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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49

       “저는……아우렐리아 님의 여덟 번째 제자였습니다.”

       

       올리비아는 ‘였습니다.’라는 말에 주목했다. 보통 제자를 자청할 때 과거형으로 말하는 경우는 딱 두가지였다.

         

       파문당했거나, 아니면 윗 배분의 제자들이 죽었거나.

         

       “그리고 지금은 첫 번째지요.”

       “아래로는?”

       “원래는 둘이 있었는데……하하.”

         

       록파는 허탈하다는 미소를 자아냈다. 전부 죽어버렸다는 소리였다.

         

       “대마녀, 아니. 아우렐리아가 그렇게 만든거냐?”

        “반은 맞고, 반은 틀렸습니다.”

         

       록파는 표정을 왈칵 구기며 입술을 달싹거렸다. 지독한 과거를 되새기듯, 한참동안 고통스러운 신음을 내뱉었다.

         

       “스승님은 지금 제정신이 아니십니다.”

        “……뭐?”

        “사실, 예전부터 그런 기색을 보이시긴 하셨습니다. 정신 착란, 아니. 정신 분열이라고 해야 되나요.”

       “자세히 말해봐.”

         

       록파는 심호흡하며 품 속에 넣어두었던 낡은 편지봉투를 건넸다. 올리비아는 록파를 잠시 쳐다보다가, 봉투를 뜯어 내용물을 확인했다. 별 내용은 없었다.

         

       [록파, 당장 월의 마경으로 복귀할 수 있도록. 문은 열어두겠다.]

         

       그 한 줄이 전부였다.

         

       “……뭐지 이건?”

       “얼굴도 모르는 제 사저(師姐)가 보낸 편지입니다. 아, 이름은 압니다. 레니타라는 분이셨지요.”

       “됐고, 그 사저는?”

        “죽어있더군요. 온 몸이 갈기갈기 찢긴 탓에, 복원하는 데만 닷새가 걸렸습니다.”

       “…….”

         

       봉투 밑바닥에는 검붉은 살점이 들어 있었다. 그 레니타라는 주술사의 살점일 것이 분명했다. 진득히 어려 있는 귀기. 올리비아는 단번에 사인(死因)을 알아냈다.

         

       “……귀혼술.”

        “예, 맞습니다. 나중에 사저의 혼에게 물어보니, 스승님이 폭주하셨다더군요. 그날 자리에 있던 사형 둘과 사저 하나가 목숨을 바쳐 겨우 진정시켰다고 했습니다.”

       “진정? 봉인이라도 한거야?”

        “……비슷합니다.”

       “그러면, 나머지 여섯은?”

       

       분명 대마녀의 제자는 열 명이라고 했다. 그 중 셋이 죽었어도, 록파를 제외한 여섯은 멀쩡히 살아있어야 했다.

         

       “그 전에 죽었더군요. 레니타 사저에게 물어보니 수제자와 둘째 제자 분께서는 이미 일 년 전에 돌아가셨다고 합니다. 당연히 사인도 같았고요.”

         

       올리비아가 눈을 부릅뜨고 노려보자 록파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예. 그래서 제가 마지막입니다. 가장 늦게 월의 마경에 도착했기에, 아직까지 살아있는 것이지요.

         

       록파는 품 속에 넣어두었던 오른손을 꺼냈다. 하지만 그곳에 손은 없었다. 뒤틀리고 지져진 흔적만 있었을 뿐, ‘손’은 어디에도 없었다.

         

       “그래도, 대마녀께서 오셔서 다행입니다. 5년, 예. 늦어버리기는 하셨지만, 그래도 지금이라도 오신 게 어디십니까. 아, 비꼬는 건 아닙니다. 그저…….”

         

       록파는 복잡한 얼굴을 지었다. 올리비아는 거기서 몇 가지 감정을 추려냈다.

         

       걱정, 근심, 원망.

         

       가장 큰 것은 원망이었다.

         

       ‘……나에 대한 원망.’

         

       [5년이다. 5년 안에 월의 마경으로 오지 않으면, 네 저주는 돌이킬 수 없게 될 것이다.]

         

       올리비아는 그제서야, 왜 하필 5년이었는지를 깨달았다.

         

       그녀가 버틸 수 있는 최대 한계가, 바로 5년이었던 것이다.

         

       “그래서, 네 스승은 어디 있는데.”

        “…….”

        “시간을 오래 끌던 것을 보면, 주기적으로 폭주라도 하나본데. 나도 그 녀석이랑 싸우고 싶은 마음은 없어. 1년 365일 내내 정신이 나가 있지는 않을 거 아니냐. 언제쯤 정신을 차리는건데?”

       “……그건. 아, 일단 안내부터 해드리겠습니다.”

         

       올리비아는 록파에게서 스승에 대한 애착을 읽어냈다. 올리비아가 아는 대마녀라면, 정말로 다른 주술사들처럼 아무 꼬맹이나 납치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천애고아들. 죽기 직전인 꼬맹이들.

         

       그런 놈들을 이곳으로 데려와, 제자로 삼았겠지.

         

       아우렐리아는, 원래 그런 녀석이었으니까.

         

       – 빌어먹을. 내가 더러워서 맹세하고 말지. 참고로, 나는 세계선의 제약을 넘어설 수준의 맹세는 할 줄 모른다. 참고해.

       – 그럴 필요까지는 없어. 매 회차마다 하면 되니까.

       – ……야! 그건 진짜 아니지!

         

       대마녀, 아우렐리아.

         

       그녀가 몰살회차에서 어떻게 죽었는지, 올리비아는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 화면 너머에 있었지만, 그 때의 기억은 아직도 생생했다.

         

       – 결국, 왔구나.

       – 왜 이런 곳에 있지?

         

       대마녀는 서부 군도의 환락가에 있지 않았다. 그녀는, 인적이 닿지 않는 늪지대의 허름한 오두막에 홀로 머물고 있었다.

         

       처음이었다.

         

       – 일부러 이렇게 외진 곳에 거처를 지은건, 음, 조금 더 오래 살고 싶어서 그랬어. 작정하고 도망친다면 더 오래 버텼을 수도 있었겠지만, 그렇게 연명하기는 또 싫더라고.

         

       대마녀는 저항하지 않았다. 올리비아가 자신을 죽이러 올 것을 알고 있었을테고, 손해를 감수한다면 그 죽음을 피할 수 있다는 사실도 알았을텐데도 말이다.

         

       그녀는 가장 높은 위(位)에 도달한 대마녀였지만, 동시에 주술사이기도 했으니까.

         

       올리비아는 대마녀를 곧바로 죽이지 않았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대마녀 아우렐리아가 순순히 제 죽음을 받아들이는 이 상황이 믿겨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 기왕이면 고통 없이 단 칼에 죽여주라. 그래도 우리, 꽤 친했잖니?

         

       몰살 회차에서 대마녀는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은둔했다. 다른 회차들과 다르게 사치와 향락을 즐기지도 않았다.

         

       – 그래도 이 정도면 꽤 오래 버텼네. 너도 진짜 대단해. 나도 소싯적에 세계를 멸망시키고 싶다는 생각을 한 적은 있었지만, 그걸 정말 실행할 정도로 미쳐본 적은 없었거든.

         

       대마녀는 삐뚤어진 창문 너머를 바라보았다. 풍경이랄 것은 없었다. 이미 반쯤 파멸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대륙은 폐허나 마찬가지였다.

         

       제국은 멸망했고, 동부 연합이 침몰했으며, 남부의 마을들은 붕괴했고, 최후의 저항군이라고 불렸던 황녀의 가솔들도 전부 스러졌다.

         

       – ……그래도, 황녀보다 내가 일찍 죽을거라고 생각은 못했는데.

         

       세상은 대마녀의 존재를 알지 못했다.

         

       그녀는 매 순간 침묵했다. 늪지대에 처박혀, 바깥으로 나오지 않았다. 가끔씩 올리비아가 친밀도 작업을 위해 찾아갈 때만 맞아줄 때 뿐, 외부인들의 출입은 일절 금했다.

         

       – 왜 저항하지 않지?

         

       그렇게 물어보니, 대마녀는 몇 분 동안 대답하지 않고 입술을 꾹 다물고 있었다.

         

       – ……너는, 진짜 나쁜 새끼야. 나를 이렇게 만든게 누군데, 뭐? 왜 저항하지 않냐고? 넌……진짜 개 씨발 호로 말미잘 멍게 같은 새끼야.

         

       대마녀는 표독스러운 눈빛으로 자신을 노려보았었다. 화면 너머였음에도, 등골이 시렸다.

         

       – 두 번은 안 죽어줄거야. 네가 지금까지 한 일들을 생각해서, 한 번은 죽어줘도, 두 번은 안죽어줘. 네가 또 이런일을 벌인다면, 그때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네 모가지를 따버릴거라고. 알겠어?!

         

       대마녀는 고개를 돌렸다. 더 말하고 싶지 않다는 뜻이라는 것을, 올리비아는 단번에 알아챘다.

         

       그리고, 올리비아는 대마녀를 죽였다. 그녀가 원했던 대로, 고통 없이.

         

       올리비아는 고개를 돌려 축축한 늪지대를 쳐다보았다.

         

       본래 월의 마경에 저런 늪지대는 없었다. 누군가 인위적으로 만들어 놓은 것이 분명했다. 그리고, 그 ‘누군가’가 누구인지 올리비아는 단번에 알아챘다.

         

       늪지대는 넓고, 축축했다. 앞장서 안내하던 록파는 늪지대의 초입에서 걸음을 멈춰섰다.

         

       “계속 안내해.”

        “그게……그럴 수 없습니다.”

       “왜지?”

        “방금 물어보셨던 대로, 예. 스승님은 365일 매 순간 폭주하시지는 않습니다. 그중 딱 하루는 제정신을 되찾으시지요. 물론 이건 제가 직접 알아낸 것이 아닌, 사매에게 물어본 것인지라 정확하지는 않지만…….”

         

       록파는 깊은 한숨을 뱉어냈다. 명경(明境)에 도달한 주술사가 이토록 평정심을 찾지 못한다는 점에서, 올리비아는 일이 심상치 않다는 것을 인지했다.

         

       “딱 하루, 스승님이 정신을 되찾는 건 딱 하루 뿐입니다. 그 외의 날에는 전부 폭주하시지요.”

       “그게 언젠데.”

       “내일입니다.”

         

       올리비아는 힐긋, 늪지대를 바라보았다. 몰살 회차의 아우렐리아가 머물렀던 곳과, 똑같이 생긴 늪지대였다.

         

       ‘굳이 오늘 들어갈 필요는 없어.’

         

       하루쯤이야 얼마든지 기다려줄 수 있었다.

         

       “기다리실 생각이십니까?”

       “어.”

        “그건……힘드실겁니다.”

        “왜지?”

       “주술사들의 주력은 낮일 때보다 밤일 때 증폭됩니다. 그건 달이 뜬 밤에 정점에 도달하지요. 달이 가득 차있을수록, 주력이 그만큼 강해지고요. 그리고 오늘은…….”

        “만월이지.”

         

       올리비아는 록파의 다음 말을 직감했다.

         

       “보름달이 뜨면, 스승님은 정말 제대로 폭주하실 겁니다. 평소에는 저 늪지대 안에 틀어박혀 계시지만, 오늘같은 날에는 늪지대 바깥으로 뛰쳐나오실지도 모릅니다. 제 사형과 사매들이 죽었던 날도, 전부…….”

         

       록파의 말은 더 이어지지 못했다.

         

       드드드드드……!

         

       늪지대가 거세게 진동하며, 늪 속에 잠들어 있던 온갖 오물들이 사방으로 튀었다.

         

       “아, 아아, 아아아아…….”

         

       록파가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 올리비아는 그를 일으켜세우는 대신, 앞으로 나아갔다.

         

       “폭주를 푸는 조건은?”

       “……여, 영혼체로 직접 스승님의 심상 속으로 들어가서…….”

       “마법사는 못한다는 소리네.”

       

       올리비아는 연쇄살인마에게 턱짓했다. 귀신같이 알아들은 그는 곧바로 록파를 어깨에 걸터맨 다음 옆에 나란히 섰다.

         

       “저, 저는 왜……?”

        “정신을 차렸는지 분간할 사람이 필요하니까.”

         

       올리비아는 늪지대를 노려보았다. 심상치 않은 기운.

         

       ‘……이건, 쉽지 않겠어.’

         

       100레벨.

       

       자신과 동격이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Ilham Senjaya님!!!!

    -김이얀님 19코인 후원 감사드립니다!!!!

    일주일동안 꾸준한 후원 정말 감사했습니다! 맛있는 삼각김밥 사먹도록 하겠습니다.!

    ^^7

    다음화 보기


           


I Became the Witch Who Destroyed the World

I Became the Witch Who Destroyed the World

세계를 멸망시킨 마녀가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destroyed the world to see its Annhiliation Ending.

And I possessed my Character Olivia in the game.

However… … .

[The world is rebuilt.] – NPCs killed by you return.

– Princess Aria hates you.

– Sword Saint Kiel wants to slit your throat.

… … Isn’t that a bit of a regress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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