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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49

       법복이 몸에 맞지 않기라도 했던 모양이군.

        

       황제는 가방을 든 채 생각에 잠겼다.

        

       법복을 입었기에 루카스는 탈출할 수 있었다. 황제 본인의 검기나 검성의 검기를 막아내던 것을 보면, 확실히 성능 자체는 압도적이라고 할 수 있으리라.

        

       단, 법복에도 한계는 있다.

        

       그걸 입고 있는 인간이 고통에 둔감하지 않다면, 혹은 어떤 상황에서 빠져나갈 능력이 없다면 결국 계속되는 공격에 무력화되리라. 실비아가 쏜 총 한 발에 고통스러워했던 것을 보면, 제국군 기준으로 그렇게까지 걱정할 필요는 없을지 모른다.

        

       저 법복을 입는 자가 전부 루카스 같을 수는 없을 테니까.

        

       “네 실력이 루카스만큼은 안 되는 모양이군.”

        

       “……죄송합니다.”

        

       제이든이 고개를 푹 숙이면서 대답했다.

        

       “아니다. 어쩌겠느냐. 애초에 불가능한 것을.”

        

       “…….”

        

       황제는 선의에서 한 말이었지만, 제이든에겐 그렇게 들리지 않았던 모양이다.

        

       제국 최강의 기사. 그 이름에 자부심도 있겠지.

        

       그러고 보니, 둘이 진심으로 목숨을 걸고 싸웠던 적은 없었던 것 같다. 적어도 아이들끼리는 나름대로 우애가 있다고 생각했는데.

        

       “베라티는 죽지 않았다고?”

        

       “그렇습니다. 현재 회복 중입니다. 목숨에는 지장이 없지만, 언제 깨어날지는 알 수 없다고…….”

        

       “실비아도 그렇고.”

        

       제이든의 얼굴이 찡그려졌다. 아마 루카스 때문에 그렇게 되었다고 생각하겠지.

        

       반은 맞는 말이었다.

        

       하지만 나머지 반은……

        

       “알았다. 일단 너는 네 임무로 복귀하라.”

        

       “알겠습니다.”

        

       제이든도 상처를 입긴 했지만, 그렇게까지 심하지는 않았다는 것 같다. 루카스는 도망치는 데 온 힘을 다하고 있었으니까. 만약 정말로 제대로 된 결투였다면 제이든도 무사하지는 못했겠지.

        

       제이든은 척, 차렷 자세를 해 보인 뒤 뒤로 돌아 알현실에서 나갔다.

        

       앨리스는 그 이후로 실비아 방에 계속 붙어있었다. 상처만으로는 생명에 지장이 없었다는 말을 들어도 안심할 수 없는 모양이었다. 간병인이 방에 붙어있긴 했지만, 앨리스는 자기 손으로 실비아를 돕고 싶어 했다.

        

       어쩌다가 그렇게까지 우애가 좋아진 건지.

        

       ……아마 실비아 때문이겠지. 여기 처음 오는 순간부터 실비아는 앨리스를 배려했으니까.

        

       “흠.”

        

       황제는 손에 들고 있던 가방을 열었다.

        

       안에 들어있는 것은, 지보였다.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것은 아니었다. 법국까지 가서 그 난리를 치고 나오며 아무것도 가지고 나오지 않았을 리는 없었으니까.

        

       하지만, 이 지보가 그런 효과를 가지고 있을 줄은 몰랐다.

        

       “지금까지 그런 종류의 인간을 만나본 적이 없었으니까.”

        

       자기 의문에 자기가 답하듯, 황제는 중얼거렸다.

        

       “아니, ‘인간’이라고 할 수 있을까?”

        

       전 세계의 모든 국가, 특히 여신교와 관련된 신화를 가진 국가라면 대부분 지보가 중요한 무언가라는 것을 알고 있다. 단순히 가지고 있는 마력량만 보아도 분명 ‘어딘가에 중요하게’ 쓰일 열쇠라는 것은 알고 있지만, 그 역할에 대해서 정확하게 알고 있는 자는 드물었다.

        

       그렇다. 드물었다.

        

       황제는 그 ‘드문 인간’ 중 하나였고.

        

       황제에서 황제로, 오로지 황위를 물려받는 이에게만 이야기로 전할 수 있는 전설이 있다. 팬그리폰과 여신에 얽힌.

        

       하지만 그 이야기를 따르자면, 지보는 하나로 완성되지 않는 이상은 써먹을 수 없는 것이었다.

        

       언젠가 전부 모으는 것이 좋겠지만, 그 모으는 대상이 굳이 제국이 될 필요는 없었다. 어차피 지보를 사용해야 할 곳은 성지. 마지막에는 법국과의 전쟁이 필수였으니까.

        

       제국이 단 한 조각의 지보만 확보하고 있더라도, 마지막에는 힘으로 밀어버린 뒤 차지하면 그만이었다.

        

       세상을 움직이는 장치의 톱니바퀴.

        

       여신의 힘을 찬탈하려던 팬그리폰의 완성하지 못한 기계장치.

        

       그 깨진 톱니바퀴의 조각이 바로 이 지보였다.

        

       “하나만으로 어떤 힘을 가졌을 거라고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는데 말이야.”

        

       중요한 장치의 부품을 이루는 조각.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하나의 조각만으로 가치는 없다. 있다고 하더라도 장치를 가동할 수는 없으니까.

        

       하지만— 

        

       조각났다 하더라도 여신의 힘이 담긴 물건이라는 뜻인가.

        

       가면을 쓴 여자가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그 여자가 가진 지보가 실비아의 힘을 막는 것이다.

        

       이 지보는 그 가면을 쓴 여자의 힘을 막고. 그렇게 생각하면 아귀가 맞는다.

        

       물론 여전히 의문은 남는다. 만약 실비아가 여신이거나, 그 여신의 화신이라면 어째서 원수나 다름없는 팬그리폰을 돕고 있는가. 어째서 자신이 아닌 앨리스를 황제 삼으려 하고 있는가.

        

       어쩌면, 나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지도 모르지. 황제는 그렇게 생각했다.

        

       황제가 지보를 모으는 순간을 기다려 마지막에 강탈하려 한다면.

        

       그렇다고 하더라도 지보는 필요하겠지.

        

       실비아는 지보가 있음에도 능력을 사용할 수 있었다. 그 후유증이 어마어마하긴 했지만.

        

       그리고 그 가면 쓴 여자가 가진 지보가 근처에 없다면 다시 깨어난 뒤 능력을 쓰는데 제한은 없을 것이고.

        

       혹시라도 있을지 모르는 그 비슷한 존재들을 상대하기 위해서라도 지보는 반드시 모아두어야 했다.

        

       “이건 쓸모가 있겠군.”

        

       황제는 다시 가방을 내려다보며 웃었다.

        

       *

        

       또 실패했다.

        

       삐걱거리는 몸을 이끌고 그녀는 생각했다.

        

       찰칵, 찰칵. 기계 움직이는 것 같은 소리가, 손가락을 움직일 때마다 계속 들렸다. 사실 굳이 손가락을 움직일 때만 들리는 소리는 아니었다.

        

       걸을 때도, 무언가를 보기 위해 눈을 움직일 때도. 뭔가 생각을 할 때에도 머릿속에서 계속해서 들렸다.

        

       소리를 멈추고 싶지만, 그럴 수 없다. 그것이 움직이는 소리만이 그녀가 존재한다는 증거였으니까.

        

       몸에는 분명 피도 흐르고, 뼈와 살이 있었지만—

        

       어느 곳을 보아도 보이는 것은 똑같다. 만화경 한가운데 몸이 둥둥 떠 있는 것 같은 감각. 한없이 작은 무언가가 되어버린 것 같은.

        

       실비아를 볼 때마다, 가슴 속에서 찰칵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느껴지는 것은 반가움. 그리움. 기쁨과 슬픔.

        

       하지만, 이 몸으로는 목소리조차 제대로 내지 못한다. 웃음소리도 낼 수 없다.

        

       앨리스— 나는 앨리스인가?

        

       기억은 있다. 기억이 있으니 실비아를 볼 때마다 그런 감정을 느끼는 거겠지.

        

       실비아는 슬픈 표정을 하고 있었다. 실비아는 ‘앨리스’인 자신을 쏘고 있었다. 하지만 그 총은 빗나가버리고—

        

       그다음에는 앨리스의 날개가—

        

       끊임없이, 끊임없이 후회하고 후회했다.

        

       아니, 그게 후회‘했다’는 것이 맞을까? 내가 정말로 후회했을 수가 있을까? 그건 분명 틀린 표현이리라. 앨리스는 그때 없었으니까. 정확히는, 애초에 아직 일어나지도 않은 일이니까.

        

       찰칵, 찰칵. 머릿속이 복잡해질수록 뭔가 움직이는 소리는 더 커진다. 머리가 진동하여 부르르 떨렸다.

        

       사실 이 몸을 감싸고 있는 것은, 이 피와 살은, 그저 장식이나 다름없는 것이 아닐까.

        

       머릿속의 이 장치들만이 그녀가 존재한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라면.

        

       누가 이 몸을 만들고, 이런 기억을 집어넣은 것인가.

        

       어째서 그런 곳에 멋대로 떨어뜨리고, 아무것도 가르쳐주지 않는가. 대체 무엇을 생각하고 있었기에, 이런 장기말을, 나를 만들어서—

        

       —그래도 적어도, 한가지 할 수 있는 일은 있었다.

        

       알고 있는 사실을 알리는 것 정도는, 그녀도 할 수 있을지 모르니까.

        

       *

        

       오랜만에 들른 학생회실 안에서, 조금 불편한 사람을 만났다.

        

       아니, ‘조금’이라는 정도로 설명해도 되는 걸까? 어떤 의미에서는 서로 원수나 다름없는 사이였는데.

        

       특히 저쪽 입장에서는 더욱.

        

       “크로우필드 영애.”

        

       내가 먼저 말을 걸자, 크로우필드는 고개를 들어 나를 올려다보았다. 눈가에는 그늘이 짙게 져 있었다.

        

       “……방학 동안 무슨 일이 있었나요?”

        

       함께 들어온 샤를로트가 인사하기에 앞서서 그렇게 물어봤을 정도로, 미아 크로우필드는 상태가 별로 좋지 못했다.

        

       눈동자가 말라버린 것을 보면, 그만큼 열심히 울었다는 뜻이리라.

        

       그럴 만도 했다. 자기가 그토록 사랑하던 가족이…… 그런 사람들이었다는 사실을 면전에서 들어버렸으니 어쩔 수 없지. 그때도 미아 크로우필드는 바닥에 엎드려서 절규했었으니까.

        

       누굴 원망해야 할지도 모를 거다. 한 방향으로 원망하는 것은 쉽지만, 그 이유가 여러 개 겹쳐있다고 한다면…….

        

       그래도 희망은 있다고, 나는 생각했다.

        

       아카데미를 그만둔 것도 아니고, 기숙사에 처박혀 있기만 한 것도 아니다. 오늘 개학식에는 미처 나오지 못했지만 여기 학생회실에는 나와 있었으니까.

        

       대화하고 싶다는 의지는 있는 거라고 생각해도 되겠지.

        

       “…….”

        

       뭔가 말을 건네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말을 걸려고 생각하니 뭐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다.

        

       ‘안녕’이라는 단어가 들어가는 말은 영 어울리지 않는다. 미아 크로우필드는 절대로 안녕한 상태가 아니었으니까. 마찬가지로 ‘평안’도 그렇다.

        

       앨리스는 내 쪽을 흘끗거리고 있었고, 샤를로트, 클레어, 레오도 대충 나와 연관된 이야기라는 것은 눈치챈 모양이었다. 네 사람 모두 나와 미아 크로우필드로부터 조금 거리를 두고 서 있었다.

        

       “앞으로……”

        

       나는 머릿속을 정리하면서, 천천히 입을 열었다.

        

       “앞으로도, 잘, 지내보도록 할까요?”

        

       그리고 내가 꺼낼 수 있었던 말은 썩 멋있지는 못한 말이었다.

        

       미아 크로우필드가 어떻게 반응할지 몰라서 내심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으니, 미아 크로우필드가 아주 미약하게나마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그것으로 그나마 한시름 놓을 수 있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늦어서 죄송합니다…! 다음 편도 얼른 오타 잡고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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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Protagonist and Their Party Are Overly Diligent

The Protagonist and Their Party Are Overly Diligent

Status: Completed Author:
I got transported into a steampunk-themed JRPG developed by a Japanese game company. Somehow, I ended up becoming an executive in the villain faction. However, the protagonist and their party are excessively dilig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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