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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5

       “흥흥~~”

       

        채수현의 손에는 쇼핑백이 한 가득 이었다.

        이리저리 흔들면서 온 백화점을 돌아다니는 중이었다.

        그녀는 엉덩이를 실룩거리며 기분 좋음을 뽐내고 있었다.

       

        “역시 쇼핑은 즐거워~”

        “나란 년은 쩐단 말이지. 후후”

       

        자뻑을 하며 또각또각 걸어다니는 것이었다.

        아무도 그녀를 막을 수 없을 것 같은 기세였다.

       

        “후후… 신상백… 아주 소중해…”

        “오늘 산 구두도 완벽히 마음에 들었고…”

       

        아주 기분이 좋은 표정으로 신나게 걸어다니는 중이었다.

       

        띠리리리링.

       

        ‘어? 백지훈이다!!’

        ‘아 씨. 이제서야 반응이 오냐? 엉? 이 자식. 좀 늦었어. 임마.’

        ‘그래도 사과는 받아주마.’

       

        전화벨이 울리자 자신이 소중하게 들고 있던 모든 쇼핑백을 바닥에 갑자기 집어던졌다.

        그리고는 허둥지둥 자신의 가방에서 스마트폰을 찾아서는 엉성한 자세로 전화를 받는 것이었다.

       

        “여…. 여보세요….? 지… 지훈… 오빠….?”

       

        한없이 가련하고 불쌍한 목소리로 전화를 받는 것이었다.

       

        “안녕하십니까. 백호 길드 문정현 차장입니다.”

       

        ‘아 씨… 백지훈이 아니었어?’

       

        표정이 순식간에 확 바뀌었다.

        순간적으로 분노가 치밀어 오르는 것으로 보였다.

       

        탁.

       

       

        그녀는 뒤의 말을 들어보지도 않고 그냥 전화를 끊어버렸다.

        당연히 백지훈일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다른 사람의 전화였던 것이다.

       

        ‘아. 왜….? 백지훈 진짜 너 뭐하는 데? 왜? 왜 연락을 안해? 진짜…?’

        ‘아니. 진짜 미쳤어? 아니…지훈 오빠… 전화 좀 해달라고!!!! 왜…!!!’

       

        잠깐 사이 쇼핑을 하며 백지훈에 대해 잊고 있었는데, 걸려온 전화로 인해 정신이 번쩍 들게 된 것이었다.

       

        ‘하… 증말…짜증나게하네…이 새끼랑은 이번 일만 끝나면 아예 완전히 끝이야. 끝.’

        ‘아 몰랑.’

       

        채수현은 백지훈과 완전히 정리를 해서 지워버릴 생각을 했다.

       

        ‘진짜 이 자식은… 첨부터 끝까지 도움 되는게 하나도 없어. 끝까지 구질구질하게 포인트 회수나 하고 말이야. 꼭 헤어질 때 선물 다시 돌려달라는 거지 같은 남자들 있잖아. 짜증나게.’

       

        아주 인상을 찌푸리고는 스마트폰을 내려다 보는 것이었다.

       

        ***

       

        “네. 부르셨어요…?”

       

        이번에는 또 무슨 말을 하려는지 궁금했다.

       

        “어… 음…저… 좀… 면담을 할까 해서요…”

        “네? 면담이요?”

       

        뭔가 뜬금없는 소리였다.

        왜 면담? 갑자기…?

       

        미리 예고를 들은 적도 없다.

        분명 형석이 말로는 거의 인턴에 가까운 역할이라고 했었으니까 말이다.

       

        특별히 나대지만 않으면 이수아 헌터 눈에 들일도 없고, 혼나거나 껄끄러운 일도 없을 거라고 했었다.

       

        ‘하… 내가 어제 괜히 메두사 때문에 나대서 그런가…?’

       

        물론 지금 내 눈앞에 있는 이수아 헌터는 얌전하고 조용하다.

        하지만 언제 돌변할지 모른다.

       

        ‘이수아 헌터요~ 평소엔 괜찮다가 가끔 급발진해서 엄청 무서워질 때 있거든요.’

        ‘에이. 신입이라고 거짓말하면 안되지. 언제 괜찮았어. 일단 술자리 제외하면 무서운 사람이잖아. 새로 왔다고 뻥치면 안돼. 어차피 다 알게 될거라고.’

        ‘맞아용… 사무실에선… 언제나 무서워요… 사무실 뿐만 아니라.. 던전에서도… 보통.. 그래요… 첫 인사할 때만… 친절하시고…’

        ‘괜찮아요. 욕먹는 건 저희가 다 할거거든요. 어차피 이수아 헌터, 과장 밑으로는 신경 별로 안쓰거든요.’

        ‘하하. 죽이지는 않으니까 걱정마세요. 아직까지 죽은 사람은 없어요. 아직까지는…’

       

        분명 그랬었다.

       

        ‘후… 면담이란건… 뭔가 잘못할 때… 하는 거 아닌가..? 나 아직 딱히 잘못한 거 없는 거 같은데…’

       

        뭔가 이상함을 느끼면서 회의실 자리에 앉았다.

       

        철. 컥.

       

        이수아는 회의실 문을 육중한 소리를 내며 걸어 잠그는 것이었다.

       

        ‘뭔가.. 되게… 본격적인 느낌이다…’

       

        꿀꺽하며 침을 삼켰다.

        사뭇 진지한 분위기.

        나는 입술을 말며 이수아 헌터의 말을 기다렸다.

       

        “저… 백지훈 헌터… 어제 일에 대해서 좀 듣고 싶어서요.”

        “네? 어.. 어떤 일을 말씀하시는 거죠..?”

       

        살짝 당황했다.

        혹시나 내가 포인트 준 것을 들킨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음. 그냥 저희 던전 갔을 때 얘기요. 백지훈 헌터가 어떻게 했는지 듣고 싶어서요.그냥 구체적으로  길게 얘기를 듣고 싶어서요.”

        “네…?”

       

        이건 또 무슨 상황인가 하는 혼란스러움이 생겼다.

       

        ‘아니. 눈앞에서 다 봤잖아….? 뭘 말해? 게다가 회의실 문은 왜 걸어잠근 건데…?’

       

        회의실 창문 너머로 사무실 직원들이 보였다.

        무조건 모두들 나만을 바라보고 있었다.

        확실히 그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으니까.

       

        “어…뭘… 말을 해야하는 걸까요…?”

        “그… 그냥… 이… 이야기를… 듣고 싶어서요… 던전에서 어떻게 하신 거죠…”

       

        나는 살짝 고개를 갸우뚱 거리며 일단은 이수아가 물어보는 대로 말을 늘어놨다.

       

        약 30분 정도의 면담이 끝나고 나왔다.

       

        ‘뭐야…? 왜 자꾸 불러서 이상한 거 물어보는 거야…?’

       

        갸우뚱하며 문을 살며시 닫았다.

       

        “지훈 씨! 뭐래??? 뭐래…?”

       

        어제 회식 자리에서 가장 흥겨우셨던 과장님이 인기척을 숨긴 채 어느 새 내 근처로 와 있었다.

       

        ‘깜짝이야.’

       

        “어…그냥… 별 얘기는 안했는데요…? 어제 던전에서 있었던 일 그냥 얘기 해보라고 해서…”

        “응…? 그게 무슨 소리야…?”

       

        내가 회의실에서 무슨 얘기를 했는지 궁금해하는 사람은 한둘이 아니었다.

        모두들 미어캣마냥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아니. 뭘까요? 이수아 헌터님. 오늘 좀 이상하지 않아요? 왜 자꾸 백지훈 헌터를 부르는 걸까요?”

        “글쎄…? 상부에서 뭐 이상한 지침이 내려왔나?”

        “에이. 무슨 지침이요. 과장이나 부장도 아니고 이제 오늘 막 처음 사무실 들어온 사람에게 어떤 지침을…”

        “아니. 오늘 이수아 헌터 좀 많이 이상하지 않아…?”

        “그러니까 말이에요… 원래 이렇게 각 부서 쪽으로는 오지도 않잖아요? 본인 사무실에서 호출을 하지..?”

        “흠.. 그러게…?”

       

        다들 나를 둘러싸고는 집단지성을 발휘하는 중이었다.

       

        나야 원래 어떻게 했는지 모르니까 입을 다물고 있는 수 밖에 없었다.

       

        “원래 첫날에는 보통 뭘 하나요?”

        “음. 사수한테 설명 듣느라 정신이 없죠…?”

        “그럼 이수아 헌터랑 면담은 언제 하는 데요?”

        “음… 한 3년쯤 지나서… 대리 달면…?”

       

        과장님은 과거의 기억을 끄집어 내는 듯 했다.

       

        “나는 과장달고 나서야 이수아 씨랑 따로 얘기 해본 거 같은데.”

        “그러게요. 저도 그래요.”

        “저는 지금까지 한번도 면담해본 적 없어요…”

       

        자기들끼리 수군대는 것이었다.

        그리고는 살짝 나를 수상하게 바라보는 것이었다.

       

        “백지훈 씨 혹시 우리한테 뭐 숨기는 거 없어요…? 뭐 이수아 헌터의… 숨겨진 전 남자친구라든가… 혹시 이수아 헌터의 잃어버린 소꿉친구라든가…? 아니면 대학 동기? 선후배..? 아니면… 교회 오빠…?”

        “혹시 길드장님 빽있으세요? 아니면… 정부에 연줄이 있다든가…?”

       

        모두들 같은 생각이라는 듯한 표정이었다.

       

        “네..? 아니요. 전혀 아니에요. 저 어제 처음 뵌걸요…?”

        “쓰읍… 그럼… 이수아 헌터가 왜….”

        “다들 여기서 뭐해요?”

       

        날카로운 말이 날아왔다.

        모두들 말이 끝나기도 전에 후다닥 제자리로 재빠르게 돌아가는 것이었다.

       

        이수아였다.

       

        “뭐 재미있는 얘기해요?”

        “하하. 아닙니다. 이수아 헌터님. 여기엔 어쩐일로… 좀처럼 이쪽에는 잘 오지 않으시더니.. 허허…”

       

        과장님이 뻘쭘하게 일어서서 대표로 말을 하는 것이었다.

       

        “음.. 아니.. 뭐… 그냥… 다들 일 잘하고 있나 보러 왔죠. 어제 던전에 대해서 사후 처리 하느라 바빠야 하잖아요? 놀땐 놀더라도… 일할 땐 빡세게 일해야죠.”

        “암요. 그렇죠.”

       

        분위기가 화기애애하면서도 묘하게 경직이 되어있는 듯한 느낌이었다.

       

        “네. 그럼 수고들 하세요.”

       

        뭔가 이상한 분위기가 된 것 같았다.

       

        “아휴. 오늘 정말 특이하네. 이수아 헌터 왜 저러신담”

       

        박대리가 의자에 앉은 채로 나에게 드르륵 달려왔다.

       

        “안녕하세요. 저는 박규훈 대리입니다. 제가 백지훈 헌터님 사수로서 이것저것 알려드리도록 할게요.”

        “아. 넵.”

       

        전화번호를 주고 받았다.

       

        “아니 근데 어제는 진짜 대단하셨어요. 저 정말 죽는 줄 알았거든요?”

        “하하.. 넵…”

        “도대체 왜 그런 스킬을 찍어두셨던 건지. 참 다행이에요. 하하..”

        “그러게요… 이수아 헌터도 꽤 궁금한 것 같더라고요.”

       

        박대리에게 길드에 대해 이것저것 배우기 시작했다.

        이수아 헌터의 이상한 반응이 조금 신경 쓰이기는 했지만 지금 나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길드 업무를 익히는 것이었다.

       

        ‘뒤쳐지거나 트집 잡히지는 말자.’

       

        ***

       

        딱딱딱딱.

       

        이수아는 자신의 책상에 앉아 볼펜으로 책상을 연신 두드리고 있었다.

       

        ‘흐음… 흐으으으으음… 흐으으으으음…..’

       

        왠지 모를 정신없는 생각으로 가득 차 있었다.

       

        ‘하.. 뭐지… 이게…? 음… 뭐야…’

        ‘하… 이상해… 아 정말.. 뭐냐고!!!’

        ’도저히… 견딜 수가 없어… 참을 수가 없는걸… 하….’

       

        그녀는 본인도 알 수 없는 느낌으로 가득 차 있는 것 같았다.

        괴로움이나 고통은 아니었다.

       

        단지 일에 집중을 할 수 없을 정도로 자꾸만 다른 것이 생각이 나는 것 같았다.

       

        “저 이수아 헌터님.”

        “아. 넵넵.”

        “부탁드린건 언제 쯤 주실 수 있을까요. 좀 늦는 것 같아서요.”

        “아. 넵넵. 죄… 죄송합니다. 얼른 해서 보내드리도록 할게요!”

        “네… 저희 좀 많이 급한 상황이라서요. 좀 신경써주셨으면 좋겠어요. 오늘은 왠지 이수아 헌터님 답지 않으시네요.”

        “아. 넵넵.. 죄.. 죄송합니다…”

       

        상부에서 온 것 같아 보이는 전화였다.

       

        ‘휴…. 좀.. 정신 차리자. 빨리 집중 해야돼.’

       

        이수아는 펜을 들고는 자신의 업무에 집중하려고 자세를 취했다.

        그러나 금세 다시 자세는 풀어져버리고 말았다.

        그리고는 다시 펜으로 책상을 쳐대기 시작했다.

       

        ‘백지훈 헌터….도대체… 뭐… 뭐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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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Was Betrayed But It’s Okay haha

I Was Betrayed But It’s Okay haha

배신당했지만 괜찮습니다ㅎㅎ
Status: Ongoing Author:
"I was the one who boosted your rank. Yet you stabbed me in the back? Fine. Goodbye. I'm taking it back. You're finished now. Thanks to you, I now have an abundance of skill points for a prosperous hunter life. But... after spending some of those points, the S-Ranks are starting to get obsessed with 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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