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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49

       “……봐요, 형. 제가 아따먹 진짜 잘한다 했죠?”

        

       “뿌듯해하진 말자. 인간적으로. 대방패 기사로 엄호가 그게 맞냐?”

        

       “에이, 뭐……지튜브각도 좀 만들어드리고 그런 거죠. 팬이 해줄 수 있는 게 뭐 있나요? 이런 거지.”

        

       “지튜브각은 무슨……생방 하던 거 꺼주셔서 감사하다고 절하고 싶은 심정이다. 아까 너 방패 들고 움찔거리다가 뒤통수 맞은 거 공개되면 1년어치 조리돌림이야.”

        

       “제가 대방패는 전문이 아니고, 지하처럼 축축한 곳 원래 안 가고……아, 알겠어요. 그래도 그 판 이후론 잘 했잖아요! 좀 긴장해서 실수한 거예요. 다시 하면 다 이깁니다. 형이랑 거의 소울메이트 느낌으로다가 호흡 맞춰서 딱! 진짜예요.”

        

       “……지한아.”

        

       “네?”

        

       “미안한 얘기긴 한데. 혹시, 이번에 나랑……진짜로 호흡 맞춰볼 생각, 있을까?”

        

       “어……형, 제가 진짜 형 후배로서 존경하고 좋아하는 데요, 그……저는 여자를-”

        

       “이때다 싶다고 지랄하지는 말고.”

        

       “넵.”

        

       “네가 프로로서 판단했을 때, 이건 아니다 싶으면 그냥 터놓고 얘기해줘라. 근데 될 것 같고, 생각 있으면 내일 스크림에서 한번만 해보자. 그리고, 너도 가능성 보이면……대회에서.”

        

       “……코치님 또 뒤집어지실 텐데요.”

        

       “그건 내가 받아낼 테니까, 걱정하지 말고.”

        

       “……호흡 맞추자면서 뭘 맨날 혼자……같이 해요, 같이. 아, 맞다! 형 아따먹이랑은 언제 친해진 거예요? 설마……아니죠? 제가 진짜 형 좋아해서 드리는 말씀인데, 세상엔 멀리서 눈을 감고 마음으로 봐야만 예쁜 사람도 있-”

        

       “지한아.”

        

       “넵.”

        

       “알지?”

       

       “넵. 죄송함다.”

        

       * * * *

        

       딱히 따스하지 않은 햇살.

        

       은근히 싸늘한 기가 감도는 공기.

        

       그리고, 무거운 눈꺼풀과…….

        

       -우우웅

       -우우웅

       -우우웅

        

       울리는 전화기.

        

       평범하다면 평범한, 늦가을의 하루다.

        

       뻑뻑한 눈을 돌려 화면을 확인했다. 저장되지 않은 번호.

       

       몇 달 전까지만 해도,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게 이런 모르는 번호였더랬다. 혹시 저장만 안 되었을 뿐, 나름 가까운 지인일까봐.

        

       ‘나야 나’라고 말하며 아는 척을 하기 시작하면, 대체 뭐라고 응대해야 할지.

        

       지금도 뾰족한 해답은 없지만, 더 이상 걱정은 하지 않았다. 지난 1년여간 그런 연락을 해오는 지인은 한 명도 없었으니.

        

       다행이라고 느껴지지는 않았다.

        

       손가락을 움직여 전화를 받았다가, 설문조사를 위한 전화라는 인공적인 목소리를 듣자마자 다시 끊었다.

        

       그 작은 동작에도 은근히 근육통이 느껴지는 게……연습 도와준답시고 신나서, 무리하긴 진짜 무리했구나.

        

       VR로 계속하기엔 힘이 부쳐 중간에 키보드 마우스로 전환했는데도,

        

       이틀 정도 지나면 나을 줄 알았는데. 사흘차인데도 몸 이곳저곳이 욱신거려.

        

       하지만 후회는 없었다.

        

       월드 시리즈에서 2지하를 선보일(지도 모르는) 프로에게 직접 전략을 전수해주며 펑고까지 해줬다……이건 제법 레어도가 높은 업적 아닌가. 혹시 우승이라도 한다면 향후 10년 간은 술자리에서 썰을 풀 수 있지 않을까.

        

       분명 레반도 고마워할 거야. 아직은 그렇게 고마워하는 기미까진 없었지만, 인생 일은 모르는 거다.

        

       ……나오나가, 10년 간 흥행한다는 전제의 이야기이긴 한데.

        

       여기의 패러데이 게임스는 일을 잘 하는 것 같으니까. 아직 시즌 1이지만, 벌써 흥행의 정도가 다르잖아. 홍보나 운영도 열심이고.

        

       그러고 보면, 지난 생에서 도적을 중심으로 한 2지하를 개발했던 게 1시즌 중반 정도였던가.

        

       내가 아는 한으로는 내가 가장 먼저 시도하고 이론을 정립하기는 했는데……솔직히 말하면, 큰 의미가 있는 이야기는 아니다.

        

       우승한 유럽팀이 내 플레이를 참고했는지 어떤지도 알 수가 없었으니.

       

       정식으로 나한테 2지하를 배워간 것도 아니고……그냥 우연히 비슷한 시기에 비슷한 생각을 했을 수도 있지 않은가.

        

       그런 의미에서, 혹시 이번에 GP가 2지하로 우승을 한다면, 작은 업적으로 삼아도 되지 않을까.

        

       조금은 기쁠 것 같아. 누군가 알아주지는 않더라도.

       

       만에 하나라도 생각하면, 실시간으로 보고 싶기는 하다.

        

       경기, 챙겨볼까.

       

       안 그래도 최근에 월드시리즈 중계를 해달라는 요구가 급증하다 못해 부글부글 끓어 넘쳐나고 있는 마당이다. 

        

       생각해보면, 은근 괜찮을 것 같기도 하고.

        

       나름의 컨텐츠가 되기도 할 터다. 해설을 잘 할 자신은 없지만……친구들끼리 같이 구경하는 느낌으로 관람하는 것도 나름의 재미 아니겠는가.

        

       그래.

        

       돌아가면, 중계는 어떻게 하는 건지 알아볼까. 신청하는 절차가 있을 수도 있으니까.

        

       이런 저런 생각과 함께 침낭의 지퍼를 내렸다. 그 즉시 냉기가 온 몸으로 느껴지는 게……텐트를 너무 저렴한 걸 샀나. 1인용 캠핑용품은 굳이 비쌀 필요가 없다는 철학이 있었는데, 만용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잠결에 벗겨진 털모자를 다시 눌러쓰고, 텐트 밖으로 나갔다.

        

       짜릿하리 만치 상쾌한 공기와, 자연 속에 스며들어 나 홀로 즐길 수 있는 탁 트인 숲의 시야……는, 안타깝게도 없었다.

        

       숲은 있지만……여기저기서 나는 음식냄새와, 분주하게 움직이는 사람들, 그리고 일렬로 주욱 늘어선 텐트들이……뭔가, 낭만을 9할 이상 깎아내린다고 해야 하나.

        

       옅은 한숨을 내쉬며, 대여한 버너에 불을 올렸다.

        

       아침에 라면은 먹어야지.

        

       ……저쪽으로 100미터만 가면 있는 매점에서 컵라면 하나 사면 뜨거운 물을 주겠지만……그래도……컵라면에 넣을 물을 직접 끓이는 맛이…….

        

       “하.”

        

       아무리 생각해도…….

        

       이런 건 캠핑이 아니야.

        

       .

       .

       .

        

       이렇게 혼자, 싸구려 텐트 하나 들고, 어린 아이들이 뛰어다니는 서울 근교 캠핑장에 온 건……충동적인 선택이었다. 상당히.

        

       계기는, 그저께 위게더에서 보게 된 더 로그2의 트레일러였다.

        

       제법 본격적으로 단체 야영을 구현한 게, 정말……맛있어 보여서.

        

       이거 분명 누가 그때 곧 출시한다고 하지 않았나? 하고 설레는 마음으로 확인해보니, 3개월은 더 남았더라.

        

       누가 이런 거짓정보를 준 건지.

        

       기억나면 가만두지 않을 거야. 영예의 2번째 영구밴이다.

        

       그러나 기망당한 슬픔에도 불구하고, 이미 불이 붙어버린 캠핑을 향한 욕망은 쉬이 꺼지지 않았던 것이다.

        

       그래서 캠핑을 키워드로 검색해가며 게임을 몇 개 찾아봤으나, 영 성에 차는 게 없어서……게임을 살 돈으로 텐트 하나 사 들고, 캠핑용품을 대여해주는 캠핑장에 찾아오고 말았다.

        

       ……그런 짓은 하지 말았어야 했는데.

        

       -후룩.

        

       가슴 깊은 곳에서 보글보글 끓어오르는 후회와 별개로, 라면은 맛있었다. 곁들여 먹은 소주의 쓴맛이 전혀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야외에서 추운 몸을 덥히며 먹는 라면의 맛은……정말이지, 언제 어떻게 먹어도 각별하더라.

        

       “후.”

        

       배경만 좀 달랐으면 더할 나위 없었을 텐데. 사람이 복작거리는 캠핑장은 정말로 취향이 아니었다.

       

       인파로 가득한 곳이 좋았으면 어디 도심지 광장에서 캠핑을 했겠지.

       

       그래도, 이렇게 홀로 밖에 나와 시간을 보내는 것이 오랜만인 덕일까. 사람 구경을 하는 재미가 없지는 않았다.

        

       뛰어다니는 아기들과, 고군분투하며 홀로 텐트를 정리하는 아저씨.

       어째서인지 어제 저녁에 비해 상당히 냉랭해진 커플.

       그리고…….

       

       와, 저거 뭐야.

        

       이리저리 옮겨다니던 내 시선을 사로잡은 건, 남자 넷이 캠핑을 온 팀이었다. 아침부터 유독 분주하다 싶더니, 남은 고기를 굽고 있는……저건 좀 부럽네. 진짜로.

       

       투닥투닥거리며 수다를 떨고, 서로에게 술을 권하는 그 풍경을 멍하니 바라보다가, 문득- 방송이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정말로 할 수는 없겠지. 송출되면 안 되는 사람들이 내 뒤로 너무 자주 걸어다녀서, 영상 촬영을 하기엔 엄두가 안 난다. 게다가, 이런 캠핑장은 촬영 허가……같은 것도 받아야 하지 않나.

        

       실수로 얼굴이 나올 가능성도 너무 높고.

        

       ……얼굴이 나오면 큰일난다, 같은 생각은 없어졌지만.

        

       처음에는, 혹시라도 신상이 드러나지 않도록 주의할 나름의 이유가 있었다. 인터넷방송을 시작한 건 어쩔 수 없는 일이었지만, 얼굴까지는……내가 정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싶었으니.

        

       하지만 나중에는, 그냥 습관처럼 숨었던 것 같기도 하고. 채팅창에서 빨리 캠을 켜라며 불타는 걸 보는 게 좋았던 것 같기도 하고.

        

       지금에 와서는, 뭐 대단한 비밀인가 싶기도 한데……그래도, 실수는 싫다. 안 그래도 내가 의도하지 않은 일이 너무 많이 일어나는 삶이니. 조금은, 경계해야겠지.

        

       -후룩.

        

       어느새 식어버린 국물을 한 모금 더 들이켜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다음에는, 좀 제대로 된, 야생적인 곳에…….

        

       친구들과 함께 올 수 있으면 좋겠네.

        

       아.

        

       모집, 시도해볼까.

        

       ‘동료를 찾습니다’, ‘불편과 고통. 많은 노동, 그리고 지속되는 어둠, 날씨 보장 못함. 낮에 거처를 고르고, 밤에 태양을 지피실 분.’ 같은 느낌으로.

        

       힘겹게 문장을 완성해, 별포크와 아크, 그리고 레반이 있는 방에 업로드했다.

        

       더럽게 춥네, 진짜.

        

       미처 읽지 못한 사람의 수를 나타내는 숫자는 빠르게 2로 줄어들었다. 레반과 아크는 이 시간에 절대 일어나지 않으니, 아마…….

        

       [별포크: 저요]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늦어져서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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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s Not That Kind of Malicious Broadcast

It’s Not That Kind of Malicious Broadcast

그런 악질 방송 안ㅣ에요
Score 3.7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am a healthy skill-based broadcaster.

I don’t hate priests.

It’s not that kind of broadcast.

What?

Clarify the controversy that’s been posted on the community?

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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