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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5

        붉은색이 만연한 인간들의 도시.

        흙을 구워 만들어 낸 기와지붕과, 볏짚을 엮어 만든 초가지붕이 인상적인 도시.

        그리고 그런 도시의 위로 증기기관이라 불리는 엔진이 들어간 기계 장치가 움직이는 도시.

       

        언제나 같은 도시의 하늘에서 황금빛 유성이 떨어진 것은 어느 날의 일이었다.

       

       

        *            *            *

       

       

        – 그게 라나님인가요?

       

        “그래. 그랬다고 하더구나.”

       

        내가 차원을 이동하는 방식은 게이트에서 한국으로 이동하던 방식과 비슷하다.

        공간을 찢고 이어서 통로를 만들고, 그곳을 이용해서 이동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이동 방식은, 사실 주먹구구식이라고 할 수 있단다. 내 천룡안으로 대충 통로를 확인한 후에, 적당한 곳으로 이동하는 것이지.”

       

        그 때문에 어쩔 때는 행성의 외핵 부분으로 들어간 적도 있었고, 어떨 때는 대기권 외의 우주 공간에서 튀어나온 적도 있었다.

        내가 한계를 뛰어넘어 신위를 획득한 엘더 드래곤이기에 이런 무식한 방법을 사용할 수 있었던 것이지, 다른 존재였다면 그 순간에 죽었을지도 모를 정도였다.

       

        “너희들은 따라 하지 말거라.”

       

        – 따라 하고 싶어도 능력이 안 되는데요?

        – 저희도 하고 싶습니다.

        – 일단 할 수 있는지부터 물어보시는 것이 먼저 아닐까요?

       

        “……할 수 있느냐?”

       

        – ㅜㅜㅜㅜㅜ

        – ㅠㅠㅠㅠㅠㅠㅠ

        – ㅠㅠ

        – ㅜㅜㅜㅜ

        – 엄마!!! 드래곤이 나 놀려!!!!!

        – 엌ㅋㅋㅋ

       

        아니…… 물어보라며?

        다 같이 즐겁다는 감정을 뿜뿜 뿜어대며 나를 놀리는 인간들.

        하여간…… 악동들이 따로 없구나.

       

        “흠흠. 그럼 이야기를 계속해주마.”

       

       

        *            *            *

       

       

        다행히 달 근처에서 튀어나왔던 나는 행성으로 이동할 수 있었지.

        대기권을 돌파한 후 지상에 떨어져 내린 후, 나는 땅굴을 파고 그 안으로 들어갔단다.

       

        [- 왜요?]

       

        같은 차원 안에서 공간을 뛰어넘는 것은 간단해도, 차원과 차원을 넘는 일은 나 역시 쉬이 할 수 있는 일은 아니기 때문이지.

        차원을 막 뛰어넘었던 난 조금 지쳐 있었고, 몸을 쉬게 할 필요가 있었단다.

       

        [- 공간 뛰어넘는 게 간단한 일?]

        [- 마법사들 단체 오열!]

        [- 속보. 드래곤이 인간 마법사들의 재능은 형편없다고……]

       

        [“어머니. 무례한 인간들은 제가…….”]

       

        아니…… 그럴 필요 없단다 헤니시아. 그냥 아이들의 재롱이지 않으냐.

       

        [- 충성충성!]

        [- 응애! 나 아기 인간!]

        [- 드래곤님. 전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아무튼 이야기를 계속하마.

       

        땅속 깊이 굴을 파고 내려간 나는, 바위를 녹여 마그마를 만들었지.

        그 후 그 안으로 들어가 몸을 데우며 휴식을 취했단다.

       

        또다시 차원을 열기 위해서는 코즈믹 에너지라는 것을 모아야 했고, 또한 나의 존재가 그 차원에 강한 영향을 주는 것을 원하지 않았기 때문이지.

       

        그렇게 그 차원의 시간으로 10년의 세월이 흘렀지.

        나의 기운을 느낀 그 차원의 괴이가 나에게 도전했다가 잡아먹히기도 하고, 나의 몸에서 흘러나온 황금이 내가 파고 내려온 굴을 따라 흘러가며 금맥을 만들고 있을 때였다.

       

        “이것은…… 금?!”

       

        “촌장님! 금입니다! 천연 금광입니다!”

       

        “으하하핫! 돈이다!!”

       

        = ……음?

       

        날 습격했던 지렁이를 닮은 괴물을 포식한 후 마그마에 몸을 담그고 있던 내 귀에 인간의 목소리가 들려왔었지.

       

        [- 라나님. 라나님 주변에 금광이 생겨요?]

       

        ……음? 말 안 했느냐?

        인간들이 땀을 흘리듯, 나는 금을 만든다고 하지 않았느냐.

        그러므로 내가 한 자리에 오래 머무르면, 나를 중심으로 황금이 점점 늘어나다 못해 금맥이 만들어진단다.

       

        [- 미친?!]

        [- 헉! 라나님 충성충성!]

        [- 라나님! 저희집 옆으로 이사 오시면 안 될까요? 제가 진짜 잘해드릴 수 있는데!]

       

        별 시답지 않은 말들을 하는구나.

       

        아무튼 인간들의 목소리를 들었을 때 나는 별 신경을 쓰지 않았단다.

        인간 정도의 존재가 나에게 해코지를 할 수 있을 리도 없었고…… 솔직히 그 당시엔 식후라서 잠이 솔솔 오고 있었거든.

       

        [- 드래곤도 식곤증은 못 이긴다ㅋㅋㅋ]

        [- 맞지맞지. 식곤증은 못 이기지.ㅋㅋㅋ]

        [- 엌ㅋㅋㅋㅋㅋ]

       

        그래. 식곤증이라고 해도 좋겠구나.

        그래서 그냥 마그마에 몸을 담근 채 인간들의 소리를 무시했다.

        어차피 통로에 퍼져 있는 소량의 황금을 취하고 나면 만족하고 돌아가거나, 혹은 날 보곤 꼬리를 말고 도망칠 것이 분명했으니까.

       

        [“하지만 그렇지 않았던 거죠?”]

       

        그래. 그랬지.

       

        “히익?!”

       

        “괴, 괴물이다!!”

       

        내가 잠들어 있던 곳까지 내려왔던 인간들이 그렇게 외치며 도망치고 며칠이 지났을까…….

       

        우르르르!!

       

        “무, 무사님. 정말로 가능하시겠습니까?”

       

        “흥! 감히 우리 철검적가를 무시하는 거냐?!”

       

        “아, 아닙니다요!”

       

        = 음?

       

        그때 도망쳤던 인간들은 물론이고, 그 밖에 무기를 지닌 수많은 인간들이 나를 찾아왔지.

       

        “이건?!”

       

        “맙소사…… 요괴?!”

       

        “아니다. 영물이다!”

       

        온통 황금빛으로 빛나는 나의 침실과, 녹아내린 황금으로 가득한 황금의 마그마.

        그리고 그 한가운데에서 몸을 반쯤 담근 채 누워 있는 나.

       

        수많은 차원들을 돌아다니며 경험한 것이 있다.

        보통의 약한 존재들은 내가 흘린 약간의 황금에 만족한 채 돌아가거나, 혹은 나를 보곤 겁에 질린 채 도망치고는 하지.

        하지만 어느 정도의 힘을 얻은 존재는, 오히려 내 몸에 두른 황금을 보곤 탐욕에 젖은 채 나에게 덤벼들더구나.

       

        “전부 황금인가?!”

       

        “황금의 영물!”

       

        “가주님!”

       

        “오냐. 이것으로 우리 철검적가가 다시 날아오를 때가 되었구나!”

       

        자신을 철검적가라고 칭하던 인간들 역시 그러했느니라.

        탐욕에 젖은 채, 그들과 나의 힘 차이를 생각지 못하고, 그 알량한 힘만을 믿고 검이라는 이름의 발톱을 나에게 겨누었지.

       

        결국 귀찮음을 피할 수 없게 되었음을 깨달은 나는 몸을 일으켰다.

       

        드드드드드드드…….

       

        “헉?!”

       

        “크, 크다…….”

       

        = 인간들이여…….

       

        “?!”

       

        “말을 했어?”

       

        내가 드래곤들 중에서는 작은 편이라고 하더라도, 인간들에겐 크게 보이는 법이지.

        게다가 그쪽 세계에는 말을 할 수 있는 괴이가 없거나, 혹은 드문 모양이더구나. 내가 말을 하니 모두가 두 눈을 휘둥그레 떴지.

        나는 나에게 무기를 겨눈 이들 중, 그들이 가주라 부른 늙은 인간에게 물었단다.

       

        = 이 세계의 인간아. 어찌하여 나에게 적의를 향하느냐.

       

        “……이곳은 우리 철검적가가 관리하는 땅이요. 그런 곳에 요괴가 나왔으니, 이곳을 수호하는 우리가 어찌 검을 들지 않겠소이까!”

       

        = 그렇게 말하고 있으나, 그대들의 마음속에는 탐욕이 가득하구나.

       

        나에겐 인간들이 가지고 있는 탐욕의 감정이 잘 보였지.

        아마 같은 인간들이 보아도 느꼈을 것이다. 그 정도로 그들은 나를 보며 탐욕을 숨기지도 않고 있었지.

        그는 나의 몸에서 흘러내리는 황금을 바라보며 말했단다.

       

        “……크흐흐흐흐흐. 황금을 만들어 내는 영물이라니. 본가의 축복이구나!”

       

        = 흠…….

       

        “동검대는 저 영물을 둘러싸라! 철검대는 검진을 짠다! 적검대는 나와 함께 영물을 상대하고, 주술사들은 포획진을 그려라!”

       

        “충!”

       

        그렇게 외친 가주라는 인간은 가장 강한 인간들의 무리와 함께 나에게 달려들었단다.

       

       

        *            *            *

       

       

        – 그래서 어떻게 되었나요?

        – 빨리 말해주세요! 현기증 난단 말이예요!

        – 헉! 헉! 헉!

       

        빠르게 올라오는 시청자들의 독촉을 들으며, 나는 다 먹은 피자 박스를 옆으로 치웠다.

        그리고 새로운 피자 박스를 꺼내 들려고 했으나…….

       

        “음. 다 먹었구나.”

       

        어느새 사 왔던 모든 피자가 나와 딸아이의 뱃속으로 사라진 후였다.

       

        내 이야기도 중요하지만 그래도 오늘의 메인 콘텐츠는 어디까지나 피자 먹방이다.

        인간들 기준으로 많았던 피자들을 전부 먹었으니, 이제 우리가 먹었던 피자에 관해 설명을 하는 시간을 가지는 것이 맞지 않을까?

       

        “이야기를 마저 하기 전에, 오늘 우리가 먹었던 피자라는 음식에 대해 평가를 해 보도록 하겠노라.”

       

        – 아! 왜요!

        – 그런 것보다 뒷이야기!

        – 이걸 여기서 끊는다고?!

        – 다음 이야기해줄때까지 숨참음. 흡!

        – ㄹㅇㅋㅋ

       

        수많은 시청자들의 아우성이 채팅창을 가득 채웠지만, 내 결정은 달라지지 않았다.

        그런 옛날이야기쯤이야 언제든 해 줄 수 있지만, 첫 피자 먹방은 지금이 아니면 못 하는 것이지 않던가?

       

        게다가 인터넷 방송에 대해 배울 때, 본래의 콘텐츠를 쭉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물론 그것도 상황에 따라 다르기는 하지만 방송에 어느 정도 익숙해지거나 경험이 쌓이지 않는 상황에서 섣불리 콘텐츠를 변경하게 되면 중심을 잃고 이도 저도 아니게 된다고 했던가?

        콘텐츠가 생각보다 재미가 없다면 그냥 방송을 일찍 종료하는 게 낫지, 괜히 수습해 보겠다고 콘텐츠를 변경했다가 더 큰 일이 날 수도 있다고 했다.

       

        “그러니 우선은 본 콘텐츠부터 끝내자꾸나. 이야기는 후에 계속해줄 터이니…….”

       

        – 힝…….

        – 알겠습니다

        – 네.

        – 아쉽다.

        – ㄹㅇㅋㅋ

        – ㅠ

       

        시청자들을 잘 달랜 후 딸아이를 바라보았다.

       

        “그래. 헤니시아야. 인간들의 피자라는 음식을 먹어 본 소감은 어떻더냐?”

       

        “굉장히 놀라웠답니다. 그 나약하고 탐욕스러운 인간들이 이런 음식을 만들 수 있을 줄은 몰랐거든요.”

       

        – ……지금 우리 돌리는 건가?

        – 맞는 말인데, 묘하게 우리를 까는 느낌이 드는데?

        – 어라?

       

        “…….”

       

        나는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딸아이의 악의 없는 인간 디스에 드래곤님은 한숨을 내쉽니다.

    뒷이야기는 다음화에…….

    다음화 보기


           


Dragon’s Internet Broadcast

Dragon’s Internet Broadcast

드래곤님의 인터넷 방송
Status: Ongoing Author:
Fantasy, martial arts, sci-fi... Those things are usually products of imagination, or even if they do exist, no one can confirm their reality. But what if they were true? The broadcast of Dragon, who has crossed numerous dimensions, is open again today. To tell us his old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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