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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49

       

       

       

       

       

       149화. 수상할 정도로 수상한… ( 4 )

       

       

       

       

       

       쫑긋 쫑긋.

       

       “…뭐야 이건.”

       

       

       거울에 비춘 그녀의 머리 위에, 까맣고 복슬한 털로 가득한 귀가 씰룩거린다. 

       

       고양이의 귀.

       

       가지런한 삼각형 모양의 그것은 고양이의 귀였다.

       

       

       “고양이…귀?”

       

       살랑ㅡ

       

       거울을 바라보는 셀리나의 눈이 크게 흔들리기 시작하고, 시야의 한구석에서 까만 무엇인가 그녀의 손을 살짝 스치고 지나갔다. 

       

       또 털의 감촉이다.

       

       꿀꺽.

       

       침을 삼킨다. 삐걱거리는 목을 움직여 그것의 정체를 확인한다.

       

       

       “…하.”

       

       

       셀리나의 허리춤에서부터 시작된 고양이의 꼬리가 요사스럽게 이리저리 흔들리며 춤을 추고 있다. 아주 까만 색의 꼬리다.

       

       설마 꼬리까지 자라났을 줄이야.

       

       셀리나가 머리를 감싸며 풀썩 주저앉았다. 머리가 지끈거린다.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거야? 내 몸이 왜 이렇게 된 거지?

       

       

       ‘저주? 저주인가? 아니, 성도의 한복판에서 저주를 쓰는 간 큰 놈이 있을 리가 없는데?’

       

       

       절대라는 것은 없다. 빈민촌에서 숱하게 보지 않았는가? 인간이란 늘 이성적으로 행동하지 않는 법이다.

       

       까득ㅡ

       

       셀리나의 이빨이 갈리며 뿌드득거리는 소리가 울렸다. 머릿속으로는 그녀에게 저주를 걸만한 놈들의 명단이 만들어지고 있다.

       

       

       ‘더러운 빅 밥 그 녀석인가? 아니면 송곳니의 저스티나? 그것도 아니면 까까머리 폴?’

       

       

       빈민촌에서 나고 자란 만큼, 그녀에게 원한을 가질 사람은 많다. 주저앉아있던 셀리나가 몸을 벌떡 일으켰다.

       

       이 꼴로 밖에 나갈 수는 없다. 당장이라도 성기사들에게 잡혀갈 것이다. 아마 좋은 꼴은 못 볼 테지.

        

       

       ‘잠깐… 이 귀랑 꼬리. 이건 그 연회장에 있는 변태들이 환장하는 모습 아니야?’

       

       오싹!

       

       셀리나의 몸이 부르르 떨린다. 쭈뼛 솟은 꼬리가 대각선으로 치솟는다.

       

       머리에 자라난 고양이의 귀와 꼬리!

       

       이것들은 퍼리우스 후작과 그의 변태 친구들이 좋아하는 짐승 같은 모습이다!

       

       설마 그 변태들이 그녀에게 수작을 부렸단 말인가? 도대체 왜? 무엇 때문에?

       

       

       ‘설마… 날 노리개로 쓰려고?’

       

       

       셀리나가 퍼리우스 후작에게 꾸준히 그림을 공급하면서 돈을 받아왔고 그의 신뢰를 얻었다고 생각했는데, 이런 식으로 뒤통수를 맞을 줄이야.

       

       방심한 탓이지만… 범인이 퍼리우스 후작이라면, 그녀에게는 방법이 없다.

       

       만약 그 변태들이 셀리나에게 저주를 걸어서 노리개로 쓰려고 했다면 밖에 나가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변태들이라고는 하지만, 그들은 각 분야에서 알아주는 유명 인사들.

       

       신실한 성직자부터 저명한 학자까지 있다고 하였고, 소문에는 대사제도 있다고 했다. 뒷골목 좀도둑은 벼룩 만도 못 하게 보일 테지.

       

       

       “하ㅡ 이게 무슨 일이야.”

       

       

       허탈한 심정에 침대 위로 주저앉으니 햇살의 향기가 났다. 눈치 없는 꼬리가 살랑살랑 갈대처럼 흔들린다.

       

       살랑ㅡ 살랑ㅡ

       

       ‘…그나저나 여긴 어디야?’

       

       

       셀리나는 그제야 방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깨끗한 침대와 수수한 장식, 한쪽 벽에 걸려있는 여섯 신의 문양이 눈에 들어온다. 성도 어디에서나 볼 수 있을 정도로 무난한 구성.

       

       별로 도움이 될 것은 없다.

       

       미간을 찌푸리고 마지막 기억을 더듬어 본다.

       

       자신은 분명 한 사내의 뒤를 쫓다가 갑자기 심장이 쿵쾅거리면서 온몸이 두근거렸다. 그러다가 정신을 잃고 쓰러지는 와중에 누군가 자신을 받았고…

       

       그리고ㅡ

       

       

       ‘그리고 여기인 건가’

       

       

        셀리나가 방의 이곳저곳을 둘러볼 때, 삐그덕ㅡ하고 판자 밟는 소리가 들려왔다. 한껏 예민한 고양이 귀가 문밖에서 작게 들려오는 소리를 민감하게 잡아낸 것이다.

       

       삐걱ㅡ 삐극ㅡ

       

       누군가 삐걱거리는 나무판자를 꾹꾹 밟으며 걸어온다. 셀리나의 까만 고양이 귀가 사정없이 움직이며 소리를 잡아냈다.

       

       곧장 이곳으로, 셀리나를 향해 오고 있다.

       

       셀리나는 발소리를 죽이고 책상에 놓인 거울을 가져왔다. 작은 거울을 이불로 여러 겹 파묻은 후에 있는 힘껏 내려친다. 소리 없이 깨진 거울 조각 중 크고 날카로운 것을 손아귀 숨겼다.

       

       여차하면 쓸만한 무기가 될 것이다.

       

       끼익.

       

       낡은 문과 녹슨 경첩이 비명을 지르며 몸을 움직이고, 한 사내가 모습을 드러냈다.

       

       

       “아, 일어났소? 혹시나 해서 음식을 방으로 가져오길 잘했군.”

       

       

       셀리나가 미행하던 그 사내다. 아직도 그 커다란 외투를 뒤집어써서 얼굴을 꽁꽁 싸매고 있는 차림새다. 

       

       설마 이 사내도 퍼리우스 후작과 한패인걸까?

       

       셀리나가 등 뒤에 숨긴 거울 조각을 고쳐 잡았다. 허튼수작을 부릴 셈이라면 단숨에 목에 꽂아주리라.

       

       

       “사흘 만에 일어났으니 상당히 허기질 텐데 이거라도 좀 먹는 게 어떻겠소? 여기 주인장 실력이 참 좋아서 맛있을 텐데.”

       

       “…사흘? 내가 사흘이나 누워있었다고?”

       

       

       향긋한 수프와 노릇한 고기의 향기. 사내는 들고 있던 접시를 조심스럽게 내려놓았다. 셀리나는 그제서야 자신이 몹시 허기지다는 것을 깨달았다.

       

       머뭇머뭇 뻗어지는 손가락. 본래라면 절대 먹지 않을 터인데, 어디인지도 모르는 장소에서 낯선 녀석이 주는 음식 따위는 손도 안 댔을 텐데.

       

       

       “…저리 떨어져. 계속 그렇게 구경할 참이야?”

       

       “아. 미안하오.”

       

       

       사내가 자신의 귀와 꼬리를 뚫어져라 바라보는 것을 느낀 셀리나가 한껏 경계심을 담아 말했다. 그제서야 눈을 돌린 사내가 저 문까지 멀어졌을 때.

       

       츄릅.

       

       셀리나는 군침을 삼키며 조심조심 수프를 입에 가져다 댔다. 그러면서도 중간에 한 번씩 이스칼을 노려보며 경계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뒤로 숨긴 손에는 아직 거울 조각이 있었다.

       

       

       ‘… 귀랑 꼬리가 생겨서 그런가. 하는 행동이 영락없는 길고양이 같군.’

       

       

       이스칼은 그 모습을 보며, 마치 경계심 가득한 길고양이 같다고 느꼈다. 음식을 먹으면서 낯선 이에게 하악질 하는 고양이.

       

       셀리나는 그런 이스칼의 생각을 아는지 모르는지 수프에 코를 박고 열심히 먹고 있었다. 다행히 그녀의 입맛에 맞는 모양.

       

       

       ‘주인장한테 몇 개 더 만들어 달라고 해야겠어.’

       

       

       먹는 모습을 보니 수프 한 그릇으로는 어림도 없다. 

       

       

       “쉬고 계시오. 가서 수프나 좀 더 가져올 테니.”

       

       탁.

       

       이스칼이 밖으로 나가며 문을 닫았다가, 잊었다는 듯 곧바로 돌아와 셀리나를 향해 말했다.

       

       

       “혹시나 해서 하는 말인데 밖으로 나갈 생각은 안 하는 게 좋을거요. 내 시야에서 사라지는 순간, 나는 성기사들에게 향할 테니.”

       

       “후르릅ㅡ 뭐? 성기사?”

       

       

       성기사라는 말에 셀리나의 눈이 뾰족하게 변했다. 스프의 온기에 둥글하게 풀어졌던 귀가 바짝 솟아오르며 한껏 긴장했음을 보여줬다.

       

       

       “너, 너! 설마 나를 잡아가려고ㅡ”

       

       “그대가 누워있는 동안 나름대로 조사를 좀 해봤지. 제국에서 제법 유명한 도둑이시더군, 셀리나 양. 깜짝 놀랐지 뭐요?”

       

       샥!

       

       스프를 먹던 셀리나가 뒤에 숨기고 있던 유리 조각을 꺼내 이스칼을 겨누었다. 삐쭉 치솟은 꼬리는 한껏 경계하는 고양이의 그것과 똑같았다.

       

       

       “진정하시오, 진정. 내가 이렇게 말을 하는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는 거요?”

       

       “…나한테 원하는 게 있어?”

       

       “그렇지.”

       

       

       이스칼은 얼굴을 가리고 있던 외투를 벗었다. 천천히 드러나는 얼굴. 뾰족한 적개심이 가득했던 셀리나의 눈동자가 서서히 커지기 시작했다. 외투를 벗고 드러난 그의 모습은ㅡ

       

       

       “…갑자기 외투는 왜 벗는 거야?”

       

       “크흠, 흠! 날 못 알아보다니… 실망이 크군.”

       

       

       한껏 멋 부리면서 외투를 벗었던 이스칼이 밀려오는 머쓱함에 헛기침을 반복했다. 

       

       

       “흠, 흠! 나는 여섯 번째 신의 사도, 이스칼이라고 하오. 스스로 이렇게 말을 하기는 좀 그렇지만, 만신전에서도 나름 힘이 좀 있는 편이지.”

       

       “…네가?”

       

       

       미심쩍음이 가득한 셀리나의 눈동자. 사실 셀리나의 의심대로 만신전 내에서 이스칼의 힘이 세지는 않았다. 하지만 만신전 쪽에서 어지간한 요구는 거의 들어준다고 해야 할까.

       

       무리한 요구가 아닌 이상 사도들의 부탁은 거의 다 들어줬다. 그러니 어찌보면 힘이 있다고 봐도 좋으리.

       

       

       “나는 퍼리우스 후작의 연회에 대해 잠복 수사를 하고 있던 와중에 그대를 발견했고 이곳으로 데려왔소. 신전으로 데려가려고 했지만, 의식이 없는 와중에도 어찌나 몸부림치던지 원.”

       

       “신전에 가면 나는 감옥행인데 미쳤다고 신전을 가겠어?”

       

       “그건 그렇긴 하군. 아무튼. 그대는 감옥을 가고 싶지는 않을 것 아니오? 성도에 머무는 이상 신전과 성기사를 피해서 사는 것이 쉽지는 않을 텐데, 그렇지 않소?”

       

       “당연하지. 지금 하는 일만 아니었으면 여기는 진작에 떴어.”

       

       “언제까지 그렇게 위태하게 지낼거요? 그림자와 음지에서 도둑질이나 하는 삶이라니.”

       

       “하고 싶은 말이 뭐야? 싸우자고?”

       

       “나는 퍼리우스 후작에 대한 정보를 원하고 그 대가로 그대는 범죄 기록에 대한 말소를 얻는다면, 좀 구미가 당기겠소?”

       

       “말소? 그게 가능해?”

       

       

       셀리나가 몸을 잔뜩 기울여 이스칼에게 향했다. 거리가 가까워지자 다시금 향긋한 내음이 셀레네의 코를 자극한다. 

       

       갑작스레 거리를 좁힌 탓일까, 이스칼의 얼굴이 조금 붉어져서는 셀리나와 시선을 피했다.

       

       

       “가, 가능하고말고. 다행히도 그대는 좀도둑질이 전부여서 그에 충분한 공을 세우고 충분히 회개한다면 무리는 아니지.”

       

       “…너의 뭘 믿고? 네가 한 말을 증명할 것들이 있어?”

       

       

       셀리나의 눈에는 여전히 경계심과 의심이 가득했다. 코가 닿을 듯 가까이에서 반짝이는 녹빛의 눈동자가 한껏 머금은 그것은 무엇일까.

       

       

       “이, 이걸 보시오.”

       

       

       이스칼의 손이 천천히 품으로 향하더니 양피지 한 장을 꺼냈다. 무어라 글자가 많이 쓰여 있지만 제일 중요한 것은 가장 밑에 있는 도장이다. 뚜렷한 만신전의 문양.

       

       만신전이 공인하는 서류라는 뜻이다. 성도에서 이보다 더한 신뢰의 증거는 없었다.

       

       서류에는 이스칼에게 퍼리우스 후작의 조사를 전적으로 맡기는 동시에, 조력자에 대한 보상이 적혀있었다.

       

       

       “맙소사… 이게 전부 사실이야? 정말, 정말로 널 도우면 내 범죄 기록을 없애준다고? 내 귀랑 꼬리에 대한 것도 도와주고?”

       

       “크흠, 흠! 어디까지 그대가 이단이 아닐 때 이야기라서 만신전에 들려서 검사를… 이, 일단 좀 떨어지시오…”

       

       

       잔뜩 흥분하여 반짝이는 셀리나의 눈동자는 열망의 빛으로 가득했다. 이제는 콧김마저 느껴지는 거리에 이스칼이 셀리나의 어깨를 붙잡고 살며시 밀어냈다.

       

       

       “후우ㅡ 서류에는 말소라고 적혀있지만, 뭐. 계약이라는 늘 그렇듯이 완전한 말소는 아니오. 죄는 그대의 영혼에 남는 것이고, 우리가 도와줄 수 있는 것은 서류상에 불과하니. 진정한 회개를 위해서는 그대가 진심으로 여섯신께 죄를 뉘우치고ㅡ”

       

       “꺄아아아!” 

       

       

       떨리는 손으로 서류를 훑어보던 셀리나가 새된 비명을 지르며 이스칼을 껴안았다. 가슴팍에 느껴지는 뭉클한 감촉. 이스칼은 고개를 천장으로 향하고 속으로 경전을 외워야 했다.

       

       

       “최고, 최고야 자기! 세상에 내가 손을 씻을 수 있는 날이 오다니!”

       

       “그, 그래도 귀랑 꼬리에 대한 것은 사람들에게 숨겨야 하니 주의를ㅡ”

       

       

       얼마나 좋은지 방방 뛰는 셀리나. 잔뜩 흥분한 고양이 꼬리가 펑퍼짐하게 부풀어 올랐다. 묵직한 중량의 무언가가 주인을 따라 출렁이며 존재감을 자랑했다.

       

       

       “크흠, 크흐흠!”

       

       

       이스칼은 애써 고개를 돌리며 연신 헛기침을 내뱉었다. 속으로는 계속해서 경전을 외웠다.

       

       

       

       

       

       *****

       

       

       

       

       

       “…뭐? 걔가 누구랑 같이 다닌다고?”

       

       

       숲속의 작은 공터에서 도끼를 휘두르며 수련하던 프리가는 못 들을 것을 들었다는 표정을 지었다.

       

       지금, 이스칼이.

       

       누구랑 같이 돌아다닌다고?

       

       

       “하. 다시 말해봐. 뭐?”

       

       딸꾹!

       

       

       소문을 전한 죄 밖에 없는 시종이 덜덜 떨며 입을 열었다.

       

       

       “그, 그것이… 이스칼 사도님이, 딸꾹! 마, 마마만신전에 정식으로 요ㅡ 요청하셔서…”

       

       “웬 계집애랑 같이 다닌다?”

       

       “예, 예에…”

       

       “하! 이게 죽을라고…”

       

       

       한동안 좀 피했더니 기강이 해이해진 모양. 

       

       프리가는 커다란 도끼를 가볍게 휘두르며 어깨에 얹었다. 시퍼런 도끼의 날이 빛나며 으르렁거리는 듯하다. 불쌍한 시종의 얼굴은 파랗다 못해 하얗게 질려가고 있었다.

       

       

       “야, 안내해.”

       

       “에, 예?”

       

       “둘이 있는 곳으로 안내하라고.”

       

       “아, 아! 알겠습니다!”

       

       

       덜덜 떠는 시종을 앞세우고, 프리가는 산을 내려갔다. 

       

       북부의 공녀, 프리가.

       

       그녀가 이스칼에게로 간다.

       

       아주 커다랗고 날카로운 도끼와 함께.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항상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 ‘신선우’님!! 반짝이고 달콤하고, 맛있는 후원!! 감사합니다! 캣?파이트? 개?냥이?ㅎㅎ

    – ‘저울토끼’님!! 새콤달콤하고 폭신하고 따뜻한 후원!! 감사합니다!!! 전 수상하지 않습니다…!! 음해 멈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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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Installed an Idle Weapon Crafting Ga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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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치형 무기 만들기 게
Status: Ongoing Author:
Out of boredom, I downloaded an idle weapon crafting ga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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