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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49

       주나용은 용 꼬리가 당장이라도 튀어나올 것 같은 본능에 부르르 몸을 떨었다.

         

       머릿속으로 여러 가지가 겹친다.

         

       근래, 며칠 동안 유세하만 생각하였던 추억.

         

       기울어진 무게추에 팽진아에게 울먹이며 전화하였던 기억.

         

       목줄을 차고 유세하를 바라보던, 수치스럽기 짝이 없는 꿈까지.

         

       수많은 것들이 합쳐져, 봇물 터지듯 밀려왔다.

         

       ‘용아아…!’

         

       턱.

         

       “…용아?”

         

       그러나 그런 모든 욕망은, 단 한 가지 행동으로 잠재워졌다.

         

       딱히 주나용이 한 건 아니다.

         

       주체는 바로 유세하였다.

         

       “주나용?”

       “……”

         

       걱정스럽게 바라보던 유세하가, 한 발짝 빠르게 그녀의 머리 위로 손을 올렸다.

         

       정수리를 타고 흐르는 감촉에, 주나용의 눈동자가 휘둥그레진다.

         

       ‘대체…어떻게?’

         

       고작 쓰다듬 하나로 진정되기에는 <용의 탐욕>이 너무나도 강했다.

         

       약간의 의아함과 당혹감.

         

       곧 주나용은, 그의 손바닥을 타고 흐르는 달콤한 향기에 무엇인가 수를 썼다는 걸 인지했다.

         

       “괜찮아? 괴로워 보여서 마력 좀 담았어.”

       “…아.”

         

       그제야 이해되었다.

       [친화력]을 응용한 그런 건가?

         

       덕분에 겨우 내면 속 <적룡>의 입에 고삐를 채울 수 있었다.

         

       주나용은 힐끗 고개를 들었다.

         

       ‘음, 이제는 좀 괜찮나 보네’하는 유세하를 바라본다.

         

       충동은 사라졌지만.

       그렇다고 해서 마음이 없어진 건 아니다.

         

       ‘그래.’

         

       주나용은 주먹을 불끈 쥐었다.

         

       지금 말하는 거다.

         

       이 자리에서 당차게 말하는 거다.

         

       ‘나 너 좋아한다고!’

         

       사랑한다고!

         

       사귀자고!

         

       그것도 그냥 몇 개월 사귀고 마는 게 아닌…

         

       ‘결혼하자고!’

         

       아카데미 졸업하자마자 바로 결혼하는 걸 전제로 한 부부 같은 사랑을 하자고!

         

       내가 미래 다 책임져 주겠다고.

         

       한평생 고생하나 시키지 않겠다고.

         

       그저 자신과…

         

       언젠간…

         

       아니 분명 빠른 시기에…

         

       태, 태어날 아이들만 진심으로 사랑해달라고…

         

       그래.

         

       그리 말하는 거다 주나용!

         

       할 수 있잖아!

         

       ‘나는 여장부니까!’

         

       “유, 유세하!”

       “응?”

       “나, 나…!!”

         

       덜컥.

         

       허나, 주나용은 무엇인가 걸리는 느낌에, 입안까지 차올랐던 말을 내뱉지 못했다.

         

       두려움에 가까운…

       확신이 몰려왔다.

         

       ‘…만약 지금 고백하면…’

         

       어떻게 될까…?

         

       …절로 알 수 있었다.

         

       놀라움과 당황.

       그리고 황당함과 곤란함.

         

       ‘…유세하는 금방 마음 정리를 잘하는 편이니까.’

         

       아마 답변도 곧 돌아올 거다.

         

       분명 ‘나 같은 걸 좋아해 줘서 고맙다고…’ 대충 뭐 그런 말을 하다가.

         

       ―미안해. 아직은 그럴 마음은 없어.

         

       …그렇게 끝나겠지.

         

       어색하기 짝이 없는 관계로 어물쩍 마무리되고 말 거다.

         

       ‘…안돼.’

         

       주나용은 주먹을 쥐었다.

         

       머릿속으로 계산하고 생각하고 판단해도…

         

       지금 당장은 승기가 너무, 너무, 너무, 너무나도 없었다.

         

       조금이라도 가능성이 있다면 비집고 들어가기라도 하겠지만…

         

       ‘…인정해야 해.’

         

       지금 당장은…

         

       유세하는 자신을 여자로 바라보고 있지 않았다.

         

       오늘 데이트로 그걸 어렴풋이 이해한 주나용이었다.

         

       그러니까…

         

       ‘지금은 참자.’

         

       주나용은 천천히 눈을 감았다.

         

       방금까지 있었던 관람차가 아닌, 전혀 다른 공간이 펼쳐져 있었다.

         

       ―크르르…!

         

       바로 코앞, 족히 15미터는 육박할 크기의 거대한 생명체가 내려다보고 있었다.

         

       날개 없는, 마치 공룡 같은 붉은빛의 파충류.

         

       주나용은 이것이 최근 [브레스]를 개방함으로써, 영향력을 넓힌 내면의 ‘용’이라는걸 본능적으로 알았다.

         

       <욕망>으로 활활 타오르는 눈동자가 주나용을 꿰뚫는다.

         

       마치, 왜 먹잇감이 눈앞에 있는데 달려들지 않는 거냐며 화를 내는 것 같았다.

         

       그러나 어리광 부리지 말라는 듯 오히려 용의 콧잔등을 후려치는 주나용.

         

       ―크르르!!!

         

       ‘오해하지 마.’

         

       어디까지나 지금일 뿐이니까.

         

       ‘인정해.’

         

       인정한다.

         

       더는 눈을 돌리지 않을 거다.

         

       더는 같잖은 말로 자신을 속이지 않을 거다.

         

       ‘나는…’

         

       유세하를 좋아한다.

       사랑한다.

       그와 이어지고 싶다.

        

       인정하고 받아들인다.

       하지만 그렇다고 승산 없는 싸움을, 할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그렇기에…’

         

       지금부터 차근차근, 하나씩.

       그의 마음에 계속해서 전진할 거다.

       오랜 시간이 걸려도 상관없다.

         

       <아카데미> 졸업 이후, 뒤를 쫓아서라도 옆에 있을 거다.

         

       ‘그러다 보면…’

         

       분명 언젠가는 틈이 보일 거다.

       더는 자신이 없으면 안 될 만큼 유세하에게 본인의 크기가 거대해질 거다.

         

       ‘그때…’

         

       전력을 다해 꺾어버릴 테니까.

       목덜미를 물어뜯을 테니까.

       그때까지만 기다려 줘.

         

       ‘알았지?’

         

       ―……

         

       주나용의 머릿속이 맑아진다.

         

       다짐하고 결의하는 순간.

         

       주나용은 근래, 안개처럼 피어오르던 감정과 욕망이 모두 정리되는 걸 느꼈다.

         

       욕구를 받아들이며 인정한다.

         

       그 대신 먹히지 않고 다스린다.

         

       주나용 본인은 몰랐지만.

         

       이것은…

         

       그녀가 <적룡>의 힘에 집어삼켜지는 게 아닌, 처음으로 다스리는 데 성공하는 순간이었다.

         

         

       [‘용의 아이’의 레벨이 상승합니다.]

       [‘드래곤 브레스’에 걸린 제약이 모두 해제됩니다. 에픽(Epic) 등급의 스킬입니다.]

       [새로운 파생 스킬 * * *]

       [능력치가 상승 * * *]

         

         

       주나용은 이것저것 들려오는 정보창을 모두 치웠다.

         

       지금은 이런 게 중요한 게 아니니까.

         

       고개를 든다.

         

       걱정하는 유세하를 향해 빙그레 미소 지었다.

         

       “주나용?”

       “용흐흐…!”

         

       그리곤 그의 옆자리에 앉아, 와락! 하고 품에 매달렸다.

         

       ‘목에 두르는 정도로는 안 돼.’

         

       더욱 적극적으로 그를 공략할 거다.

       해롱해롱해서 못 빠져나오게 할 거다.

         

       주나용은 한 치수 더 커진 두 개의 불 주머니 안으로, 그의 팔목을 집어넣었다.

         

       ‘이 정도면…’

         

       제아무리 목석같은 이 녀석이라도, 못 본 척하지는 못할 거다.

         

       “……!”

         

       아니나 다를까.

         

       적극적인 스킨십에 유세하가 일순 당황한다.

         

       입을 오물거리다, 휙 하고 창문을 바라본다.

         

       유세하의 얼굴에 감도는 명백한 붉은 기.

         

       그 모습을 주나용은 배시시 미소를 지었다.

         

       “…야, 유세하.”

       “어, 어?”

       “별명.”

       “응?”

       “나도 별명 하나 지어줘.”

        “…갑자기?”

       “뭐가 갑자기야~나만 별명 없잖아? 문보라는 보라보라, 마하나는 므냥이. 그럼 나는?”

         

       무슨 애도 아니고 뭘 그런 걸 물어보냐는 듯 바라보는 유세하.

         

       잠시 고민하던 그가, 대충 한 단어를 내뱉었다.

         

       촌스러운 단어.

       하지만…

       그렇기에 더더욱 좋았다.

         

       “좋아!”

       “…진짜 이거면 돼? 아니 애초에 별명따위-”

       “-쉬이잇! 내가 좋으니 좋은거야!”

         

       주나용은 ‘용헤헤’거리며 그의 팔뚝에 얼굴을 비볐다.

         

       절로 행복한 시간이 이어진다.

         

       이제는 그저 아무래도 좋은 유세하의 체취를 맡으며 행복해하는 주나용.

         

       다만…

         

       ‘……’

         

       이럴수록 주나용의 머릿속 한구석에는 문보라의 얼굴이 감돌았다.

         

       명확하게 자기감정을 이해하였기에, 객관적으로 상대를 바라볼 수 있었다.

         

       주나용이 제아무리 시야가 좁고, 바보스럽다는 소리를 자주 들어도.

         

       눈치가 없는 것은 아니다.

         

       며칠 전, 술자리에서의 기억.

       그때 대답하였던 문보라의 말.

         

       ―아직은요.

         

       이것이 의미하는 건 명백하였다.

         

       ‘…역시 문보라도.’

         

       아니, 정정한다.

       이미 알고 있었다.

       알고 있었음에도 그저 애써 모른 척한 것뿐이다.

         

       우정을 깨부수기 싫어서.

       그녀와 경쟁하는 게 싫어서.

         

       하지만 더는 그럴 수 없었다.

         

       그렇기에 주나용은 한가지 다짐을 하였다.

         

       조만간…

         

       그리 멀지 않은 시기.

         

       문보라와 진지하게 이야기하겠다고 말이야.

         

       ‘유세하에 대해서 말이지.’

         

         

       * * *

         

         

       관람차를 마지막으로 둘은 놀이공원을 빠져나왔다.

         

       저벅저벅 밟히는 나뭇잎이 기분 좋은 소음을 일으킨다.

         

       쭉~기지개를 켜던 주나용과 그런 그녀를 보며 미소 짓는 유세하.

         

       둘은 오랜만에 재미있었다며 짧은 담소를 나눴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곧 들려오는 ‘므아아!’한 비명에 번개처럼 고개가 돌아간다.

         

       “…유세하 이거 마하나 목소리 아니야?”

       “…맞아. 틀림없어.”

         

       유세하의 눈에 혼란스러움이 감돈다.

       마하나가 이곳에 왔었던 건가?

         

       둘은 곧 소리가 난 방향으로 향하였다.

         

       그러자 정말로 마하나가 보였다.

         

       어라? 여기에 최마리 선배까지?

         

       “…둘이 놀러 온 건가?”

         

       여기서 뭐 하냐고 물어보려던 찰나.

         

       유세하는 한 여자가 더 있다는 걸 깨달았다.

         

       아무래도, 마하나가 양팔을 벌려 최마리를 보호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최마리. 너, 너!”

       “…다, 다람아.”

         

       탈색한 듯한 분홍색 머리.

       흔들리는 동공에서 제정신이 아닌 광기가 돋보였다.

         

       마지막으로 <시스터 후드> 소속임을 상징하는 2학년 명찰을 단 수녀.

         

       유세하가 한번 유의 깊게 지켜보기로 하였던, 징다람이었다.

         

       “므아아! 다가오지 마세-”

       “-저리 비켜!”

       “므아!”

         

       징다람은 보기와 달리 힘이 센지, 단숨에 마하나를 밀쳤다.

         

       유세하의 눈동자가 돌아가지만, 옆에 있던 주나용이 손을 잡고 말렸다.

         

       “진정해. 내가 가볼 테니까. 여기서 기다리고 있어.”

       “……”

         

       주나용은 현장을 향해 달려 나갔다.

         

       그러는 동안에도, 징다람은 최마리의 멱살을 잡고 따지듯 소리치고 있었다.

         

       “대체, 대체…무슨 짓을 한 거야.”

         

       징다람은 최근 완전히 바뀐 최마리의 대우를 상기하였다.

         

       원래라면 아슬아슬했던 <유급>도 바로 해결해버렸고.

         

       병신같이 약했던 성법 또한 갑자기 믿을 수 없이 강해졌다.

         

       심지어 꾸준히 최마리를 못살게 굴던 2학년 동기생들도 어느 순간부터 괴롭힘을 멈췄다.

         

       아니, 역으로 친해지려는 게 눈에 보였다.

         

       이 모든 건 유세하와 마하나의 도움 덕에 최마리가 완전한 힘을 개방하였기 때문이지만.

         

       징다람에게 그런 사실 따위 조금도 중요하지 않았다.

         

       그녀가 따지는 건 오직 한가지.

         

       최마리에 대한 원망.

         

       자신을 버리고 위로 올라가려는 그녀에 대한 증오.

         

       마지막으로…

         

       “나, 나보다…밑이었잖아 너!!!”

         

       명백히 이하로 여기었던 존재가 치고 올라가는 것을 용납하지 못하는 추한 발버둥이었다.

         

       징다람을 손을 들어 올렸다.

       최마리의 뺨을 후려치려 하였다.

         

       덥석.

         

       “거기까지 하시죠. 선배님.”

       “…너, 넌 또 뭐야!”

         

       주나용은 늦지 않게 손목을 붙잡았다.

         

       뒤이어 일부러 천천히 걸어오는 유세하를 인지하였다.

         

       무표정한 얼굴이지만, 눈에 감도는 살기가 번들거리는 게…

         

       이대로는 사달이 날 것 같았다.

         

       ‘안돼.’

         

       눈앞의 이 선배가 뭐 하는 작자인지는 모르지만.

         

       <시스터 후드>, 2학년 선배라는 사실은 틀림없었다.

         

       다른 어디도 아닌, <교단>과 엮어있는 인물이라면 건드리지 않는 게 상책이었다.

         

       “…내 말 안 들려!!”

         

       그러자 허리춤의 메이스를 잡아 들어 올리는 징다람.

         

       붕-!

         

       나름 빠른 속도로 휘두르나, 주나용은 여유롭게 피하였다.

         

       이러면 이제 이야기가 다르다.

         

       “…이건 명백히 선배님이 먼저 공격한 겁니다?”

       “개소리 집어-”

       

       퍼어억-!!!

         

       번개 같은 일격.

         

       면상에 정확하게 내리꽂힌 일격에, 징다람의 몸이 뒤로 날아갔다.

         

       코뼈가 부러졌는지 줄줄 흐르는 피가 보였다.

         

       “주, 주나용 후배!”

       “마리 선배. 뒤로 물러나요.”

       “켁, 켁!”

         

       징다람은 코를 타고 흐르는 피에 부들부들 떨다, 방금 들은 말에 움찔 떨었다.

         

       “…주, 주나용?”

         

       설마 그 <용검미르>의 주나용?

         

       “…히, 히익…”

       

       절대 이길 수 없는 뒷배경이란걸 알아서 그럴까.

         

       징다람은 공포에 질린 얼굴로 주나용을 보다 엉거주춤 일어섰다.

         

       그대로 최마리를 한번 노려보다 도주한다.

         

       *

         

       “…제 잘못이에요.”

         

       잠시 뒤.

         

       벤치에 앉은 최마리는 한숨을 쉬며 나지막이 입을 열었다.

         

       징다람에 대한 이야기였다.

         

       나는 이미 알고 있던 내용인지라 별생각 없이 묵묵히 들었다.

         

       ‘최마리와 같은 고아 출신의 인물.’

         

       어린 시절부터 높은 [신성] 수치가 눈에 띄어, <교단>의 손에 거두어졌다.

         

       그곳에서 최마리와 함께 두각을 드러내던 유망주.

         

       이후 그 재능을 인정받아, <시스터 후드>에 들어서게 된다.

         

       “처음부터 저런 아이는 아니었어요. 상냥하고, 당차고, 강인한 친구였는데…어느 순간부터 정신이 이상해지더니…”

       

       스토리 대로다.

         

       징다람은 태생 2★성인 인물이었다.

       2★이라는 말에서 알겠지만, 징다람의 한계치는 높지 않았다.

       설정상 영특한 면이 있어 어릴 때는 빠르게 치고 올라왔지만.

       결국 넘을 수 없는 재능의 한계로 주변의 질책을 받고, 여기저기서 무시당하기 일쑤였다고.

         

       그런 상태에서, 자신보다 밑이라고 여겼던 최마리가 갑자기 치고 올라와, 선을 넘게 된다.

         

       ‘안 되겠네.’

         

       내 예상보다 빠르게 징다람의 흑화가 시작될 확률이 높았다.

         

       중간에 갱생시킬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안 해본 것은 아니지만.

         

       ‘힘들 것 같네.’

         

       그녀가 품은 원망과 목적은, 자신의 보신이 아닌 최마리의 파멸에 좀 더 집중되어 있으니까.

         

       나는 짧게 결론을 내렸다.

         

       돌아오는 길.

         

       곤히 잠든 주나용과 므냥이, 마리 선배를 바라보며 저장된 연락처에 전화를 걸었다.

         

       대상은 바로 이사장 유능해였다.

         

       ―네~ 언제나 아름답고 우아한 유능해가 받았어요.

         

       “이사장님. 저 유세하입니다.”

         

       무슨 일이냐며 반기는 유능해.

         

       나는 넌지시 예전 약속을 언급하였다.

         

       ―응 물론 기억하고 있지. <빌런>으로 의심되는 이가 있다면 믿어주겠…아, 설마?

         

       “적어도 그리될 가능성이 높은 인물을 한 명 압니다.”

         

       나는 징다람에 대한 이야기를 천천히 풀어나갔다.

         

         

       * * *

         

         

       네 사람의, 좌충우돌 놀이공원 일정이 끝나고 약 일주일 뒤.

         

       <고니스 헌터 아카데미> 3층 교실.

         

       현재 이곳에는 심상치 않은 힘의 기세가 휘몰아치고 있었다.

         

       흔히, 연구실이라고만 불리는 D동 3층.

         

       사실, 대다수 생도는 물론이고.

       <아카데미>를 졸업한 선배들에게도 미지의 장소였다.

         

       ―대체 뭐 하는 곳인지 모르겠어. 솔직히 왜 존재하는 거야?

       ―이따금 시끄러운 소리도 들려오는 걸 보면 누군가 머무는 것 같긴 한데…

       ―예전에 한번 발을 내디딘 적이 있었는데…신발이 얼어붙는 거 있지? 너무 놀라서 도망쳤었어.

         

       마지막으로 모두에게 나오는 공통된 의견이 있었다.

         

       ‘도대체 무슨 이유인지는 모르겠지만, 정중앙에 있는 방에는 접근할 수가 없다.’라고.

         

       이러한 이유는 3층 전체에 감도는 특수한 진법(陣法) 때문이었다.

         

       ‘결계’가 마력을 배열하고 술식을 짜 넣어, 술자가 원하는 현상을 일으키는 프로그램을 지칭한다면.

         

       진법은 대다수 ‘공간’ 그 자체의 법칙을 뒤트는데 치중된, 범용성은 적지만 효과는 더 강력한 신묘한 힘이었다.

         

       특히 진법은, 제대로 된 사용자가 거의 없다는 점에서 더욱 고평가받기도 하였다.

         

       D동 3층에 소수의 인물만 접근할 수 있는 이유도.

         

       진법을 설치한 이가 들어올 수 있는 자와 아닌 자를 구별하기 때문이었다.

         

       그렇다면 도대체 설치한 자가 누구인가.

         

       바로 지금, 여상하게((如常) 대답하는 여성이 그 주인공이었다.

         

       “더 정확하게…”

         

       나지막한 한마디.

         

       별다른 거 없는 말이지만, 그 무엇보다 날카롭고 차가운 말이었다.

         

       그녀의 이름은 천미라.

         

       직책상, <아카데미>의 교수이며.

       [음양의 이해]라는 다소 이해하기 어려운 과목을 담당하는 인물이었다.

         

       물론, 어디까지나 과목만 있을 뿐.

         

       아무나 수업을 들을 수 있는 것은 아니었기에, 이런 게 있는지도 모르는 생도가 대다수였다.

         

       또한, 대부분의 이들은 천미라라는 이름보다는…

         

       <빙한설녀>라는 별호로 기억하고 있었다.

         

       팽진아와 마찬가지로 A급 정점에 도달한 헌터.

       소문에 의하면 무려 80년이 넘는 세월 동안 활동하였다는, 사실상 살아있는 화석과 같은 인물이었다.

         

       모든 <빙결계> 헌터들의 존경을 받는 그녀는, 세월의 흐름 따위 무색하게 여전히 젊고 아름다운 외견을 가지고 있었다.

         

       마치 반로환동이라도 한 듯한 모습이었다.

         

       그리고 그런 천미라의 시선 넘어, 숨을 헐떡이며 양손을 펼치는 또 다른 여성이 있었다.

         

       바로 문보라였다.

         

       “헉, 헉…네!”

         

       문보라는 구슬땀을 뻘뻘 흘리며, 고통에 겨운 신음을 내뱉었다.

         

       현재 문보라는 자주 입던 드레스가 아닌, 천미라와 같은 백색 기모노를 두르고 있었다.

         

       겉보기에는 하늘하늘해 보이는 천 조각.

         

       그러나 막상 몸에 두르자, 철근을 입은 것 같은 무게감이 압박해 왔다.

         

       추가로 전신이 덜덜 떨려올 정도의 추위가 닥쳐왔다.

         

       이것만으로도 벅찬데, 여기에 극한의 추위를 느끼게 하는 <빙결> 마법까지 펼치니…

         

       자연스럽게 문보라의 양손, 양발은 핏기 하나 없이 창백하게 질려갔다.

         

       그런 가혹한 모습에도 천미라는, 차갑고 냉혹한 면만을 보였다.

         

       이미 천미라의 머릿속에는 계산이 마친 지 오래였다.

         

       고통스럽고 힘들어도…

         

       ‘이 아이라면…’

         

       해낼 역량이 된다고.

         

       천미라는 무심하게 다음 말은 이었다.

         

       “집중하거라. 더 많은 힘을 모아야 한다. 그 정도로는 부족하다.”

       “…네!”

         

       쿠구구-!

         

       손아귀를 타고 흐르는 이질적인 냉기의 힘.

         

       문보라의 두 눈에 푸른색 열정이 휘감긴다.

         

       천천히 눈을 감는 문보라.

         

       잠시 그녀는 며칠 천, 이곳으로 발걸음을 옮겼던 그때를 떠올렸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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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 Cheat-Level Munchkin 5★ Character

I Became a Cheat-Level Munchkin 5★ Character

사기급 먼치킨 5★ 캐릭터가 되었다
Score 6.4
Status: Ongoing Type: Author: , Released: 2024 Native Language: Korean
《Gonis Archive Life》 ‘GAL’ for short. I found myself possessed into the world of this game. Not only that, but I became a 5★ character from the very start, The only male character with ridiculously OP abilit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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