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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5

        

        

        

        

        

        

       “하아.”

        

        

        

        등 뒤로 길게 늘어진 민트색 머리카락과 쫑끗 솟아오른 고양이귀.

        

        겨울의 세찬 바람이 입에서 폭포수처럼 쏟아지는 김을 이리저리 휘저었다.

        

        휘돌던 입김이 머리카락을 잠시 간질이다가 등 뒤로 사라지는 사이에도, 어딘지 모르게 어리숙한 모습의 한 인영은 조심스레 노트북을 매만졌다.

        

        

        

       “현실은 여름인데, 여기는 겨울이구나. 진짜로 춥지는 않아서 다행이다….”

        

        

        

        마치 보이지 않는 누군가에게 말을 걸고 있는 듯한, 사람이라기보단 어쩐지 작은 고양이를 보는 듯한 외관의 소녀.

        

        그런 그녀는 노트북을 뚫어져라 쳐다보며 끊임없이 손가락을 놀리고 있었다.

        

        그러나 택티컬한 겉모습과 달리 실상은 조금 차이가 있었는데,

        

        

        

       -아바타 수듄 진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게 군필여고생?이게 군필여고생?이게 군필여고생?이게 군필여고생?

       -하루에도 30번씩 기우제지내던 닼크리트들 울부짖으며 눈물의 기립박수중 ㅋㅋㅋㅋㅋㅋ

       -캐릭터 생성 가즈아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

        

        

        

        커스터마이즈 및 캐릭터 설정, 생성.

        

        언뜻 있어보이는 그 행동들은, 실상 캐릭터 생성 중 랜덤으로 나오는 모션 중 하나였다.

        

        물론, 그럼에도 요원 ID 활성화를 컨셉으로 한 게임의 시작은 가상현실 FPS 게임, 다크 존에서 특히 호평받는 부분 중 하나였다.

        

        하지만 그러한 사실에 관계없이, 시선 한 켠에 작게 띄워진 채팅창은 그야말로 감동의 도가니에 빠져 있었다.

        

        

        

       <이게꿈이야생시야님이 1,000원 후원!>

       -감사합니다…감사합니다…드디어 성불할 수 있어요…하모니 그녀는 신인가?

        

        

        

        그것을 힐끗 보며, 그녀는 언제나 그렇듯 감사 인사를 남긴다.

        

        

        

       “꿈이야생시야 님, 후원 감사합니다. 하도 지인들이 추천해줘서요. 그리고 명색이 종합게임 스트리머인데, FPS 게임도 해봐야겠다는 생각도 많이 했었고…하여튼 그래요.”

        

        

        

        그녀는 조심스럽게 슬라이드를 매만졌다.

        

        조준 보정, 반동 보정, 대미지 보정, 체력 보정, 행동 보정. 게임의 난이도 그 자체를 담당하는 다섯 개의 슬라이드.

        

        그 모든 게 전부 90% 이하로 내려갈 생각을 않는 가운데, 언제나 그렇듯 채팅창은 누구보다도 변덕스럽게 변하고 있었다.

        

        내색하지는 않았지만, 하모니는 곁눈질로 그것을 힐끔댔다.

        

        

        그러나 그 사이 참을 수 없는 단어 하나가 끼어있었다.

        

        마음 속에 꼭꼭 숨겨진 레드 버튼 하나를 꾸욱 눌린 그녀가 급발진을 개시했다.

        

        

        

       “…큭, 아니, 잠깐만요. 야! 니들이 슬라이드 전부 풀로 땡겨도 어렵대서 그렇게 했는데 왜 나보고 슈퍼겁쟁이라는 거야!”

        

        

        

        채팅창은 순식간에 웃음바다로 변했다.

        

        물론 그녀 역시, 다년간의 스트리머 경력을 통해 알고 있었다.

        

        채팅창에 상주하고 있는 수천 명 가량의 인원들은, 까놓고 말해서 그냥 그녀의 다종다양한 반응을 보고 싶어하는 것뿐인 놈들이었다.

        

        좋게 말하면 개구쟁이들이고, 나쁘게 말하면…개망나니들.

        

        하아.

        

        아무튼 그녀는 사전에 이런저런 조언을 받았기에 – 목표는 확실했고, 그렇기에 캐릭터 생성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귓가와 눈 앞에 기계적인 음성과 홀로그램이 팝업하며, 대지에 첫 발을 내딛은 그녀를 축복했다.

        

        

        

       -이카루스 디바이스 활성화. 모든 시스템 정상 작동 중.

        

       -오퍼레이터 인식 : 코드네임 하모니.

        

       -브루클린 헤이츠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와….”

        

        

        

        탄성이 자연스럽게 흘러나왔다.

        

        여타 가상현실 – 가령 판타지 게임이었다면 안내와 적응을 위한 요정 같은 게 날아왔겠지만,

        기계적이고 무기질적인 대사는 되려 그녀의 흥미를 자극하는 무언가가 있었다.

        

        한편 어느샌가 자동으로 손에 들린 총기.

        

        그것을 따로 신경쓰지 않은 채, 하모니는 눈 앞에 떠오른 인게임 목표를 보았다.

        

        

        

       -[센트럴 파크 HQ로 향하십시오.]

        

        

        

        상당히 막막한 말이었기에, 그녀는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제가 이 게임 하기 전에 들었는데, 이게 센트럴 파크 HQ까지 가는 게 튜토리얼이라면서요? 되게 어렵다고 그랬었는데, 다른 애들이.”

        

        

        

       -코인베팅장 열어줘ㅓㅓㅓㅓㅓㅓㅓㅓㅓㅓㅓㅓㅓㅓ

       -가다가 10번 이상 죽을듯 ㅋㅋ

       -재수없게 PVP존 걸려서 제초당할 예정이죠? 좃댓죠?

       -주변에 스폰한 다른유저 없냐?

        

        

        

        쏟아지는 말들.

        

        집단 무지성이라는 단어가 가장 잘 어울릴 듯한 아비규환은 보는 것조차 쉽지 않았다.

        

        그러나 이카루스에서 서비스하는 최신형 스트리밍 플랫폼인 트리키Tricky는, 스트리머에게 가장 도움이 될 만한 로그를 자동으로 뽑아 보여주는 시스템이 있었다.

        

        이내 그것이 팝업되고, 그녀는 머릿속으로 자신이 사전에 조사해왔던 정보와 시청자들이 제공한 정보를 대조했으며, 슬며시 고개를 저었다.

        

        

        

       “듣기로는 모든 유저들은 랜덤 스폰이라는데, 무장안전가옥까지는 가야 다른 사람이랑 만날 수 있을 거라고 했거든요. 진짜에요?”

        

        

        

       -맞워요

       -거기까지 가서 만난 사람이랑 파티하고 같이 HQ가는 게 국룰임 <다수의 시청자가 동의한 의견>

        

        

        

        수많은 사람들이 플레이하는 다크 존.

        

        그러나 한편으로는 진입장벽 또한 상당하다 못해 살벌하기까지 한 이 게임에 어떻게든 뉴비를 끌어오기 위해, 채팅창은 드물게 올바른 의견을 제시한 시청자에게 동의한다는 코멘트를 남기기 시작했다.

        

        물론, 쉽게 말해 ㄹㅇㅋㅋ만 준내게 쳐댔다는 의미였다.

        

        그리고 거기에 화룡점정을 찍는 미션 하나.

        

        

        

       <신규 미션 등록! [제한시간 2시간 45분 // 미션 성공시 50,000원]>

       -무장안전가옥 도착하자마자 보이는 유저랑 파티하고 HQ 도착

        

        

        

        그에 그녀는 소리없이 웃었다.

        

        땡 잡았다.

        

        어차피 해야만 하는 일에 돈까지 걸었다?

        

        참을 수 없었다.

        

        그러나 하모니가 이를 즉각 승낙하기 위해 입을 열었을 때, 마치 사전에 짜기라도 한 듯 신규 미션이 하나 더 추가되었다.

        

        

        

       <신규 미션 등록! [제한시간 3시간 00분 // 미션 성공시 100,000원]>

       -HQ 도착 전까지 절 대 솔 플 해

        

        

        

        ….

        

        그녀는 머리에 힘줄이 솟아오르는 듯한 기분을 맛보며 덧붙였다.

        

        

        

       “…파티 미션 진행하겠습니다.”

        

        

        

        하여간.

        

        세상에 청개구리는 많고, 남이 골탕먹거나 고통스러워하는 걸 보고 싶어하는 사람들은 더더욱 많았다.

        

        두 배의 미션비보다 자신이 죽고 죽어 이 게임에 흥미가 증발하는 일을 미연에 방지하는 게 더 나을 거라고 생각하며, 그녀는 사격 연습이라고 표시된 미션을 찍고는, 하얀 눈이 소복히 쌓인 죽음의 도시를 천천히 가로질렀다.

        

        이것이 무슨 일의 시작인지도 모른 채.

        

        

        

        

        

        

        

        

        

        

        

        

        

        

        

        

        

        

        이 게임의 시작은 그야말로 랜덤으로 이루어진다고 하였다.

        

        스폰 지점조차 무작위인 이 게임은 누군가는 좌초된 구축함에서 시작했으며, 지하에서 눈을 뜰 때도 있었고, 심지어는 운이 좋아 안전가옥에서 시작한 사람도 있었다고 했다.

        

        그에 따라 튜토리얼 내의 튜토리얼에 해당하는 사격 역시도 그러했는데,

        

        확인한 정보에 의하면 누군가는 구축함의 이런저런 기물들을 쏘았으며, 안전가옥의 사격 표적지에 총을 갈긴 사람도 있었고, 깡통을 맞힌 사람도 있었다.

        

        그리고….

        

        그러한 표적들 중에는, 사람도 있었다.

        

        

        

        

        찰박.

        

        하얗기만 했던 눈 위로 붉은 선혈이 주르륵 흘러내리더니, 얕은 웅덩이를 만들고, 천천히 얼어붙어 이윽고 사라진다.

        

        그 사이를 가로지르는 인영. 총구에서부터 피어나온 연기가 하늘 위로 녹아든다.

        

        머리와 가슴에 바람구멍이 나, 생명 활동을 정지한 동료를 버리고 도망치는 두 명의 괴한들을 눈에 담고, 조준을 이어간다.

        

        게임이라고 하기에는 지나치게 현실감이 넘쳤다.

        

        누군가는 사람을 쏘는 걸 주저할 수도 있었지만, 그 두 명이 방금 전까지 다른 사람에게 도끼를 내려치던 이들이었다면 이야기는 달랐다.

        

        익숙한 무게.

        

        익숙한 감촉.

        

        익숙한 시야.

        

        일절의 가감 없이 느껴지는 반동과 함께 축차로 쏘아진 네 발의 탄환은, 차가운 뉴욕의 길바닥 위에 두 명의 사람 모양 오브젝트를 추가했다.

        

        조준을 그만두고 주변을 확인한 뒤, 솔직한 감상을 토해내듯 내뱉는다.

        

        

        

       “지독할 정도로 잘 만든 게임이네….”

        

        

        

        살갗에 닿는 공기의 감촉. 방아쇠를 당길 때마다 어깨를 때리는 진동. 지상에서 벌어지는 일 따위는 상관없다는 듯 눈부시게 청명한 하늘까지.

        

        이 게임의 모든 것들이, 내 4년과 너무나도 닮아있었다.

        

        나는 다시금 내가 있었던 세상 위로 녹아들었고, 그 기분은…언제나 비슷했다. 게임을 게임으로 바라보지 못하게 됐단 건 조금 아쉬웠다.

        

        세 명의 괴한과 한 명의 피해자.

        

        이 모두가 생명이 정지했음을 확인하고는 앞으로 걸어나간다.

        

        숨을 쉬는 것만큼 간단하게 기어를 조작하여 현 위치를 파악했다.

        

        

        

       -현 위치 : 브루클린 헤이츠.

        

        

        

        기묘할 정도로 내가 겪었던 동선과 동일했다.

        

        센트럴 파크 HQ와는 기억 상으로는 대략 8마일, 더 우수한 킬로미터 단위로 환산하자면 10km 정도 떨어진 곳이다.

        

        고속단정 같은 게 있었더라면 이스트 강을 타고 편하고 안전하게 올라갈 수도 있었겠지만, 이 시점에서 그런 걸 바랄 수는 없겠지.

        

        

        

        약실에 한 발, 탄창에 30발이 들어가는 표준형 STANAG 탄창. 세 명의 괴한에 각각 두 발씩 사격했으니 여섯 발. UI가 표시해주긴 했지만 직접 확인해야 성에 찼다.

        

        어떠한 관리도 되지 않아 난장판 그 자체인 건물들. 대로변 사이로 거대한 브루클린교의 전경이 보였다.

        

        기억하기로는, 보트가 없으면 멀리 돌아가야 다리로 진입할 수 있었다.

        

        주변에 적이 없는지를 다시금 일일히 확인한 후 본격적인 시스템 조작을 시도했다.

        

        그러나,

        

        

        

       -전술지원 장비 : 사용 불가능.

        

       -나노머신 방호 기능 : 최저 강도 활성화.

        

       -모듈 시스템 : 사용 불가능.

        

       -액세스 가능한 자금 / 무기 은닉처 : 파악 불가능.

        

       

        

       “망할.”

        

        

        

        그럼 그렇지.

        

        게임 시작한 지 고작해야 5분도 되지 않은 뉴비한테 뭔 장비를 쥐어주겠어?

        

        아련하게 느껴지는 방탄 조끼와 택티컬 리그, 그 안에 들어있는 열네 개의 탄창과 수류탄 몇 개 정도의 무게감만이 지금 내가 가지고 있는 전부였다.

        

        거기에 몇 가지 추가하자면, 다용도 파우치에 든, 이유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지급받은 소규모 EMP 발생기까지.

        

        

        

        어떻게 보면 맨몸으로 던져지는 것보다는 수천 배 정도 나았으나, 내 기억상 앞으로 맞닥뜨릴 적들은 정말 수없이 많았다.

        

        게다가 그 중 많은 이들은 현재의 나보다 좋은 장비와 기어를 갖추었고, 심지어는 무인기와 드론까지 굴리는 미친 놈들이다.

        

        하아.

        

        몸을 짓누르는 묵직한 장비의 사이로, 하얀 입김이 허공을 수놓으며 사라진다.

        

        총기를 고쳐잡고, 영점이 제대로 세팅되었는지를 다시금 확인한다.

        

        

        

       “어떻게든 되겠지.”

        

        

        

        지금은 AR-15에 적당히 도트사이트 하나만 올라간 이 총과, 홀스터에 꽂혀있는 권총 및 택티컬 나이프만이 내 유일한 밥줄이었다.

        

        불평을 가질 시간은 없었다.

        

        이동을 개시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저는 보통 비축분을 몇 개의 폴더에 나눠서 저장해두는 편입니다

    갑자기 이 말을 왜 하냐구요? 다름이 아니라 다른 폴더에 있는 비축분이 몽땅 떨어져, 이제 메인 폴더에 있는 비축분을 사용하기 시작했습니다

    요컨대 따라잡혔습니다

    아무튼 드디어 인게임에 진입했습니다

    플러스 전환 후에는 3일간 하루에 2연참씩 할 생각입니다. 재밌게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그럼 20000

    전환 공지도 곧 올라갈 예정입니다

    다음화 보기


           


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귀환했지만, 총을 놓을 수는 없습니다
Score 4.1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Just the fact that I came back couldn’t be the end of everyt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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