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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5

       

       “정말 별다른 문제가 없는 것 맞죠?”

       “네, 어머님. 서연 양은 괜찮습니다. 오히려 아주 마음이 튼튼한 편이에요.”

       “다, 다행이다.”

       

       첫 촬영이 있고 며칠 후.

       엄마는 나를 곧바로 정신과 병원에 데려갔다.

       명목상은 스트레스 관리를 위해서, 라고 했지만 대략 이유는 짐작이 되었다.

       

       ‘저번에 들은 말 때문인가 보네.’

       

       이전 CF 광고에서 함께 촬영했던 김미연 배우의 말.

       거기에 이번 정은선 배우의 말도 크게 마음에 걸렸던 모양이다.

       

       공정태 감독을 비롯해, 엄마와 정은선 배우가 무슨 대화를 나누었는지는 그동안의 일들로 대략 추측할 수 있었다.

       

       ‘감정연기, 때문이겠지.’

       

       나는 엄마의 손을 잡고 걸어가며, 창에 비친 내 얼굴을 보았다.

       귀여운 소녀의 얼굴이다.

       6년.

       아니, 이제 곧 7년이 되는 ‘나’의 모습이다.

       

       ‘정은선 배우는 내 연기를 좋아하지 않아.’

       

       그건 내가 싫어서, 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녀는 흔히 말하는 ‘아이는 아이답게’라는 마음을 가진 사람이다.

       

       ‘감정연기는 어릴 땐 되도록 자제하고, 정신적으로 성숙한 이후부터 해라’

       라는 게 아마 정은선 배우의 의도였다고 생각한다.

       

       틀린 말은 아니다.

       아역 시절에는 굳이, 깊은 감정연기를 할 필요 없으니까.

       표면적인 감정의 흐름을 타는 걸로도 충분했고, 오히려 그것도 차고 넘치는 수준이다.

       

       나는 바보가 아니다.

       

       사람들이 내 연기를 어떻게 보는지는, 당연히 알고 있다.

       특히 정은선은 그런 내 연기를 위태롭다고 생각했는지도 모른다.

       물론 나는, 이것을 연기라고 생각한 적 없다.

       

       이건 전생의 내게 일상에 가까운 행위였을 뿐이니까.

       

       말하자면, 그래.

       이건 내 전생과 관련이 있다.

       

       감정표현불능증(Alexithymia).

       이는, 타인의 감정을 제대로 느끼지 못하거나 스스로 표현을 제대로 할 수 없는 질병이다.

       흔히 소시오패스나, 사이코패스라 불리는 질병과는 조금 다르다.

       

       전생에 내가 부모님과 사이가 좋지 않았던 것도.

       그리고, 백수 기간이 길었던 것도 결국 이것 때문.

       

       그러니, 나는 어린 시절부터 평범하길 강요받았다.

       특별한 건 안 된다.

       평범한 사람과 같이 기쁠 때 웃고, 슬플 때 울고.

       

       그런 감정을 하나하나 학습해야 했다.

       감정을 모사(模寫)하는 것.

       

       그것을 위해 나는 많은 매체를 접했다.

       영화, 드라마, 책, 웹소설, 게임.

       인간의 감정이 또렷이 나타나는 것들.

       

       자연스럽게 군중에 섞여 살아갈 수 있도록.

       꽤 긴 시간 동안 나는 오직 그것만을 위해 살았다.

       

       그래도, 나는 운이 좋았다고 생각한다.

       보통 나와 같은 질병을 가진 사람들은 이런 것조차 불가능하다고 하니까.

       의사도 이런 케이스는 처음이라고 말했을 정도다.

       

       “엄마, 저 취업했어요.”

       

       그런 말을 웃으며 내뱉을 수 있게 되었을 때.

       나는 타인과 똑같은 감정을 표현할 수 있었다.

       

       “그래, 하면 되잖니.”

       

       엄마는 웃으며 안아주었다.

       하지만 그때도 난 그 감정을 이해하지 못했다.

       

       나의 감정 모사는, 연기와는 다르다고 생각한다.

       

       단순히 감정을 흉내내는 건 위화감이 들 수 있다.

       흔히 말하는 ‘불쾌한 골짜기’에 이르러 더욱 사람을 꺼려지게 만든다.

       하지만, 나는 그 경계를 살며시 넘은 상태였다.

       

       한없이 진짜 감정에 가까운 가짜 감정.

       나는 그런 세계 속에서 살았다.

       검지도, 하얗지도 않은 회색.

       잿빛의 세계.

       

       그런 잿빛 세계에서 살던 내가 우연히 보게 된 건, 한 버튜버의 방송이었다.

       

       처음에는 왜 이런 걸 보는지 이해 못했다.

       인간도 아닌, 그림을 보고 좋아하는 사람들.

       

       하지만, 그 버튜버가 무슨 행동을 하면 사람들이 함께 좋아했다.

       칭찬해주었고, 무척 행복해 보였다.

       

       아마 그때부터였다.

       직장에 다니느라, 매번 챙겨볼 수는 없었지만 시간이 날 때면 늘 보곤 했다.

       사람의 감정이 드러나지 않는 3D, 혹은 그림으로 만들어진 가상의 가면.

       저것이라면, 어쩌면 나도 평범한 사람처럼 보일지도 모른다.

       

       그렇게 생각했었다.

       

       

       “주서연.”

       

       고개를 들자, 심통 맞은 소녀의 얼굴이 보였다.

       

       “너 혼자 여기서 뭐해? 빨리 안 쫓아와?”

       

       이지연은 팔짱을 끼고 굉장히 건들거리는 태도로 말했다.

       가끔 보면 얘는 진짜 6살이 맞나 싶다.

       

       “갈 거야.”

       “흐응.”

       

       이지연은 그런 나를 위아래로 살폈다.

       그리고, 내 뒤에 있는 거대한 수조를 응시했다.

       

       “벨루가 기다려?”

       

       그 말에 나는 힐끗 뒤를 보았다.

       오늘 나는 유치원의 소풍으로 수족관에 와있었다.

       

       수많은 물고기가 거대한 수조에서 헤엄치는 모습은, 가히 장관이라 할 수 있었다.

       

       “그러는 너는 왜 여깄는데.”

       “난.”

       

       이지연은 잠깐 망설이다 말했다.

       

       “미아를 찾으러 온 거야. 너, 그래. 너 말이야.”

       ‘길을 잃어버렸구나.’

       

       아무래도 곧 수족관에서 미아를 찾는 방송이 흘러나올 것 같았다.

       물론 거기엔 나도 포함이다.

       

       “뭐야, 웃지마! 진짜거든?”

       

       나는 그런 이지연의 말에 픽 웃으며 수조로 고개를 돌렸다.

       웃는다.

       별거 아닌 행동이지만, 내겐 무척 낯선 행위다.

       

       사실, 태어나고 꽤 오랜 시간 나는 스스로 무엇이 달라진 지 몰랐다.

       여자가 되었구나.

       귀여운 아이네, 그런 생각을 하며 조금 동떨어진 시선에서 보았다고 생각한다.

       깊게 생각하지 않았다.

       그 이상 하는 법을 몰랐으니까.

       

       그건 지금도 거의 같다.

       

       그야, 애초에 적응하려 한 적도 없는걸.

       당연히 스스로의 몸을 전생과 같다고 생각하며 쭉 살아왔다.

       뭔가 다르다는 느낌은 계속 받았지만, 아마 무의식적으로 거부했는지도 모른다.

       

       ……참 바보 같게도.

       

       그것을 스스로 자각한 건, 연기를 시작했을 무렵.

       

       당연히 이 몸은 감정을 멀쩡히 느낀다.

       질병도 없고, 아주 튼튼하고 건강한 육신이다.

       역시 무적의 TS 육신.

       

       그러니, 말하자면.

       나는 이 감정이라는 것이 낯설다는 뜻이다.

       

       의식하면 표현을 못 한다.

       전생처럼 꾸민 모습은 보여주고 싶지 않다.

       거기서 모순이 발생한다.

       

       아마, 김미연 배우도.

       그리고 정은선 배우도.

       

       이런 내 감정의 괴리감을 눈치챈 게 분명했다.

       둘은 감정 연기에 익숙한 배우다.

       

       특히 정은선 배우의 메소드 연기는 대한민국에서 세 손가락 안에 꼽힌다고 한다.

       그렇기에, 내 정서가 현재 아주 불안한 상태라는 걸 눈치챘을 테지.

       

       감정은 낯설고.

       마주하면 두렵다.

       

       내 연기는 전생의 일상을 가져오는 것에 가깝다.

       수십 년 간 축적된 경험이니, 내 나이에 절대로 할 수 없는 연기처럼 보이는 게 당연하다.

       

       100점이 하나의 감정이라 쳤을 때, 내가 모사할 수 있는 건 대략 95~98 정도.

       그러니 누군가 본다면 만점에 가까운 감정 연기로 보일 것이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가까운 거지, 100점은 아니다.

       그리고, 나는 아역.

       

       요구하는 수준도 낮은 법이다.

       그것을 한참 웃도는 수준으로 해낸다면, 놀라는 게 당연하다.

       하지만.

       

       ‘성인 배우들의 연기는, 역시 달랐지.’

       

       다들 내가 더 낫다고 칭찬했다.

       하지만, 내가 보기엔 아니었다.

       

       특히 이전에 만났던 김미연 배우나, 정은선 배우와는 비교조차 안 됐다.

       100이 아니라, 120. 

       혹은 그 위.

       

       요구한 것 이상의 연기를 할 수 있는 게 흔히 연기파 배우라 불리는 부류다.

       

       이대로 성장한다면 나는 백 점에 가까운 배우가 될지라도 그 이상은 무리일 것이다.

       나이를 먹을수록 결국 요구하는 연기의 수준도 올라가니까.

       

       변하지 않는 내 연기는, 결국 정체 될 수밖에 없다.

       

       “……수족관이네.”

       “뭐가? 당연히 수족관인 게 당연하잖아.”

       “아니, 내 연기 말이야.”

       

       주변을 본다.

       아름다운 수족관의 정경이 눈에 비쳤다.

       바다를 모사한 세계.

       

       이런 모방으로도 사람들은 감탄시키고, 감정을 움직이게 할 수 있다.

       하지만 역시 진짜 바다에 비하면 부족하겠지.

       

       대략, 그런 의미다.

       

       “뭐라는 거야.”

       

       이지연은 참 밉살맞은 태도로 말했다.

       물론 나도 여섯 살 애한테 많은 건 바라지 않았다.

       나는 흥, 하고 팔짱을 끼며 웃었다.

       

       “어린애는 편해서 좋겠네.”

       “반사.”

       “…….”

       

       순간 이지연의 ‘반사’를 반박할 말을 찾지 못했다.

       답하면 뭔가 지는 기분이었으니까.

       

       ‘아, 아무튼.’

       

       나는 등 뒤로 시선을 돌렸다.

       어느새, 숨어있던 하얀 돌고래가 그 모습을 드러냈다.

       벨루가라 불리는 이 수족관의 인기 스타였다.

       

       내게 다가오는 벨루가를 향해 손을 뻗자, 벨루가가 콧등이 유리벽 위로 닿았다.

       

       ‘적응해야겠지.’

       

       이번에 병원에 다녀오고, 걱정하는 엄마를 보며 생각을 고쳤다.

       전생에는 실패했지만, 이번에도 똑같아질 생각은 없었다.

       

       그리고, 전생의 경험은 내 혼에 남았다.

       이건 분명 어떤 배우도 가질 수 없는, 나만의 소중한 힘일 것이다.

       

       ‘그리고, 바람직한 RP를 위해서도!’

       

       내가 늘 보던 버튜버도 말하지 않았던가.

       뭐든 진심으로 해야 한다고!

       

       여태 내 목표는 버튜버였다.

       과거의 내가 그토록 바라던, 가상의 ‘나’를 만드는 일.

       

       지금도 그건 상흔처럼 남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하지만.

       꼭, 하나만 진심으로 할 이유는 없지 않은가.

       

       “이지연.”

       “응?”

       

       수조에서 흘러나오는 푸른 빛을 등지고.

       멍하니 벨루가를 바라보는 이지연에게 말했다.

       

       “나.”

       

       씩, 하고 자신만만하게 웃으며.

       

       “배우가 될 거야.”

       

       그것도, 만인에게 사랑 받는 대 배우가.

       

       ***

       

       공정태는 머리가 아팠다.

       확실히 정은선 배우의 말을 듣고 보니, 서연의 지도를 어찌할지 고민 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단순히 우려일 수도 있잖아?’

       

       세상에는 정은선이 바라는 것만큼 완성된 아역은 많지 않다.

       감정연기와, 단순한 표면 연기를 가려서 할 수 있는 이가 얼마나 되겠나.

       

       거기다 서연은 여태 연기를 하고 힘들어 한 적도 없었다.

       그러니 괜찮…….

       

       “……다고 하면 너무 쓰레기 같겠지.”

       “네?”

       “……!!”

       

       공정태는 화들짝 놀라며, 몸을 돌렸다.

       그곳에는 어느새 옷을 갈아입은 서연이 다소곳하게 서 있었다.

       

       “크, 크흠. 그래, 서연 양, 별일 없었죠?”

       “네. 안녕하세요, 감독님.”

       

       서연은 늘 그렇듯, 촬영장에 오면 귀여운 배꼽 인사를 했다.

       그녀의 인사에 늘 스태프들은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역시 무리는 시키지 말자. 편하게 가자, 편하게.’

       

       그런 생각을 하며 고개를 끄덕끄덕.

       복잡한 마음을 달래고 있는데.

       

       “연기에 대해선 걱정하지 않으셔도 괜찮아요.”

       “……!”

       

       서연이 갑자기 그런 말을 꺼냈다.

       

       ‘들었구나!’

       

       당황한 마음에 뭐라 말이라도 할까 했지만, 서연은 재차 허리를 숙인 뒤 사라진 이후였다.

       그 발걸음은 평소보다 경쾌했다.

       

       “……응?”

       

       그런 서연의 뒷모습을 보던 공정태는 고개를 갸웃했다.

       어째서 인지는 몰라도.

       서연의 무언가가 달라진 듯한 느낌을 받았으니까.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서연의 연기에 대해선 꾸준히 떡밥을 뿌려둔 부분이었는데요. (주인공이 자신의 연기에 특별함을 못느낀다거나. 부모님과 사이가 안 좋았다거나, 다른 것을 하면 혼났다거나, 정신과 관련 등등)
    천천히 회수할까, 하다가 굳이 질질 끌 필요가 있나 해서 그냥 한번에 회수하기로 했습니다.
    작중 분위기 상 깊게 다룰 내용도 아니었으니까요.

    그럼 언제나 재밌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마 플러스 신청도 곧 하게 될 것 같으니, 본격적으로 잘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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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Want to Be a VTub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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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atus: Ongoing Author:
I definitely just wanted to be a VTuber... But when I came to my senses, I had become an act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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