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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5

       괜히 영웅호색이라는 말이 있는 게 아닌 것처럼. 기드온은 영웅과 신화의 도시라는 이명답게 방탕하고 문란한 도시이기도 했다. 대부분 하룻밤을 거리낌 없이 즐겼으며.

       

       

       심지어 특정한 장소에 음유시인과 술상을 잔뜩 차려놓고 춤을 추며 노는 곳도 마련되어 있었다. 물론 순결을 지키는 영웅들도 있었지만. 상대적으로 그 숫자가 더 적었다.

       

       

       당연히 부모를 모르는 아이들이 태어나는 것도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태어난 아이들은 대부분 뒷골목에 버려졌다. 버려진 고아들을 사람들은 신의 아이들이라고 불렀다.

       

       

       사람들은 영웅들이 아무렇지도 않게 아이를 버리는 행위를 비난했다. 아니, 아무리 그래도 자기 자식을 어찌 버릴 수 있나? 하지만 사람들은 하나만 알고 둘은 몰랐으니.

       

       

       차라리 버려지는 게 더 자비로운 행위였다.

       

       

       신의 아이들은 신께 다시 돌려보낸다는 명분으로 살해당하는 경우도 흔치 않았으니까.

       

       

       <추방자들의 길드에 어서 오세요!> 3권 12p에서 발췌.

       

       

       * * *

       

       

       고작 D랭크 의뢰를 하나 해결했을 뿐인데. 철의 방패 길드에는 엄청난 변화가 찾아왔다. 사실, 철의 방패는 재정난으로 고역을 겪고 있었는데. 그게 깔끔하게 해결되었다.

       

       

       이유는 바로 살렌에서 엄청난 보수를 받았기 때문이다. 고지식한 율리스는 지금까지 영주로 받아온 돈을 생활비를 제외하고 단 한 푼도 쓰지 않고 모아놓고 있었는데.

       

       

       그 어마어마한 재산을 한 푼도 빠짐없이 보수로 아이작에게 지급한 것이다. 당연히 아이작은 한사코 거부했다. 보수가 엄청날뿐더러, 그들은 지금 해야 할 일이 많았는데.

       

       

       거기에 돈까지 없으면 어떻게 하겠는가? 하지만 율리스는 고집을 꺾지 않았고. 결국 마지못해 3할 정도만 받는 것으로 타협이 되었는데. 그마저도 어마어마한 돈이었다.

       

       

       “D랭크 의뢰였잖아? 보수가 이렇게 많이 나왔다고?!”

       

       

       “사정이 있었다. 불법적인 돈은 아니니, 걱정하지 말도록.”

       

       

       “그, 그래? 그렇다면야……!!”

       

       

       길드에서 회계를 담당하고 있는 소피아의 입가가 귀에 걸리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길드를 운영하는 것에는 상당한 돈이 들어간다. 당장 건물을 관리하는 관리비부터.

       

       

       길드원들의 식사나 무기를 유지 및 보수하는 비용까지. 게다가 마스터가 길드원들의 치료비까지 전부 길드가 부담하겠다는 말도 안 되는 정책 때문에 돈이 엄청 깨졌다.

       

       

       그런 게 아닌 게 아니라, 아끼면 몇 년은 거뜬히 버틸 수 있는 금액이 들어왔으니. 회계 입장에서는 좋아 죽을 수밖에. 그러나 변화는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신입이 왔다.

       

       

       “처, 처음 뵙겠습니다! 저는 율리나 프라가흐라고 합니다!!”

       

       

       “카인이라고 한다. 괜히 건드렸다가는 피를 볼 수도 있어.”

       

       

       율리나와 카인이 철의 방패 길드의 신입으로 합류한 것이다. 사실, 율리나는 예전부터 영지를 떠나 세상을 돌아볼 계획을 짜고 있었다. 카인 또한 좋은 생각이라고 했고.

       

       

       그것을 놓치지 않은 아이작이 그들에게 제안을 했고. 그들은 그 제안을 받아들였다. 영웅을 경멸하는 카인 또한 아이작이라면 괜찮다고 생각하고 그의 길드에 들어갔다.

       

       

       “피를 볼 수도 있다라? 신입 주제에 건방지군.”

       

       

       카인의 선전포고는 규율과 예의를 중시하는 한스의 심기를 건드렸다. 한스가 그 거대한 덩치를 위협적으로 일으켰다. 그러나 카인은 콧방귀를 뀌며 한스를 노려보았다.

       

       

       “왜? 시험해 보고 싶나?”

       

       

       “너 이 새끼…… 마음에 드는 기백이로군!”

       

       

       “……어?”

       

       

       “그래! 응당 영웅이라면 이런 패기는 있어야지!”

       

       

       호탕하게 웃으며 카인의 등을 커다란 손으로 후려치는 한스의 모습에 카인은 어안이 벙벙한 표정을 지었다. 기세에 밀려서 꼬리를 만 것이 아니다. 한스는 진심이었다.

       

       

       말마따라 한스는 규율과 예의를 중요하게 생각하지만. 그 이상으로 패기를 더욱 고평가했다. 그런 한스에게 카인은 그야말로 최고의 신입으로 보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율리나라고 했지? 만나서 반가워! 난 소피아라고 해!”

       

       

       “네, 네! 선배님!”

       

       

       “그렇게 긴장하지 않아도 된다니까? 그냥 언니라고 불러!”

       

       

       소피아 또한 율리나를 반갑게 맞이해주었다. 지크를 제외하면 남자밖에 없었던 이 길드에 드디어 이야기가 통하는 여자가 들어왔으니, 당연하다면 당연한 반응이었다.

       

       

       “한스, 우리가 없는 사이에 별다른 일은 없었나?”

       

       

       “디그 저 새끼가 사창가에서 쫓겨난 것만 제외하면 딱히.”

       

       

       “마스터!! 억울해요!! 글쎄, 놈들이 사기를 쳤다니까요?!”

       

       

       “무슨 일이지?”

       

       

       “진지하게 받아주지 마라. 억지 부리다가 내쫓긴 거니까.”

       

       

       한스는 진지하게 질문하는 아이작을 말렸다. 비용이 모자른 것을 억지로 우기다가 쫓겨난 주제에, 뭘 잘했다고 저리 고자질을 할 수 있는 걸까. 그러나 아이작은 달랐다.

       

       

       “다른 모두가 부정해도, 가족만은 끝까지 믿어줘야 한다.”

       

       

       “마스터……!!”

       

       

       “설령, 그게 양치기 소년이라고 할지라도 말이지.”

       

       

       “네?”

       

       

       “앞장 서라, 디그. 내가 직접 가서 따져야겠다.”

       

       

       “저기? 마지막에 그건 무슨 뜻이죠? 마스터?!”

       

       

       아이작은 대답하지 않고 디그를 앞장 세웠다. 당연히 지크 또한 아이작을 따라가려고 했지만. 그런 지크를 율리나와 소피아가 붙잡았다. 그녀들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아직은 네게 이른 세상이란다.”

       

       

       “맞아요, 특히 지크는…….”

       

       

       “저도 알아요.”

       

       

       순간 느껴진 기백에 율리나와 소피아는 흠칫하고 놀랐다. 지크는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러나, 음영이 드리운 소녀의 미소는 마치 귀신처럼 소름이 끼치는 모습이었다.

       

       

       “물론 저는 마스터를 믿어 의심치 않지만. 만에 하나라는 게 있잖아요. 그렇죠?”

       

       

       “아, 아니야. 아이작이 사창가를 갈 리가 없잖아!”

       

       

       “맞아요! 마스터는 분명히 가족을 위해서 가는 거예요!”

       

       

       율리나와 소피아는 필사적으로 아이작을 변호했다. 그러지 않으면 무슨 일이 일어날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지크의 미소는 지워질 기색이 보이지 않았으니.

       

       

       차마 율리나와 소피아는 지크를 말리지 못했고. 

       

       

       귀신처럼 아이작의 뒤에 붙어 따라가는 지크였다.

       

       

       * * *

       

       

       사창가를 비롯한 음지의 문화는 보통 밤에 시작된다. 이는 단순히 사람들에게 잘 보이지 않게 하기 위함도 있지만. 무엇보다 신들의 눈을 피해서라는 의미가 더 강했다.

       

       

       그러나 효과가 있는지는 아이작도 잘 모르겠다. 적어도 원작을 기준으로 한다면, 이곳에 있는 신들은 밤이든 낮이든, 하계를 굽어살피는 일을 게을리 한 적이 없으니까.

       

       

       어찌나 억울한 모양인지. 디그는 옆에서 아예 작정하고 자신의 억울함에 대해서 계속해서 이야기를 하고 있었지만. 정작 아이작은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고 있었다.

       

       

       “이미 몇 번이고 들었다.”

       

       

       “아니, 하지만!!”

       

       

       “그래서? 그 사창가는 어디에 있지?”

       

       

       “저기! 저기에 있어요!”

       

       

       디그가 가리킨 방향에는 상당히 화려한 건물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백금색으로 칠한 건물 외벽에는 황금과 각종 보석들이 자리를 잡았다. 아이작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어디서 본 것 같은데.’

       

       

       “저기가 그 사창가라는 곳이군요.”

       

       

       ‘아 씨발 깜짝이야.’

       

       

       “지크? 대체 언제부터 따라온 거지?”

       

       

       등 뒤에서 들려온 지크의 목소리에 디그는 물론이고. 심지어 아이작마저 깜짝 놀라서 움찔했다. 분명히 소피아와 율리나에게 맡기고 왔는데. 이런 곳까지 따라올 줄이야.

       

       

       “지금이라도 돌아가거라.”

       

       

       “그래, 꼬맹이. 사내새끼가 밝히는 것은 알지만…….”

       

       

       “디그 씨는 좀 닥쳐주실래요?”

       

       

       “넵.”

       

       

       디그는 그렇게 멍청이는 아니었다. 사창가에서 사기는 당할지언정, 적어도 자신의 목숨에 위협이 되는 일은 하지 않았다. 그런 디그가 방금 전에 생명에 위협을 느꼈다.

       

       

       그 정도로 지크가 뿜어내는 기백은 매우 살벌했다. 그리고 그걸 아이작이 느끼지 못할 리 없다. 아니, 갑자기 애가 왜 저렇게 변한 거지? 전혀 짐작이 안 가는 아이작이었다.

       

       

       “반드시 따라오겠다는 거냐.”

       

       

       “네. 반드시.”

       

       

       “그렇다면 말리지는 않겠다.”

       

       

       “감사합니다, 마스터.”

       

       

       주인공이니까. 분명히 이유가 있을 거라고 생각하며 아이작은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정확히는 그럴 수밖에 없었다. 아이작조차 오금이 저릴 정도의 엄청난 기백이었으니.

       

       

       거기서 괜히 돌아가라고 했다가는 정말로 무슨 일이 일어날 것만 같다. 아이작은 굳이 심연을 엿볼 생각은 없었다. 어쨌든 지금부터 문제인데. 아이작은 디그에게 말했다.

       

       

       “술에 물을 타서 사기를 쳤다고 했나?”

       

       

       “네, 맞아요. 제가 똑똑히 봤다니까요!!”

       

       

       “좋아, 그럼 안으로 들어간다.”

       

       

       아무리 가족의 말이라고 하지만. 교차 검증도 없이 깽판을 칠 수는 없었다. 아이작은 우선 디그와 지크를 뒤에 대기시켰다. 만에 하나 디그를 알아볼 수도 있는 일이었고.

       

       

       지크는 사창가에 같이 들어가자니, 그림이 매우 이상해진다. 지크는 거기까지는 크게 터치하지 않았다. 아이의 목적은 다른 곳에 있었으니까. 아이작은 가장 먼저 진입했다.

       

       

       과연, 사창가의 내부는 궁궐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매우 화려했다. 바닥에는 레드 카펫이 깔려있었고, 대리석과 황금으로 꾸며진 벽과 천장에는 샹들리에까지 달려있다.

       

       

       ‘이제야 기억나는군. 밤의 제왕 녹스의 사창가인가.’

       

       

       기드온은 밤문화가 크게 발달한 만큼, 그곳을 전문적으로 운영하는 세력 또한 존재했다. 차이점이 있다면, 그들은 정식으로 허가를 받지 못한 불법 조직에 가깝다는 것.

       

       

       그 중에서도 녹스는 기드온의 밤을 지배하는 거대한 조직으로 유명했다. 양지의 거대 길드와도 거래를 텄고, 심지어 하데스가 뒤를 봐주는, 그야말로 밤의 제왕과 같았다.

       

       

       그런 녹스의 세력에 비하면. 당연히 철의 방패의 세력은 세 발의 피도 안 되는 규모였다. 만약 전면전이 일어난다면, 아마 백이면 백. 철의 방패의 패배를 예상할 것이다.

       

       

       하지만.

       

       

       알 바 인가?

       

       

       중요한 것은 가족이다.

       

       

       거기에 타협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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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Guild Master in Exile

I Became the Guild Master in Exile

Status: Ongoing
I possessed the body of a guild master who ruined the guild. "We are all family." Since I was already possessed, I decided to stick to the concept hard. The guild members' obsession is no joke. Help 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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