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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5

        

       “멈춰라! 정체를 밝혀라!”

         

       기다란 창끝을 겨누며 말하는 경비병을 보고 말의 고삐를 당긴다.

         

       -푸르륵!

         

       바실레우스가 약하게 울며 말이 멈춘다.

         

       “나는 프란체스코의 대공, 데비앙 라이언이라고 한다. 요아네스 전하께서 초청하여 이곳에 왔다.”

         

       그렇게 말하며 내 품에 있는 초대장을 꺼내 경비병에게 건네주자, 경비병이 거칠게 편지를 개봉한다.

         

       그렇게 잠시 시간이 지나자, 경비병이 창을 내리며 말한다.

         

       “확인했습니다. 말에서 내리시지요. 제가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그 말에 나와 기사들이 말에서 내린다.

         

       그리고 그 경비병을 따라간다.

         

       세기 힘들 정도로 많은 병사와 천막.

         

       번쩍번쩍 빛나는 창날.

         

       활을 쏘며 궁술을 연마 중인 궁수.

         

       순찰하듯 10명씩 오와 열을 맞춰 이동하는 모습에 생각보다 군기가 바짝 들은 게 보인다.

         

       흐음… 하지만 식량과 보급품은 많아 보이지 않는군.

         

       역시 예상외로 너무 빨리 움직인 건 포위만 하고 직접적인 전투를 피하려 했던 걸까?

         

       하긴 15만에 달하는 대군에게 정상적으로 보급을 하려는 건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런 생각을 할 때. 어느새 커다란 천막 앞에 도착했다.

         

       “여기입니다. 대공 전하.”

         

       “고맙군.”

         

       그렇게 말하며 천막 안으로 들어간다.

         

       군데군데 흰 머리가 보이는 검은 머리의 남자.

         

       대략 40대로 추정되는 그의 모습을 보며 생각한다.

         

       그가 입은 화려한 제복을 보아 아마 이 남자가 아마 황제파의 거두 요아네스 왕일 것이다.

         

       “어서 오게나 대공. 나는 요아네스 앙겔로스라고 하네.”

         

       나에게 오른손을 내밀며 말하는 남자에게 내가 미소를 지으며 말한다.

         

       “처음 뵙겠습니다. 프란체스코 대공국의 대공 데비앙 라이언이라고 합니다.”

         

       내 말에 무표정한 얼굴로 입을 연다.

         

       “이리로 오게, 다들 자네를 기다리고 있네.”

         

       요아네스가 향하는 곳으로 따라가자 커다란 원탁에 앉는 남자들이 보인다.

         

       어떤 남자는 갑옷부터 부유하다고 한껏 자랑하는 것 같은 사람부터 도시 상인이 입을 법한 복장의 남자까지 다양하게 있다.

         

       “자 여기 자리에 앉게나.”

         

       어느덧 요아네스 왕이 빈자리를 권해 그곳에 앉는다.

         

       “먼저 제국의 평화와 안녕을 위해 큰 결단을 내린 프란체스코의 대공의 용기와 지혜에 경의에 이 자리에 계신 모두를 대표하여 감사를 표하네.”

         

       왕이 나에게 고갯짓하자 제복을 입은 남자가 종이들을 가져와 나와 요아네스 앞에 조심스레 내려놓는다.

         

       “이번 강화와 앞으로 제국의 발전을 위한 조약이네.”

         

       내가 내 앞에 놓인 종이들을 꼼꼼히 읽어본다.

         

       아그리파가 준 강화 협상문과 토씨 하나 다르지 않은 걸 보며 내가 고개를 끄덕인다.

         

       “확인했습니다.”

         

       “그럼, 서명하도록 하지.”

         

       그 말에 내가 품에서 만년필을 꺼내 내 이름을 쓰기 시작한다.

         

       -스륵, 스스슥!

         

       종이 위에 금촉이 춤을 추며 내 이름이 적히기 시작한다.

         

       어느덧 금촉이 멈추고 내 이름이 그곳에 다 적히자.

         

       옆에 있던 제복을 입은 남자가 종이를 가져가 나와 요아네스의 종이를 바꿔 나눠준다.

         

       그걸 받아 들고 다시 한번 꼼꼼히 훑어보지만, 다른 점이 없어 마저 이름을 적는다.

         

       -스륵, 스스슥!

         

       그렇게 서명이 서로 끝나자…

         

       “그럼, 이제 이걸로 전쟁이 끝났다는 걸 공식적으로 선포하오.”

         

       요아네스가 좌중을 보며 말한다.

         

       후우… 이걸로 급한 불은 넘겼다.

         

       “대공 이곳에 하루 머물다 가시는 거로 알고 있네.”

         

       그 말에 내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한다.

         

       “하루 정도 실례하겠습니다.”

         

       내 말에 요아네스가 살며시 미소를 지으며 말한다.

         

       “하하, 걱정하지 말게. 자네는 제국의 영웅이 아닌가? 우리가 설마 제국의 영웅을 내치겠는가? 마음 편히 쉬다 가게나.”

         

       불과 몇 시간 전까지만 해도 전쟁 중인 상대에게 강화를 맺자마자 빠르게 나를 영웅이라 치켜세우는 요아네스를 보며 무언가…

         

       나와 같은 부류의 인간이라는 게 요아네스에게 느껴져 생리적인 거부감이 느껴진다.

         

       “하하, 그리 말해주시니 감사합니다.”

         

       “그리고 내 오늘 자네가 온다고 하여 연회를 준비했네. 시종들은 뭐 하는가? 음식을 내놓지 않고?”

         

       그 말에 시종 음식을 들고 천막 안으로 들어온다.

         

       “바삐 오느라 식사도 제대로 못 했을 테니 마음껏 들게.”

         

       그렇게 전쟁터에서 보기 힘든 음식들이 끝없이 원탁에 놓인다.

         

         

         

       ***

         

         

         

       그렇게 황제파가 베풀어 주는 연회가 시작되었다.

         

       귀족들 옆에 한 명씩 앉은 여인들.

         

       그들은 상의를 벗고 젖가슴을 훤히 내놓은 채로 귀족들의 잔에 술을 따르고 있다.

         

       그걸 좋다고 하는 귀족들.

         

       몇몇은 자기 손녀뻘인 여자의 몸에 손을 대고 있는 걸 보며 짙은 혐오감이 느껴진다.

         

       하… 진짜 저러니까 귀족들이 욕을 먹지.

         

       비싼 세금을 제국민에 물리면서 정작 자기들은 이런 난잡한 파티나 열고 있다니.

         

       속으로 열화가 치밀지만 애써 내색하지 않는다.

         

       누구는 제국을 발전시키려 발버둥을 치는데, 누구는 이렇게 놀고먹다니.

         

       내 앞에 있는 저 귀족들이 역겹게 느껴지지만 애써 미소를 짓는다.

         

       힘겹게 얻은 소중한 시간을 버릴 수는 없으니까.

         

       속으로 화를 참기 위해 술잔을 들려 하자, 내 옆자리에 앉은 여인이 내 잔을 채운다.

         

       -꺄아!, 백작님~

         

       -어허 어서 해보래도?

         

       자기 손녀뻘 여자의 젖가슴을 모아 술을 따라 마시는 호색한 남자를 보며 인상이 찌푸려진다.

         

       그때 내 옆에 앉은 여인이 입을 연다.

         

       “대공 전하, 소문으로 듣던 거 보다 잘생기셨습니다.”

         

       내 옆에 끈덕지게 붙은 여인.

         

       이름은 미쉘이라고 했었지?

         

       하아… 이런 매춘부들을 연회에 불러 이런 걸 하라고 너희한테 세금을 거둘 권리를 준 게 아니라고…

         

       이런데 쓸 돈을 안 쓰고 세금을 낮춘다면 제국이 더 부강해질 텐데.

         

       실제로 이곳에는 별의별 세금이 다 있다.

         

       집에 있는 창문마다 먹이는 세금인 창문세.

         

       추운 겨울에 몸을 따뜻하게 녹여주는 난로세며, 심하면 결혼할 때 내는 세금인 결혼세.

         

       지역 영주마다 별의별 세금을 다 부쳐 걷는 주제 이딴 짓거리를 해? 버러지 자식들.

         

       하지만 그걸 이 자리에서 말할 수는 없기에 최대한 미소를 짓고 내 옆에 앉은 여인에게 자상히 말한다.

         

       “미쉘양, 그리 좋은 말씀을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내 말을 옆에서 듣던 코가 시뻘겋게 달아오른 노인이 말한다.

         

       “아암~ 대공 잘나셨지요~! 얼마나 잘났으면 제국 제일 미녀이신 황태녀와 결혼하시겠소? 안 그렇소?”

         

       “푸하하! 내가 10년만 젊었어도 황태녀를 이렇게~ 이렇게~”

         

       자리에서 일어나 허리를 민망하게 돌리는 남자는… 분명 이타카의 공작, 마누일 이였지?

         

       이름은 기억나지 않지만 오늘부터 저 늙은이의 이름을 기억 할 거 같다.

         

       노인이 술에 취해 허리를 흔드는 꼴은 진짜… 역하군.

         

       -푸하하! 공작! 많이 취하셨소!

         

       -누가 아니랍디까?

         

       천박한 음담패설을 하는 노인들을 보며 애써 미소를 지으며 말한다.

         

       “마누일 공작, 제 사랑하는 황태녀 전하를 모욕하지 마시지요.”

         

       내 말에 연회장의 분위기가 착 가라앉는다.

         

       “다들 적당히 하시오, 대공은 손님이 아니오?”

         

       차가운 분위기를 요아네스가 나서서 바꾼다.

         

       “신하 된 도리로서 미래의 주군께 어찌 모욕을 줄 수 있소? 마누일 공작의 농이 지나치셨소.”

         

       -맞소!, 공작이 좀 취하신 거 같소.

         

       -하하하~ 누가 아니라오 마누일 공작은 이타카의 종마라더니 소문이 딱 맞는 거 같소.

         

       그 말에 마누일이 붉어진 얼굴로 기분 좋은 듯 크게 웃는다.

         

       “하하~ 대공 내가 말이 지나쳤소, 기분 상했다면 화를 푸시지요.”

         

       그 말에 내가 고개를 저으며 말한다.

         

       “기분 상하지 않았습니다.”

         

       내가 그렇게 말하자.

         

       “자자, 그만들 하시고 오늘은 여기서 이만 파하십니다.”

         

       그 말에 다들 고개를 끄덕인다.

         

       그때 마누일 공작이 일어나며 말한다.

         

       “오랜만에 배부르게 먹었군, 대공 결혼식 때 선물 든든히 챙겨 가겠소.”

         

       그걸 시작으로 하나둘 자기 옆에 앉던 여자를 끼고 나가기 시작한다.

         

       -꺄~ 공작님!

         

       -이리 와라, 오늘 내가 남자가 무엇인지 보여주겠다.

         

       그들을 바라보면서 속으로 화를 삭인다.

         

       이런 난잡한 파티를 열 돈이 있으면 영지 시설이나 개발할 것이지.

         

       나중에 정권을 잡고 안정이 되면 이런 짓 따윈 못하게 할 것이다.

         

       “대공, 내가 침실로 안내해 줌세.”

         

       그 말에 내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한다.

         

       “감사합니다. 요아네스 전하.”

         

       내 말에 힐끔 나를 바라보다가 천막 밖으로 나가는 그를 따라 나간다.

         

       -뚜벅… 뚜벅…

         

       잔디 하나 깔리지 않은 맨땅을 그와 나란히 걷는다.

         

       조금 떨어진 곳에 제법 규모가 큰 천막으로 나를 안내한다.

         

       -타닥… 타다닥!

         

       천막 내부에 있는 화톳불이 천막을 따뜻하게 데운다.

         

       “내 나름 신경을 쓴다고 신경 쓴 거지만 지금 보니 조금 남루한 거 같군.”

         

       요아네스가 그리 말하지만 나름 화려하게 꾸민 천막 내부를 보며 내가 말한다.

         

       “아닙니다, 괜찮군요.”

         

       그렇게 말하며 천막 안에 있는 의자에 앉는다.

         

       “요아네스 전하도 앉으시지요. 여기까지 오신 거면 저와 나누어야 할 얘기가 있으신 거 아닙니까?”

         

       내 말에 요아네스가 씩 웃으며 맞은편에 앉는다.

         

       “눈치가 빠르군.”

         

       그 말에 내가 멋쩍은 미소를 짓는다.

         

       “저도 피차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런가?”

         

       그렇게 잠시 어색한 공기가 흐른다.

         

       “로만에서 이곳까지 꽤 멀었을 텐데, 고생이 많았네.”

         

       그 말에 아니라는 듯 고개를 저으며 말한다.

         

       “고생이랄게 있겠습니까? 저 멀리 바다 건너 니케아에서 오신 전하 아니십니까?”

         

       내 말에 요아네스가 고개를 끄덕인다.

         

       “자네 부친이 황제를 죽이지만 않았다고 이곳에 올 일은 없었을 것이네.”

         

       그 말에 내가 빙그레 미소 짓기만 한다.

         

       “하아… 자네는 다른 라이언 가문들과는 다르군.”

         

       “칭찬으로 받아들이겠습니다.”

         

       그리고 다시 흐르는 침묵.

         

       아니 침묵처럼 보이지만 서로 언제 원하는 걸 꺼낼지 간을 보고 있는 상황이 정확한 표현이겠지.

         

       “나는 자네의 속셈을 알고 있네.”

         

       “속셈 말입니까?”

         

       내 말에 고개를 끄덕이는 요아네스가 말한다.

         

       “자네는 제국을 원하겠지?”

         

       사뭇 진지해 보이는 요아네스의 말에 내가 쉽게 답을 하지 못한다.

         

       아직 협상문에 잉크가 마르지도 않았을 텐데.

         

       이런 위험한 이야기를 꺼낼 줄은 몰랐다.

         

       적당히 구슬려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게끔 하려 했던 건데.

         

       갑작스럽게 폭탄을 터트리는 요아네스를 보며 불안감을 느낀다.

         

       제길… 나에게 이런 얘기를 꺼내는 이유가 뭐지?

         

       강화를 무효하고 나를 죽이려는 걸까?

         

       여러 가지 생각이 떠올라 마음속에 불안감이 퍼진다.

         

       “대답은 안 해도 괜찮네, 하지만 나부터 내 속마음을 밝히겠네.”

         

       그렇게 말한 요아네스가 이어서 말한다.

         

       “나도 마찬가지로 제국을 원하니 말이네.”

         

       그가 이어서 할 말을 기다리며 생각에 잠긴다.

         

       노골적인 그의 말에 내 머릿속이 복잡해진다.

         

       갑자기 나에게 이런 얘기를 꺼내는 이유는 뭐지?

         

       “제국을 통치하길 원하는 내가 왜 자네의 강화 제안을 받아들인 줄 아나?”

         

       그 말에 내가 고개를 젓는다.

         

       나는 속으로 빠르게 생각한다.

         

       그가 제국을 손에 쥐고 싶었으니 조이 황녀를 손에 넣으려던 거라 어렴풋이 생각했다.

         

       이건 물증이 없는 심증만 있는 거니 명확한 증거는 아니지만.

         

       하지만 그것 말고는 요아네스가 조이 황녀를 원하는 이유를 설명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근데… 왜 갑자기 이런 얘기를 꺼내는 거지? 단둘이 있을 때?

         

       말의 속뜻에 대해 고민해 본다.

         

       “아니, 잘 모릅니다.”

         

       내 말에 그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한다.

         

       “그건 말이네. 제국을 손에 넣는데. 너무나 많은 장애물이 있어서라네.”

         

       그 말에 속으로 내심 생각한다.

         

       나도… 너랑 같은 생각을 했는데.

         

       당장 내가 제국을 차지하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하다.

         

       내부를 다지고, 다른 파벌 귀족과 도시를 회유하거나 정복할 시간이…

         

       아마도 요아네스 국왕도 마찬가지겠지.

         

       황제파는 반황제파 같지 않으니 쉽지 않을 거로 생각한다.

         

       하지만 나는 최대한 내 야심을 숨기고 싶기에…

         

       “저는… 황태녀 전하만 있으면 됩니다.”

         

       내 말에 소름 끼치는 미소를 짓는 요아네스.

         

       “후후, 거짓말하지 말게나. 내 자네의 야심을 알고 있다네. 남들은 모두 자네보고 새끼 사자니 약해빠진 사자니 하지만… 나는 보인다네… 자네의 커다란 야심이.”

         

       요아네스의 말에 아무래도… 쉽게 일이 풀리지 않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든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오늘도 봐주셔서 감사해요~!

    댓글 추천 선작은 저한테 큰힘이 됩니다.

    그리고 원래 연회씬은 좀더 수위가 쎘는데 많이줄였습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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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Master of the Empress

I Became the Master of the Empress

여황제의 주인이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They say to leave when the applause dies down, and so I tried to depart.

I intended to give the Empress, who had married me despite her utter disdain, the gift of our marriage annulment…

But the Empress glares at me and says,

[ Did you really think… I would let you go? ]

Something is going terribly wr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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