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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5

       죽음의 고비를 넘겨 왔다는 말을 했다.

         

        그건 뭘 모르고 한 소리였다.

         

        이 세계에 오기 전에 피를 토하고 쓰러진 거?

         

        비록 도마뱀이라지만 다른 몸으로 전생했다.

         

        오비랍토르에게 꼬리가 잘리면서 도망친 거?

         

        결국 도망치는 데 성공했다.

         

        개미 독에 당해 정신을 잃었던 거?

         

        게코 도마뱀에서, 바실리스크로 진화했다.

         

        내가 겪은 건 죽음의 공포와 거리가 멀었다.

         

        [「위기 감지 LV6」의 레벨이 상승합니다.]

         

        몸이 덜덜 떨린다. 이빨과 이빨이 서로 맞부딪치고, 숨이 가빠진다.

         

        내 몸을 통제할 수도 없는 압도적인 공포감.

         

        죽음의 공포란 이런 걸 말하는 거다.

         

        흑색에 가까운 녹색의 피부는 신화 속에나 나오는 드래곤을 연상케 했다.

         

        수십 개에 달하는 단검과도 같은 날카로운 이빨. 그리고 그사이에 흘러나오는 침. 존재만으로도 압도당하고 있었다.

         

        【피라냐카이만 LV30(+)】

         

        본래라면 녀석의 상태도 볼 수 있을 거다.

         

        그러나 보이지 않았다.

         

        내가 볼 수 있는 건 녀석의 레벨과 이름.

         

        __________________________

        【피라냐카이만】

         

        몸길이는 최대 ■□m까지 자라며 수컷의 경우 몸무게가 최대 ■■■kg 나갑니다.

        이름처럼 □■□를 주 먹이로 삼고 □□□와 적대 관계에 있습니다.

        물속에서 먹잇감을 ?%하는 걸 선호하는 %■■ 사냥꾼입니다.

        __________________________

         

        그리고 약간의 설명뿐이었다.

         

        그마저도 과분하다는 듯, 마구 일렁거렸다.

         

        피라냐카이만.

         

        이 늪지대에 처음 왔을 때, 먼발치서 봤던 상대였다.

         

        미크랍토르를 한입에 잡아먹는 장면을 봤었다.

         

        그러나 그 개체는 이렇게 거대하지 않았다.

         

        끽 해봐야 2~3m 남짓이었다. 주둥이도 피라냐나 작은 동물을 잡아먹기 최적의 형태로, 내가 생각하는 일반적인 악어와는 살짝 달랐다.

         

        그렇기에 별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 어차피 그 녀석이 사는 곳 가까이에 있을 생각도 아니었고 나보다 큰 덩치긴 하지만 도망은 언제든 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으니까.

         

        그러나 이 녀석은 달랐다.

         

        내 몸 전체가 녀석의 앞발 하나는 될까 싶을 정도로 거대했다.

         

        기형적으로 큰 크기.

         

        그리고 이름 뒤에 붙어 있는 저 기호.

         

        진화가 가능한 개체라는 뜻이다.

         

        종의 한계까지 도달한 카이만은 내가 결코 이길 수 없는 상대였다.

         

        쩌어어억.

         

        카이만의 거대한 아가리가 벌어졌다.

         

        아래턱은 대지에 닿고, 위턱은 하늘에 닿았다.

         

        거북이는 그 모습을 멍하니 바라봤다.

         

        저항할 생각은 하지도 못한 채, 운명을 받아들였다.

         

        콰각!

         

        우드득.

         

        그 단단하던 거북이의 등껍질은 너무나 쉽게 박살 났다.

         

        카이만은 오히려 그 식감을 즐기기라도 하는지, 등껍질이 가루가 될 정도로 씹어댔다.

         

        이빨 사이에서 흐르는 거북이의 피가 늪지대의 물을 붉게 물들였다.

         

        지독할 정도로 비린 혈향.

         

        카이만은 그렇게 거북이를 꿀꺽 삼켰다.

         

        놈의 푸른 눈이 다음 상대를 정하기 위해 이리저리 움직였다.

         

        녀석의 거대한 앞발이 하늘을 날았다.

         

        드리운 검은 그림자에 두꺼비의 몸이 가려졌다.

         

        콰직!

         

        두꺼비는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그렇게 압사당했다.

         

        카이만은 납작해진 두꺼비를 한입에 삼켰다.

         

        녀석의 푸른 눈동자가 다시 한번 움직였다.

         

        거북이와 두꺼비가 모두 죽었다.

         

        그다음은 초록색 도마뱀일 거다.

         

        놈의 거대한 발이 점점 가까워졌다.

         

        순식간에 밤이 찾아오는 것처럼 사방이 어두워졌다.

         

        그제야 내 운명을 깨달았다.

         

        카이만에게 잡아먹히는 거다.

         

        …….

         

        …내가 왜 가만히 있는 거지?

         

        [차가운 피의 효과가 발동합니다.]

         

        정신이 돌아오자마자 바로 몸을 던졌다.

         

        콰직!

         

        그럼에도 저 공격의 사정 범위 안이라, 곧바로 꼬리 자르기를 시전했다.

         

        촤악!

         

        순식간에 증폭된 속도로 놈의 공격에서 빠져나왔다.

         

        이에 그치지 않고 질주를 활성화.

         

        내가 낼 수 있는 최고 속도로 도망쳤다.

         

        죽을 뻔했다.

         

        정말 죽을 뻔했다.

         

        본능적인 공포로 몸이 얼어붙은 걸까. 아니, 두꺼비와 거북이가 저항도 하지 않고 죽은 걸 보면, 그 이상의 것이 있는 게 분명했다.

         

        물고기를 홀리는 심해어의 무언가처럼, 이 악어도 그런 능력을 가지고 있을지도 모른다.

         

        한 가지 확실한 건, 평정심을 찾지 못했다면 저기 깔린 꼬리처럼 납작하게 변했을 거라는 거다.

         

        카이만은 내 기다란 꼬리를 들어 한입에 삼켰다.

         

        우적.

         

        그로테스크한 소리가 들린다.

         

        제발 그 꼬리 하나로 만족해 주길 바라며 계속해서 도망쳤다.

         

        하지만 놈은 만족하지 않았다.

         

        곧바로 고개를 돌리고 내가 있는 곳을 향해 헤엄쳤다.

         

        촤아아악!

         

        물살을 가르는 소리와 함께 거리가 금방 좁혀졌다.

         

        속도도 속도지만, 크기의 차이가 압도적이었다.

         

        이대로라면 잡히고 만다.

         

        아껴두었던 마지막 수를 사용할 때다.

         

        내가 가지고 있는 꼬리 자르기의 개수는 두 개다.

         

        이미 잘린 꼬리에 중복하여 사용해, 내 이동 속도를 늘릴 수 있다.

         

        속도에 갑작스러운 변화를 주어 놈을 따돌린다.

         

        이게 내 계획이었다.

         

        ‘꼬리 자르기!’

         

        그렇게 꼬리 자르기를 사용한 순간이었다.

         

        [「%! 자■□ LV1」의 레벨이 상승합니다.]

         

        알 수 없는 상태창의 메시지가 떴다.

         

        그러나 그것에 관심을 주지 못했다.

         

        쩌어어어억!

         

        나면 안 될 거 같은 흉측한 소리가 나더니, 저 커다란 카이만이 주춤거리기 시작했으니까.

         

        녀석은 목에 무언가 걸린 것처럼 켁켁거렸다.

         

        별안간 저게 무슨 일인가 싶다가도, 지금이 내게 주어진 유일한 기회라는 걸 알고 있기에 계속해서 도망치려고 했다.

         

        투확!

         

        카이만의 입에서 그동안 삼켰던 것들이 쏟아지기 전 까진.

         

        거북이와 두꺼비가 안에서 무언가를 해냈다 싶었다. 그러나 이미 다짐육이 되어 버린 그들이 저런 위업을 달성할 리가 없었다.

         

        카이만이 쏟아낸 것 중, 어딘가 익숙한 모양새의 물건이 있었다.

         

        분명 배 속에 있었을 테지만, 그 형태가 비교적 온전한 물건이었다.

         

        완전한 구의 일부분이라고 생각되는 모양새.

         

        무언가의 조각이라고 생각되는 생김새.

         

        「상급 내단의 조각」

         

        내단!

         

        그것도 상급이었다.

         

        마침 떨어진 위치도 내 바로 앞이었기에, 홀린 듯이 내단을 주웠다.

         

        카이만은 곧바로 흘린 내용물을 주워 먹었다.

         

        두꺼비 경단 같은 건 제외하고, 녀석이 그동안 먹었던 내단 위주로.

         

        정신없이 먹어 치우던 녀석은 무언가 허전하다는 걸 깨달았는지 크게 포효했다.

         

        “크와아아아악!”

         

        지천을 울리는 포효소리.

         

        녀석에게 잡힌다면, 멀쩡하게 죽진 못하리라.

         

        하지만 이미 거리를 충분히 벌려뒀다.

         

        이 정도라면….

         

        촤아아악!

         

        저 덩치에 저 속도는 양심 없는 거 아닌가.

         

        공중으로 도약한 후, 물웅덩이에 착지했다.

         

        냅다 달렸다.

         

        투다다닷!

         

        하지만 기를 쓰면서 도망을 쳐봐도, 놈과의 거리는 점점 좁혀질 뿐이었다.

         

        내단을 던지고 반대 방향으로 도망가면 날 그만 쫓지 않을까?

         

        아니. 그럴 수 없다.

         

        그게 되더라도, 그러지 않을 거다.

         

        놈에게 꼼짝 없이 죽을 뻔했다.

         

        두려움이란 감정은 다른 무언가로 개화했다.

         

        가슴 속 무언가가 끓어오르는 기분.

         

        그래, 분노였다.

         

        이대로 도망친다는 건 놈에게 패배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고작해야 미물에게 진다는 건 인정할 수 없었다.

         

        물론 도망을 치지 않겠다는 건 아니다.

         

        저 괴수랑 정면승부하는 멍청한 도마뱀은 이 세상에 없을 거다.

         

        도망을 치면서도, 놈에게 지지 않는 방법이 하나 있었다.

         

        놈의 소중한 것을 앗아가는 것.

         

        【피라냐카이만 LV30】

         

        레벨 뒤에 붙어 있던 기호가 사라졌다.

         

        내가 훔친 이 내단 조각을 회수하지 못한다면, 놈은 꽤 큰 타격을 받을 거다.

         

        텁.

         

        입을 크게 벌려 내단 조각을 한 번에 넣었다.

         

        맛을 느낄 겨를이 없었다.

         

        기운을 받아들이는 것도 하지 못한다.

         

        그냥 급하게 입안에 쑤셔 넣었을 뿐.

         

        “크아아아아아!”

         

        놈이 다시 한번 크게 포효했다.

         

        나는 일종의 배수진을 친 셈이었다.

         

        이제 저 녀석은 내단을 회수하기 위해서라면 날 잡아먹는 수밖에 없을 거다.

         

        그게 아니더라도 날 잡아먹긴 하겠지만.

         

        “게게겍!”

         

        녀석의 포효에 뒤지지 않는, 용맹한 소리를 내었다.

         

        카이만은 화가 머리끝까지 차올랐는지 앞뒤 안 가리고 돌진했다.

         

        스치기만 해도 치명타, 아니.

         

        스치면 죽는다.

         

        보법을 펼쳤다.

         

        잡힐 듯, 잡히지 않게 움직이는 건 내 전문 분야였다.

         

        하지만 이 녀석을 상대로 그럴 여유는 없었다.

         

        최대한 멀어져야 한다.

         

        수면을 박차고 덩굴을 잡고.

         

        덩굴 사이를 오가다 땅에 착지하고.

         

        나만이 갈 수 있는 길로 도망쳤다.

         

        하지만 카이만에게 장애물은 의미가 없는 것이었다.

         

        콰아아앙!

         

        무식하게 몸으로 뚫었다.

         

        웬만한 장애물로는 놈을 막을 수 없었다.

         

        적어도 정글에서 자랄 법한 나무나, 녀석의 덩치보다 거대한 바위라면 몰라도.

         

        이곳은 늪지대다.

         

        덩치가 큰 나무는 그리 많지 않다.

         

        하지만, 거대한 바위라면 몇 가지 있었다.

         

        박차를 가했다.

         

        녀석과 나의 속도는 대등했다.

         

        하지만 꼬리 자르기의 효과가 점점 줄어들고 있었다.

         

        질주는 몰라도, 꼬리 자르기는 지금 다시 사용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대로라면 잡히고 만다.

         

        속도로 따돌리는 건 불가능한 일이다.

         

        “크와아아아!”

         

        쩌어어억!

         

        녀석의 커다란 아가리가 벌어졌다.

         

        이제 날 잡아먹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한 눈치였다.

         

        마지막 힘을 짜내 지면을 박찼다.

         

        소룡등천보란, 작은 용의 발걸음을 흉내 내는 보법이다.

         

        용은 하늘을 날 수 있다.

         

        하늘을 난다고 생각해도 좋을 정도의 높이를 도약했다.

         

        고개를 앞으로 숙여, 무게중심을 앞으로 옮겼다.

         

        퍼억!

         

        원래의 착지점보다 조금 더 멀리 떨어지게 됐다.

         

        하지만 자세가 불안정해, 땅에 떨어지는 고통을 고스란히 느꼈다.

         

        카이만의 이빨이 나를 노리고 날아들었다.

         

        모든 조건이 갖춰졌다.

         

        숨겨 왔던 그 기술을 사용할 때다.

         

        비기.

         

        나려타곤.

         

        데구르르르.

         

        콩벌레가 몸을 움직이듯 몸을 굴리면서 도망쳤다.

         

        거창한 이름과 달리 몸을 굴리는 게 다지만, 살 수만 있다면 뭔들 못 하겠나.

         

        터업!

         

        녀석의 거대한 아가리가 공기를 씹는 소리가 들렸다.

         

        카이만은 다시 한번 공격하려 했지만, 할 수 없었다.

         

        이미 나는 안전한 곳으로 도망쳤으니까.

         

        거대한 바위의 틈새였다.

         

        내가 들어갈 순 있지만, 카이만의 날카로운 손톱은 들어올 수 없는 천혜의 요새였다.

         

        “크와아아아악!”

         

        카이만은 분노에 찬 포효를 내질렀다.

         

        후우.

         

        거친 숨을 내쉬며, 숨을 골랐다.

         

        아무리 카이만이라고 하더라도 자신의 덩치보다 큰 이 바위를 쉽게 어쩌진 못할 거다. 이대로 이곳에 숨어, 놈이 물러갈 때까지 기다리면 된다.

         

        쿠웅!

         

        녀석은 분을 못 이기며 바위에 몸을 부딪쳤다.

         

        콰앙!

         

        소리는 요란하지만, 효과가 없다는 걸 알고 있었다.

         

        이곳은 바위산이라고 봐도 좋을 수준이었으니까.

         

        이 커다란 바위가 이 정도에 무너질 리가 없었다.

         

        꽈아아앙!

         

        애 쓰지 말고 저리 가라.

         

        상급 내단은 합의금으로 생각하고.

         

        조각 하나 정도면 싸게 넘어갔다고 생각해.

         

        “겍겍.”

         

        그렇게 앙증맞은 울음소리를 낼 때였다.

         

        쩌적.

         

        …내가 간과한 게 몇 가지 있었다.

         

        카이만의 저 행동이 이 커다란 바위산을 무너트리진 못해도, 지반이 약한 어느 부분에는 유효한 행동이라는 걸.

         

        그리고 그 지반이 약한 곳이 하필 내가 서 있는 이곳이라는걸.

         

        쩌저저적!

         

        내가 있는 곳의 바닥이 순식간에 꺼졌다.

         

        “게에에엑!”

         

        끝을 모를 미궁으로 떨어지고 말았다.

         

        아니, 지금도 계속해서 떨어지고 있었다.

         

        얼마나 깊은 거야.

       


           


I Became an Evolving Lizard in a Martial Arts Novel

I Became an Evolving Lizard in a Martial Arts Novel

무협지 속 진화하는 도마뱀이 되었다
Score 7.8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4 Native Language: Korean
I reincarnated as a lizard in a martial arts world. “Roar!” “He’s using the lion’s roar!” “To deflect the Ten-Star Power Plum Blossom Sword Technique! Truly indestructible as they say!” “This is… the Heavenly Demon Overlord Technique! It’s a Heavenly Demon, the Heavenly Demon has appeared!” It seems they’re mistaking me for something el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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