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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49

   <아무것도 받지 않아도 괜찮으냐?>

   

   교회에서 무작정 빠져나오는 길에 할배가 말을 걸어왔다.

   

   방금 전 주교가 보답을 하고 싶단 말에

   

   ‘너 같은 좆밥이 주는 물건을 왜 받아야 해? 어차피 너처럼 허접할 게 뻔한데. 뭣보다 좆밥주교 물건은 아저씨 냄새가 날 것 같아서 싫은 걸.’

   

   라고 답하고 온 게 신경 쓰이는 모양이었다.

   

   <성녀라 불리는 이를 구한 것이니 분명 훌륭한 보상이 뒤따랐을 터인데.>

   ‘그랬겠죠?’

   

   상대의 지위와 내가 한 일을 생각해 봤을 때 뜯어먹으려 했다면 꽤 많은 물건을 얻을 수 있었을 거다.

   

   그렇지만 지금 난 딱히 일반적인 보상에 집착을 할 이유가 없다.

   

   원하는 물건이 있다면 알새틴이나 뉴먼 가문 측에 이야기해서 구할 수 있는데 굳이?

   

   그럴 바에야 아무것도 받지 않는 것으로 도의적인 부담을 지워주는 편이 낫지.

   

   아카데미의 주교는 주신 교회의 몇 안 되는 양심 중 하나거든. 그 사람에게 빚을 지워두면 분명 나중에 페이비와 관련된 스토리가 진행될 때 도움이 될 거야.

   

   <아무리 생각해도 좆밥이라 불린 주교가 너를 좋게 생각하진 않을 것 같다만.>

   ‘…사실로 때리지 마세요.’

   

   그 사람은 인격자니까 괜찮을 거에요. 철없긴 해도 착한 여자애구나 라고 생각해주지 않을까요?

   

   <헛소리도 적당히 해야 들어줄 만 하다. 여아야.>

   ‘그러니까 사실로 때리지 말라니까요. 할아버지.’

   

   저라고 그걸 몰라서 현실부정을 하는 게 아니잖아요.

   

   어차피 깎아먹게 될 이미지를 이렇게라도 보충하고자 하는 저의 발악을 왜 몰라주시는 건가요!

   

   하아. 메스가키 스킬 때문에 인간관계가 너무 어려워.

   

   나는 예의를 아는 사람인데 스킬 하나 때문에 무례하고 건방지고 참교육하고 싶은 꼬맹이가 돼야 한다니 억울해!

   

   – 띠링.

   

   속으로 울분을 토하고 있으려니 또 다시 메시지가 떠올랐다.

   

   이번에는 뭔데 허접 주신. 방금 전에 내가 욕한 거에 대한 보복이라도 하려는 생각이야?

   

   어디 한 번 해보시…지는 말고요.

   

   사람이라는 게 희망적인 미래를 상상하다가 그게 무너져 내리면 감정적으로 흥분을 하게 되잖아요? 저도 그랬던 겁니다.

   

   메스가키 스킬 때문에 워낙 고생을 하다 보니 감정이 많이 쌓여 있었거든요. 부족한 인간으로써 어쩔 수 없는 행동이었다 그거죠.

   

   그으. 거 뭐냐. 페이비가 말하길 아르마디님께선 예전에 잘못을 한 것보다 그 후의 행동이 중요하다고 말씀하셨다면서요?

   

   저도 앞으로 잘 할 테니까 용서해 주시면 안 될까요? 제발요!

   

   나를 괴롭히기 위한 무언가가 나올지 몰라서 필사적으로 허접주신을 향해 변명을 해보았지만 내 앞에는 속절없이 창이 떠올랐다.

   

   [페이비의 호감도가 70을 돌파했습니다!]

   

   응? 뭐요?

   

   내가 예상한 것과 전혀 다른 내용이 눈앞에 떠올라서 멍하니 그를 바라보다가 눈을 쓸어내리고서 다시 창의 내용을 살폈다.

   

   페이비의 호감도가 70을 넘었다고?

   

   짐작 가는 부분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방금 전에 페이비의 정신 세계에 들어가서 그녀를 구해주고 오는 길이니까 말이야.

   

   호감도가 올라가더라도 이상할 건 없지.

   

   그리고 그에 관한 징조도 하나 있었다.

   

   저번에도 조이의 호감도가 70을 돌파하기 직전에 반말을 했었고 이번에도 정신세계에 들어선 후부터 페이비에게 반말을 하기 시작했었으니까.

   

   아직까지는 추측에 불과하지만 평소에 존댓말을 하던 사람에게 반말을 하게 되는 건 호감도랑 관련이 있나 보네.

   

   …호감도 70인가.

   

   페이비가 나를 소중한 사람으로 여기고 있단 사실을 알게 되니 입가에 절로 웃음이 지어졌다.

   

   그 동안 여러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결국 원하는 걸 이루는 데 성공했네.

   

   역시 나라니까! 소울 아카데미의 썩은물은 특별하다고!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두 번 다 나크라드가 큰 역할을 해줬다.

   

   처음 조이의 호감도 70을 넘긴 것도 나크라드를 상대로 조이를 구한 덕분이었고,

   

   지금도 페이비를 나크라드에게서 구해주며 70을 넘긴 거니까 말이야.

   

   정말이지. 나크라드 이 녀석!

   

   아르마디의 사도가 싫다고 만날 그러지만 정작 행동은 정직하잖아?

   

   위기를 연출함으로써 허접 주신이 내려 준 퀘스트를 클리어하는 데에 큰 도움을 주다니!

   

   덕분에 내 파티 구성은 완벽해졌어!

   

   후위에서 화력을 담당해 줄 조이!

   

   힐과 버프를 담당해 줄 페이비!

   

   거기에 더해 맨 앞에서 탱킹을 해주는 나!

   

   흐흥. 여기에 그 어떤 파티원이 섞인다 하더라도 베이스가 워낙에 좋아서 아무 문제가 없어!

   

   그 누가 들어오더라도 내 파티는 이미 1티어라고!

   

   이야. 정말 나크라드한테 고맙기는 한데 이걸 어쩌나. 메스가키 스킬 때문에 난 다른 사람한테 고맙다는 소리는 절대로 못하거든.

   

   그러니까 너한테 고맙다는 이야기는 못 해줄 것 같네.

   

   아닌가? 상대를 열받게 하는 의도라면 고맙다는 이야기를 할 수 있으려나?

   

   으음. 왠지 될 것 같은데? 나중에 나크라드를 만나면 네 덕이 잘 돼서 너무 고맙다고 이야기를 해봐야지. 분명 치를 떨 거야.

   

   부들부들 떠는 멀대의 모습을 상상하며 혼자서 키득대고 있으려니 내 앞에 몇 개의 창이 더 떠올랐다.

   

   [퀘스트 클리어!]

   [아카데미 학생 중 두 사람의 호감도 70을 넘기는 데 성공하였습니다!]

   [보상이 지급됩니다!]

   [보상 : 루엘류 신성박투술]

     

   [새로운 퀘스트가 발생했습니다.]

   [메네스테일의 구원자]

   

   일단 새로 주어진 퀘스트는 뒤로 미루고 루엘류 신성박투술이라면 그거지?

   

   과거 세상을 구원했던 영웅인 할배가 사용했던 신성을 활용한 투술법.

   

   게임 속에서는 신성 수치에 비례해서 데미지가 늘어나는 패시브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성능은 괜찮았지만 배우는데 들이는 수고에 비해서는 효율이 안 나오다보니 잘 익히지 않았던 기술이었지.

   

   기껏해야 성기사 계열 캐릭터의 고점을 볼 때에나 익혔나 그랬을 것이다.

   

   그러니까 공짜로 배울 수 있다면 환영하고 또 환영할 만한 기술이기는 한데.

   

   한 가지 궁금한 게 있어. 박투술이라는 건 결국 몸을 움직여서 싸우는 거잖아.

   

   게임 상으로는 그 모든 걸 구현할 수 없으니까 패시브로 구현이 됐지만 현실에서는 다르지 않을까?

   

   ‘할아버지.’

   <무어냐.>

   

   마침 내 옆에는 나의 궁금증을 해결해 줄 사람이 있었다. 저 신성박투술의 창시자일 할배가.

   

   ‘신성박투술이라는 게 뭐에요?’

   <흐음? 그는 갑자기 왜 묻는 것이냐?>

   ‘아르마디께서 저에게 그 기술을 주셔서요.’

   <….그게 정말이냐?!>

   

   내가 허접 주신에게 받은 것을 이야기하자 할배가 다급하게 목소리를 높였다.

   

   할배답지 않게 음이 잔뜩 올라간 목소리에 순간 당황했지만 일단 난 고갤 끄덕였다.

   

   ‘네. 그게 아니면 제가 어떻게 할배의 박투술을 알겠어요.’

   <잠시. 아. 그래. 손에 신성을 담아 보거라! 그럼 알 수 있을 것이다!>

   

   손에 신성을? 영문을 모를 요구였지만 일단 할배의 말을 따랐다.

   

   무언가 생각하는 것이 있을 거라 믿으며.

   

   내가 몸 안에 품고 있던 신성 중 일부를 손으로 옮기겠다 마음을 먹은 순간 머릿속에 정보가 새어 들어왔다.

   

   그는 꼭 철벽 스킬을 사용할 때와 같았다.

   

   철벽 스킬이 어디로 방패를 움직이면 되는 지를 알려주는 것처럼 지금도 어떻게 신성을 움직여야 하는 지를 무엇인가가 알려주고 있었다.

   

   그를 따라 신성을 움직여 손에 신성을 담은 순간 손에서 빛이 피어올랐다.

   

   그건 이전에 할배가 나크라드를 물릴 때 보여주었던 태양과 닮은 따스한 빛이었다.

   

   <…아르마디시여. 그렇군요. 그렇기에 저를 이 여아에게 보내셨던 겁니까!>

   ‘할아버지?’

   

   할배 왜 갑자기 무슨 광신도가 할법한 반응을 보이는 거야? 무섭게 그러지 마요.

   

   <좋다! 여아야! 잘 되었구나! 그대에게 내 모든 것을 전수해줄 수 있게 되었으니!>

   

   메이스를 통해 전해지는 할배의 목소리에 열기가 담겨 있었다.

   

   나 이거 들어본 적 있어. 포셀이 나를 가르칠 때 이런 느낌이었어.

   

   베네딕한테 부탁 받았기에 날 제대로 된 기사로 만들고 말겠다 선언할 때 목소리가 딱 저랬거든.

   

   그러니까 지금 할배의 심정이 그 때 포셀과 비슷하다 생각을 한다면…

   

   ‘할아버지. 좀 진정하시겠어요?’

   

   제가 요즘에 수련을 하는 게 버릇이 되기는 했는데 지금보다 더 빡세지는 걸 바라지는 않거든요?

   

   이제 친구라 부를 만한 사람도 몇 명 생겼는데 저도 아카데미 생활을 좀 즐겨야 하지 않겠습니까.

   

   할배 상대하느라 나크라드가 힘 대부분을 사용했으니 당분간은 평화로울 텐데 저어.

   

   <자아! 빨리 훈련장으로 돌아가자꾸나! 훈련을 하다 나온 길이지 않으냐!>

   

   아. 제 말이 안 들리시는 구나.

   

   그럼 어쩔 수 없죠. 저도 당분간은 할배 말이 안 들리는 걸로 할게요.

   

   뇌가 흔들릴 정도로 열정적인 목소리를 내뱉는 할배의 말을 애써 무시하면서 다른 것을 확인했다.

   

   새로 주어진 퀘스트가 있었지 분명?

   

   [메네스테일의 구원자]

   [메네스테일의 던전에 존재하는 봉인이 풀리려 합니다! 그를 막아야 합니다!]

   [보상 : ???]

   [실패시 : GAME OVER]

   

   이건 게임 속에도 있었던 퀘스트네.

   

   사이드 퀘스트 중 하나인데 특정 시간 내에 클리어하지 못하면 메인 스토리의 난이도가 증가하는 식이었지.

   

   이 퀘스트의 제한 시간이 내가 기억하는 것과 같다면 아직은 여유가 있어.

   

   여름방학이 시작되면 클리어를 하러 가야겠다. 알새틴의 스승을 찾아주는 걸 덤하면 적당하겠네.

   

   휴우. 다행이다.

   

   이번에 허접 주신이 제대로 된 퀘스트를 줘서.

   

   지금까지 허접 주신을 욕한 게 꽤 있어서 업보를 갚게 될 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는데 말야.

   

   허접 주신. 생각보다 자비로운 사람이었구나?

   

   그런 거면 연습모드말고 다른 것도 좀 주지 그랬냐. 이 허접아.

   

   네가 급하게 퀘스트를 줘서 그걸 해결해줬는데 보상이 그게 뭐냐. 응?

   

   자꾸 그러면 다음번에 네가 뭐라 지껄이건 무시하는 수가 있다?

   

   뭐어. 그래도 연습모드가 어떤 식으로 되어 있는지 확인은 해봐야겠지. 현실에서는 게임하고 다를 수도 있으니까 말이야.

   

   확인을 해보고 영 쓸모 없다 싶으면 그 때가서 버리면 되니까. 그리 생각을 하고 연습 모드에 들어가려 하자.

   

   [연습 모드는 숙소에서만 사용할 수 있습니다!]

   

   경고 메시지가 떠올랐다. 게임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메시지가.

   

   흐응. 게임하고는 다른 무언가가 있단 그거구나?

   

   <여아야? 듣고 있느냐? 빨리.>

   ‘할아버지. 죄송한데 먼저 기숙사에 먼저 들리고요.’

   

   확인해봐야 할 게 생겨서.

   

   *

   

   아카데미의 기숙사로 돌아온 나는 그 즉시 연습 모드를 사용해 보았다.

   

   그러자 얼빠여우의 안개에 둘러쌓였을 때처럼 의식이 흐릿해졌다.

   

   이윽고 정신을 차리니 나는 다른 공간에 있었다.

   

   방금 전에 완공한 것처럼 자그마한 생활감도 없는 수련장. 한 가운데에 멀뚱히 서 있는 허수아비. 게임 속에서 지겹도록 보았던 연습 모드의 풍광이었다.

   

   뭐야. 다른 거 하나도 없잖아.

   

   뭔가 있는 척하길래 기대했었는데 실망이야.

   

   연습모드에 이것밖에 없다면 굳이 여기에 올 이유는 아무것도.

   

   “오오. 무어냐. 여아야. 이 곳은 그대의 정신세계인 것이냐?”

   

   평소에는 바로 뇌리에 울리던 목소리가 귓가를 타고서 전해져 고개를 돌렸다.

   

   그 옆에는 강건한 노인이 갑옷을 입은 채 서 있었다.

   

   주먹을 쥐었다가 펼치다 웃음을 지은 그는 주변을 살피다가 내 쪽으로 다가왔다.

   

   “거 수련을 하기에 아주 적당한 곳처럼 보이는 구나.”

   

   …어라?

   

   할배가 왜 여기에 있어요?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보러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어디서 쉬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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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sugaki Tank Enters The Academy

Mesugaki Tank Enters The Academy

Messagaki Tank Enters the Academy, Messaggi tanks are not properly educated., Mesugaki tanks are not properly educated., 메스가키 탱커는 참교육 당하지 않는다.
Score 9.2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2 Native Language: Korean
“You sloppy orc~ You can’t take down a girl?” He became the Mesugaki character in the Academy game. But the taunt works too we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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