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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5

       *

         

         

         튜토리얼이 너무 어렵다.

         

         그 말을 떠올리자마자 내면의 김선우가 움찔 떨었다. 하지만 이반은 김선우의 반응을 무시하고 생각을 이어나갔다.

         

         이거, 너무 어렵다. 객관적으로 김선우의 시절을 떠올리며 게임의 진행을 상상해봐도 그렇다.

         

         

         이반은 나무 둥치에 기대어 쉬며 한숨을 내쉬었다.

         

         딱 한 놈만. 하다못해 드미트리 수준의 녀석만 대원으로 있었어도 이런 식으로 싸우진 않았을 것이다.

         

         동쪽 끝에서 병사 두엇을 죽이고, 트랩을 심고, 서쪽 끝까지 전력질주해 의도적으로 총성을 내고.

         

         그런 짓들을 30분 넘게 반복하자니 아무리 이반이라 할 지라도 이젠 좀 지친다.

         

         각 교전에 총성을 단 한 번만 울려야 했으므로 난이도가 배는 뛰었다. 그 덕에 팔뚝에 긴 검상을 입었다.

         

         이반은 마지막 한 병 남은 힐링 포션을 꺼내 쏟으려다가 멈췄다.

         

         음… 참을 만 하니까 이건 쓰지 말자.

         

         

         잠깐 호흡을 되찾을 겸, 이반은 나무 아래 앉아서 생각을 정리했다. 이 상황을 캐릭터 ‘이자벨’ 선택 직후의 튜토리얼이라고 가정해보자.

         

         나는 지금 캐릭터 선택창을 넘겼다. 이제 로딩창에 ‘그게 뭔데 씹덕아’ 같은 세계관 설정이 주르륵 나오고, 로딩바가 끝나간다.

         

         AAA급 게임이라면 여기서 컷씬이 나올 것이다. 마침 적당한 것이 있다.

         

         열차 테러. 아카데미 클리셰.

         

         

         자, 열차 테러가 일어나고 흙더미 속에서 눈을 뜬다. 눈 앞엔 NPC 하나가 그녀를 대신해 부상을 입고 있다.

         

         여기서부터 플레이한다 치면 문제가 있다.

         

         

         ‘어떻게 빠져나왔을까.’

         

         

         토사에 매몰된 차량을 탈출하는 것 부터가 문제다. 내부에 뭔가 퍼즐이 있어서 해결하면 빠져나올 수 있다고 가정해보자.

         

         그 뒤엔, 신원 미상의 정예병이 우르르 몰려온다고?

         

         전투 시스템 하나 알려주지 않은 채로? 거기에 튜토리얼 보스는….

         

         

         ‘사선 감지가 있었지.’

         

         

         에시디스의 경우를 생각해보면 더욱 이상한 일이다. 그 녀석의 튜토리얼은 한 손으로 해도 깰 수 있을 정도로 간단했으니까.

         

         그럼 이건 전투 이벤트가 아니라 도주 이벤트였나?

         

         아니면 패배 이벤트였을지도. 패배해서 붙잡힌 뒤에 탈출하는 이벤트일지도 모른다. 그런 게임도 많으니까.

         

         

         ‘아니. 이 녀석들은 이자벨을 죽이려 했다.’

         

         

         병력의 무장이 포획을 염두에 두고 있지 않다. 명백한 살해를 염두에 두고 있었다.

         

         그렇다면 붙잡혀선 안 된다는 뜻인데. 보통 패배 이벤트의 경우 전투 패배 직후 조력자에 의해 구출된다.

         

         구출…?

         

         조력자…?

         

         

         ‘나…?’

         

         

         이반의 표정이 싸늘하게 식었다. 가슴이 철렁였다. 내가 조력자였다고?

         

         다시 말해, 내가 NPC였다고?

         

         이반은 쿵쾅거리는 심장을 애써 억눌렀다. 들끓는 감정을 억지로 다잡는 것은 익숙한 일이다. 그는 침착하게 하나하나 손을 꼽아 보았다.

         

         원작 게임에서 ‘이반 페트로비치’라는 캐릭터가 있었을까?

         

         그가 군역에 복무하고, 18년간 개처럼 구르고, 일반인 주제에 칠용장과 싸워야 했고, 퇴역해서 고아원까지 세워야 했던 일들 모두가.

         

         그 모두가 이미 ‘설정’된 일인가? 그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이미 정해진 일이었단 말인가?

         

         그렇다면, 원작의 ‘이반 페트로비치’는 어떤 결말을 맞을까. 끝까지 살아남을까? 엔딩 장면에 얼굴이라도 비출 것인가.

         

         꼬리를 무는 부정적인 생각들을 억지로 끊어내며, 이반은 힐링 포션을 품 안에 넣었다.

         

         확인해 볼 방법은 하나 뿐이다.

         

         어째서 이번 이벤트 난이도가 이 난장판이 났는지, 정말 조력자가 없으면 죽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을지.

         

         그는 재빠르게 나무를 타고 올라가 열차를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

         

         

        -채앵! 카가각!!

         

         

         칼날이 맞물리며 불똥이 튄다. 힘으로는 밀리고, 기술로도 우위를 점하기 어려웠다.

         

         이자벨은 이를 꽉 깨물며 칼날을 비틀었다.

         

         검술 교본을 그대로 옮겨 놓은 것 같은, 아름다운 흘리기. 그 궤적이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매끄럽게 이어져 적의 검을 빗겨냈다.

         

         이자벨로서는 최선이었다. 이것보다 아름다운 공격을 적중시킬 자신이 없었다.

         

         

         “가끔 그런 녀석들이 있지.”

         

         

         아이펠로스는 이자벨의 검을 쳐내며 웃었다.

         

         

         “어디서 뭘 봤는지, 골방에 틀어박힌 채로 혼자 막대기를 휘두르는 녀석들 말야. 더 빠른 공격, 더 유연한 공격을 하겠답시고 교본을 달달 외워가는 모범생들. 응?”

         “닥…쳐!”

         “너는 틀렸다. 틸레스의 기사.”

         

         

        -카앙! 캉!

         

         

         공격이 막힌다. 반면 수비를 하려 할 때 마다 반드시 한 치 이상의 손해를 보고 있었다.

         

         아직 도드라지는 부상은 없었지만, 이자벨은 느낄 수 있었다. 점차 수세에 몰려가고 있었다.

         

         공격과 방어의 배분이 엉망이다. 한 걸음 더 내딛을 수도 없게, 점점 더 뒤로 주춤 주춤 물러서기만 하고 있다.

         

         그리고, 그녀의 등 뒤엔 민간인들이 있다. 그녀가 책임져야 할.

         

         더는 물러설 수 없다. 외통수이며, 배수진이다. 이자벨은 이를 아득 씹으며 칼을 휘둘렀다.

         

         

        -카앙!

         

         

         “칼질이란 상대에게 닿아야 의미가 있는 것 아니겠는가? 검술이란, 결국 칼 끝을 상대의 몸에 박아 넣는 방법론일 뿐이다!”

         

         

        -카앙!

         

         

         “용사의 딸이란 것이 그 나이가 되도록 실전 한 번 겪지 못해 이런 꼴이라니! 연합 놈들의 나태함에 신물이 나는군.”

         “닥쳐어!”

         

        -카앙! 캉! 카앙!

         

         

         분노에 찬 칼은 더 이상 기술의 정교함을 담보하지 못한다.

         

         그저 마구잡이로, 분풀이를 할 생각으로 휘둘러질 뿐.

         

         그런 잡스러운 공격에 당해주기엔 아이펠로스의 경험이 너무 많았다.

         

         

        -카각, 캉!

         

         

         검신을 얽고 손목의 스냅을 주어 튕겨냈다. 이자벨의 손에서 벗어난 검이 바닥에 튕겨 굴렀다.

         

         기실 끝내려면 조금 더 빠르게 마무리할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용사의 혈육]이란 것이 그의 경계심을 크게 끌어올린 탓이다.

         

         용사란 녀석은, 막시밀리앙은 언제나 최후의 순간에 기적 같은 일을 벌이곤 했으니까.

         

         하지만 이젠 끝이다. 아이펠로스는 피식 웃었다. 괜히 아까운 병사들만 잃었군.

         

         

         “너는 아무도 지키지 못했다. 막시밀리앙의 딸, 이자벨. 남길 말이 있나?”

         

         

         이자벨은 떨어진 칼을 바라보며 입술을 깨물었다. 죽음 앞에 의연한 것은 칭찬할만한 일이지만, 지금은 상대를 보아야지. 어리숙하긴. 아이펠로스는 이자벨을 비웃으며 검을 들어 올렸다.

         

         

        *

         

         

         이반은 나무 위에서 그 광경을 내려보고 있었다.

         

         구할 생각은 없다. 확인해야 했으니까.

         

         이자벨이 여기서 죽는다면, 그의 예상이 틀렸다는 뜻이다.

         

         물론 튜토리얼 보스에게 당해서 게임 오버를 당하는 종류의 게임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 경우엔 아니다. 저 스팩으로 이기기엔 너무 강한 상대가 아닌가.

         

         그렇다고 지금 달려들어 이자벨을 구해준다면, 글쎄.

         

         그럼 정말로, 이젠 부정할 수도 없다. ‘이반 페트로비치’라는 캐릭터가 이 게임의 NPC일 뿐이라고 확정 짓는 것이나 다름 없는 일이다.

         

         그러니까, 이자벨이 죽는다 하더라도 개입하지 않을 생각이다.

         

         그야, 플레이어 캐릭터는 아직 다섯이 더 남아 있으니까. 하나를 희생해 알아낼 수 있다면 남는 장사니까.

         

         이반은 저 멀리 이자벨을 내려보며 생각에 잠겼다.

         

         

        *

         

         

         “너는 아무도 지키지 못했다. 막시밀리앙의 딸, 이자벨. 남길 말이 있나?”

         

         

         이자벨의 시간이 느리게 흐른다. 죽음이 임박한 시점에 주마등이 흐르는 것처럼.

         

         물결 치듯 흐르는 칼날, 분노와 비웃음을 가득 띄운 마족의 얼굴, 일그러진 달빛, 거칠어진 자신의 숨소리.

         

         발치에 떨어진 자신의 검. 그녀 자신의 노력과 시간의 증명이 쓰레기처럼 버려진 지금.

         

         

        -검을 들라.

         

         

         그런 목소리가 들렸다. 디안 오거스트 경이 의식을 잃은 채로 중얼거렸던, 아주. 아주 오래된 기사단의 서훈식이.

         

         의식이 조금 더 침잠한다. 막연한 상상이 떠올랐다.

         

         수많은 사람들이 도열해 있는 사이에, 한 사람이 무릎을 꿇고 앉아 있다.

         

         약자의 입장에 서서 약자의 눈으로 우리와 같은 이들을 바라보라.

         우리가 검을 드는 까닭은 우리의 용맹도, 강인함도, 우월함도 아니라.

         그것이 다만 옳기 때문이다. 바르기 때문에, 마땅히 지켜야 할 대의를 위하여.

         

         엄숙한 선언이 들려온다. 홀에 늘어선 기사들이 일제히 검을 들어 올린다.

         

         가장 앞에 선 노인이 칼을 들어 검날을 눕히고, 천천히 아래로 내린다.

         

         세례 하듯 조심스럽게. 툭. 하고 무릎 꿇은 이의 머리 위에 칼날을 얹으며.

         

         

         그것이 당연하기 때문에 검을 들라.

         그대의 힘이 아닌, 그대의 선을 위해 검을 들라.

         

         

         다시 툭, 툭. 양 어깨를 치고.

         

         

         이제 그대의 이름은 기사로다.

         약자의 눈으로 우리와 같은 이들을 바라보라.

         

         

         이자벨은 숨조차 멈춘 채로 고요 속에서 정신을 차렸다.

         

         마족의 칼날이 그녀의 머리를 향해 떨어지고 있었다. 느릿하게, 그러나 그녀의 몸은 그보다 더 무겁고 느리게만 느껴졌다.

         

         그리고 그녀의 등 뒤에선 공포와 경악에 찬 신음소리, 비명소리, 울부짖는 소리가 들려왔다.

         

       

       

         약자의 입장에 서서 약자의 눈으로 바라보라.

         그대는 그대의 힘이 아닌, 그대의 선을 위해 검을 들라.

       

       

        

         여전히 목소리가 울려 퍼지고 있다.

       

       

        

         예, 그리하겠습니다. 이자벨은 홀린 듯 떨어져 있는 검을 향해 손을 뻗었다. 칼자루를 쥐었다.

       

       

        

         몸이 가볍다. 평생 이랬던 적 없었던 것 처럼.

         전신의 근육이 유연하게 휘어졌다가, 강인하게 모여들었다.

         

         아이펠로스의 칼이 이제 그녀의 머리 바로 위에 떨어졌을 때, 이자벨은 이미 자세를 갖추고 있었다.

         

         

        -푸욱—!

         

         

         침묵이 인다. 주위 모두에게서. 바람 마저도.

         우스스 떨리던 숲의 바람조차 이 순간 이자벨의 귀를 어지럽히지 못했다.

         

         구름이 걷히고, 달빛이 다시 밝게 빛났다.

         

         등 뒤의 생존자들은 숨 쉬는 것 조차 잊은 채로 눈 앞의 광경을 바라보았다.

         

         웅크린 이자벨의 머리 바로 위에, 칼날이 멈춰서 있었다.

         그리고 덩치 큰 마족의 등팍에 비죽, 하고 검신이 나뭇가지처럼 돋아나 있었다.

         

         

         “어떻…게?”

         

         

         아이펠로스는 이 상황을 이해할 수 없었다. 그는 멍한 눈으로 눈 아래에 서 있는 이자벨을 노려보았다.

         

         표정은 보이지 않는다. 고개를 숙이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순간 그는 또렷하게 인지할 수 있었다. 이 꼬마는. 아니.

         

         이 기사는 이제 막 한 발자국을 내딛었다고.

         

         아이펠로스는 허탈하게 웃었다. 용사에 이어 그 딸한테까지 몸이 뚫려 보는군.

         

         그는 핏물을 한번 토해내고 비틀비틀 뒤로 물러섰다.

         

         

         탱그랑, 그의 손에서 칼이 빠져나갔다. 그는 비척거리며 물러서다가 풀썩 무릎을 꿇었다.

         

         

         “후우….”

         

         

         이자벨 또한 칼을 바닥에 꽂고 한쪽 무릎을 꿇은 채로 깊은 숨을 토해냈다. 지쳤다. 완전히.

         

         그러나 구했다. 살려냈다. 그녀의 등 뒤에 선 모두를.

         

         살아남은 모두를 결국 살려냈다.

         

         

         “훌륭하군.”

         

         

         낮은 목소리에 그녀는 퍼뜩 고개를 들었다. 저 멀리에서 터벅터벅 한 남자가 걸어오고 있었다.

         

         덥수룩한 수염으로 표정은 읽을 수 없었지만, 새파란 눈동자는 어둠 속에서도 명징하게 빛나고 있다. 저 사내는, 웃고 있었다.

         

         피가 뚝뚝 떨어지는 팔, 나뭇가지에 긁혀 엉망이 된 코트를 보자면 저 사내가 어떤 전투를 벌이고 돌아왔는지 알 수 있었다.

         

         저렇게는 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녀는 고작 한 명에게도 죽을 뻔 하지 않았던가.

         

         이래서 도움이 안 된다고 했던 것이었나. 이자벨은 피식 웃으며 고개를 내저었다.

         

         

         “다른 적들은…?”

         “이 녀석이 마지막이었다.”

         “대단하네요. 정말….”

         “글쎄.”

         

         

         어쩐지 잘 성장한 조카를 내려보는 시선으로, 그 사내는 부드럽게 웃었다.

         

         이자벨은 혼자 생각하고도 그 말이 너무 정확한 표현 같아서 웃고 말았다. 정말이지, 이 남자는 자길 조카 쯤으로 보고 있는 것만 같다.

         

         

         “응? 뭐하세요?”

         “치료.”

         

         

         그는 혐오스러운 자백제의 뚜껑을 뜯어내고 쓰러진 마족에게 걸어가고 있었다.

         

         

        *

         

         

         휴 다행이다. 김선우는 한숨을 내쉬었다.

         다행이군. 이반 또한 짧게 웃었다.

         

         평범한 초반 각성 이벤트였군. 튜토리얼에 포함된 종류의.

         

         아마도 이자벨은 이 숲의 모든 적들을 죽였겠지. 물론 그 과정에서 생존자를 포함한 전원이 몰살 당하고 홀로 살아남았을 것이다.

         

         그의 개입으로 생존자 모두가 살아남았다. 다행이다. 이 세상의 변수는 아무래도 이반, 그 자신 뿐인듯 했으니.

         

         이반은 안도의 미소를 지었다. 그렇다면 좋다. 그가 NPC가 아니란 것 하나만으로도 충분한 성과를 얻을 수 있었다.

         

         이제 남은 일은 하나 뿐이었다.

         

         

         “뭐 하는…?”

         “치료.”

         “나를… 왜…?”

         “궁금한 게 많아서.”

         

         

         에시디스와 이자벨의 튜토리얼 난이도 차이가 일반적인 일이라면, 용사파티의 다른 자식들은 어느 정도의 난이도 배분을 가지고 있을 것인가.

         

         개입을 해야 하는가, 아니면 관망해도 좋은가.

         

         마침 딱 적당했다. 에시디스 때와 달리, 이번엔 테러의 배후가 직접 몸을 드러낸 사건이니까.

         

         어떻게 마족이 프리첸카야 인근에서 이토록 당당하게 활보할 수 있었는지, 아카데미엔 또 몇 놈이나 숨어들었는지, 어디서 뭘 꾸미고 있는지, 대체 어떤 놈이 수장에 앉아 있는지.

         

         알아내야 할 것이 많았다.

         그리고 절멸부대는 호기심과, 호기심을 해결할 수단이 많은 편이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무단결근 개좋아!!!!!!!!

    정웅_794님! Pakool 님! 후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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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Years Have Passed Since the Prologue

30 Years Have Passed Since the Prologue

프롤로그에서 30년이 흘렀다
Score 7.8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I got transmigrated into a game I’ve never seen before. I thought it was a top-notch RPG and spent 30 years on it. I retired as a war hero and planned to spend my remaining time leisurely. But it turns out, it was an academy st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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