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EP.15

       “이제 어떻게 할 거예요, 진짜!”

         

         

       아가르타가 우리를 보며 빼액 소리를 치고 있었다.

         

       우리의 대답을 들은 뒤, 부단장이 기다리라고 하며 그 자리에서 사라진 뒤부터 쭉 이 상태였다.

         

       아니, 본인도 하겠다고 대답해놓고 갑자기 뭔 뒷북이람.

         

         

       나와 사냥꾼이 맹한 표정으로 아가르타를 보고 있으니, 아가르타가 당장에라도 미칠 것 같았는지 묶인 채로 몸을 튕기며 연어처럼 파닥거리는 게 아닌가.

         

       솔직히 슈퍼 겁쟁이 모드 덕에 무섭게 보이지 않는 내게 외신은 더 이상 두려움의 대상이 아니게 되어버렸다.

       

       내심 에이, 감시자급도 그렇게 잘 이겼는데 앞으로 무서울 게 뭐가 있겠어. 같은 생각을 해도 어쩔 수 없었다.

         

         

       “그렇게 안일한 표정 짓고 있지 말라고요! 더 열 받으니까!”

         

         

       이제는 내 생각을 읽는 경지까지 이르렀는지, 아가르타가 손가락으로 나를 가리키며 성질 냈다.

         

       평소에는 잘만 웃어넘기더니, 이런 거에서는 또 왜 이렇게 예민하게 구는 건지 모르겠네.

         

         

       “조용히 해라.”

         

       “하, 참! 퍽이나 조용히 하겠네요. 당신은 외신이랑 몇 번 싸워봤으니 걱정이 없겠지만, 저는 아니라고요!”

         

       “그럼 저 녀석의 아래에서 개처럼 기고 싶나?”

         

         

       저 녀석은 부단장을 뜻하는 것이겠지.

       

       나도 사냥꾼의 말에 동감한다.

       

       

       커뮤니티에서 왜 기사단을 그렇게 빨아줬는지 모르겠더라.

       

       그래도 론단을 다스리는 황녀 휘하이기에 분명 이득은 있을거라고 생각 중이다.

       

       실제로 기사단에 들어가면 얻을 수 있는 이점이 적힌 글도 봤었고.

       

       그런 생각을 하고 있자니 아가르타가 사냥꾼을 가리키며 외쳤다.

         

         

       “단어 선택 과격하게 해서 이상한 대답 유도하지 마세요! 우리는 그걸 ‘안전한 인생’이라고 하기로 했다고요!”

         

       “아가르타 씨, 일단 진정하시고….”

         

       “닥쳐! 이 우유부단, 정신병자, 외신 박이!”

         

         

       손을 펄럭이면서 아가르타를 진정시켜보려고 했지만, 시원하게 내뱉어버리는 그녀였다.

         

         

       아니, 아까는 미수에 그쳤으니까 괜찮다면서!

         

       애초에 안 했다고!

         

         

       “아, 끝났어…. 괜히 그렇게 대답했어! 겨우 평탄하게 흐를 수 있었던 내 인생이 다시 단단하게 꼬이고 말았다고!”

         

         

       아가르타의 목소리에 힘이 점점 빠지더니, 마지막에는 곧 쓰러질 것처럼 벽에 기대었다.

         

         

       저 도적이.

         

       죽을 뻔한 거 살려준 것도 모르고, 염치없는 행동을 하다니!

         

         

       이번에는 도저히 못 참아서 아가르타에게 가까이 가서 그녀의 이마 앞으로 손을 내밀었고….

         

         

       빡!

         

         

       “아악! 미쳤어요? 진짜로 한 판 뜨자는 거야, 뭐야!”

         

       “좀 진정하세요, 아가르타 씨. 그렇다고 기사단에 진짜 들어갈 생각은 아니었을 거 아니에요?”

         

       “그, 그건 맞긴 한데….”

         

       “그러면 이게 제일 나은 선택인 거예요. 너무 흥분하지 말고 이제 어떻게 해야 할지부터 생각하자고요.”

         

         

       내 말이 끝나자, 아가르타가 어째서인지 세상 신기한 것을 보기라도 한 것처럼 나를 뚫어지라 쳐다보고 있었다.

         

       그 눈빛이 무엇을 시사하는지 알 수 없으니 물음표를 띄우자 아가르타가 조용히 읊조리듯이 말했다.

         

         

       “…정신병자가 논리적인 말을 했어.”

         

       “….”

       

       “아니지, 내가 정상인거야. 난 외눈박이 세상에서 두눈박이인거라고!”

         

         

       끝까지 시비는 털고 싶었던 모양이구만!

         

         

       후우, 참자.

         

       아까 딱밤 때린 걸로 쌤쌤하자고, 스스로 합리화했다.

         

         

       상황이 겨우 진정되니, 드디어 뽀짝뽀짝하는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아까 사라졌던 부단장이 다시 돌아오는 듯했다.

         

         

       “전원 잘 있었군. 한 명이라도 도망칠 줄 알았는데, 아니었나. 뭐, 도망치면 즉각 사형이었겠지만.”

       

       

       왜 갑자기 우릴 기다리라고 한 뒤 나갔다 온 걸까.

       

       궁금해 하고 있던 찰나 부단장이 말했다.

       

       

       “들어와라.”

       

       

        

       그의 뒤로 3명의 인원이 따라왔고, 그중 익숙한 얼굴이 하나 섞여 있었다.

         

         

       도끼를 들고 있던 겁이 많은 여기사.

       

       감옥에 왔던 3인방 중 한 명이었다.

         

         

       “부단장님, 그래서 저희가 해야 할 일은 무엇입니까?”

         

       “앞에 있는 인원들이 보이는가.”

         

         

       부단장의 말에 모르는 얼굴 두 명이 앞으로 나와서는 우리를 살폈다.

         

       살짝 오물을 보는 것 같은 표정으로.

         

         

       “예, 지하 감옥의 죄수들이지 않습니까. 이 자식들이 뭐 어쨌다는 겁니까?”

         

       “각자 한 명씩 골라서 외신을 처리하고 와라.”

         

         

       그 말에 그들의 동공이 축소되는 것이 보였다.

         

         

       “자, 잘못 들었습니다?”

         

       “잘 들은 게 맞다. 단독으로 외신을 사냥하는 건 범죄 행위다. 그러니 너희들이 따라가도록.”

         

        “저희보다 더 나은 선배들이 있지 않습니까?”

       

       “그 녀석들은 자기 일로 바쁘다는 걸 알고 있을텐데. 외신 사냥에 부적합 판정을 받은 너희들은 열외 인원이다만 이들과 동행하여 관리 감독을 맡는 일은 할 수 있겠지. 모두가 바쁜 상황에서 차출 가능한 인원이 너희들 밖에 없다.”

       

       

       그 말을 듣자 기사들도 인정하는 바가 있는 듯 수긍하는 것처럼 보였다.

       

       기사단 사정이 그리 좋지 않은 걸까?

       

       하긴, 외신 상대로 싸움을 벌이는 집단인데 그에 걸맞는 인원이 많을 리가 없겠지.

       

       있다고 하더라도 범죄자인 우리에게 고급 인력을 이쪽에 붙여줄 리 만무하다.

       

         

       “그래, 그냥 막 고르라고 하는 건 조금 그렇겠지.

         

       죄수명단이다. 죄명과 신상 정보들이 적혀 있으니 확인해보도록.”

         

       

       부단장이 내민 종이를 받아 든 기사들은 읽어보더니, ‘으엑’ 같은 소리를 냈다.

         

         

       “야, 야. 외, 외신 강간 미수는 뭐냐?”

         

       “미친. 이, 이게 정말 있는 범죄야? 어떻게 하면 이런 범죄를 저지를 수 가 있는 거냐고.”

         

       “그, 그러게요오….”

         

         

       …흘려 듣고 싶었지만, 누가 봐도 노골적으로 나에 관해서 얘기하고 있었기 때문에 무시할 수가 없었다.

         

       쾌락은 ‘레이단’이 가져가고, 죗값은 내가 받고 있네.

         

       엿 같구만.

       

       

       “너희들에게도 각각 처리해야 할 외신들도 알려주마. 특징을 잘 파악하고 신중하게 선택하도록 해라. 이 녀석들이 죽는다면 너희들도 죽을지도 모르는 일이니까.”

       

       “하지만 이들은 감시자를 무찌른 녀석들 아닙니까? 저희는 수습 기사인데 어찌 이들을 관리하죠?”

       

       “걱정하지 마라.”

       

       

       부단장은 가슴팍에서 무언가 꺼내더니 우리들에게 도장을 찍었다.

       

       찍힌 부위에는 데포르메된 곰 모양이 나타났고 도장같이 생긴 주제에 닿으니 상처에 빨간약이 닿은 것 처럼 따가웠다.

       

       

       “계약자의 손가락으로 만든 인장이다. 이걸로 맺어진 언약은 웬만한 일이 아니라면 절대 준수되지. 범죄자들은 이번 일과 관련해서 너희들의 명령에 거부할 수 없을 거다.”

         

       

       부단장은 피곤하다는 듯이 한숨을 쉬었다.

       

       

       “나는 일이 바빠 장작으로 돌아가도록 하겠다. 젠장, 여기 있는 것도 솔직히 말하자면 시간을 많이 쓴 거다.

       

       그러니 부디 유의미한 성과를 기대하겠다.”

       

       

       그렇게 말하면서도 언동에는 기대가 느껴지지 않았다.

       

       진짜 우리가 외신을 잡을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지도 않는 눈치.

       

       음, 뭐랄까. 좀… 그렇네.

       

       

       부단장은 나가면서 분홍 머리 소녀를 쳐다봤고 그녀는 눈을 깔며 곤란한 듯이 시선을 회피했다.

       

       그렇게 부단장이 사라진 뒤, 남은 기사들은 문서를 둘러보며 심각한 표정으로 말했다.

       

         

       “이렇게 된 거 어쩔 수 없어. 정당한 결투로 순서를 고르도록 하지.”

         

       “아, 설마 그거?”

         

       “…저, 그거 무서운데 안 하면 안되나요?”

         

         

       대체 뭘 하려고 하길래 저렇게 식은땀까지 흘리면서 말하고 있는 것인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그 비장한 표정만큼은 나도 모르게 긴장이 되어서 집중하게 되었다.

       

       

       손에서 꺼내든 건 한 옥구슬이었는데 그걸 바닥에 두며 뭐라고 읇었다.

       

       그러더니 구슬에서 여자아이의 목소리가 나오는 게 아닌가?

       

       

       -정정 당당하게 승부, 그러지 않으면 죽는다.

       

       

       

       기사들은 서로 머리를 감싸 안은 채, 심호흡하기 시작했다.

          

         

       “…뭐라고 말하는 지 모르겠지만 여전히 기분 나쁜 목소리네. 자, 준비됐지?”

         

       “이걸로 결정된 건 무를 수 없다?”

         

       “…네, 우으… 그냥 정하면 안 돼요?”

       

       “이렇게 해야 뒷말이 안 나오지.”

         

         

       그들은 점점 거리를 두면서 멀어지기 시작했고, 과집중을 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그들이 일제히 손을 들었고, 내리면서 외친 말은….

         

         

       “가위, 바위, 보!”

         

         

       이 미친놈들아!

         

       그딴 걸로 비장해지지 말라고!

       

       아니, 이것도 필터 걸쳐서 나오는 거야?

         

         

       그렇게 몇 번 가위바위보로 치열한 싸움을 벌이던 이들은 결국 마침내 고르는 순위가 정해진 듯했다.

         

         

       “…마침내!!!”

         

       “나이스!”

         

       “…아, 안 돼!”

         

         

       안타깝게도 도끼 든 여자가 꼴찌가 된 모양이었다.

       

       

       아가르타가 슬쩍 쳐다보더니 귓속말을 했다.

       

       

       “저거 사기네요.”

       

       “네?”

       

       “제 눈에 핑뚝이를 속일려고 손 장난을 하는 게 뻔히 보이는데, 저 구슬 가짜 아니에요? 아니면 조치가 되어 있던가요.”

        

       

       그렇다고 하기에는 외신의 물건이 맞아 보이는데….

         

       그런 생각을 할 때쯤, 1등을 한 기사가 위풍당당한 걸음으로 다가오더니, 사냥꾼에게 손을 내밀었다.

       

       역시 외신을 사냥 할 확률이 가장 높은 사람에게 가는구나.

         

         

       “외신을 잡은 경험이 다수 있다는 기록이 있던데. 잘 부탁하지.”

         

       

       그렇게 말하며 사냥꾼의 청테이프를 뜯어주자, 사냥꾼은 악수하자고 내민 기사의 손을 손등으로 쳐버리며 유유히 걸어갔다.

         

         

       “걸리적거리지나 마라.”

         

       “…성깔 좀 있는데? 마음에 들었어.”

         

         

       뭐가 그렇게 기쁜지 미소를 짓던 기사가 나를 한 번 흘겨보고는 그대로 사냥꾼을 따라갔다.

         

       저 기사 끝까지 지랄하네.

       

       

       한숨을 내쉬고 있으니, 사냥꾼이 한 번 나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대충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것인지 알 것 같아서 고개를 끄덕여주자, 사냥꾼은 아무 말 없이 다시 갈 길을 걷기 시작했다.

         

         

       그래, 다시 만나야지.

         

       주인공 근처에 있는 게 가장 안전한 법이니, 무슨 수를 써서라도 사냥꾼과 다시 합류해야지.

         

         

       그렇게 생각하니, 그다음 기사가 아가르타를 향해 다가왔다.

         

         

       “하아, 여자 도적인가. 그래도 얼굴은 볼만한데.”

         

         

       그 말을 듣자 아가르타가 혐오가 가득 담긴 표정으로 내게 고개를 돌렸다.

         

       ‘이 녀석 한 말 들었어요?!’ 같은 말이 귓가에 맴도는 것 같았다.

         

         

       확실히 갑자기 오글거리는 말을 하는 건 어떤가, 싶은데.

         

         

       그러거나 말거나, 그 기사는 아가르타의 청테이프를 뜯어낸 뒤 손목을 잡고 당겼다.

         

         

       “어쨌거나 우리는 외신을 쓰러뜨려야 하는 목표가 생겼다. 감히 어디 도망갈 생각하지 말고, 자신에게 주어진 임무를 다해라.”

         

       “아, 알았으니까, 손 좀 놔요!”

         

         

       아가르타가 질색하면서 기사의 손을 털어낸 뒤 기사를 따라 걷기 시작했다.

         

       …아가르타의 앞날도 깜깜하겠구나, 싶었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으니 내 앞으로 인기척이 다가오기 시작했다.

         

       역시 그 기사였다.

         

       

       “…으으, 여기서 다시 만날 줄은 몰랐는데요.”

         

       “저도 그럴 줄은 전혀 몰랐네요.”

         

         

       ‘흐에….’ 라는 소리를 내며 내 손에 감긴 청테이프까지 뜯어내 주었다.

         

       몸이 자유로워지자, 정신적인 해방감까지 느껴졌다.

         

       정신이 무너지지 않으면 육체도 무너지지 않지만, 육체가 무너지면 정신도 무너지는 것도 확실했다.

         

         

       “우, 우리도 어서 가요. 저희한테 할당된 외신은 빨리 처리하는 게 좋은 거 같아요.”

         

       “네, 알겠어요.”

         

       “그, 그리고 이거 받으세요. 기사단 보급품이긴 한데 없는 것보다 도움이 될 거에요.”

       

       

       그렇게 받은 물건은 3개의 막대사탕으로 보이는 물건이었다.

       

       

       “이건?”

       

       

       기사단의 물품이니 단순히 사탕일리가 없다.

       

        분명 겁쟁이 필터가 씌여있다고 생각해 물어보니 나온 답변은 충격적이었다.

       

         

       “낮은 계위의 외신으로 만들어서 질이 좋진 않지만 한 개는 신체 기능 증진 효과가 있고요, 한 개는 정신을 편안하게 해 줘서 안정시켜줘요. 그리고 나머지는… 자살용이에요. 이건 정말 망했다고 생각할 때 먹으면 좋아요.”

         

       “명심할게요.”

         

         

       …자살용을 아무렇지 않게 말하며 덤덤하게 받아들이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참 묘한 기분이 들었다.

         

       이게 스노우 캐슬의 기사인가.

       

       

       손에 있는 사탕 3개를 보며 생각했다.

       

       신체 강화 빼곤 쓸 만한 곳이 없어 보이는데.

       

       …설마 잘못 먹는 일은 없겠지?

         

         

       “이제 얼른 가요.”

         

         

       기사의 안내를 받으면서 걸어가고 있으니, 이 사람을 어떻게 명칭 해야 할지 모르겠다.

         

       자연스럽게 여기사의 이름을 들으려면 일단 나부터 소개해야겠지.

         

         

       “저는 레이단 탄튼이라고 해요.”

         

       “…저는 그으… 무, ‘무연’이라고 부르시면 돼요.”

         

       

       

       커뮤니티에서 봤을 때 애가 분명 무신의 딸이라고 불렸던 기억이 나는데.

        

       별명 같은 건가.

       

       이 세계관에선 별명을 더 많이 쓰네.

         

       하긴 사냥꾼도 외신한테 특정되지 않기 위해서 이름을 없애버렸다고 했지.

         

         

       나는 이름을 함부로 말하고 다니는데, 괜찮은 건가?

         

       뭐, 감시자한테서도 멀쩡했으니 괜찮으려나.

         

         

       “잘 부탁해요, 무연.”

         

       “네, 네에….”

       

       

       외신을 사냥하러 출발이다.

       

       

       “그, 그런데 외신과 그렇고 그런 짓을 하려는 건 아니죠?”

       

       “아니라고요!”

       

       

       이 오해를 풀려면 시간이 좀 걸릴 듯 했다.

       


           


Dark Fantasy: Super Coward Mode

Dark Fantasy: Super Coward Mode

슈퍼 겁쟁이 모드 다크 판타지
Score 8.6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4 Native Language: Korean
The super cowardly me installed Super Coward Mode, and the terrifying extraterrestrials started to look cute. “Eating the flesh of an extraterrestrial deity? You’re not human! Ew!” “Even withstanding mental manipulation? What kind of monster are you!” “Enslaving an extraterrestrial deity? You must be out of your mind.” …And then, the reactions around me became stran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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