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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5

       한밤 중.

         

       흑묘는 아무 소음도 내지 않고 낭인객잔의 위로 올라가기 시작했다.

         

       4층.

         

       유사연의 개인 공간.

         

       누군가의 방문을 기다리고 있다는 듯이 문은 이미 열려 있었고 흑묘의 부드러운 손짓에 문은아무 소음도 없이 스르륵 열렸다.

         

       “왔어?”

         

       흑묘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문을 닫았다.

         

       “당신 이야기는 하지 않더군요. 의외로 의리가 깊은 게 아닐까요?”

         

       “흥, 그 빌어먹을 자식.”

         

       유사연이 짜증을 냈다.

         

       “정말이지 속을 모를 놈이야. 갑자기 동기라는 말을 쓰기 시작하더니 기수라는 문화를 정착시키지 않나…여일예가 나타난 날에도 도박장에 가서 돈을 탕진하질 않나.”

         

       “기수문화라면 군에서 쓰는 분별 방식인데. 혹시 군인 출신일까요.”

         

       “그럴지도 몰라 유독 군대에 관한 이야기에는 묘한 적개심을 드러내더군.”

         

       유사연은 흑묘를 바라보았다. 거래를 한 지는 제법 되었지만 별로 신용이 가는 상대는 아니었다. 흑영기공으로 감싼 얼굴이며 이름 하나 밝히지 않는 점까지.

         

       호천안이 무려 5일이나 거부한 것도 이해가 가는 수상쩍음이다.

         

       여자가 보기에도 어쩜 저런 몸이 존재할 수 있을까 싶은 비현실적인 아름다움까지 뭐 하나 마음에 드는 것이 없었다. 가슴은 저렇게 커 가지고 진짜 허리는 한 줌밖에 안되네. 골반은 나 만해가지고 어떻게 저런 몸매가 있지.

         

       “호천안은 정말로 묘한 놈이야. 이류 무사인 걸 뻔히 알고 세상 한심한 모습만 보이는데도 진짜 저 녀석이라면 혹시 내 깨달음을 알고 있을 수도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게 만드는 녀석이니까.”

         

       정말로 깨달음을 줄 수 있냐고 물어본다면 대답해 줄까.

         

       흑묘는 진심으로 고민했다.

         

       최고의 사천낭인이 되고 싶다는 건 마냥 거짓말은 아니었다.

         

       사천낭인을 대표하는 입장이 된다면 매력적인 정보를 마음껏 수집할 수 있을 테니까.

         

       사람을 속이는 일은 흑묘에게는 양심의 가책조차 느끼지 못할 일상 같은 일이었다.

         

       그러나 호천안은 속여서는 안 될 것 같다는 마음의 울림이 있었다.

         

       호천안이 진지하게 흑묘를 상대해 주고 있기 때문일까.

         

       ‘단순히 그런 것만은 아닌 것 같지만.’

         

       “내 목표도 잊지 말도록 해. 약속했던 대로 소홀히 하는 기색을 보이면 바로 끝이야.”

         

       “명심하죠.”

         

       흑묘는 빙그레 웃으며 손을 내밀었다.

         

       악수.

         

       유사연은 오만상을 찌푸리며 그 손을 잡았다.

         

       “후후.”

         

       *** ***

         

       업무를 재개하자 중개인들이 개떼처럼 몰려들었다.

         

       “호 낭인!”

         

       “호 무사!”

         

       “이번 일은 진짜 급해!”

         

       갸아악. 구와악. 몰려온 인파에 그만 정신을 잃고 말았습니다.

         

       아무튼 오늘 잡다한 의뢰를 쳐 내고 나니 할 만한 의뢰는 네 가지가 남았다. 나는 퀘스트 창처럼 간단하게 오늘 의뢰를 요약해 적어냈다.

         

       [공명파에 비무첩 전하기]

       [위험도:하]

       [난이도:하]

         

       [경수시장 흑도 퇴치]

       [위험도:중]

       [난이도:중]

         

       [암시장에서 마령초 구하기]

       [위험도:하]

       [난이도:상]

         

       [사라진 청설묘 회수]

       [위험도:상]

       [난이도:상]

         

       “자 오늘 내가 할 수 있는 의뢰 중에서 할 만한 의뢰를 추린 것들이야. 궁금한 점이 있나?”

         

       “청설묘라면 고양이가 아닌가요? 이 사천성에서 고양이 한 마리를 찾는 셈이니 난이도는 그렇다 하더라도 위험도가 왜 상이죠?”

         

       “사천엔 호랑이를 고양이라고 우기는 이상한 부자 양반이 하나 있거든.”

         

       사실 할만한 의뢰라고는 경수시장 흑도 퇴치밖에 없었다. 나머지 의뢰도 하려면 못할 것도 없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 신참 배려는 해 줘야지. 용사물도 일단 슬라임부터 잡는 게 국룰이듯이.

         

       그리고….뭐 현실을 마주하긴 해야겠지.

         

       오늘 아침 나와 흑묘는 세부적인 사항을 합의했다. 우선 의뢰금은 내가 팔 흑묘가 이. 대신 의뢰는 흑묘의 경험을 쌓을 수 있는 것 위주로 받기로 했다. 그리고 추가로 흑묘가 낭인으로 명성을 떨칠 수 있는 일이 생긴다면 적극 협조하는 조건이다.

         

       만약 그 협조하는 일이 내 생업에 지장이 생길 정도로 장기적 혹은 커다란 건이라면 서로 보수를 합의하기로 했고.

         

       어쩌다보니 경수시장 의뢰는 또 그 배부른 중개인이 알선한 것. 싱글벙글거리는 것이 무척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아무튼 하기로 했으니 어쩔 수 없지.

         

       “경수시장은 어떤 곳이죠?”

         

       “뭐 그냥 흔한 시장이지.”

         

       이 중원에서 시장이라는 곳은 아주 간단한 개념이다. 상인이라 함은 점포, 즉 토지의 권리를 가지고 그 위에서 장사하는 이들을 가리킨다. 그 점포를 가지지 못하는 이들은 상인이라고 불리지는 않는다. 그러니까 노점상은 상인이 아니라는 뜻이다.

         

       시장이란 그런 노점상들이 모이는 곳이다. 그러나 구정물도 흐르는 길이 있는 것처럼 사천성 토박이라면 노점상이라 할지라도 자신의 구역을 가지고 있기 마련. 그렇기에 시장은 사천성 내에 살지만 상업적 기반이 전무한 신참 상인들이나 떠돌이 상인들 그리고 농작물이나 가전공예품이나 팔러 상경한 이들이 장사하는 곳이다.

         

       그러니 시장이 일수 뜯는 양아치들에게는 노다지처럼 보일 수밖에. 사천성 내에 기반도 없는 놈들 혹은 외지인들이니 뒤탈도 없다. 혼란하기로는 또 더럽게 혼란한 곳이니 내빼기도 편하고.

         

       “그러니 흑도라는 놈들이 튀어나오고 또 튀어나온단 말이지.”

         

       “그렇군요….”

         

       흑묘는 뭔가 석연치 않다는 투로 말꼬리를 늘렸다. 머리가 영 맹탕은 아닌가? 뭔가 이상하다는 점은 느끼는 모양이었다. 하지만 흑묘는 질문하지 않았고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시선이…매섭네요.”

         

       “뭐 그렇지.”

         

       시선이란 폭력이다.

         

       사천낭인이 되면 그것을 뼈저리게 느낄 수 있다. 단지 흑립을 썼을 뿐인데 사천 모든 사람들이 나를 보는 눈이 달라진다. 오물이라도 되는 양 혐오스러운 눈으로 바라보며 혐오의 눈빛을 보내는 사람들. 게임 지식으로 알고는 있었지만 이게 또 당해보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더라.

         

       하지만 이겨내야 하는 것은 본인 몫이다.

         

       “오늘 네가 할 일은 간단해.”

         

       “뭐죠?”

         

       “뒤에서 구경만 하고 있다가 내가 수신호를 보내면 조용히 사라져.”

         

       “….뭐라구요?”

         

       “은근슬쩍 사라지지 못하면 그냥 도망쳐도 상관없어.”

         

       어이없어 하는 흑묘의 기색이 전해졌지만 나는 무시하고 골목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목표물인 흑도 녀석들이 나타날 때까지 이 골목에서 시간을 죽일 셈이다.

         

       “설명을 해 줘요. 어차피 그 흑도인들이 나타날 때까지 시간이나 죽일 셈 아닌가요?”

         

       “그냥, 오늘은 구경이나 하라고. 이게 설명만으로 해결이 되면 경력자 우대는 왜 생겼겠냐? 일단 한번 보고 될지 안 될지 판단을 내려.”

         

       불만 가득한 흑묘가 팔짱을 끼고 벽에 기댔다. 나 역시 품에 가지고 있던 [경신무협전-7]을 꺼내 독서에 들어갔다.

         

       대략 2다경쯤 지났을까.

         

       슬슬 목표로 모이는 흑도들이 나타난 것 같았다.

         

       어깨부터 소매를 찢어서 불량스러움을 표출하고자 하는 근육질 우두머리 하나에 나름 흉흉한 기색을 풍기려 노력하는 평범한 졸개들 셋. 어깨를 어찌나 펴고 다니는지 헬스 3일차 된 뉴비가 팔 벌리고 다니는 짤이 생각날 지경이었다.

         

       요새 시장을 어지럽히는 놈들이기는 한 듯 주변 사람들이 피해가는 모습들이 역력하다.

         

       “저들인가요?”

         

       어느 새 흑묘가 내 옆에 딱 붙어 있었다. 뭐라 형연할 수 없는 좋은 체향이 코를 간지럽혔다. 진짜 깜빡이좀 켜고 들어와라 저 외모로 훅훅 들이대니까 심장이 벌렁벌렁하네.

         

       나대는 심장과 그린라이트 아니냐고 떼를 쓰며 뇌를 장악하려는 소중이를 제압한 뒤 다시 흑도들에게 시선을 돌렸다. 더러운 남정네들을 보니 심장과 소중이가 바로 조용해졌다.

         

       “내가 아까 뭐라고 했지?”

         

       “구경이나 하고 있으라고 했죠.”

         

       “그래 일 좀 커진다 싶으면 진짜 도망가라.”

         

       “알았으니 시범이나 보여주시죠 선배님.”

         

       “그래 잘 봐 둬라.”

         

       내가 시장의 대로로 튀어나가자 사람들이 기겁을 했다.

         

       “흑립!”

         

       “사천낭인이다!”

         

       나는 안 보는 척 하면서 주변을 재빠르게 살폈다. 사과? 안돼. 떨어지면 상하니까. 곡식? 아 이건 떨어지면 언제 다 줍고 흙 거르냐. 패스. 면포가 딱 좋은데 면포는 안 보이고…

         

       밤이 가득 담긴 바구니가 보였다. 그래 이 정도면 합격선이지.

         

       오늘의 합격 목걸이는 밤 바구니입니다!

         

       오른 발은 달려나가 합격자를 맞이해 주세요!

         

       호쾌한 궤적을 그린 내 오른발이 밤 바구니를 걷어찼다.

         

       사방으로 비산하는 밤들.

         

       “에구머니나!”

         

       “아이고 아이고!”

         

       “저, 저저 망할 놈!”

         

       “거슬려.”

         

       ‘나는 사천낭인, 길을 가는데 밤 바구니가 발에 걸리면 무자비하게 걷어 차는 악당이지’라는 어필을 존나 카리스마 있게 한 뒤에 내 쪽을 바라보는 흑도들 쪽을 바라보았다.

         

       내 쪽을 향해 눈을 부라리는 놈들.

         

       오늘 일은 무척 쉬운 일이었다.

         

       흑도 놈들이 흑립을 보고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것은 저들이 이 사천 바닥에서 단 한번도 사천낭인을 만나보지 않은 하룻강아지들이라는 증거였으니까.

         

       “허허.”

         

       저 하룻강아지들한테 어떻게 된장을 발라 줘야 흑묘한테 잘했다고 칭찬을 받을 수 있을까.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여러분 제가 진흙투성이 용사가 되었다 연재도 하고

    5연참도 성공했습니다!!

    끼에에에엑!

    비인간적인 기쁨!!

    인격말살의 쾌감!!

    인종차별주의자적 성취감!!!

    자!! 러!! 갑!! 니!! 다!!

    내일은!!!

    휴재입니다!!!

    다음화 보기


           


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무협게임 속 고수들이 집착하는 낭인이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became Ho Cheon-an, a second-rate warrior in the martial arts game [Murim Cheonha].

To survive, I had no choice but to give enlightenment.

Martial arts masters began to obsess over me.

In Murim Cheonha, where fame means difficulty, getting attention meant death.

Please, just go away.

Please, let me l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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