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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49

       오늘도 평화로운 아가씨의 저택.

         

         

       “이 다음에… 어 뭐였더라.”

         

         

       배고픈 아가씨의 꾸중 때문에 주방에 나와 있는 나는 앞치마를 매고 요리를 하고 있었다.

         

         

       “오랜만에 만들어 봐서 헷갈리는데.”

         

         

       오늘의 저녁 메뉴는 조금 특별했었다.

         

         

       이세계에는 없는 음식이자.

       새해에 꼭 먹어야 하는 음식.

         

         

       새해라고 하기에는 시간이 많이 지났지만, 기분은 내보자는 마음으로 선택한 메뉴였다.

         

         

       분주하게 주방을 활보하는 나는 프라이팬에 기름을 두르고 수첩에 써놓은 레시피를 손가락으로 짚으며 읽었다.

         

         

       “달걀은 흰자 따로 노른자 따로 분리하고 떡은 대각선으로 썰어서 불리고…”

         

         

       혼자서 요리를 하는 거라 버벅거리는 게 많았다. 아무리 요리를 많이 하는 프로 집사라고 하지만, 익숙하지 않은 음식을 만드는 건 어려웠으니까.

         

         

       오늘의 저녁 메뉴는 떡국.

         

         

       전생에서 새해가 될 때마다, 먹었던 떡국은 아가씨께서 좋아하는 음식 중 하나였다.

         

         

       물론, 고기가 떡보다 많이 들어가야 했지만 말이지.

         

         

       떡국을 만들고 있는 나는 불을 꺼놓고 생각에 잠겼다.

         

         

       좀 전에 봤던 불길한 환각 때문에.

         

         

       아가씨의 귀여운 모습을 봐서 진정이 되기는 했지만, 아무래도 쉽게 진정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었다.

         

         

       아가씨께서 타락하는 환상.

         

         

       글로만 이야기를 나타냈던 상태창이 처음으로 내게 보여줬던 환상은 내게 공포라는 감정을 느끼게 했다.

         

         

       ‘활력의 진정한 의미’라는 제목을 가진 환상 속에서 나는 죽어가고 있었다.

         

         

       활력을 사용할수록 수명은 줄어가고 얼굴에 생기를 잃어가고.

         

         

       그럼에도 활력을 사용하면서 몸을 혹사하다가 점차 나아지는 아가씨의 모습을 보면 좋단다고 웃고 있는 바보 같은 나의 모습을 나는 봤었다.

         

         

       3자의 입장으로 자신을 보는 기분은 생각 이상으로 감회가 새로웠다.

         

         

       잘생긴 얼굴을 봐서 그런가. 자뻑에 취하면서 야위어가는 모습도 잘생겼다고 생각하는 나는 복잡한 감정을 느꼈었다. 어쩜 저렇게 바보 같은 놈이 있을까 싶어서. 동시에 그놈의 마음을 이해하고 있었지.

         

         

       나 역시도 기운을 되찾는 아가씨의 모습을 보면서 웃었으니까.

         

         

       -으이이익…!

       -드디어 한걸음 걸었습니다. 아가씨.

       -이이이익! 더 걸을 수 있어!

       -역시 지상 최고의 악녀 답습니다!

       -욕하지마!

       -칭찬입니…가 아니구나. 죄송합니다.

         

         

       천천히 나아지는 아가씨의 다리를 보면서 나는 웃고 있었다. 우습게도 말이지. 아가씨의 다리가 나아질수록 나빠지는 건 나인데 신나게 웃으면서 다행이다라고 생각하는 현실 속의 나와 환상 속의 나 자신의 얼굴에 후회라는 감정 따윈 존재하지 않았었다.

         

         

       부들부들 떨리는 다리로 한 걸음씩 걷는 아가씨의 모습에 기분이 좋았으니까. 심란했던 마음도 활력이라는 존재에 대한 두려움도 활기차게 웃고 있는 아가씨의 얼굴을 보니까 씻은 듯이 사라져 버린 것 같았다.

         

         

       마음 한편에는 아가씨의 모습을 오래 보지 못한다는 씁쓸한 감정이 파도처럼 밀려왔지만, 움직이는 발가락을 꼼지락거리며 헤실거리게 웃고 있는 아가씨의 얼굴을 보면 그런 감정도 언제 그랬냐는 듯이 사라져 있었다.

         

         

       정말이지. 내가 생각해도 바보라니까.

         

         

       환상 속의 나는 활력의 존재를 대충 짐작하고 있는 것 같았다. 활력이라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직감적으로 느낄 수 있을 테니까.

         

         

       공허한 눈으로 창밖을 바라보기도 하고 멍하니 아가씨를 보면서 웃고 있는 환상 속에 자신은 기뻐 보였다. 정말로.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아가씨께서 온전히 자신의 힘으로 걷는 순간.

         

         

       -쿠당탕…!

         

         

       나는 내가 가장 두려워하는 장면을 보게 되었다.

         

         

       만족스럽다는 듯이 미소를 지으며 웃고 있는 나를 꼭 끌어안는 아가씨의 슬픈 울음을 보았으니까.

         

         

       -리카르도…?

         

         

       여기까지는 괜찮았다.

         

         

       강인한 아가씨는 금방 일어날 테니까. 그것이 내가 믿는 아가씨이자, 지금까지 봐오던 아가씨의 장점이었기에 나는 아가씨가 슬피 우는 모습을 보며 씁쓸한 미소를 지었었다.

         

         

       ‘그래도 울어주시네요.’ 하면서 말이다.

         

         

       하지만 아가씨는 한참이 지나도 내 곁을 떠나지 않고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하루가 지나도.

       이틀이 지나도.

         

         

       그 자리에 멈춰서서 내 이름을 부르고 있었다.

         

         

       -…

         

         

       삼 일이 지나고 아가씨께서 나의 죽음을 인정한 순간. 아가씨는 금방 이겨낼 거라고 생각했던 나의 착각을 지워내기 시작했다.

         

         

       -많이 피곤하지?

       -…

       -그치? 리카르도.

         

         

       아가씨의 멈춘 눈물에 나는 무언가 단단히 잘못되었다는 것을 느꼈다.

         

         

       아가씨의 눈물도.

       그녀에게서 터져 나오는 어둠의 마력도 내 생각을 아득하게 뛰어넘었으니까.

         

         

       -쿠구구궁…

         

         

       처음 느껴보는 마력이었다.

         

         

       어쩌면 로웬보다 더, 아니 소설 후반에 등장하는 사도라는 존재들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어둡고 진한 흑마법의 잔향이 아가씨에게서 흘러나오고 있었다.

         

         

       -살릴 거야.

         

         

       진득하게 느껴지는 ‘한’이라는 감정을 머금은 아가씨의 떨리는 목소리에서 나는 내가 생각하는 결말이 최선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었다.

         

         

       ‘이건 해피엔딩이 아니라고.’ 말이다.

         

         

       이다음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아가씨께서 어떤 짓을 하실지는 멍청한 나로서 알 수가 없었다.

         

         

       소설에도 이런 내용은 어디에도 없었고 흑마법을 사용하는 아가씨에 대한 정보 또한 존재하지 않았으니까. 그렇기에 나는 더 무서웠고 커다란 공포를 느꼈던 것 같았다.

         

         

       동시에 새로운 목표를 찾을 수 있었고.

         

         

       지금까지 포기했던 일에 대해서 나는 다시 한번 생각했다. 스스로의 한계를 낮추며 더 높은 곳에 닿지 않으려 했던 나 자신을 채찍질하며, 더 높은 곳에 닿으려는 목표를 생각하게 되었다.

         

         

       소드 마스터. 일단 그것을 목표로 시작하자.

         

         

       더 높은 곳을 바라보고 까마득한 곳까지 닿아보자고 나는 생각했다. 그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일의 최선일 테니까.

         

         

       왜 몰랐을까. 더 좋은 방법이 있었는데.

         

         

       방법이 없으면 방법을 만드는 것이 빙의자고 그것을 가능하게 만드는 것이 빙의자인데.

         

         

       포기라는 말은 나와 어울리지 않았기에 최악의 미래를 보여줬던 미래의 내게 감사를 느끼며 멍청했던 지난날의 생각을 바로잡았다.

         

         

       나는 욕심이 많은 사람이니까.

         

         

       더 많은 것을 누리고.

       누리지 못했던 행복을 가지는 것이 당연한 권리기에 나는 말할 수 있었다.

         

         

       해피엔딩을 향해 달려가자고.

         

         

       그렇게 다짐을 하며 정신을 차리던 순간, 등 뒤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리카르또! 고기! 고기! 고기!”

         

         

       나는 식당에 앉아있는 아가씨를 보며 미소를 지은 뒤, 마음속으로 생각했다.

         

         

       ‘행복이 이 앞에 있는데, 어딜 도망가냐’고.

         

         

       나는 보채는 아가씨를 향해 가벼운 목소리로 답했다.

         

         

       “저녁 식사가 된 소들이 불쌍하지도 않습니까?”

       “리카르도. 세상은 원래 잔혹한 법이야.”

       “그렇군요. 그럼 저도 건강의 중요성을 아가씨에게 알려드리기 위해, 고기는 평소의 절반만 넣도록 하겠습니다.”

       “이이익! 악마!”

       “악마라니요. 저처럼 착한 집사가 세상에 어디 있다고요.”

       “없어!”

         

         

       아가씨는 툴툴거리며 포크를 집었다.

         

         

       더 이상 반항을 한다면 손에 든 포크를 던지겠다는 의지를 드러내고 있는 아가씨의 폭력적인 모습에 나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고기는 비만의 주범이랍니다.”

       “나는 살 안 쪘어!”

       “거짓말.”

       “이이이익!!!”

         

         

       ‘훅’하고 날라오는 아가씨의 포크. 확실히 숙련도가 많이 쌓인지라 날아오는 속도와 정확도는 예전에 비해 나아졌지만, 저런 형편없는 속도로 나를 맞추기에는 아직도 한참은 멀었었다.

         

         

       나는 고개를 휙하고 돌리며 아가씨의 포크를 피해냈고.

         

         

       -파직.

         

         

       작은 미소를 지으며 손가락에 작은 정전기를 만들어 아가씨의 이마를 향해 날렸다.

         

         

       “으겟!”

         

         

       짜릿하게 느껴지는 정전기에 머리카락이 부스스하게 올라오는 아가씨.

         

         

       당황한 아가씨는 나를 보며 말했다.

         

         

       “히익…!”

       “왜 그러십니까?”

       “뭔가 빠지직했어.”

       “그건 운명의 단짝을 만났다는 신호입니다.”

       “진짜?”

       “그걸 믿습니까?”

       “이이익! 놀리지 마!.”

         

         

       역시 아가씨를 놀리는 게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다.

         

         

       *

         

         

       아가씨는 뚱한 표정으로 나를 노려보고 있었다.

         

         

       “아까 그거 뭐야.”

       “뭐를 말입니까?”

       “그거. 파지직한 거. 리카르도가 한 거 아니야?”

         

         

       깨끗하게 비운 떡국 그릇을 내밀며 말하는 아가씨의 표정은 일관성이 전혀 없었다.

         

         

       빈 그릇을 내밀고 마법을 묻는 모습이 웃겼으니까, 보통 이런 말은 진지한 장소에서 묻는 것이 맞지 않을까 싶지만 궁금한 것은 못 참는 아가씨는 내게 아까 느꼈던 정전기에 대해서 의문을 토하고 있었다.

         

         

       나는 휘파람을 불며 모른 척하였다.

         

         

       “아닙니다.”

       “거짓말.”

       “어떻게 확신할 수 있는 거죠?”

         

         

       아가씨는 부스스하게 올라온 머리카락을 누르며 신경질적으로 답했다.

         

         

       “리카르도가 웃었잖아.”

       “안 웃었습니다.”

       “거짓말하지마. 내가 다 봤어.”

         

         

       역시 마법은 때려본 사람이 더 잘 안다는 건가.

         

         

       마법으로 폭력을 일삼았던 악녀는 내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눈치가 빨랐었다.

         

         

       작가 공인 최고의 재능을 가진 사람이라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짜증을 내면서 학구열을 불태우는 아가씨는 움직이는 국자에 시선을 집중하며 내게 말하고 있었다.

         

         

       나는 국자를 위아래로 흔들며 아가씨를 바라봤다.

         

         

       “으…”

         

         

       고기를 조금 담으면 떨리는 눈으로 인상을 쓰고 있고 반대로 고기를 많이 담으면 눈빛을 초롱초롱하게 빛내며 ‘오…!’라는 감탄사를 내뱉는 아가씨의 표정은 마법보다는 빈 그릇에 채워질 고기에 집중한 것 같았다.

         

         

       나는 작은 미소를 지으며 아가씨를 향해 말했다.

         

         

       “비밀입니다.”

       “이이익!”

         

         

       나는 고기 많이 들어간 그릇을 내밀었다.

         

         

       “좋아!”

         

         

       역시 나는 이런 일상이 좋다.

         

         

       그러니까.

         

         

       강해져야지.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오늘도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추천과 선작은 작가에게 큰 힘이 됩니다. 🙂

    항상 감사합니다!

    [후원 감사]

    하늘연달님 10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오늘도 찾아와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작가 명함이 왔습니다…!
    수정요정이라는 4글자가 박힌 명험이…!
    이 요정 독자님들의 사랑 덕분에 이 자리에 올라올 수 있었습니다! 감사합니다!

    독자님에게 시작되는 주말을 기쁘게 느낄 수 있는 마법의 요정…! 주말이 2배가 되는 연휴의 요정을 보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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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Villainess Whom I Had Served for 13 Years Has Fallen

The Villainess Whom I Had Served for 13 Years Has Fallen

13년간 모신 악녀가 쓰러졌다
Score 4.4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t’s a story about a man who got transported into a novel and possessed a slum boy. He met a noble girl and served her as a butler for 13 Years. Now the girl has already fallen from her noble life and lives in an abandoned mansion with paralyzed legs. Why did she become like that? Of course because she is the villainess in the nov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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