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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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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ystem : 포인트 기능이 활성화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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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주명을 얻음과 동시에 극마법을 익혔을 때처럼 나타난 시스템 메시지.

        마법의 경지가 높아질 때마다 갤러리에 점점 다양한 기능이 추가되었다.

        슬쩍 살펴보니 유저가 쓴 게시글, 댓글, 개념글, 받은 추천 수에 따라 점수가 모이는 모양이었다.

        이걸로 뭘 할 수 있을지는 나중에 생각하고 우선 불부터 끄기로 했다.

       

        “아, 안 돼! 하나밖에 없는 은신처가……!”

        “클락! 물 떠오게 빨리!”

        “물이요? 아니, 고위 마법사 아니셨습니까?”

        “해주학파가 마법으로 불을 어떻게 꺼 등신아……! 빠, 빨리 이거나 부어!”

       

        분명 마법사는 셋이었는데, 불을 끈 것은 프리나가 마시던 음료수와 내가 쓴 1위계짜리 물 마법이었다.

        나의 저주명이 담긴 불씨는 카펫과 벽을 거의 다 태워 잿더미로 만들고 나서야 겨우 사그라 들었다.

        콜록거리며 연기를 빼낸 두 사람은 이윽고 나를 이상한 눈으로 쳐다보더니, 자기들끼리 쑥덕거리기 시작했다.

       

        ‘시, 신고해야 되는 거 아니야? 저거 미친 놈이잖아……!’

        ‘무슨 뜻인가?’

        ‘나중에 저주술사로 이름 날리면 우린 어떡해!’

        ‘설마…… 지금 여기서 새로운 재앙의 씨앗이 탄생하고 말았다는 건가?’

        ‘자, 자수만이 살 길이야. 마탑 구치소도 밥은 잘 나온다고 들었어. 아니면…….’

       

        방 안이 좁아터져 소리가 다 들려왔다.

       

        누구를 미래에 대륙의 공적이 될 사악한 저주술사 쯤으로 취급하는 건가.

        오히려 이렇게까지 주딱이라는 이름이 가진 파장이 클 줄 몰랐기에 내가 더 억울했다.

       

        나는 언제나 스스로를 클린 라이트 유저라고 자부해왔다.

        갤 관리도 열심히 하고, 공지도 꼬박꼬박 존댓말로 쓰고, 남들에게 폐 끼칠 짓도 거의 하지 않았다.

        가끔 다른 가면을 쓰고 스트레스를 풀긴 했으나 그건 일종의 자경활동, 즉 다크나이트였다.

        때론 악을 악으로 제압해야 하는 상황도 있기 때문이다.

       

        헌데 마탑의 마법사들에게 그런 주딱이라는 존재가 이렇게 괴물 취급당할 정도인가?

        오히려 순박하고 청렴한 나의 본 모습을 아는 갤러리 유저들이라면 절대 동의하지 못할 게 분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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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심심한데 쓰레기 배틀 뜨실?]

       

        나 주딱한테 ‘넌 가끔 보면 나보다 더 악질이다’라는 말 들은 적 있음

       

        — 니가 이김

        — 항복

        — 이건 재활용도 안 되는 쓰레기네 ㅋㅋ

        — 난 살면서 그거보다 더한 취급을 당할 자신이 없다

        — 자살 안 하고 뭐함?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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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생각해보면 갤러리가 평화를 되찾으려면 주딱이 없어야 하는 게 맞지 않을까?]

       

        내가 갤질하면서 얘만 한 악질을 본 적이 없음

        고닉들은 가끔 고로시도 들어오고 하던데 주딱은 유독 적이 없더라 기분 탓인가?

       

        — 응 옛날에 많았어~

        — 그거 시도했던 애들 지금 다 저 위에 가 있는데?

        — 다들 시퍼렇게 변했다에요~

        — 초천재금발미소녀 : (2/10)

         ㄴ 넌 동의 표하지 말라고 ㅋㅋㅋㅋ

         ㄴ 레이드 모음? ㅋㅋㅋ

         ㄴ 너 그러다 1년 더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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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딱 고로시 하지 마라]

       

        주딱은 필요악임

        없으면 갤 망하고 얘 때문에 억눌려 있는 악질들도 수도 없이 많음

        만약 주딱이 무슨 이유로라도 4시간 이상 모습을 안 비친다?

        그때가 곧 갤러리 최후의 날임

       

        — ㄹㅇ 얘만큼 관리 잘하는 애도 없음

        — 파딱들 죄다 고장 나는 중에도 꿋꿋하잖어

        — 탑주가 없으면 마탑도 없는 거에요~

        — 주딱 담그려는 애들은 대체로 무의식의 공포가 기저에 깔려 있어서 발버둥치는 거임

         ㄴ 맞음 나도 옛날에 주딱한테 직접 경고받은 적 있는데 그때부터 수면장애 생김 진짜 무섭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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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닌가? 아무튼.

       

        “큼, 미안하군. 다시 한 번 해주학파에 들어온 걸 축하하네.”

       

        위치노트를 확인하던 내게 회의를 끝마친 두 사람이 다가왔다.

        다행히 올해 들어온 유일한 신입을 치안대에 팔아넘기자는 결정은 하지 않은 것처럼 보였다.

        대신, 그들은 뜻밖의 제안을 해왔다.

       

        “클락, 자네 혹시 마법제에 나가 볼 생각이 없나? 프리나랑 같이 말이야.”

       

        마법제.

        마탑에서 5년 주기로 열리는 마법사들의 싸움터였다.

        오직 ‘하층’에 속해 있는 이들만이 참가할 수 있으며 2인 1개 조로 팀을 구성한다.

        각 학파에서 개발한 새로운 마법이나 주목할만한 신예들을 소개하는 장.

        개중에는 자신의 실력을 확인해볼 요량으로 정체를 숨기고 참가하는 이들도 꽤나 있었다.

       

        “우린 현재 마탑에서 해주학파의 인식을 바꿔보려 여러 시도를 하는 중이네. 거기엔 마법제에서 높은 성적을 거두는 것만큼 좋은 방법도 없지.”

        “저는 아직 아무것도 배운 게 없는데요?”

        “기초적인 해주 마법만 익혀도 자네의 재능이라면 충분할 걸세. 뭣보다 우승을 노리는 것도 아니니 말이야.”

       

        의외로 마탑에선 마법사들끼리 싸울 기회가 적었다.

        그래서 누군가에게는 설레는 이벤트겠지만 글쎄.

        내 목적은 오직 빠른 등반이었기에 루퍼트의 제안은 달갑지 않았다.

        저주명을 주딱으로 정한 이상 마법제에서 우승한다 해서 신비가 더 강해지는 일도 없을 테고.

       

        고민하던 내게 프리나가 말을 걸었다.

       

        “충고하는데 그, 그냥 하는 게 좋을걸.”

       

        조금 전 불을 끄느라 로브를 태워 먹어 처음으로 드러난 그녀의 맨 얼굴은 예상과 전혀 달랐다.

        적당히 뚝뚝 자른 듯한 머리카락과 이리저리 시선을 피하는 검은 눈동자.

        하지만 자신 없어 보이고 위축된 태도치고는 꽤나 귀여운 인상이었다.

        옅은 주근깨가 나 있는 콧잔등을 손으로 가리며, 그녀는 내게 어째서 마법제에 참여해야 하는지를 설명했다.

       

        “너, 너 어차피 이거 참가 안 하면 위로 못 올라가.”

        “어째서입니까?”

        “3층부터 9층까지는 모조리 의뢰 미션이거든. 그것도 파티 꾸려서, 최소 4인, 대, 대미궁에서 가장 중요한 건 협동심이니까.”

       

        수습생들이 기를 쓰고 대형 학파를 들어가고자 하는 이유가 여기서 나오는 것이었다.

        글레시아 같은 곳에 들어간다면 온갖 지원과 더불어 같이 올라갈 동료들도 학파 내에서 구할 수 있다.

        반면 비인기 학파는 어떠한가.

        심지어 벽난로에서 번진 불씨도 끌 줄 모르는 마법사라면?

       

        “해, 해주학파가 파티를 구할 수 있을 것 같아? 의뢰 게시판 볼래?”

       

        위치노트를 꺼내볼 필요도 없이 나 역시 알고 있었다.

        갤러리 내에서 해주학파를 찾는 건 오직 누군가를 저주하고 싶을 때뿐이었으니까.

       

        “마법제에서 입상하기만 하면 9층까지는 프리패스야. 호, 혼자서도 미궁에 입장할 실력을 증명한 거나 마찬가지니까.”

        “아무리 그래도…….”

        “아니면 너 친구 많아?”

        “…….”

       

        프리나의 뼈를 때리는 한 마디에, 나는 그냥 얌전히 마법제에 참가하기로 했다.

        모든 동기들을 5년 전에 올려보낸 내게 마리엘을 제외하고 시작의 층에서 아는 사람이라곤 한 명도 없었으니까.

       

       

       

        *

       

        “어디 갔었어! 한참 찾았잖아!”

       

        1층으로 내려가는 계단에서 기다리고 있던 시엔을 만난 나는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그녀는 내가 마법제에 나간다는 이야기를 듣고 깜짝 놀라며 말했다.

       

        “네가 거기에? 이제 막 신비를 얻은 참이잖아.”

        “그래서 선배가 따로 해주학파의 마법을 가르쳐준다고 하더라고. 어차피 0.5인분 이상은 기대도 안 한대.”

       

        마탑에서 하층으로 분류되는 구역은 40층까지로, 프리나는 현재 27층에 머물고 있었다.

        나와는 비교가 안 되는 위계의 마법사인 만큼 머뜩찮은 표정이긴 했지만 선배가 기꺼이 마법을 가르쳐 준다는데 거절할 이유는 없었다.

        내 말을 들은 시엔은 무언가 곰곰이 생각하며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렇구나. 드디어…….”

        “왜?”

        “아무것도. 그보다 입상할 자신은 있어? 시작의 층을 건너뛰려면 최소 4강 안에는 들어야 할 텐데.”

       

        2층과 27층인 나와 프리나 둘이서 중층에 발을 걸치기 직전의 마법사들을 상대하기란 쉽지 않다.

        다만 내게는 한 가지 생각해둔 수가 있었다.

       

        굳이 물어볼 필요도 없이 프리나의 저주명은 갤러리의 닉네임일 터.

        그렇다면 그녀가 갤러리 내부에서 주목받을수록 신비를 더욱 자유자재로 다룰 수 있을 것이다.

        새로 도입된 포인트 시스템.

        그것을 이용할 방법을 떠올린 나는 기숙사로 돌아와 위치노트로 글을 하나 작성했다.

       

        ====

        관리자

        [이번 마법제에서 작은 이벤트를 개최합니다]

       

        갤러리 상단의 투표란에서 매 경기의 승패를 예측할 수 있습니다

        보유하신 포인트를 사용해 배팅에 참여할 수 있으며 포인트는 추후 사용처를 마련할 예정입니다

       

        본인이 출전할 경우 닉네임을 적어 주시면 배당 일부를 추가로 얻을 수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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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종의 전투력 측정기라고 봐도 좋은 포인트.

        자신의 아이디 옆에 지금껏 아무런 영양가도 없던 똥글이 점수로 환산되어 표시되는 것을 확인한 유저들은 그야말로 난리가 났다.

       

        ====

        (1,204,325P)

        [주딱 나 믿고 있었어!!!]

       

        지금껏 쌓아온 노력이, 정지당하지 않기 위해 발악했던 날들이 헛되지 않았다니.

        갤러리에 진심인 나를 주딱이 부정하지 않을 거라 믿고 있었어!!

       

        — 씹 ㅋㅋㅋㅋ 120만 ㅋㅋㅋㅋㅋ

        — 대신 현실로부터 부정당한 거 같은데?

        — 넌 좀 밖에 나가라

        — 실화냐 나 겨우 13만인데

        — 저거 모으려면 얼마나 갤질을 많이 해야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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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니까…… 포인트 더 벌고 싶으면 얼굴 까고 마법제에 나가라 이거지?]

       

        쉽지 않네 ㅋㅋㅋㅋ

       

        — 신분쯤이야 가리고 참가하면 되지 뭔 상관?

        — 맞음 어차피 폐쇄적인 학파 출신들은 인식저해 마법 덕지덕지 달고 나옴

        — 아니 이러면 중층 이상은 더 불리한 거 아님? 나가고 싶어도 못 나가잖아

         ㄴ 꼬우면 졸업하라는 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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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딱과의 데이트권]

       

        100,000,000포인트면 사냐?

       

        — 바로 샀다

        — 1초도 안 망설이고 전 재산 갖다 박음

        — 생각해보니까 나중에 포인트로 파딱 거부권 팔 수도 있겠네

         ㄴ 님 천재임?

         ㄴ 초천재금발미소녀 : 당장 내놓는 것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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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생님들…… 저 지금 손이 덜덜 떨려와요]

       

        관리자(9,321,323,654P) <- 이거 잘못 표시된 거 맞죠?

       

        무서워요…….

       

        — ㅅㅂ 저게 뭐야

        — 주작 아님? 사람이 저럴 리가

        — 놀라운 사실은 계정이 저거 하나가 아니라는 거임

        — 이제부터 걍 주딱 말은 무조건 들어야겠다 범접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네

        ====

        ====

        (6,632P)

        [아니 근데 이거 좋은 거 맞음?]

       

        말이 포인트지 당장 쓸데가 있는 것도 아니고 괜히 악용될 걱정이 듬

        주딱이 나중에 포인트 받고 분탕들 벤 풀어주거나 하면 어떡함?

       

        — 흠…… 6천 따리가 하는 말이라, 들어줄 가치가 없군

        — 상식적으로 90억 갖고 있는 주딱이 포인트 받고 벤 풀어주겠냐

        — 갤러리 운영 원칙은 대쪽 같아서 걱정할 필요 없음

         ㄴ 오히려 받고도 안 풀어주는 걸 걱정 중이야 ㅅㅂ ㅋㅋㅋㅋ

         ㄴ ㄹㅇ 개 악질이라 ㅋㅋㅋ

        ====

       

        우려를 표하는 이들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갤질에 새로운 요소가 추가되었다는 것을 반기는 분위기였다.

        나도 놀음으로 갤러리가 잠식되는 것을 원하진 않았기에 배팅은 마법제 때만 진행할 생각이었다.

        어지간한 관종이 아니면 아이디를 까고 경기에 참가하는 것에 그리 큰 메리트가 없다.

        하지만 저주명을 갖고 있는 프리나라면 이야기가 달랐다.

       

        “어디 보자…… 응?”

       

        늦은 새벽까지 갤러리에 올라오는 글을 확인하던 나의 눈에 한 게시물이 들어왔다.

        포인트를 보니 완전 뉴비였다.

       

        ====

        (212P)

        [근데 투표나 참가자들 집계 같은 건 어떻게 하는 거야?]

       

        마법제 참가하는 팀이 한둘도 아니고 7학파 아래로 분파만 백 개가 넘는데

        갤닉이랑 맞춰 가면서 대진표 보고 일일이 써넣어야 하잖아

        마탑 행정부가 협조해줄 리도 없는데 이걸 누가 다 해?

        ====

       

        당연한 것을 묻는 그에게 나는 친절히 댓글을 달아 주었다.

       

        ====

        — 관리자 : 파딱

        ====

       

        직후, 메릴랜드 관 여자 기숙사 방향에서 사감실까지 누군가의 비명이 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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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Master of the Magic Tower in Another World

I Became the Master of the Magic Tower in Another World

이세계 마탑의 갤주가 되었다
Score 3.4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10 years since transfer to another world

What I do inside the Ivory Tower of Truth isn’t much different from what I did on Ear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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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f you missed today’s attendance for the ‘Principles and Understanding of Dimensional Glass’ course, you’ll get a penalty] If you want to kill the professor who suddenly changed the classroom with a phase transition 2 minutes before the start of class, go ahead. Hahah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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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ut why does everyone think I’m the Tower Mas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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