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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49

       *** ***

       

       판은 계속되었다.

         

       네 사람이 한 번씩 패를 섞는 것을 1순이라 한다. 그렇게 5순이 돌 때까지 세 사람은 호천안에게 계속해서 기본 판돈만 빼앗겼다. 흑저가 한번은 참지 못하고 승부를 걸어 보았으나 추가로 금자 다섯 냥만 빼앗겼을 뿐이었다.

         

       다섯 번.

         

       판에 있는 세 명. 그리고 외야에 종업원이나 다른 도박을 하는 손님으로 위장한 도박사 수십 명이 눈을 부릅뜨고 호천안이 골패를 섞는 것을 바라보았으나 그 누구도, 호천안의 수를 짐작하지 못했다.

         

       매 판 호천안이 판의 기본 액수를 쓸어가는 모습을 보며 다음 기회를 노릴 뿐이었다.

         

       가끔 금자 세 냥. 다섯 냥에 얼굴을 내밀어 보았지만 호천안의 앞에 금자만 쌓였을 뿐.

         

       또 다섯 순이 돌고 골패를 새로 교체했다. 미리 순번을 암기한 골패였지만 그럼에도 달라질 것은 없었다. 호천안은 자신의 순번이 올 때까지 골패의 숫자를 파악한 호천안의 손을 한번 거치면 호천안만 알고 나머지 세 사람은 모르는 패가 완성되었으니까. 

       

       보고 또 보아도 호천안의 수를 파악할 수는 없었다.

         

       십오 순이 돌았을 때 학저는 눈을 질끈 감으며 신호를 보냈다.

         

       “패를 바꾸겠습니다.”

         

       시비가 작업을 쳐 놓은 골패를 들고 들어왔다. 중요 패에 흠집이나 갈라짐, 아교의 접합부 등으로 본인들만 알 수 있는 표식을 해 놓은 것이었다. 호천안은 골패에 수작을 부린 것을 알았다는 양 골패를 이리저리 뒤집어 보더니 가소롭다는 듯이 웃기만 할 뿐이었다.

         

       그래도 청서는 집중력을 끌어 올렸다. 중요할 때 한 번 사용하려고 준비해 놓았던 패였지만 어쩔 수 없었다. 전력을 다 해도 역부족이라 느껴지는 상대를 앞에 두고, 비장의 수랍시고 패를 아끼는 것은 최악의 선택이었으니까.

         

       “어디 한번 계속 웃을 수 있나 보자고!”

         

       흑저가 투지를 드러냈고 학조와 청서 역시 그런 흑저를 보면서 정신을 가다듬었다.

         

       세 사람은 눈빛을 주고받았다. 그래 상대는 하나고 우리는 셋이다. 흑저가 투지로 둘을 일깨웠듯이 각자의 장기를 살려 상대를 압박하면 될 일이었다.

         

       순이 계속해서 흘렀다.

         

       호천안이 판이 잘 풀리지 않는다는 듯이 혀를 찼다. 세 사람이 표기된 중요 패들을 계속해서 아래에 묻어 놓았기 때문이었다. 공개된 패만 위로 올리며 호천안에게 낮은 패만을 돌리며 기회를 주지 않았다.

         

       매번 기본 금액을 쓸어가며 판마다 금자 세 냥의 이득을 올리던 호천안의 움직임에 제동이 걸렸다.

         

       “죽어.”

         

       낮은 패가 손에 잡힌 것이 뻔한 상황이라면 호천안 역시 죽을 수밖에 없었으니까.

         

       거침없이 기본 금액을 쓸어담으며 금자의 탑을 높이 쌓던 호천안이 지지부진한 흐름에 갇혔다.

         

       손해도, 이득도 나지 않는 길항 상태. 서로 불확실 요소를 가지고 있기에 통하는, 상대를 흔들기 위한 3냥 5냥 베팅이 이어질 뿐 판의 흐름은 바뀌지 않았다. 호천안이 판을 깨고자 적극적으로 아랫패들을 위로 올렸으나 세 사람 역시 그냥 죽으면서 방어했다.

         

       ‘기회는 온다.’

         

       역전은커녕 비장의 수를 쓰고 나서야 동수. 호천안의 감정은 여전히 읽을 수 없었지만 세 도박사는 호천안이 철저히 감정을 제어할수록 초조감을 느끼고 있다는 확신을 품었다. 수세에 몰렸기 때문에 더욱더 철저하게 감정을 감추는 것일 테니까.

         

       ‘중요 패들을 막다보면…분명 기회가 온다.’

         

       그 사이에 분명 언젠가 기회가 올 일이었다.

         

       그리고 그렇게 숨을 죽이며 판을 이어가다가, 드디어 기회가 왔다.

         

       학조는 자신의 패를 내려다보았다. 표기하지 않은 31이 잡히며 상당한 패가 완성되었다.

         

       ‘31. 33인가.’

         

       학조는 호천안의 패를 살폈다. 아니 판 전체의 패를 살폈다. 그리고 학조는 필사적으로 마음을 다잡았다.

         

       ‘왔다.’

         

       드디어 기다리던 역전의 흐름이 왔다. 호천안의 패에는 삼십이라 표시된 패가 섞여 있었다. 지금까지 밝혀진 패들을 제하고 불확실의 영역에 있는 경우의 수를 모두 따지더라도 30으로 64의 패를 이기기 위해서는 30과 15의 조합인 75점 외에는 방법이 없었다.

         

       그런데 뽑지 않은 골패의 맨 윗장. 그 맨 윗장이 바로 15였다. 골패 뒷면 하단에 난 상흔이 그 골패가 15라는 사실을 알려 주고 있었다. 

       

       드디어 승기를 잡을 수 있는 기회가 도착했다!

       

       학조는 더욱더 빠르게 머리를 회전시켰다. 

         

       ‘표기되어 있지 않은 31도 아직까지 판에 한 번도 등장하지 않았다.’

         

       즉 호천안의 입장에서 학조의 패는 두 개 모두 미지의 숫자. 여태동안 몇 순이 돌아가며 절반 정도의 패가 공개되었으니 패를 유추할 수 있는 단서는 있지만 그 정도 유추만으로는 수를 확신할 수는 없었다.

         

       큰 판의 흐름이 벌어지기에 시기상으로도 적절했다.

         

       전판과 전전판은 흔들기 없이 조용히 판이 끝이 났으니, 이번 판 쯤에서는 불확실 요소를 이용한 흔들기가 등장해 줄 때였기에.

       

       흔들기인 척 들어가 판을 키우며 배짱 싸움으로 유도하면 아주 크게 딸 수 있다!

         

       “금 세 냥.”

         

       “좋소. 셋.”

         

       “나도 셋.”

         

       흑저와 청서는 아직 상황을 눈치채지 못했다. 33이야 미리 표기되어 있어 알 테지만 호천안이 섞어낸 불확정 요소인 31이 학조의 손에 잡혀 있는 것을 모를 테니까.

         

       “다섯.”

         

       호천안이 배팅액을 올렸다. 학조는 호천안의 패가 꽤나 높은 숫자라는 것을 직감했다. 아마 못해도 20후반. 어쩌면 32일지도 몰랐다.

         

       30과 20후반. 아니 32라고 가정한다면 자신감 있게 승부에 나설 법 했다. 62점이라면 덮어놓고 승부에 나서도 될 정도의 수였으니까.

         

       학조는 긴장으로 떨리는 눈으로 호천안을 한 번 바라본 뒤에 숨을 크게 쉬었다.

         

       “열.”

         

       “…죽겠소.”

         

       “죽어.”

         

       흑저와 청서의 패는 호천안의 입장에서 충분히 유추가 가능한 패들이었으니 두 사람은 미련없이 접었다.

         

       호천안은 학저를 바라보았고 학저는 오직 도박판의 중앙에 시선을 고정시킨 채 호천안의 말을 기다렸다.

         

       “열—다섯.”

         

       “…스물.”

         

       호천안의 눈빛이 깊어졌다. 온 도박장의 숨을 죽였다. 유경과 사마경휘도 침을 꿀떡꿀떡 삼켰다.

         

       분수령.

         

       학조와 흑저와 청서가 호천안에게 한 방 먹일 수 있을 것인가. 아니면 그대로 호천안이 이 세 사람의 회심의 수를 꺾고 판을 지배할 수 있을까.

         

       이 판에서 누가 승자가 되느냐에 따라서 그 기세가 완전히 뒤바뀔 것은 자명했다.

         

       “서른.”

         

       “마흔.”

         

       “쉰.”

         

       호천안의 금자 50개 선언에 학조는 도박판에서 시선을 뗐다. 흑저와 청서가 긴장된 시선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호천안이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학조는 한순간. 아주 미세하기 흔들린 호천안의 눈동자를 보았다.

         

       학조는 금자 50냥에 해당하는 금원보를 내밀었다.

         

       “백!”

         

       천상루의 지하 2층의 공기가 멈추었다. 만약 호천안이 이번 배팅을 받는다면 흑저와 청서가 낸 금자 5냥까지 합쳐 도합 황금 210냥의 향방이 결정되는 판이 성사된다!

         

       또한 학조나 호천안이나 이번 판에서 패배하게 된다면 엄청난 정신적 타격을 입게 될 터였다.

         

       “좋다.”

         

       호천안 역시 금원보를 더했다.

         

       “성사된 것이오?”

         

       “그래.”

         

       낙장불입. 완전히 배팅이 끝나고 학조는 떨리는 손으로 패를 내려놓았다.

         

       “육십 사! 고점이로군!”

         

       주변에서 탄성이 흘러 나왔다. 학조는 입가를 비틀어 올리며 호천안을 응시했다. 호천안의 얼굴은 여전히 감정을 찾아볼 수 없었지만 학조는 확신했다. 호천안도 자신과 같은 인간이고 인간이라면 빈틈을 드러낼 수밖에 없다는 것을. 마지막 배팅을 하기 전 그 한순간의 흔들림은 분명 착각이 아니었다.

         

       꿀꺽.

         

       누군가 호천안을 바라보며 마른침을 삼켰다. 호천안의 손이 내려가기 시작했다. 도박장의 모든 사람이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쭉 내밀었다. 황제인 유경과 동차제독인 사마경휘 역시 마찬가지였다.

         

       달칵.

         

       약간의 소음과 함께 내려진 호천안의 패는…삼십과…

         

       “십오! 칠십오 점이다!”

         

       “아아…!”

         

       십오였다.

         

       “말도 안 돼!”

         

       학조는 벌떡 일어나 남은 패를 뒤집었다. 이것이 분명 십오였는데 어찌 호천안의 손에 십오가…

         

       학조는 패를 뒤집고는…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앉았다.

         

       십오와 똑같은 곳에 흠집이 난 패는 23이었다. 학조의 돌방행동에 당황하던 두 도박사도 눈을 크게 떴다. 그들 역시 15라고 생각했던 골패가 막상 뒤집었더니 23이었다.

         

       하단에 흠집이 나 있는 것이 어떻게 15패라는 것을 알았지? 그리고 언제 똑같은 흠집을 냈단 말인가? 학조가 높은 패를 가지고 있다는 건 어떻게 알았지? 30과 15라는 최강패를 잡고도 연기를 보였단 말인가?

         

       아니 애초에.

         

       ‘언제..어디서부터…’

         

       언제 어디에서부터 간파당했고 농락당하고 있었는가.

         

       학조는 아득한 느낌이 들었다. 술을 진탕 마시고 의식이 끊기기 전과 비슷하기도 하고 아침에 정신이 덜 들었을 때와 같이 세상과 자신이 멀리 떨어져 있다고 느껴지는 느낌.

         

       “내 차례로군.”

         

       호천안이 금원보를 자신의 자리에 쌓고 학조가 뒤집은 골패를 아무렇지 않게 되돌리고 섞었다.

         

       탁. 탁.

         

       학조는 멀게만 느껴지는 도박판의 전경을 눈에 담았다. 호천안의 옆에는 금원보가 차곡차곡 쌓여 있었다. 그리고 호천안의 골패를 섞고 있었다.

         

       아무런 수작도 부리고 있지 않다는 듯이 약간의 지루함을 담은 눈빛으로 아주 일정한 박자의 정직한 손놀림을 보이고 있는 호천안.

         

       그 모습을 보고 있노라니 실소가 흘러나왔다. 일정한 박자의 정직한 손놀림이라고? 방금 전 판에 그렇게 호되게 당해놓고도 눈에는 그렇게 보였다.

         

       학조는 웃음을 터트렸다.

         

       도박판에서는 절대 본심을 내비쳐서는 안 된다. 연기된 표정이야 뭘 짓든 상관 없지만 본심만은 드러내서는 안 된다. 눈썰미 좋은 도박사들에게 진짜 표정을 한번이라도 노출하게 되면 가짜 표정을 간파할 수 있는 단서를 제공하는 셈이었으니까.

         

       그러나 그게 무슨 소용인가.

         

       상대에게 완전히 농락당하고 있는 와중에 표정 관리 따위가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탁. 탁. 탁.

         

       호천안이 골패를 섞는 일정한 소리와 함께 학조는 나락으로 떨어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3일간 준비한 최고의 수를 이용해 최적의 순간에 승부수를 띄웠음에도 처참히 패배.

         

       차라리. 호천안이 대소를 터트리며 황금을 끌어안고 기뻐하기라도 했다면 이리 비참하지는 않았을 것이었다. 그저 잔챙이 하나를 정리했다는 듯이, 길에 널린 돌멩이 하나를 치웠다는 듯이, 황금 백 십 냥을 따고도 별다른 감정을 드러내지도 않은 채 담담히 다음 판으로 향하는 호천안이 마치 별세계 사람인 것처럼 느껴졌기에.

         

       ‘이길수…없다.’

         

       학조의 마음은 시커먼 색으로 물들었다.

         

       학조와 청서, 흑저가 반등하는 일은 없었고.

         

       호천안은 그날 황궁으로 귀환할 시각이 되기 까지 금자 삼백 냥의 수익을 올렸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도박파트가 되면 수상하게 진심이 된다구욧?

    본 작가는 언제나 진심입니닷!

    *
    [비공개]님께서 [10코인]씩 두번 20코인을 후원해주셧군요!

    늘 꾸준한 후원 정말 감사드립니다! 오늘도 글을 잘 쓰고 있다는 칭찬으로 알아듣겠습니닷!

    후원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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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참 대금 지급 감사드립니다! 또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연참을 진행하겠습니닷!

    후원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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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무협게임 속 고수들이 집착하는 낭인이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became Ho Cheon-an, a second-rate warrior in the martial arts game [Murim Cheonha].

To survive, I had no choice but to give enlightenment.

Martial arts masters began to obsess over me.

In Murim Cheonha, where fame means difficulty, getting attention meant death.

Please, just go away.

Please, let me l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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