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EP.15

       

       

       

       

       

       15화. 용사 임명식 ( 2 )

       

       

       

       

       

       스읍ㅡ후우ㅡ

       

       

       케니스는 연신 심호흡하며 거울을 바라봤다. 새하얀 갑옷을 입은 거울 속 그녀는 어색한 표정을 지으며 머리칼을 베베 꼬고 있었다.

       

       

       ‘이렇게 화려한 갑옷을 입어볼 줄이야…’

       

       

       온몸이 하얀색으로 이루어진 갑옷의 중간중간 금색으로 화려한 장식이 새겨진 갑옷은, 성국에서 용사 임명식을 위해 급하게 주문 제작한 갑옷이었다.

       오직 케니스 하나만을 위해 제작된 갑옷. 앞으로 다른 용사가 나타나지 않는다면, 케니스만을 위한 의례용 갑옷으로 사용될 예정이었다.

       

       

       잘그락ㅡ

       

       

       가볍게 팔을 굽혀보자, 관절 부분의 쇳소리가 가볍게 잘그락거렸다. 입은 듯, 입지 않은 듯 얇고 가벼운 갑옷. 실용성 보단 편의성과 화려함에 치중한 갑옷이다. 

       

       

       “세상에 이런 갑옷을 의례용 갑옷으로 하기엔 너무 아까운데….”

       

       

       케니스가 갑옷을 이리저리 둘러보며 중얼거렸다. 

       

       

       똑똑ㅡ!

       

       “케니스, 들어가겠다.”

       

       

       데모닉이 문을 열고 케니스와 눈이 마주쳤다. 순간 데모닉의 눈이 커졌다. 케니스가 자신을 바라보는 데모닉의 눈동자가 잠시 흔들렸다고 생각할 즈음, 데모닉이 아무렇지도 않게 말했다.

       

       

       “흠, 제법 봐줄 만 하구나. 어서 나와라. 곧 식이 시작할 거다.”

       “아,예! 알겠습니다.”

       

       

       케니스는 서둘러 데모닉의 뒤를 따라갔다. 걸음을 옮길수록, 성가대의 합창소리가 점점 선명하게 들려온다.

       

       

       아아아ㅡ

       

       

       소녀와 소년들의 목소리가 한데 어우러져 만신전 전체에 은은하게 퍼져나갔다.

       위대한 신과 선택받은 용사에게 바치는 노래.

       

       이윽고 그녀가 만신전의 정문에 다다르자, 수많은 인파가 그녀를 향해 환호성을 질렀다.

       

       

       ───!!!

       케니스!! 케니스─!!

       

       

       임명식이 준비된 정문 앞에서부터, 그 끝이 안보일 정도 모여든 사람들이 케니스의 이름을 연신 외쳤다.

       

       귀가 멍멍해질 정도의 커다란 함성. 케니스는 잠시 어안이 벙벙한 표정을 지었다.

       

       

       툭

       

       

       케니스의 등을 데모닉이 가볍게 밀었다. 

       

       

       “가라, 케니스.”

       

       

       케니스가 떨리는 눈으로 뒤돌아보자, 데모닉이 피식 웃으며 턱짓 했다.

       

       

       “어서 가야지.”

       

       

       후들거리는 걸음으로 발을 옮기는 케니스. 눈을 정면에 고정하고, 연신 심호흡했다.

       

       

       후우ㅡ스읍ㅡ후우ㅡ

       

       

       천천히 그 걸음을 옮긴다.

       

       첫걸음은 흔들리고 불안 했다. 

       

       두 번째 걸음은 조금 떨렸다.

       

       

       세 번째 걸음은 안정되고, 천천히 나아갔고.

       

       

       네 번째 걸음부터 그녀는 더 이상 흔들리지 않았다. 

       

       

       

       

       케니스는 당당하게 앞을 보며 나아갔다. 데모닉은 똑바로 나아가는 케니스의 뒷모습을 보며 피식 웃었다.

       

       

       

       ‘아주 그냥 제 어미랑 똑 닮았군.’

       

       이런 게 바로 피는 못 속인다는 걸까. 

       

       

       

       –

       

       

       

       

       케니스는 앞으로 걸어가, 엄숙하게 서 있는 대사제 앞에 한쪽 무릎을 꿇었다.

       그녀가 무릎을 꿇자 조용해진 군중들. 침묵이 대신전을 감싼다.

       

       

       “신 앞에서 겸손할지어다.”

       

       

       케니스는 고개를 깊이 숙였다.

       

       

       “다섯 신의 뒤를 이어, 혼란에 빠진 지상을 굽어 살피기 위해 여섯 번째 신이 내려오셨으니.”

       “그 대행자로 케니스, 그대가 선택받았음이라!”

       “케니스! 그대는 불의를 참지 않고, 나약한 이들을 위해 싸울 것을 맹세하는가?”

       

       “맹세합니다.”

       

       “그대는 항상 선한 이들을 위해 방패를 들고, 악한 이들을 향해 검을 들 것을 맹세하는가?”

       

       “맹세합니다.”

       

        “그대는 삿된 유혹에 흔들리지 않고, 겸손과 신실함을 마음속의 보물로 삼을 것을 맹세하는가?”

       

       “맹세합니다.”

       

       “그대는 악을 멸하고, 선을 수호할 것을 맹세하는가?”

       

       리치의 사악한 악의에 저항하지 못하고, 무력하게 비명만 지를 수밖에 없었던 순간이 떠오른다. 리치의 손짓에 얼어 버린 케일과 한스. 허무하게 잃은 소중한 사람들.

       더 이상, 그 누구도 그렇게 만들지 않을 것이다. 

       

       “…맹세합니다.”

       

       “그렇다면 그대는 이 순간부터, 신께서 임명하신 대전사요, 약자들의 용사이다. 마땅히 그 의무를 행해야 함이니!”

       

       

       대사제의 거친 손이 케니스를 일으켜 세운다. 대사제가 신검의 양 날을 조심스레 붙잡고, 케니스에게 향했다.

       

       

       “이 검으로 악을 멸하라.”

       

       

       케니스는 가만히 검을 내려다보았다. 보랏빛으로 빛나는 신검이 그녀를 재촉하는 듯 반짝인다. 케니스 자신도 왜 신에게 선택받았는지, 확신은 없었다.

       그녀는 그저 또래보다 조금 더 잘 싸우는 수습 성기사에 불과했으니까.

       

       하지만 누군가 앞에서 싸워야 한다면. 누군가 악에 맞서 싸워야 한다면.

       

       그 싸움에 자신이 선두에 서야 한다면. 

       

       그녀는 기꺼이 그 선봉에서 싸울 수 있었다.

       

       

       촤아앙ㅡ!

       

       

       케니스는 검을 받아들고 하늘을 향해 힘차게 검을 들어 올렸다.

       

       

       와아아아아─!!

       

       

       미친 듯이 울리는 사람들의 환호성. 케니스는 그 환호성에 보답하듯, 검에 신성력을 불어넣었다.

       

       

       후우우웅ㅡ!!

       

       

       신성력을 받아들이며 밝게 빛나는 검. 케니스는 더욱더 높이 검을 들었다.

       저 땅끝에서도 보일 정도로 더 높게, 더 밝게!

       

       악에 고통받는 무고한 이들이, 좌절하여 흙바닥에서 처박고 있는 고개를 들고 볼 수 있도록.

       미혹의 안개에 휩싸여 갈 곳 잃은 이들이, 등대 삼아 찾아올 수 있도록. 

       

       케니스가 들어 올린것은 악과 맞서 싸울 첨병이자, 약자들의 횃불이였다.

       

       

       그렇게 한 소녀가, 용사가 되었다.

       

       

       

       –

       

       

       

       그 시각, 대륙의 끝자락에 위치한 북부의 땅, 몬테그로스 공작령.

       끊임없이 마수들이 튀어나오는 던전과 험악한 산맥에 둘러싸여있고, 1년 중 8개월이 겨울인 이 척박한 곳에도 인간은 뿌리를 내렸다.

       

       

       쐐애액ㅡ!

       

       퍽!

       

       “그쪽으로 한 놈 간다!”

       

       

       최초로 이 땅에 정착한 인간들은 잔혹한 날씨와 싸워야했고, 밤낮없이 달려드는 마수들과 다퉈서 인간의 영역을 확보해야 했다.

       

       

       슈우욱ㅡ!

       

       

       대를 이어 끊임없이 싸운 결과, 거친 날씨와 지랄 맞은 마수들 만큼이나 거칠고 지랄맞아진 몬테그로스의 사람들.

       그중, 성격이 가장 지랄맞기로 유명한 가문이 있었으니.

       

       

       “야이 씨. 너희 똑바로 안 해? 마수한테 대가리 뚫려서 죽고 싶어?”

       “죄송합니다ㅡ!”

       

       쿠웅ㅡ!

       

       

       바닥에 쓰러진 거대한 원숭이 마수의 몸 여기저기에 깊은 상처가 가득했다. 그 중, 머리에는 성인 남성만한 상처가 있었고, 그사이로 회색빛 뇌수가 흘러나왔다.

       쓰러진 마수의 머리에 발을 올리고 큼직한 도끼에 덕지덕지 묻은 뇌수와 피를 닦아내는 여성.

       

       

       “에이,진짜. 또 피 묻었네.”

       

       

       한 갈래로 묶은 검은 머리가 차가운 바람에 흔들거린다. 투덜거리며 피를 닦아내지만 즐겁다는 듯 입꼬리가 올라간다. 

       

       

       “그래서, 이 새끼들 둥지가 어디라고?”

       “아ㅡ 정찰대 녀석들이 산에서 내려왔다고 합니다.”

       

       꾸깃

       

       여성의 눈썹이 구겨진다. 남성은 괜히 어깨를 움츠리며 눈치를 봤다.

       

       

       “또 산에서 내려온 놈들이야? 겨울도 다 돼 가는데. 뭔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거야?”

       “그건… 잘 모르겠습니다. 죄송합니다…”

       “아냐 됐어. 산에 올라갔다가 뒈진 놈들이 한두 명도 아닌 걸 아는데. 그냥 엿 같아서 그래.”

       

       

       여인은 눈을 가늘게 뜨며, 멀리 있는 산을 쳐다 봤다.

       

       

       “저 거지 같은 산에서, 또 무슨 개 같은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게 분명한데 말이야….”

       

       

       맘에 안 든다는 듯이, 손톱을 깨물며 생각에 잠기는 여성.

       그 상념은 한 사내가 편지를 가져오면서 멈췄다.

       

       “──님! 키비타스 성도에서 보낸 편지가 도착했습니다!”

       “오? 그래? 생각보다 빨리 왔네. 그래, 뭐라던? 아니다. 이리 줘 봐.”

       

       

       남자의 손에서 편지를 낚아챈 검은 머리의 여인이 편지 봉투를  쫙쫙 찢고는 그 내용을 빠르게 훑는다.

       

       밑으로 눈동자가 내려갈수록, 점점 진해지는 그녀의 웃음. 주변에 선 남자들은 불안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그녀가 저렇게 즐겁다는 듯 웃을수록, 머지 않아 사건이 하나씩 터지기 마련이였으니까.

       

       

       「… … 하여, 요청하신 추가적인 병력은 조만간 몬테그로스 공작령으로 도착할 것입니다. 아울러, 거듭 강조하신 케니스 수습 성기사의 북부 파견 또한 승인되었으니, 확인하시기 바립니다… …」

       

       

       검은 머리의 여인은 입이 찢어질 듯 환하게 미소 지으며, 크게 웃었다.

       

       

       “아하하하하! 드디어 그 년이 다시 오는구나!”

       

       

       부웅ㅡ

       

       퍼석ㅡ!

       

       

       제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손에 든 도끼를 이리저리 휘둘렀는데, 이미 넝마가 된 원숭이 마수의 몸이 조각조각나서 바닥을 나뒹굴었다.

       떨떠름한 표정을 감추지 못 하는 남자들은 멀찍이 떨어져서 그 모습을 바라봤다.

       

       

       “또 왜 저러시는 거야?”

       “너 몰라? 얼마 전에 그 ──님이랑 대판 싸웠던…”

       

       

       저들끼리 목소리를 낮추고 속삭이는 남자들.

       

       

       그걸 아는지 모르는지. 여인은 신나게 원숭이 마수를 토막썰기하고 있었다.

       

       

       

       

       

       

       

       

       ***

       

       

       

       

       

       

       나는 우주를 헤엄치고 있었다. 손끝에 별똥별이 스치며 부서지고, 저 멀리 시야 끝으로 날아가 버린다. 날아가버린 별을 찾아 부드럽게 헤엄친다.

       사방에 오색찬란한 별이 빛나고, 은하수를 자유롭게 유영할 수 있다. 내 옆에는 한 여인이 있었고, 나는 그녀와 손을 맞잡고 어디든 날아갈 수 있었다.

        

       

       부우웅ㅡ

       

       부우웅ㅡ

       

       “…아.”

       

       

       꿈을 꾼 것 같다. 뭔가 되게 기분 좋은 꿈이었는데, 자세히 기억나질 않는다.

       

       

       “으…몇 시지.”

       

       

       머리맡을 더듬거리며 핸드폰을 켰다.

       

       

       화악!

       

       

       “어윽! 어우씨!”

       

       

       핸드폰의 화려한 눈뽕이 눈에 직격했다. 서둘러 화면 밝기를 낮추고 다시 눈을 떴다.

       

       

       “3시 40분? 실화야 이게?”

       

       

       12시에 잤으니 4시간도 못 자고 일어난 셈이다. 도대체 왜 이렇게 일찍 일어난 거지?

       

       

       부우웅ㅡ

       

       부우웅ㅡ

       

       

       스마트폰이 진동으로 부르르 몸을 떤다. 이 시간에 도대체 뭐지? 재빨리 잠금을 열어 확인해 봤다.

       

       

       “게임 알람이잖아? 뭐가 이렇게 많아…?”

       

       

       방치형 게임의 푸쉬형 알람이 수십 개가 쌓여 있다. 

       

       도대체 이게 뭔 상황이지?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항상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오타나 어색한 부분에 대한 지적은 항상 감사합니다.

    다음화 보기


           


I Installed an Idle Weapon Crafting Game

I Installed an Idle Weapon Crafting Game

방치형 무기 만들기 게
Status: Ongoing Author:
Out of boredom, I downloaded an idle weapon crafting game.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