쉬는 엄지손가락으로 자신을 가리키며 말했다.

       

       

       “다음 시험은 제 차례! 이 시험은 정말로 쉽지 않을 걸요!”

       

       

       가슴을 활짝 펼치며 당당하게 말하는 샤마쉬.

       

       흐음. 이쯤 되면 바알을 시험할 생각은 없고 그냥 어려운 시험을 내고싶어 하는거 아닌가?

       

       그냥 적당히 신들의 왕이 될 자격을 시험하기를 바랬는데 말이야.

       

       

       “자. 그러면 바알을 데려올게요. 어떤 시험인지 말해줘야 하니까요!”

       

       

       샤마쉬는 그렇게 말하고는 옆방에 있는 바알을 데리러 갔다.

       

       흐음. 조금 불안한데. 샤마쉬가 어떤 시험을 낼지가 걱정이야. 으음.

       

       하지만 지금의 나는 바알에게 도움을 줄 수 없게 되었으니…. 바알이 알아서 잘 헤쳐나가길 바라는 수 밖에.

       

       

       “자! 도착! 그러면 시험을 발표하도록 하겠습니다!!”

       

       

       일말의 불안감을 가슴 속에 묻고서, 나는 바알을 데려온 샤마쉬를 바라보았다.

       

       눈부신 금발 롤헤어의 미소녀의 손에 이끌려 오는 하늘색 머리의 소년의 모습.

       

       음. 이건 꽤나 어울리는 느낌인데.

       

       정작 본인들은 별 감정이 없으니, 유감이로구만.

       

       

       “내가 낼 시험은!!!”

       

       

       샤마쉬는 품 속에서 파피루스의 스크롤을 꺼내더니 촤악! 소리가 나도록 펼쳐들었다.

       

       그 스크롤에 적혀 있는 것은.

       

       

       “빛의 반대편에 있는, 형체가 있되 붙잡을 수 없는 것을 데려와라!”

       

       

       엑.

       

       

       “빛의 반대편에 있는, 형체가 있되 붙잡을 수 없는 것…?”

       

       “그건….”

       

       “아니….”

       

       

       샤마쉬의 시험을 본 나와 아이들의 표정이 싸늘하게 식어가기 시작했다.

       

       아니, 이거. 딱 봐도 그녀석을 데려오라는 시험이잖아.

       

       이런 것을 시험으로 내도 괜찮은거야? 나도, 다른 아이들도 오랫동안 찾아도 찾을 수 없었고, 그나마 몬스터들의 마석 속에서 아주 작게 조각난 일부만 찾을 수 있었는데.

       

       그런걸 시험으로 낸다고? 진짜? 진심?

       

       그냥 바알을 신들의 왕으로 만들고 싶지 않다는 의미잖아.

       

       

       “샤마쉬야…. 너 양심이….”

       

       “아아아아! 안들려요! 안들려! 아무튼! 이게 시험이니까! 기간은 넉넉하게 1년 정도! 작은 단서라도 좋으니까!!! 엄마는 반칙 때문에 더 이상 너를 도와주지 못하니까!! 혼자서 열심히 찾아오도록!”

       

       

       샤마쉬는 그렇게 말하고서는 바알의 등을 떠밀어 방 밖으로 쫓아내 버렸다.

       

       끄응. 바알을 신들의 왕으로 만드는 것은 여기까지인가.

       

       아니, 그런데 왜 이렇게 어려운 시험들을 내는거야? 적당히 바알의 능력을 시험하는 정도로만 낼 순 없었던거야? 그렇게 바알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거야? 설마 바알이 말한 가이아가 나라는 것을 전부 눈치챈건가?!

       

       나는 내 마음을 몰라주는 아이들이 약간 야속해지기 시작했다.

       

       이래선…. 결국 내 일이 더 늘어나버리잖아….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반응이 없다. 평범한 시체인듯 하다.)

    오늘도 행복한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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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ether You Call Me a Guardian Dragon or Not, I’m Going to Sleep

Whether You Call Me a Guardian Dragon or Not, I’m Going to Sleep

늬들이 날 수호룡이라 부르든 말든 난 잘거야
Score 8.4
Status: Ongoing Type: Author: ,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The story of a human reincarnated as the Creator God of a new world, and her observation logs of the burgeoning new world and life. — Dragons, which have existed since before the birth of human civilization, became the guardian dragons of the empire. But whether you guys call me that or not, I’m going to slee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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