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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5

        

       

       “북부에 뭔 일이 생긴 것 같다고?”

       “그렇게 큰일은 아니오. 백탑이랑 연락이 안된다더군.”

       

       칼리오페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세트는 그런 칼리오페를 이해할 수 없다는 듯 고개를 갸우뚱했다.

       

       북부의 지형 특성상 연락이 끊기는 건 꽤 흔한 일이었기 때문이다. 

       

       “설마 이 여자가 북부에 있다고 생각하는거요?”

       “반 정도?”

       “에이, 설마 이렇게 생긴 여자가 북부로 갔겠소?”

       “그러면 너는 황녀님이 제 손을 지질만큼 독할 거라고 생각이나 해봤니?”

       “그건…….”

       

       세트가 말끝을 흐렸다. 어제 밤에 있었던 일은 산전수전 다 겪은 그에게도 큰 충격이었다.

       

       너무나도 순수해서 멍청하다는 말까지 듣던 아리아였다. 하지만 어제 봤던 아리아는 아니었다. 마치 다른 사람이 된 것처럼, 증오로 드글거리는 눈을 하고 있었다.

       

       도대체 무슨 사이길래.

       

       세트는 아리아가 건네주었던 그림을 다시금 확인했다. 백발에 벽안. 곱게 자란 귀공녀를 연상시키는 외모였다.

       

       [저희가 알아둬야 할 점이 있습니까?]

       [시작의 도시에 있을 거에요. 찾으면……. 제게 다시 오세요.]

       

       그곳에 없으면 어떡합니까?

       

       그들은 차마 그렇게 물어볼 수 없었다.

       

       아리아의 눈빛이 너무나도 확고했기에. 올리비아라는 여자가 시작의 도시에 없는 상황은 상상도 하기 싫다는 어투였기에.

       

       하지만 올리비아는 시작의 도시에 없었다. 세 번이나 다시 뒤져봤지만,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왠지 감이 안좋더라니.’

       

       칼리오페가 얼굴을 찡그렸다. 

       

       “차라리 동부를 가는게 낫다고 보오. 이 정도 외모인데 알려지지 않았다는 건…….”

       “아니, 북부야.”

       “대장!”

       “감이야, 감. 너 내 감 믿잖아.”

       

       확실히, 칼리오페의 직감은 말로 설명할 수 없는 무언가가 있었다. 그 감 덕분에 목숨을 구한 게 몇 번이던가.

       

       “대장도 황녀님 진짜 성격은 모르셨잖소.”

       “……예전이 진짜라고 믿은 적도 없어.”

       

       세트가 한숨을 쉬었다.

       

       이 여자는 도무지 인정하는 법을 몰랐다.

       남부 출신이라 그런가?

       

       “그럼 하다못해 워프 게이트라도 타고 갑시다! 우리가 돈이 없소? 활동비 넉넉하잖소.”

       “그거 기록 다 남고, 우리 지금 폐하 몰래 움직이는거다. 걸리면 그대로 단두대야.”

       

       세트가 짜증난다는듯 머리를 벅벅 긁었다.

       

       그도 그걸 모르는게 아니다. 그저 답답했을 뿐이다.

       

       “아오, 말도 없는데 북부까지 언제 걸어가냐…….”

       

       불평하는 세트의 시선이 뒤로 돌아갔다. 

       

       “키에에엑!”

       

       거대한 와이번이 발톱을 벌린 채 무시무시한 속도로 하강하고 있었다. 도시 바깥으로 나온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벌써부터 저런 대형종과 마주칠 줄이야.

       

       세트가 양 주먹을 맞대 쿵쿵 소리를 냈다.

       

       다행히 걸어갈 필요는 없을 것 같았다.

       

       

       

       “키엑, 키에엑…….”

       

       몇시간 동안 쉬지 않고 날던 와이번이 그대로 추락했다. 원래라면 하루종일 날아도 거뜬했을테지만, 등 뒤에 사람이 둘이나 탄 탓이다.

       

       터억!

       

       칼리오페는 가볍게 착지했다. 낙하 속도를 줄여주는 아티팩트 덕분이었다.

       

       콰아앙!

       

       “흐으읍!”

       

       무식하게 맨몸으로 착지하는 세트를 보고 칼리오페가 고개를 가로저었다. 저 무모한 성격만 아니었으면 진작에 승급했을텐데 말이다.

       

       “따라와. 이 산만 넘으면 백탑이다.”

       

       그들은 순식간에 산을 주파했다. 

       

       다음 순간.

       

       “……!”

       

       그들의 눈에 반파된 백탑의 모습이 들어왔다. 칼리오페는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레이피어를 꺼내들었다.

       

       “너는 주변부터 살펴!”

       “알겠소!”

       

       칼리오페는 순식간에 백탑 내부로 들어갔다. 내부 상황은 예상했던 그대로였다.

       

       사방이 마법사들의 시체로 가득했…….

       

       “……응?”

       

       죽었어야 했을 마법사들은 한 곳에 모여 불을 쬐고 있었다. 

       

       “추, 추워…….”

       “제, 젠장. 나는 왜 쓸데없이 빛 마법을 배워서.”

       “땔감도 없는데, 마도서라도…….”

       

       북부의 몬스터들은 건물만 무너뜨리고 도망가는 취미라도 있는건가? 

       

       아니, 그럴리가 없다.

       

       칼리오페는 본능적으로 마법사들의 면면을 살폈다. 그들 중 익숙한 얼굴을 발견한 칼리오페가 발걸음을 옮겼다.

       

       “백탑주님. 이게 어떻게 된 일입니까?”

       

       뒤돌아 불을 쬐던 로이드가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날 아시오?”

       

       칼리오페는 대충 둘러대기로 했다.

       

       “폐하께서 보내셨습니다. 보고가 끊겼다더군요.”

       “보고……. 그래, 정기 보고가 있었지.”

       

       로이드는 허탈한 얼굴이었다. 항상 밝기로 유명했던 그가 저런 얼굴을 짓고있으니 당최 적응이 되질 않았다.

       

       “폐하께 전해주시오. 나는 백탑주의 자격도 없는 죄인이라고.”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겁니까?”

       

       꽈아아악!

       

       칼리오페의 시선이 아래로 내려갔다. 로브 너머, 로이드의 주먹이 꽉 쥐여진게 보였다. 

       

       다시 로이드가 고개를 들었을 때, 그의 눈에는 핏발이 서 있었다.

       

       “마녀요, 마녀가 내 제자들을 데려갔소.”

       “……마녀 말입니까?”

       “그래, 그 빌어먹을 마녀놈이!”

       

       로이드는 더 이상 말을 이어나가지 못했다. 그의 온몸이 병에 걸린 사람처럼 부르르 떨렸기 때문이다.

       

       “커억!”

       

       다음 순간 로이드가 심장을 부여잡고 쓰러졌다.

       

       “타, 탑주님!”

       “야, 약을 가져와라!”

       “흐으, 흐으…….”

       

       가까스로 정신을 차린 로이드가 칼리오페를 붙잡았다. 그리고는 혼신의 힘을 담아 입을 열었다.

       

       “제자들, 제자들을 구해……. 끄르르륵!”

       “또 발작이다!”

       

       마녀라니. 허황된 말이다.

       하지만 그게 탑주의 말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납치라니. 그렇다면 제물인가?’

       

       어린 마법사는 악마가 좋아하는 제물이다. 충분히 가능성 있는 일이었다.

       

       ‘젠장.’

       

       지금쯤 온 몸에서 피를 쏟으며 몸부림치고 있을 그들의 고통을, 칼리오페는 감히 재단할 수 없었다.

       

       “마녀가 어디로 갔는지 아십니까?”

       

       

       

       ******

       

       

       

       “뇌가, 뇌가, 뇌가…….”

       “히, 히히……. 앞이, 앞이 안 보여.”

       

       제이나와 로는 반쯤 정신을 놓은 상태였다. 평소였다면 한마디 했을테지만, 아라미스는 차마 그들을 나무랄 수 없었다.

       

       당장 그도 정신을 잃었다가 막 깨어난 참이었기 때문이다.

       

       ‘죽을 것 같다.’

       

       이런 무식한 수련법은 들어본 적도 없다.

       

       솔직히 처음에는 자신 있었다. 마법을 한계까지 퍼부어본 경험이 없는 것도 아니었고, 실전 경험도 다분했다.

       

       

       실력? 동년배들에 비하면 몇 배는 뛰어나다고 자부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건 진짜로 답이 없다.

       

       아라미스가 고개를 돌려 제이나를 바라보았다.

       

       풀썩.

       

       벌써 세 번째 탈진이었다. 생기를 잃은 채 갈팡질팡하는 제이나의 눈동자를 본 순간 아라미스는 입을 다물 수 밖에 없었다.

       

       성격 좋은 마법사는 어디로 가고 이름 모를 좀비가 바닥을 기어다니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이고, 우리 제자 또 쓰러졌네. 쭉 들이켜, 쭉.”

       “아, 안 돼. 안 돼애애…….”

       

       꿀꺽꿀꺽.

       

       “자, 힘이 펄펄 나지? 어서 일어나서 다시 시작해보려무나.”

       “시, 싫어…….”

       “싫어?”

       “아, 아니요. 사실 너무 좋아요. 와하하하하……. 나는 행복하다. 나는 행복하다…….”

       

       정녕 저게 사람이 할 짓이란 말인가?

       

       하지만 아라미스는 차마 항의할 수 없었다. 

       

       – 너희들이 선택한 길이다! 악으로 깡으로 버텨!

       

       이미 돌아올 수 없는 강을 넘었다.

       

       따악!

       

       “끄아아아악!”

       “정신 안차려? 드래곤 딱지 달고 내 수업 못 따라오는게 말이 되냐?”

       “포, 폭력 멈춰!”

       “멈춰? 멈춰어어?”

       “주, 주세요! 멈춰 주세요!”

       

       파지지지직!

       

       일순간 주변이 환해졌다. 고기 타는 냄새와 함께 글레이시아가 바닥에 엎어졌다. 올리비아는 기다렸다는 듯 포션을 꺼내 글레이시아의 입에 쑤셔넣었다.

       

       ‘저러고 일어나면 또 쥐어박겠지.’

       

       저쪽과 비교하면 이쪽은 천국이었다. 

       

       적어도 아프지는 않으니까.

       

       ‘천국? 이딴게 천국?’

       

       순간 인지 부조화가 일어날뻔한 아라미스가 퍼뜩 정신을 차렸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그만큼은 무너져서는 안된다.

       

       ‘나는 백탑의 자부심이다!’

       

       아라미스는 눈을 부릅뜨고 스태프를 거세게 쥐었다. 이런 무식한 훈련을 반복한지도 벌써 여섯 시간째다. 처음에는 감도 잡히지 않았지만, 지금은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아니, 해야만 한다. 

       

       올리비아는 이것이 기초라 했다. 자신을 자극하기 위해서 과장을 섞었다는 건 알고 있지만, 금탑의 마법사 전부가 이를 할 수 있다던 말은 아마 사실일 것이다.

       

       기초도 넘지 못하면 진리를 보기는 커녕 탑주조차 될 수 없다.

       

       아라미스의 눈이 무겁게 가라앉았다. 

       

       ‘이번에는 반드시 성공한다.’

       

       포션 덕분에 몸 상태만큼은 최상이었다. 솔직히 말이 무식한 수련법이지, 이건 어지간한 대부호도 감히 시도할 수 없는 방식이다.

       

       체력과 마력을 단번에 회복시켜주는 것만으로도 값이 천정부지로 치솟는게 포션인데, 심지어 부작용도 없다.

       

       그런 보물을 누가 미쳤다고 제자들 훈련에 사용하겠는가?

       

       그것도 전혀 아까워하지 않고 말이다.

       

       솔직히 제발 좀 아까워했으면 좋겠지만. 아무튼.

       

       아라미스는 상념을 지우기 위해 가볍게 심호흡 한 뒤, 스태프에 마력을 불어넣었다.

       

       허공에서 눈꽃이 하나 둘 피어오른다. 그 갯수는 많지 않다. 올리비아가 피워냈던 눈꽃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하다.

       

       하지만 상관 없다.

       

       어차피 중요한 것은 위력이 아니니.

       

       바닥으로 떨어지려는 눈꽃들을 마력으로 부여잡는다. 

       

       떨어지지 못한 눈꽃들은 자기들끼리 부딪히고, 바스러지기를 반복하다가, 어느 순간 덩어리를 이뤄 구름의 형상을 갖춘다.

       

       ‘여기까지는 쉽다.’

       

       이 지점까지는 몇 번이고 성공해봤다. 얼음과 물은 근본적으로 비슷하기 때문에 응용이랄 것도 없었다.

       

       하지만 이 다음이 문제다. 

       

       압축과 회전.

       

       ‘일단 크기부터 키운다.’

       

       구름이 크기를 키울수록 마나가 급격하게 떨어진다. 여유로웠던 마나가 순식간에 바닥을 보인다.

       

       초반에는 이것 때문에 실패했다. 떨어지는 마나가 감당이 안 될 것 같아서 해보지도 않고 지레 겁을 먹었다.

       

       – 무서워? 포션도 있는데 그까짓게 무서워?

       

       하지만 개처럼 맞은 후에 깨달았다. 마나 탈진의 고통보다, 스태프로 처맞는게 훨씬 아프다는 것을.

       

       아라미스는 구름의 크기를 키우는데 집중했다. 마나는 어떻게 되든 아무래도 좋았다.

       

       ‘으윽.’

       

       얼마 지나지 않아 전신이 저려왔다. 마나 탈진의 전조 증상이었다. 

       

       하지만 멈추지 않는다. 어차피 여기까지 왔으면 멈출 수도 없다.

       

       우우우웅!

       

       한계까지 압축된 구름이 폭발할 것처럼 굉음을 낸다. 

       

       코피가 터진다. 아라미스는 그 사실조차 인지하지 못한 채 회전을 가미한다.

       

       후우우웅!

       

       어느 순간부터 세찬 바람 소리가 들려왔다.

       

       끝내 성공하고야 만 것이다.

       

       ‘해냈다…….’

       

       긴장이 풀려버린 아라미스가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그런 그에게 올리비아가 성큼성큼 다가와 말했다.

       

       “내가 말했지? 하루면 될 거라고?”

       “……그럼 이제 쉬어도 되겠습니까?”

       “뭔 소리야? 한 번 해서 감이 잡히겠어?”

       “……네?”

       

       올리비아가 잔잔한 미소를 지으며 아공간을 열었다. 그리고는 선심 쓰듯이 포션을 꺼냈다.

       

       “마셔.”

       “…….”

       

       진짜 이걸 한 번 더하라고?

       

       “앞으로 아홉 번만 더 하면 쉬게 해줄게. 열 번은 채워야지.”

       “…….”

       

       아라미스는 눈을 질끈 감았다.

       

       아무리 생각해도 스승을 잘못 골랐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닉네이이임 님 10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화이트 드래곤은 자주 패줘야 주종관계를 인식합니다.
    아무튼 그렇습니다.

    X를 눌러 아라미스에게 조의를 표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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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Witch Who Destroyed the World

I Became the Witch Who Destroyed the World

세계를 멸망시킨 마녀가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destroyed the world to see its Annhiliation Ending.

And I possessed my Character Olivia in the game.

However… … .

[The world is rebuilt.] – NPCs killed by you return.

– Princess Aria hates you.

– Sword Saint Kiel wants to slit your throat.

… … Isn’t that a bit of a regress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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