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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5

       저벅.

       

       저벅.

       

       쿠웅.

       

       “하아….”

       

       굉장히 힘든 하루였다.

       

       손님들의 수는 대박이었다.

       

       어제의 일도 있었고 싼가격이라 그런지 재미삼아 한번 보는 사람들도 많았다.

       

       덕분에 앞길을 터 준다는 느낌보다는 손님들에대해 때려 맞추는걸 더 많이 했지만 말이다.

       

       “이래나 저래나, 한 사람이라도 더 잘 살면 되는거지.”

       

       다행히도 오늘 온 사람중에 영혼과 복잡하게 얽혀있는 사람은 없었다.

       

       한을 품고 죽은 귀신을 달고 온 사람이 있기는 했다.

       

       하지만 그 귀신은 사람에게 해코지를 한다기 보다는 이야기를 들어줄 사람을 찾았던 것 같다.

       

       잘 달래주니 뚝 하고 떨어져 나갔다.

       

       “아이고…이거 길이 멀어서 참. 출퇴근이 지옥이네.”

       

       신당으로 들어가서 촛불을 밝혔다.

       

       화르륵 –

       

       여전히 휑한 신당.

       

       하지만 이제부터는 조금 다를 것이다.

       

       한스가 준 사례금으로 이것저것 사온게 많았기 때문이다.

       

       포상금을 가지고 사라져 버린 란돌프와는 다르게 한스는 바로 달려와 주었다.

       

       주머니 안에는 내 예상대로 쿠퍼들이 난잡하게 들어있었다.

       

       나름 꼬깃꼬깃한 동전이랄까.

       

       함부로 쓰기도 미안했다. 

       

       “일단, 롱소드.”

       

       대장간에 들러 제법 날이 잘 선 놈으로 골라왔다.

       

       칼을 잡아 뽑으니 쇳소리가 울렸다.

       

       스르릉 –

       

       “히야…그놈 잘빠졌다.”

       

       이 정도면 언월도를 대체하기에는 딱이었다.

       

       칼을 뽑은 체로 신당의 구석에 놓으니 제법 모양새가 났다.

       

       “그 다음은, 큰 초.”

       

       초라는것이 용도가 다양하다.

       

       신당을 밝히기도 하며, 때로는 길흉을 알려주기도 한다.

       

       내가 지금 꺼낸 초는 그것들과는 조금 다른 의미로 쓸 생각이었다.

       

       바로 행복을 기원하는 초 였다.

       

       이렇게 신당에 마음을 담아 초를 밝히면 신령들이 굽어 살핀다고 무속의 세계에 전해진다.

       

       여기서도 통할지는 모르겠지만 좋은게 좋은것 아니겠는가.

       

       “파라몬 영감님꺼 하나, 묘지 어르신들꺼 하나…”

       

       나는 잠시 고민을 하다가 결국 초를 하나 더 꺼내들었다.

       

       “우리집 잡귀새끼들것도 하나. 딱 좋네.”

       

       신당을 밝히는 초 두개.

       

       행복을 기원하는 초 세개.

       

       총 다섯개가 켜지니 집 안이 확 밝아졌다.

       

       “그렇지. 신당이 이렇게 밝아야지.”

       

       내가 사온 것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가방에 손을 넣으니 묵직한 것이 잡혔다.

       

       “읏차.”

       

       과일가게에서 산 것인데 크기가 수박하고 비슷했다.

       

       생김새는 전혀 달랐지만.

       

       색깔도 초록색을 띄는것이 울퉁불퉁하긴 하지만 대가리만 똑 따면 제법 그럴 싸 해 보일것 같았다.

       

       툭.

       

       툭.

       

       몇가지 과일을 꺼내서 신당에 올려둔 나는 가방을 질질 끌며 밖으로 나갔다.

       

       – ….

       

       – ….

       

       오늘도 역시 묘지의 어르신들과 대가리를 비롯한 잡귀들이 나를 구경하고 있었다.

       

       “밥들 드셔야지?”

       

       오늘의 제삿상은 어제보다 풍족할 것이다.

       

       사온 것들을 모두 꺼내서 테이블 위에 몽땅 올렸다.

       

       술은 물론이고, 길거리에서 팔던 꼬치구이까지 꺼냈다.

       

       “뭐 임마.”

       

       대가리가 다가와 양손으로 자신의 머리를 내밀며 제삿상을 구경했다.

       

       “오늘은 왜 상이 하나냐고?”

       

       – …..

       

       잡귀들의 시선이 집중되는게 느껴졌다.

       

       겸상을 금지시키며 푸대접을 했더니 눈치를 보는 모양이다.

       

       “오늘은 다 같이 먹을거야. 아, 그걸 그냥 두고 왔네.”

       

       롱소드를 가지고 나왔더니 잡귀들이 기겁을 하며 도망쳤다.

       

       묘지의 어르신들도 간만에 보는 검인지 호기심이 동한 듯 했다.

       

       “굿이라는게 있는데 말이야.”

       

       굿이라는것.

       

       사실 알고보면 크게 별거 없었다.

       

       북을 치고 장구를 치고 꽹가리를 친다.

       

       피리를 불며 신나는 가락을 만들면 무당이 그 가운데서 방울을 들고 뛴다.

       

       이게 무엇처럼 보이는가?

       

       “이게 사실 그냥 내가 너네 대신 놀아주는 거거든.”

       

       흥겹게 놀다 보면 나쁜 감정이 씻은 듯 사라지기 마련이다.

       

       이렇게 상을 차려 놓고 먹고 춤추고 놀면서 한을 풀어내는 것이다.

       

       “너네의 그 썩어빠진 정신 머리를 고치려면 좋은거도 하고 그래야해.”

       

       대충 나뭇가지들을 꺾어와 바닥에 박아 넣었다.

       

       그 위에 롱소드 눕혀 올리니 시퍼런 날이 하늘을 보고 섰다.

       

       “가락은 없는데 그래도 재밌을 거야.”

       

       북이라도 있으면 좋으련만.

       

       악기를 연주해줄 법사들이 없으니 있어도 어쩔 수 없기는 매한가지다.

       

       모닥불 마저 피워 놓으니 제법 분위기가 살았다.

       

       “후우….”

       

       이제 슬슬 판을 벌릴 차례였다.

       

       “자, 다들 같이 뛰면 돼.”

       

       팔을 뻗어 방울을 한번 휘둘렀다.

       

       딸랑 –

       

       방울을 휘두르며 펄쩍 뛰었다.

       

       입에서는 굿을 할때 부르는 곡이 흘러 나왔다.

       

       제법 구성진 가락이 북이 없어도 충분히 흥겨웠다.

       

       딸랑 –

       

       슬며시 눈을 감으니 주변의 영혼들이 느껴졌다.

       

       이것보아라.

       

       영혼이나 잡귀들도 사람이었을 진데 놀고 싶은 감정이 있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딸랑 –

       

       방울소리가 그 감정들을 깨우듯 울려퍼졌다.

       

       “좋구나!”

       

       몸이 펄쩍 펄쩍 뛰어올랐다.

       

       내가 영혼들의 감정을 공감하듯 그들 역시 나에게 공감하는게 느껴졌다.

       

       영혼과 한몸이 되는 빙의라기 보다는, 연결에 더 가까웠다.

       

       딸랑 –

       

       나와 연결된 큰 신 마저 흥겨워 하는게 느껴졌다.

       

       신이 났다.

       

       딸랑 –

       

       방울 소리가 점점 빨라지고 입에서 나오는 곡조들이 격양되어갔다.

       

       묘지의 어르신들이 신이 난듯 몸을 들썩거렸다.

       

       “어디 한번 놀아보자꾸나!”

       

       잡귀들의 입이 벌어졌다.

       

       사람을 놀래킬때 쓰던 웃음이 아닌 순수한 웃음이었다.

       

       “얼씨구나!”

       

       눈치를 보던 영혼들이 내 근처로와 어울리기 시작했다.

       

       나를 따라 뛰기도 하며 마구잡이로 몸을 흔들며 춤을 추기도 했다.

       

       또 어떤 영혼은 테이블에 자리잡고 앉아 음식들을 음미했다.

       

       춤을 추는 영혼들이 지나 다닐때마다 모닥불이 휘청이며 같이 몸을 움직였다.

       

       “하하하하!”

       

       절로 웃음이 터져나왔다.

       

       흥겨운 감정들이 나에게로 모두 모여들었다.

       

       그들을 대신해 더 신나게 몸이 움직였다.

       

       몸이 붕 뜨는것 처럼 느껴질 정도로 흥겨웠다.

       

       “신이 나는구나! 오랜만에 작두 한번 타보자꾸나!”

       

       신고있던 신발을 벗어던졌다.   

       

       순식간에 맨발이 된 나는 롱소드 위로 발바닥을 가져다 댔다.

       

       – ….!!!

       

       – ….!!!

       

       영혼들이 놀라며 그들만의 언어로 서로 속삭였다.

       

       인간의 몸으로 칼 위에 올라섰으니 당연한 반응이었다.

       

       “훠어이 -!”

       

       한번 소리를 내지른 나는 바닥에 붙어 있던 발을 마저 떼며 칼 위로 올라섰다.

       

       – !!!!

       

       영혼들이 놀란듯 쳐다보며 경악하고 있었다.

       

       신기해하는 그 시선들이 내 발과 롱소드를 오가며 지나 다녔다.

       

       “다들 뭐해? 안 놀고?”

       

       다시 한번 펄쩍 뛰며 몸을 돌려 칼날위에 착지했다.

       

       칼날은 내 발을 파고들기는 커녕 훌륭한 지지대가 되어 주었다.

       

       작두를 이렇게 쓰는것은 아니었지만 뭐 어떻겠는가.

       

       작두도 아닌 롱소드 인데.

       

       “좋구나. 좋아!”

       

       묘지의 어르신들이 공연을 보듯 내 모습을 구경했다.

       

       신기해 했으며 즐거워했다.

       

       잡귀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들이 품고 있던 한 대신에 즐거움이 차올랐다.

       

       딸랑 –

       

       잡귀들에게 있던 한들이 풀려나갔다.

       

       얽혀있던 실타래들이 풀어지듯 나풀거리는 한들이 나에게로 흘러들어왔다.

       

       딸랑 –

       

       온몸을 휘젓고 다니던 한들이 머리가 있는곳으로 모여들었다가 다시 온몸으로 퍼져나갔다.

       

       영혼들이 가지고 있는 영기 같기도 했으며, 방울을 휘두를 때 느껴지던 신기 같기도 했다.

       

       한참을 칼날을 밟으며 뛰었다.

       

       내 몸을 휘젓고 다니던 그것들이 자리를 잡았을 때.

       

       나는 하던 걸 멈추고 바닥에 주저 앉아 버렸다. 

       

       “하아…하아…아이고 죽겠네.”

       

       한참을 뛰다 보니 온몸에 힘이 쭉 빠졌다.

       

       하루종일 머리를 쓴듯 정신도 몽롱했다.

       

       하기야, 이제 막 신을 받은 애동주제에 여러 영혼들의 감정을 대신 휘둘렀으니 이만하면 다행인 것이다.

       

       “아이고…이제 그만 놀고 밥 먹어.”

       

       밥을 먹을 힘도 없었다.

       

       “하아…하아…이게 다 뭐야.”

       

       몸에는 힘이 없었지만 알 수 없는 기운들이 흘러넘쳤다.

       

       “이게 몸에 쌓을 수 있는 거였어? 내가 도사도 아니고…”

       

       도사들이 기를 쌓는걸 본 적이 있었다.

       

       이 세상에서 마법이라 불리는 것과 비슷한 느낌이었다.

       

       하지만 지금 내 몸에서 느껴지는 기운은 그것들 보다는 영혼들의 영기에 가까웠다.

       

       “산 사람 몸에 영기가 쌓이는게 말이 돼?”

       

       간질간질거리는 느낌이 어서 자기들을 움직여 달라고 말하고 있었다.

       

       내 의지를 따라 영기들이 흘렀다.

       

       손 밖으로 뻗어 나가며 테이블에 영기가 닿았고.

       

       그 위에 있던 과일이 바닥으로 툭 떨어졌다.

       

       “미친……”

       

       마치 귀신들이 장난을 치는것 같은 현상이었다.

       

       ***

       

       

       로브를 깊게 눌러 쓴 채로 걷고 있는 사람이 있었다.

       

       어딘가를 찾는듯 여기저기를 헤매고 다니던 발걸음이 홀린듯 움직이기 시작했다.

       

       “아아….!”

       

       로브속에서 작은 감탄사가 흘러나왔다.

       

       청아하면서도 맑은 목소리였다.

       

       “이곳을 가리키는 거였어.”

       

       그녀의 발걸음이 빨라졌다.

       

       그리고 커다란 나무위에 자리잡은 그녀가 어딘가를 유심히 살펴보고 있었다.

       

       “실프.”

       

       부름에 따라 나타난 정령이 그녀의 주위를 빙글빙글 돌며 바람을 흐트렸다.

       

       실프가 어지럽게 돌아다닐 수록 그녀의 기척이 지워져갔다.

       

       “설마….”

       

       얼마나 찾아 헤맸던가.

       

       자신이 임무를 완수하고 돌아오기를 기다리는 이들이 셀수도 없이 많았다.

       

       “드디어…!!”

       

       로브속의 인물은 흥분한듯 주먹을 말아쥐었다.

       

       격정을 이기지 못해 떨리는 목소리가 입밖으로 새어나왔다.

       

       “드디어 명을 완수했나이다….! 세계수시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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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 Shaman in a Fantasy World

I Became a Shaman in a Fantasy World

판타지 세계의 무당이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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