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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5

    대기석에 앉아 수정이의 마음을 진정시키려고 기다리다 보니 어느새 영화가 상영할 시간이 되었다.

     

    “원우님. 저 팝콘이랑 콜라 먹고 싶어요. 사주세요.”

     

    이제 좀 창피함이 가셔서 그런지 팝콘 생각이 들었나 보다. 영화비도 냈는데 이런 건 당연히 내가 내야 맞다.

     

    “팝콘도 종류가 있지 않나?”

     

    “아, 맞다. 전 오리지날이랑 카라멜 반반!”

     

    “있는지 물어보고 사 올게.”

     

    “네, 다녀오세요.”

     

    자리에서 일어나 스낵 코너라고 적힌 매점으로 갔다. 갓 만든 팝콘들이 고소한 향을 풍기며 코를 자극했다.

     

    그때 앞에 서 있던 여성 점원이 날 발견하고 영업용 미소를 지으며 반긴다.

     

    “어서 오세요, 고객님. 주문하시겠어요?”

     

    “네. 음, 팝콘 반반 레귤러 사이즈 하나랑 콜라 하나 주세요.”

     

    “팝콘은 오리지날, 카라멜, 어니언 세 개인데 어떻게 드릴까요?”

     

    “오리지날이랑 카라멜 반반으로 주세요.”

     

    “네, 고객님. 일단 결제부터 도와드리겠습니다.”

     

    점원의 안내에 따라 지갑을 꺼내 카드를 내밀었다.

     

    “네, 카드 받았습니다. 영수증 드릴까요?”

     

    “아뇨, 괜찮습니다.”

     

    “네, 카드 여깄습니다.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싱긋하고 웃어 주고는 점원은 팝콘과 음료를 동시에 준비한다.

     

    그사이 카드를 집어넣고 기다리려고 하는데 어느새 준비된 듯 팝콘과 음료를 내민다.

     

    “나왔습니다, 고객님.”

     

    “저기 잘못 나온 거 같은데요? 팝콘 레귤러랑 콜라 하나만 시켰는데?”

     

    나온 것은 딱 봐도 큰 통에 담긴 라지 사이즈에 콜라 2개였다.

     

    “아, 서비스에요. 제가 여기 점장이거든요.”

     

    “네? 갑자기 왜 서비스를?”

     

    그렇게 묻자, 슬쩍 작은 목소리로 눈은 수정이를 가리키며 말했다.

     

    “최수정 헌터님이랑 그 기사에 나왔던 분 맞죠?”

     

    역시 이런 변장으로는 가려질 거 같지는 않았다.

     

    애초에 수정이처럼 은발에 적안이 흔히 볼 수 있는 것들이 아니었으니까.

     

    게다가 가려도 수정이가 가진 그 오라라고 해야 할까? 그런 거 때문에 티가 날 수밖에 없다.

     

    “네, 맞습니다만….”

     

    “조용히 데이트하고 싶으신 거 같아 좋은 추억 만드시라고 서비스 드린 거예요. 제가 최수정 헌터님 팬이거든요. 부담 가지지 마시고 그저 다음에 또 들려주세요.”

     

    “아, 네.”

     

    이제 와서 거부하기도 뭐해 받아들고 빨대를 챙겨 수정이에게 갔다.

     

    그런데 돌아왔을 때 날 바라보는 수정이의 눈빛이 굉장히 사나웠다.

     

    한껏 인상을 찌푸린 채 낮은 목소리로 내게 물었다.

     

    “점원이랑 무슨 그렇게 할 말이 있다고 오래 걸리셨나요?”

     

    “응? 별말 안 했는걸.”

     

    “아주 알콩달콩 뭔가 둘이서 이야기를 나누던 것 같던데요?”

     

    차갑다 못해 아주 서늘한 목소리. 얼렁뚱땅 말하면 안 될 분위기라 솔직하게 말하기로 했다.

     

    “아, 별거 아냐. 점원이 너 팬이라고 팝콘 사이즈 업그레이드랑 콜라를 무료로 하나 더 주셨어.”

     

    “아아, 그래요? 제 팬인 거 맞죠? 원우님 팬이 아니라?”

     

    “으응?”

     

    예상치 못한 수정이의 말에 당황하며 되묻자, 수정이는 여전히 냉랭한 목소리로 말했다.

     

    “여자들한테 적당히 웃고 다니세요, 원우님은.”

     

    “아, 미안. 웃고 있는지 몰랐네. 그냥 웃는 게 습관이라.”

     

    “알아요, 그냥 어색해서 나오는 거. 그래도 방금 제가 안 보고 있을 때 그랬으면 진짜 어떻게 됐을지도 몰라요. 후, 먼저 영화관에 들어가 계세요. 잠시 점원이랑 이야기 좀 하고 갈게요.”

     

    수정이는 콜라 하나를 들더니 점원에게 다가갔다.

     

    무슨 말을 나누는 거 같은데 점점 점원의 안색이 굳어 가는 것이 보였다. 난감함을 넘어 살짝 공포에 질린 듯한 표정이다.

     

    그사이 팝콘과 콜라를 양손에 하나씩 들고, 수정이의 뒤를 쫓았다. 그러자 수정이는 말을 끊고는 나를 향해 다가왔다.

     

    “무슨 이야기 했어?”

     

    “아, 그냥 서비스 줘서 고맙다고. 그래도 미안하니까 나중에 서비스는 안 줘도 된다고 말했어요. 이제 우리 들어가요”

     

    뭔가 수상쩍었지만, 일단은 수정이가 앞장서서 걷는 것을 따라 상영관 안으로 들어왔다.

     

    “여기에요, 원우님.”

     

    생각한 대로 맨 끝 가장자리지만, 영화 보는 것에는 불편함이 없는 자리였다.

     

    우리 둘은 좌석을 내려서 앉은 후 팝콘은 가운데에 두고 각자 옆 좌석 컵홀더에 콜라를 꽂았다.

     

    평일이라 영화관 안에는 사람이 많이 보이질 않았다.

     

    좌석에 앉은 후 아까의 일로 살짝 어색해질 수 있는 찰나, 수정이는 가운데 있는 팔걸이를 위로 올리더니 내 손을 덥석 잡으며 말했다.

     

    “약속했잖아요, 저랑. 오늘 계속 손잡아주기로.”

     

    “풉, 알겠어.”

     

    나도 모르게 이런 귀여운 행동에 웃음이 나왔다. 화가 나면서도 그 부분은 놓치고 싶지 않았나 보다.

     

    “아, 웃지 마요. 아까는 진짜 화나기 직전이었으니까. 아까까지 기분이 좋아서 참았지.”

     

    “알겠어. 그래서 팝콘 줄까?”

     

    “먹여줘요. 아.”

     

    수정이는 자신의 입을 살짝 벌리며 날 향했다. 흔히 말하는 연인들 간의 로망이라는 먹여주기 상황.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반대 손으로 팝콘 하나를 집어 핑크빛 입술 안으로 조심스레 밀어 넣었다.

     

    -아삭.

     

    맛있다는 듯 받아먹는 수정이. 아기새를 바라보는 어미새의 기분이랄까? 묘한 기분이 들었다.

     

    “더 주세요. 아.”

     

    또다시 입을 벌리는 수정이를 향해 팝콘을 집어 넣어주려고 움직이는 순간 입이 움직이더니 손가락까지 삼켜버린다.

     

    “어?”

     

    당황스러움에 멍하니 있자, 손가락을 부드러운 뭔가가 감싸는 듯한 감각이 든다. 가만히 있지 않고 움직이는 살덩어리.

     

    그리고 잠시 뒤 수정이의 입을 빠져나온 손가락은 타액에 젖어 번들거렸다.

     

    “…뭐 하는 거야?”

     

    “저 때문에 손에 팝콘 가루가 묻었을 테니, 찝찝하잖아요? 청소해 드린 거죠, 뭐. 그리고 내 거라고 침 발라 놓는 작업이라고 할까요? 후후.”

     

    -아삭

     

    그렇게 말하고는 입안에 머금고 있는 팝콘을 씹어먹는 수정이의 붉은 눈이 유혹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장난 그만해.”

     

    “후후, 재밌어. 그래도 오늘은 원우님이 먼저 오락실에서 실컷 놀려 먹었잖아요?”

     

    “복수 하는 거야?”

     

    “아뇨, 그냥 자연스럽게 나오는 거예요. 원우님이 좋아서.”

     

    그러면서 윙크까지 날리는 수정이. 어디서 이런 여자가 나타났는지 모르겠다.

     

    자주 이래서 익숙해질 만한데도 계속 두근거리게 만든다.

     

    “아, 영화 시작하나 봐요. 쉿.”

     

    어두워지는 상영관.

     

    자신의 입에 손가락을 대며 조용히 하자는 표시를 보이는 수정이는 팝콘통을 그대로 달라는 눈짓을 하며 내게 티슈를 건넸다.

     

    그리고 시작된 영화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

     

    영화의 내용은 흔한 로맨스 영화였다.

     

    비행기를 탔는데 우연히 옆자리에 앉은 일반인 여성과 S급 헌터인 남자가 사랑에 빠져서 맺어지는 스토리.

     

    서로가 끌리지만, 사람들의 시선과 현실적인 벽에 고민하다 결국 마지막에는 주위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사랑을 고백하며 끝이 났다.

     

    보고 싶었던 영화였는지 영화를 보는 내내 수정이는 영화에만 몰입하는 집중력을 보였다.

     

    마지막 장면에서는 감동적이었는지 눈시울을 글썽이더니 잡고 있던 손에 힘을 주며 깍지를 끼고는 내 어깨에 기댔다.

     

    그 순간 수정이의 은발이 어깨를 스치듯 지나가며 코에 은은한 라벤다 향이 남아 기분이 좋아졌다.

     

    “아 정말 재밌었다 그죠?”

     

    “응. 수정이는 계속 눈물을 글썽거리던데.”

     

    “치, 원우님은 영화 안 보시고 제 얼굴만 보셨나 봐요? 너무 예뻐서?”

     

    “무…무슨 소리야 그게.”

     

    “어라, 진짜인가 본데요?”

     

    나도 모르게 당황하며 대답하자, 손가락으로 옆구리를 살짝 콕콕 찌르며 장난스럽게 웃는 수정이를 보며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그렇게 상영관을 나온 우리 둘은 그렇게 아웅다웅하며 수정이가 예약해둔 레스토랑에 가려고 쇼핑몰을 나왔다.

     

    그때 울리는 익숙한 신나는 벨소리.

    어렸을 때 엄청 좋아했던 만화의 주제곡이었다.

     

    “아, 웬만하면 연락하지 말라고 했는데.”

     

    전화 온 대상을 확인하고는 짜증 섞인 목소리로 투덜대더니 전화를 받는 수정이.

     

    그러나 곧 표정이 굳어지더니 상대에게 알겠다는 말을 남기고는 날 보며 말했다.

     

    “원우님 죄송한데 저녁은 다음에 먹어야 할 거 같아요. 길드에 급한 일이 생겨서.”

     

    “내가 도와줄 건 없지?”

     

    “네, 일단은 제가 직접 가서 확인해봐야 할 일이라서요.”

     

    “괜찮아. 신경 쓰지 말고 어서 가봐.”

     

    “죄송해요. 끝나고 바로 연락드릴게요.”

     

    말을 마친 수정이는 대기하고 있던 것으로 보이는 검정색 리무진을 타고는 순식간에 사라졌다.

     

    저렇게까지 급하게 가는 것 보면 예삿일은 아닌 듯 보인다.

    “그런데 난 저녁은 뭘 먹을까나.”

     

    갑자기 붕 떠버린 저녁 시간.

     

    지하철을 타기 위해 계단을 내려가며 아주 사소한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

     

    *

     

    “아이템 보관소가 털렸다는 게 무슨 말이야?”

     

    “오셨습니까, 아가씨.”

     

    길드 입구에서 내리자마자, 최수정은 강소영에게 황당하다는 듯 물었다.

     

    둘은 곧바로 아이템 보관소를 향해 걸으면서 대화를 나눴다.

     

    “아이템 보관소가 털렸다는 게 말이 돼? 약탈 길드들이라도 들이닥친 거야 뭐야?”

     

    “아닙니다. CCTV 영상에 따르면 범인은 한 사람뿐이었습니다.”

     

    “한 사람? 근데 그걸 못 막았어? 우리 길드에 그렇게 인재가 없나?”

     

    최수정은 어이가 없다는 듯 강소영을 노려보자, 담담하게 시선을 받아들이며 말했다.

     

    “우리 측 A급 헌터들과 제 밑에 있는 전투력이 뛰어나다는 그림자들도 막기 어려웠다고 합니다.”

     

    “그림자들까지?”

     

    최수정은 그림자들까지도 밀렸다는 소식에 놀람을 감추지 않았다.

    최수정의 호위를 위해 길드가 있기 전부터 강소영이 엄선해서 뽑은 집단인 ‘그림자’는 실력은 전부 S급에 근접하거나 특수한 영역에 한해서는 S급보다 더한 능력을 보이기도 했다.

     

    그런 그림자들이 밀렸다면 범인은 무조건 최소 S급이라고 확정 지을 수밖에 없다.

     

    길드 내에서 최수정과 강소영 말고는 막을 수 없는 강자였다는 뜻이다.

     

    “왜 그런 놈이 우리 길드를 털러 온 거야, 대체?”

     

    S급이라고 가정할 때 아이템 보관소에 있는 장비들이나 아이템들이 그렇게 큰 도움이 될 만한 것은 전혀 없다시피 했다.

     

    오히려 장비 같은 경우는 썼다가 힘을 감당하지 못해 금세 부서졌을 거다.

     

    “아이템 보관소 내에서 사라진 것은 ‘선혈의 검’ 하나뿐입니다.”

     

    “응? 그 재수 덩어리만 가져갔다고?”

     

    “네, 나머지는 멀쩡하게 있습니다.”

     

    “그딴 걸 왜 가져갔데? 아무리 전설 등급 장비라지만.”

     

    최수정은 영웅 길드의 길드장인 강현석에게 억지로 떠맡기듯이 선물 받은 것을 떠올리며 왜 가져갔는지 이해가 가질 않았다.

     

    헌터 협회 모임에서 아주 짧게 이야기를 나누게 된 이후, 계속해서 대련 요청을 해오는 강현석 때문에 짜증 나는 마음에 밟아주러 간 것이 화근이었다.

     

    원래부터도 강자만 보면 여기저기 대련 신청을 하고 다니는 강현석이었는데, 이번엔 그의 눈에 최수정이 들어온 거다.

     

    그날 하루 종일 강현석에게 시달리고 나서야 최수정을 놔줬는데 그때 감사의 인사로 받은 것이 바로 ‘선혈의 검’이었다.

     

    공격력 증가와 검의 강도가 매우 단단해서 맞상대할 때 상대의 무기를 부수는 것도 가능할 정도라서 나쁜 수준은 아니긴 했다.

     

    하지만 치명적인 단점으로 인해 최수정의 눈에는 쓰레기로 밖에 보이질 않았다.

     

    “주인을 잡아먹으려고 드는데 그딴 걸 어떻게 써.”

     

    바로 자아가 있는 에고 소드라는 점이었다. 그것도 살인귀의 자아가 깃들여진.

     

    방심하면 언제든지 주인의 몸을 지배하려 드는 살인귀의 자아가 들어 있어, 영웅 길드 내에서도 쓰려다가 검에게 몸을 빼앗길 뻔한 사례가 많았다고 한다.

     

    “왜 하필 이딴 걸 줘서 골치 아프게 하냐고, 아저씨.”

     

    아이템 보관소에 도착한 최수정은 눈앞의 처참한 광경을 보며 상황을 살폈다.

     

    벽으로 감춰 놓은 아이템 보관소의 위치를 알고 있다는 듯 정확하고 예리하게 벽을 도려냈다.

     

    어중간한 A급 헌터의 공격에도 절대 흠집도 안 날 철문 또한 X자로 정확하게 갈라낸 것을 보고 다시 한번 확신할 수 있었다.

     

    상대가 S급이라는 것을.

     

    “CCTV 화면 줘 봐.”

     

    “네, 여깄습니다.”

     

    강소영은 자신의 손에 쥐고 있던 태블릿을 꺼내 최수정에게 건넸다.

     

    최수정은 화면을 재생해 집중해서 살펴보기 시작했다.

     

    건물 입구 정면으로 후드를 뒤집어쓴 사람이 들어왔다. 슬쩍 보이는 후드 안에는 얼굴을 가리기 위해 하얀 가면을 쓴 채였다.

     

    입구에 들어오자마자, 검을 뽑아 들더니 자신을 막는 길드원들과 뒤늦게 나타난 그림자들을 밀리지 않고 쓰러뜨린다.

     

    ‘어디선가 본듯한데. 분명히.’

     

    최수정의 눈에 공격하는 방식이나 기술들이 굉장히 익숙해 보였다. 어디선가 본듯한 검술.

     

    자신이 알만한 검술은 몇 개 없었기에 고민하며 영상을 계속 지켜봤다.

     

    두꺼운 벽을 두부 자르듯이 잘라낸 후 막고 있는 철문을 자르려 하는 순간 최수정은 깨달았다.

     

    “알았다!”

     

    마지막에 하는 행동으로 인해 확신할 수 있었다.

     

    자신이 시달렸던 강현석이 썼던 검술과 같은 류의 검술이라고.

     

    그날 괴롭힘 당하며 각인 된 휘두르기 직전 특유의 검 끝을 흔들며 재다가 베는 방식. 강현석과 아주 똑 닮아있었다.

     

    하지만 체형이 덩치가 좋고 우람한 강현석이라 하기에는 화면에 나온 사람은 상대적으로 말라 보이는 느낌.

     

    S급 수준에 강현석과 똑같은 검술을 구사한다?

     

    그러자 머릿속에서는 딱 한 명이 떠올랐다.

    강현석의 직속 제자이자 같은 영웅 길드 소속인 이지훈.

     

    그 녀석이라고 최수정은 확신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오늘은 휴재 날이지만, 올리고 싶은 감성이라 올려봅니다.
    재밌게 봐주셨으면 감사하겠습니다 (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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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Girl I Saved Came Back As An S-rank Hunter

The Girl I Saved Came Back As An S-rank Hunter

내가 구한 그녀가 S급 헌터로 돌아왔다
Score 3.4
Status: Completed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As soon as she became an S-rank Hunter, my childhood friend and lover said we should break up. As I was hurting, another S-rank girl came to 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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