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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5

       “윽….”

         

        7월 29일 오전 열 시. 파랑이 기상했다.

         

        오랜만에 그날의 꿈을 꾼 탓이다.

         

        “하아….”

         

        머리가 지끈거렸다. 평소에 잠을 아무리 자도 이런 일은 없었건만.

       

        분명 그 꿈 탓이겠지. 파랑은 비틀거리며 냉수를 한 컵 마셨다.

         

        꼴깍- 꼴깍-

         

        “프흐….”

         

        시원하게 물을 들이키니 좀 나았다.

         

        문득 맞은편 벽에 걸려 있던 달력이 눈에 들어왔다.

         

        확실히, 놀고먹는 데 집중하던 전과는 달리 순식간에 바빠진 파랑이다.

         

        파랑이 매직을 들고 와 달력 위에 슥슥 일정을 정리했다.

         

        먼저 홍콩행. 샤오에게 찾아가 물건을 받아야 한다.

         

        다녀오면 신유나 헌터와 협업 논의도 해야 하고, 고아원에도 한 번 들르고.

         

        그러고 나면 일요일. 오후엔 헌터협회, 저녁엔 세계정부를 만나러 가야 한다. 근데 이거 갈 수 있는 거 맞나.

         

        둘의 사이를 생각하면 딱히 협의된 것은 아닐 거다. 차라리 파랑을 보고 하나를 선택하라고 강요한 것일 가능성이 더 높다.

       

       

       근본은 같은 주제에 어찌나 사이가 안 좋은지. 세간에 도는 소문으로는 서로 암살자도 가끔씩 보낸다고 한다.

         

       마음 같아선 둘 다 안 가고 싶지만. 워낙 음습한 놈들이라야 말이지.

         

        음, 그래도 지인이 있는 협회 쪽에 마음이 더 쏠리는 건 사실이다.

       

        최 과장님께 신세 진 게 워낙 많으니.

         

        아무튼, 협회까지 다녀오면 화요일에 인터뷰가 있다.

         

        정말 눈코뜰 새 없이 바쁘다.

         

        이래서는 방송은 또 언제 해야 하는지.

         

        “음?”

         

        생각해보니, 아주 못할 것도 아니었다.

         

        파랑은 결정이 빠른 편이다. 그녀가 곧바로 유나에게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아, 제가 다음 방송을 이렇게 기획해 봤는데….”

         

        “그러면 이런 쪽으로 한 번….”

         

        몇 번의 대화가 오가고, 뚝. 전화가 끊어졌다.

         

        조금 지나자 파랑의 휴대폰으로 파일이 하나 전송되었다.

         

        GodUna.exe

         

        실행 후 핸드폰에 설치. 귀여운 물고기 모양 아이콘의 앱을 누르니 방송 시작, 종료, 음소거, 화면 암전 등의 버튼이 보였다.

       

        이제 파랑의 핸드폰으로 유나의 스튜디오에 있는 방송 장비를 조작할 수 있게 되었다.

         

        4km 아래서는 핸드폰이 작동을 안 하니 거기부턴 조심해야겠지만.

         

        파랑이 이것저것 짐을 챙겨 바다로 뛰어들었다.

       

       여권은 안 챙겨도 된다. 어차피 세계정부 휘하에선 지구촌이 하나, 위 아 더 월드다.

       

       서울에서 인천 가는데 입국심사를 하진 않잖는가.

         

        그리고 잠시 뒤, 인터넷이 뒤집어졌다.

         

        [ 유파랑 방송 제목 뭐임 이거? ]

        [ 작성자: 별은하 ]

       

        (파랑의 방송 캡쳐 화면. 심플하게 ‘홍콩까지 수영’이라고 적혀 있다.)

         

        ??????홍?????콩????이요??????

         

        – 예?

        – “홍콩 함 가죠”일 가능성 2만 퍼센트

        ㄴ “가는 김에 수영 함 하죠”일 가능성 5만 퍼센트

        ㄴ 진짜 이랬을 것 같아서 무섭네

       

        진짜 그랬다.

         

       

         

        #

         

        [LIVE – 홍콩까지 수영]

         

        – 예?

         

        그 채팅에 시청자 모두가 공감했다. 그들이 정확히 하고 싶었던 말이니까.

         

        “예?”

         

        뭐라구요?

         

        채팅창을 쉴새없이 메우는 물음표.

         

        – 아니 홍콩은 뭐야

        – 여기 어디임

        – 저번 방송 왜 그렇게 끝난 거임

        – 선생님 제가 아티팩트가 정말 필요합니다…

         

        아주 개판이 따로 없다. 파랑도 눈을 찌푸렸다.

         

        아니, 아티팩트 구걸을 여기서까지 한다고?

       

        심지어 하나도 아니고 많았다. 채팅의 거진 7할을 차지할 정도다.

         

        사실 파랑은 모르는 사실이지만, 첫 방송이 시작했을 시점에도 분위기가 비슷했다. 너무 긴장해서 못 봤을 뿐이지.

         

        구구절절 사연 풀며 구걸하는 놈들은 유나와 방송팀이 싸그리 밴을 때리기도 했고.

         

        하지만 파랑은 그런 거 할 줄 모른다. 그래서 그냥 엄포를 놓았다.

         

        “아티팩트 관련은 저한테 얘기하셔도 소용 없어요. 이 시간 이후로 아티팩트 얘기하시는 분들은 아이디 기억해 뒀다가 추첨 대상에서 아예 제외해 버릴 거예요.”

         

        물속이라 자신감이 아주 하늘을 찌른다.

         

        그리고는 상황 정리를 위한 잠깐의 침묵.

         

        잠시 기다리자 채팅창에서 아티팩트 얘기가 쏙 들어갔다.

         

        만족. 파랑이 방송을 이어갔다.

         

        – 선생님 그래서 홍콩은 대체 무슨 소리입니까

        – 아니 여긴 또 어디임??

         

        “홍콩은 그쪽에 만날 지인이 있어서 가는 거고, 여긴 포항시 앞바다예요. 여기서부터 홍콩까지 수영해서 갈 거고, 도착함과 동시에 방송은 종료할 예정이에요.”

         

        – 요약: “홍콩 함 가죠?”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제는 즐기는 자 모드에 돌입한 시청자들이다. 그러려니 한다.

         

        – 그래서 오늘은 뭐 보여주십니까

         

        다시 어깨가 펴졌다. 뭘 보여 줄 거냐고?

         

        당연히 개 쩔어주는 걸 보여줄 것이다. 무자비한 괴어 척살자 유파랑으로 돌아갈 때다.

         

        “홍콩으로 가는 길에 주기적으로 점검해줘야 하는 오브제가 세 개 있어요. 높은 확률로 위험한 괴어가 자리잡고 있을 테니, 그것들을 사냥할 생각이에요.”

         

        – ‘강몰입’ 님이 6000원 후원! –

        [ 없으면 어떡함? 그냥 수영만 하다 끝나는 거 아니야? ]

       

        “반드시 있어요. 지면이나 구조물이 거의 없는 괴어층에서 오브제는 유일하게 괴어가 자리잡을 수 있는 공간이니까요. 오브제 없는 괴어는 있어도, 괴어 없는 오브제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봐도 돼요.”

         

        파랑이 눈앞에 지도를 처억 펼쳤다. 방송에 쓰려고 집에서 급하게 챙겨 나온 것이다.

         

       

         

        “보시는 대로, 이 동선을 따라 오브제 세 개를 지나며 심해어 셋을 토벌한 뒤, 홍콩에 도착할 거예요. 예상 방송시간은 24시간 전후고요.”

         

        – 아니 저 거리를요?

        – 저 거리가 얼마나 되는데

        – 비행기 타고 7시간 걸림. 직선거리로

        – 시발 예????

       

        – ‘이용규’ 님이 4000원 후원! –

        [ 아니 속도는 그렇다치고 24시간 수영하는 게 가능함? 와중에 괴어까지 잡으면서? ]

         

        “좀 힘들기는 한데, 할만해요. 홍콩에 갈 때는 항상 이 루트로 가니까요.”

         

        – 내가 말했지 그냥 즐기라고

        – 이분 괴어인가요?

        – 맞습니다~

       

        파랑이 조금 세게 긁혔다.

         

        “방금 괴어라고 하신 분은 영구차단 드릴게요.”

         

        – 헉

        – 허걱

        – 잘가라

         

        유파랑 방송 최초의 규칙이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사담은 이쯤 하고 출발할게요. 저도 일정이 넉넉한 편이 아니거든요.”

         

        파랑이 경쾌하게 물살을 가르며 나아갔다.

         

       

        #

         

        2024.7.29.13:22

        [현재 수심:3319m] 🔥

         

        파랑이 수영하는 소리는 객관적으로 보아도 꽤나 듣기 좋은 편이다.

         

        사르륵 좌르륵 물결을 가르는 소리가 마치 흐르는 물 asmr같다는 평이 많다.

         

        그 덕에 많은 시청자들이 파랑의 방송을 라디오 듣듯 켜 두고 있었다. 주제는 당연히 괴어 잡은 썰이다.

         

        “…그래서 모르파형 괴어를 마주했을 때에는 등 뒤로 돌아 위치하는 것이 안전해요. 반대로 서펜트형은…”

         

        – 선생님 그런 조언을 하셔도 이 미천한 시청자는 실행에 옮길 수가 없습니다.

       

        “그럼 잠수를 안 하시면 될 것 같아요.”

         

        – ㅅㅂㅅㅂㅅㅂㅅㅂㅅㅂㅅㅂㅅㅂ 저거뭐임 방금지나간거 검은거 ㅅㅂ 개길다란데 꿈틀꿈틀꿈틀꿈틀

        – ㅅㅂ 나만본거 아니구나

       

        중간중간 카메오 느낌으로 왔다갔다 하는 괴어들도 별미다. 3km 지점까지 내려오면 물고기의 형상을 한 것이 더 찾기 힘들다.

         

        “‘어제 방송은 왜 그렇게 갑자기 끝난건지 898259352번째 물었어.’ 라고 질문 주셨네요. 카메라의 배터리가 거의 다 닳아 급하게 방종했습니다. 이번에는 충전기까지 제대로 가져왔으니 문제 없을 거예요.”

         

        파랑이 현재 밟고 있는 동선은 태평양 요주의 지점들을 모두 비껴난, 이를 테면 헌터 안심 여행길이다.

         

        큰 변수가 없는 이상 홍콩까지 가는 동안 방송을 꺼야 하는 불상사는 없으리라.

         

        – 방금 그거 오브제 아님?

         

        괴어뿐 아니라 오브제도 간간이 스쳐지나간다. 사실, 오브제는 괴어층 내에서 굉장히 흔한 물건이다. 괴어가 더 흔해서 그렇지.

         

        “맞아요. 저 안에도 아마 괴어가 있을 거예요.”

         

        – 저건 토벌 안 해도 괜찮음?

        – 진짜 괴리감 쩔게 생기긴 했네.

         

        “원래라면 저것도 토벌해야 하는 게 맞아요. 다만 지금은 갈 길이 바쁘니 지나치는 것뿐이죠.”

         

        – ‘aNiMotD’ 님이 4000원 후원! –

        [ 그럼 목표로 잡은 거랑 쟤네는 어떻게 다른 거임? ]

         

        “오브제들 중에 자리잡은 괴어의 몸을 크게 만드는 것들이 있어요. 가만히 놔두면 끝도 없이 커져 나중엔 정말 손쓸 수 없게 될 수 있으니, 주기적으로 거기 자리잡은 괴어를 죽이는 거죠.”

         

        – 근데 그걸 어케 구분함?

         

        “음, 좀 기괴하게 생겼어요.”

         

        – 그렇게 말하면 어케 앎

        – 근데 얘가 기괴하다고 말하면 진짜 기괴한거긴 해

        – 두려워져요

         

        “보시면 알아요.”

         

        – ?

       

        정말 이렇게밖에 설명할 방법이 없는 걸 어쩌란 말인가.

         

        그렇게 여섯 시간쯤 지났을까.

         

        시청자들도 그것이 무슨 소리인지 이해할 수 있었다.

         

        “봐요. 보시면 알 거라고 했죠?”

         

        – 그러네 보면 아네

        – 진짜 존나 불길하게 생겼네

        – 저 진짜 개무서운데 저거 그냥 건너뛰면 안될까요 선생님?

         

        “안 돼요.”

         

        그들이 마주한 오브제는, ‘정육면체’였다.

         

        가로, 세로, 높이가 각각 20m씩인 네모 반듯한 정육면체.

         

        다만, 여섯 개의 면에 오와 열을 맞추어 얼굴들이 붙어 있었다.

         

        그래. 사람의 얼굴. 당신이 생각하는 그것.

         

        눈, 코, 입, 귀는 물론이요 피부의 잡티와 모공까지도 구현된 가로 2m 세로 2m의 얼굴이 한 면에 스물다섯씩 다닥다닥 붙어 있는 모양새.

         

        눈구멍이 텅 비어 있어 더더욱 기괴했다.

         

        “‘동중국해 1번 오브제’예요. 이걸 어떻게 이름 붙여야 할지 모르겠어서 그냥 그렇게 불러요.”

         

        – 그럴 만하네

        – 진짜 개소름돋네 바다에 저딴게 왜 있는 거임 대체?

        – 잠만 ㅅㅂ 방금 뭐 지나간거 아님?

         

        채팅창의 말대로였다. 가만히 놔둬도 역겹게 생긴 오브제 안쪽에서 분명히 무언가 꿈틀대고 있었다.

         

        – 뭐 뱀장어같은거임?

        – 맞는거같은데?

        – ㅅㅂ 존나 징그러워

         

        애석하게도 이건 뱀장어 따위가 아니다.

         

        “마쿨라라고 불러요. 보시기에 조금 징그러울 수 있어요.”

         

        조금 따위가 아니지만.

         

        마쿨라는 약 60m 길이의 서펜트형 괴어다.

         

        같은 서펜트형 괴어로는 벨루아나 갈레쿠스가 있다. 길고 유연하며 꾸물거리면 대충 이쪽 분류로 들어간다.

         

        연구하는 학자가 얼마 없어 분류 체계가 좀 원시적인 탓. 현재의 분류 체계는 베르테아 파브론의 작품이다.

         

        마쿨라는 서펜트형 괴어 중에서도 가장 본질에 충실한 녀석이다. 길고 유연한 것이 쉴새없이 꾸물거리니까.

         

        자신의 의지로 그러는 것은 아니지만. 구강에 온 근육을 몰빵한 탓에 몸 역할을 하는 부분에는 근육이 없다. 사실상 주머니인 셈.

         

        그러니 몸통이 물살에 쓸려 이리저리 흔들리는 것이 그대로 드러나는 것이다.

       

        – ‘하늘편지’ 님이 25000원 후원! –

        [ 알겠스니까 저거좀 빨리 어떻게 해주십쇼 선생님 저 저거랑 눈 마주친 거 같습니다 제발 ㅃ빨ㄹ리 ]

         

        “안 돼요. 아직 설명할 부분이 남았어요. 게다가 마쿨라는 진동으로 먹이를 감지하기 때문에 눈도 없구요.”

         

        – 싸우면서 설명하면 안 될까요 선생님 제발

         

        “그렇게까지 말하신다면….”

         

        파랑이 아쉬운 듯 혀를 찼다.

         

        확실히 시청자의 말대로, 마쿨라는 어디에 자리잡든 징그럽게 생겼다.

         

        기본적으로 구멍이 많고 속이 빈 공간 안에서 생활하는 마쿨라는 쉴새없이 주변의 구멍을 찾아 들어가려는 습성을 갖고 있다.

         

        그리고 시청자들에게는 안타깝게도, 마쿨라가 쉴새없이 드나드는 구멍은 정육면체에 자리잡은 얼굴의 칠공들이었다.

         

        입 안으로 들어가서 왼쪽 얼굴의 귓구멍으로 나왔다가, 다시 위쪽 얼굴의 눈구멍으로 들어가고.

         

        마치 바느질을 하듯이 꾸물꾸물 꿀럭꿀럭 구멍에서 구멍으로 타고 넘어다니는 게 아주 역겹기 짝이 없었다.

       

        “음, 근데 싸우기 시작하면 더 징그러울 수 있어요.”

         

        – 예?

        – 아니 잠시만요

        – ???

         

        시청자들이 의문을 표하기도 전에, 파랑이 자신 앞에 있던 얼굴의 입속으로 쏘옥 들어갔다.

         

        오브제 안은 비좁은 통로가 이리저리 얽혀 미로 같이 꼬인 모양새였다.

         

        빛이라고는 파랑이 켜둔 후레쉬 뿐. 게다가 벽 너머에서는 구르륵거리는 이상한 소리와 함께 커다란 무언가가 기어 다니는 듯한 진동이 울려왔다.

         

        없던 폐소공포증도 생길 지경이다.

         

        채팅창에 올라오는 채팅의 빈도가 눈에 띄게 줄었다.

         

        – ㄷㄷㄷ

         

        띄엄띄엄 올라오는 무섭다는 반응. 아마 나머지 시청자들은 얼어있거나, 못 견디고 방송을 껐을 거다.

         

        파랑의 작전이 성공한 셈이다. 적어도 견디지 못하고 방송을 끈 사람들은, 바닷속으로 들어가려 할 때마다 오늘의 이미지를 떠올릴 테니.

         

        하지만 파랑은 여기서 멈출 생각이 없었다.

         

        부그르르르-

         

        파랑이 공기방울 하나를 만들어,

         

        팡-

         

        하고 터트렸다.

         

        미약한 진동.

       

        그러자 일순간 오브제 전체에 쿠르륵거리며 울리던 진동이 멎었다.

         

        아무 소리도 없는 고요.

         

        그 고요가 무엇을 뜻하는지는 파랑도 안다.

         

        놈이 자신의 위치를 파악하고 있다.

         

        아마 얼마 걸리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3초쯤 뒤.

         

        쿠르르르르르!!!

         

        ㅡㅡㅡㅡㅡ!!!!

         

        키에에엑 비슷한 소리를 내며, 통로의 저편에서부터 어마어마한 속도로 무언가가 파랑에게로 기어오기 시작했다.

         

       어두운 통로 너머에서 무언가 불쑥.

         

        – 끼야아아아악

        – 저거뭐야 씹빨

        – 아 미ㅣ칯ㄴㅅᅟᅡᆯ빌

       

        마쿨라에게는 머리나 눈이 없다.

         

        길다란 뱀처럼 생긴 몸체에 오로지 입이 있을 뿐.

         

        파랑은 카메라를 마쿨라 쪽으로 향하도록 뒤로 돌린 뒤, 통로를 따라 헤엄치기 시작했다.

         

        “음, 잘 보이시나요? 마쿨라의 입은 직접 보면서 설명드리는 게 훨씬 나아서요.”

         

        – 잘 보이네요

        – 아 나도 못 버티겠다 잘 있어라 ㅅㅂ

        – 나도 여기가 한계다 징그러워서 못 보겠다.

         

        마쿨라는 지름 1m정도의 통로를 꽉 채운 채로 파랑을 쫓고 있었다. 통로가 상하좌우 어디로 꺾이든 그에 맞춰 몸을 구부리며.

         

        “아까 설명드렸듯 마쿨라는 ‘구멍이 많고, 속이 비어있는 환경’을 선호해요. 다만 그런 형태의 오브제는 매우 드물기 때문에, 저렇게 거대한 개체가 아니라면 보통은 다른 괴어의 몸속으로 파고들어 그 안에서 살죠.”

         

        파랑이 계속 좁은 통로를 따라 헤엄쳤다. 중간중간 마쿨라의 몸통이 가로막고 있는 통로도 있었고, 갈림길도 있었으나 마치 길을 알기라도 하듯 요리조리 통로 속을 잘도 돌아다녔다.

         

        “그걸 위해 마쿨라의 입은 질긴 비늘이나 갑각을 파고들기 좋게 되어 있어요.”

         

        마쿨라는 마치 길다란 주머니처럼 생겼다. 텅 빈 둥그런 입 안에는 이빨이 없이 검붉은 속살만 보이고, 입 바깥의 둘레에 마치 거미의 다리와 같이 ㄱ자 모양의 날카로운 이빨이 둥그렇게 나 있는 형태다.

         

        “저 이빨을 다른 괴어의 피부에 박은 다음 살을 잘라내 입 안으로 집어넣는 거예요. 그런 식으로 괴어의 몸을 제 집으로 만들죠. 주로 크기가 어마어마한 고래 안에서 볼 수 있어요.”

         

        – ㅅㅂㅅㅂ설명할때냐고 저거지금 니바로뒤라고

        – 아 ㅅㅂ 입속에 저거 뭐야 ㅅㅂ

         

        그 말대로 마쿨라는 이제 파랑의 바로 뒤까지 다가와 있었다.

         

        카메라에도 후레쉬가 있었기 때문에, 시청자들은 그 불빛으로 마쿨라의 안쪽을 훤히 들여다볼 수 있었다.

         

        마치 치과의사라도 된 것 같았다.

         

        검붉은 속살이 꿀렁거리며 안쪽에 들러붙은 고깃덩이며 점액들이 같이 출렁거린다.

         

        혐짤이나 다름없는 광경. 시청자 수도 어느새 절반 가까이 줄어 있었다.

         

        그래도 2만 3천 명.

         

        – 정지 안 먹는게 제일 신기하다

        – 사일로도 정지먹이려다 방송 끈 거 아니냐

         

        “음, 정지라….”

       

        파랑도 조금 의문이긴 했다. 확실히 방송 정지는 생각해보지 못한 사항이다.

         

        뭐, 나중에 생각하지. 이 정도면 마쿨라도 충분히 보여줬지 싶다.

         

        “여러분, 마쿨라와 좋은 시간 보내셨나요?”

         

        – 겠냐

        – 네 정말 좆은 시간 보냈어요 ^^

        – 선생님 집주소 부르십쇼

        – 즐기는 거 맞지?

        – 시청자 놀리는 재미로 방송하는 거 맞는 듯

         

        “아니예요. 소중한 시청자분들께 어찌 그러겠어요.”

         

        파랑의 입꼬리가 귀에 걸렸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장백순은님, 코르셀로님이 보내주신 후원 정말 잘 받았습니다. 감사합니다.

    오늘은 좀 할 말이 많습니다.

    첫째로 어느덧 15화나 이 소설을 연재했네요. 기숙사에 박혀서 이게 될까 내가 할 수 있을까 고민하며 비축분을 쌓던 게 엊그제같은데 뭔가 감회가 새롭습니다. 다 독자님들 덕분입니다.

    둘째로 파랑이가 펼친 지도에 찍힌 구글마크는 대충 무시해주십쇼…홍콩이랑 한국을 한 번에 찍으려다 보니 구도가…

    셋째로 오늘 등장한 마쿨라의 원본이 궁금하시다면 구글에 Synapta maculata라고 검색해보시면 되겠습니다.

    넷째로 좋은 소식과 나쁜 소식이 있습니다. 좋은 소식은 심해어 사냥 전문방송의 플러스 신청을 넣었다는 것입니다.

    나쁜 소식은 내일부터 자유랭킹에서 만나뵐 수가 없다는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다음화는 내일 저녁 7시 30분에 올라갑니다.

    다음화 보기


           


Deep Sea Fish Hunting Specialty Broadcast

Deep Sea Fish Hunting Specialty Broadcast

심해어 사냥 전문방송
Score 4.5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He reincarnated into a hunter world and became an underwater hunter.

There were only 20 people in the entire country in this minor profession, but it didn’t matter. He liked the sea.

“Crazy! There’s a real artifact?!”

“Ahahaha!! How much is all this worth!!”

But then, the Great Diving Era began.

“Ah, it’s so beautiful… I want to see more, more…”

“W-What is that!! Save me!!!”

“Aaaargh!!! My head!! It feels like my head is going to explode!!”

…It would be better not to go in the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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