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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5

       세상에서 제일 재밌는 구경이 남들 싸우는 거 구경하는 것이다.

         

       정무학관의 생도와 낭인이 대련을 펼친다고 하니 구경꾼들이 모이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그 술에 잔뜩 취했던 공자가 낭인 셋이랑 붙는다며?”

       “그렇다는구먼.”

       “허어, 그 양반 술에 취해서 골골댈 때는 언제고.”

       “내 말이! 나중에 낭인들에게 져놓고 술 때문에 졌다고 핑계대는 거 아녀?”

       “에이…, 아무리 그래도 정무학관 생도 아닌가.”

         

       서로 설전을 펼치다 몰래 작은 내기를 거는 이들도 생겨났다.

         

       정작 싸움의 당사자들은 구경꾼들이 만들어낸 비무장 안에서 서로를 바라보고 있었다.

         

       낭인 중 하나가 불안한 마음으로 그에게 물었다.

         

       “이건 정식적인 대련이오. 나중에 가서 딴말하지 마시구려.”

         

       말투가 꼭 이미 승리는 따 놓은 당상이고, 혹시 모를 보복이 두렵다는 식이었다.

         

       “그래그래. 내가 질 확률은 로또… 아니, 마른하늘에 날벼락 맞을 확률보다 낮겠지만.”

         

       그 말이 낭인들의 심기를 건드렸다.

         

       세 사람은 지금까지 함께 사선을 넘나들며 손발을 맞춰온 사이였다.

         

       경지는 일류의 초입 수준이지만 상대의 경지 또한 절정을 넘지 못한 것은 마찬가지니, 합공을 한다면 충분히 승기가 있으리라 여겼다.

         

       “저어, 소협. 정말 괜찮으시겠습니까?”

         

       대련의 심판을 맡게 된 염소 총관이 백우진에게 걱정스러운 말투로 물었다.

         

       살짝 짜증이 난 그가 노려보자 총관은 놀라 손사래를 치며 고개를 저었다.

         

       “아, 아니 소협의 실력을 의심하는 것이 아니라…!”

       “됐고, 시작이나 하슈.”

       “아, 알겠습니다.”

         

       총관이 가운데에 서서 대련의 시작을 알렸다.

         

       검은 뽑아든 낭인들은 삼각형 모양으로 서서 백우진과의 거리를 서서히 좁혀나갔다.

         

       “차앗!”

         

       가장 앞에 선 첫째 낭인이 검을 휘둘렀다.

         

       백우진이 그의 검을 피하는 사이, 날렵하게 몸을 움직인 둘째와 셋째가 각각 백우진의 양옆에 섰다.

         

       검진 중에서 가장 기초적인 것들 중 하나인 삼방검진(三方劍陳)이었다.

         

       앞선 자를 필두로 세 개의 방위를 점하여 합공을 펼치는 검진이다.

         

       있어 보이게 말했지만 사실상 그냥 세 방향에서 공격을 쏟아내는 집단구타에 불과했다.

         

       “간다!”

         

       백우진은 세 사람의 검로를 모두 눈에 담고 있었다.

         

       수라장을 수도 없이 헤쳐 나온 백우진의 눈은 시작을 담는 순간, 끝 또한 어느 정도 알 수 있게 되었다.

         

       멈춰 있던 발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한 걸음 물러나 가슴팍을 노리고 휘둘러진 검을 피하고, 고개를 옆으로 꺾어 찔러 들어오는 주먹을 피해냄과 동시에 검을 내려 다리를 노리는 도를 막아낸다.

         

       “……!”

         

       세 낭인들의 공격은 정확히 한 호흡에 이루어졌다.

         

       둘째와 셋째의 얼굴에서 당황한 기색을 읽어낸 첫째가 소리쳤다.

         

       “쉬지 마라!”

       “하, 하앗!”

       “으랴!”

         

       다시금 합공이 이어졌다.

         

       취선보(醉仙步)가 펼쳐졌다.

         

       구왕수와의 일전을 통해 또 한 번 성취를 이루어낸 취선보는 그때와는 또 달라져 있었다.

         

       술에 취한 듯 비틀거리기만 했던 움직임이 지금은 조금 더 유려하게 변했다.

         

       춤에 치읓자도 모르는 주정뱅이가 추는 춤이, 춤에 대해서 좀 아는 주정뱅이가 추는 춤으로 바뀐 수준이었다.

         

       “아이구야!”

         

       이를 지켜보는 구경꾼들 사이에서 연신 탄식이 터져나왔다.

         

       그들의 눈에는 백우진이 피하는 것에만 급급할 정도로 열세로 보였다.

         

       허나, 무공을 배운 표사들이나 낭인들에게는 아니었다.

         

       “어찌 저런…!”

       “상대의 공격을 미리 예측한 것처럼 피하고 있군!”

       “과연, 정무학관의 후기지수는 다르구나.”

         

       백우진은 세 낭인들의 공격을 모두 정확하게 한 끗 차이로 피해내고 있었다.

         

       피하는 데에 급급해서가 아니었다.

         

       상대의 공격을 전부 파악하고, 효율적으로 회피하고 있을 뿐이다.

         

       허나, 이를 행하는 건 또 다른 이야기다.

         

       한 끗 차이라는 건 조금만 틀어져도 칼끝이며 주먹질이 몸에 닿는다는 뜻이기도 했다.

         

       지금의 백우진은 날카롭게 피어난 칼꽃 속을 누비며 춤을 추는 것과 다름없었다.

         

       이후의 승부는 백우진의 삼수로 끝이 났다.

         

       일수로 셋째의 손목을 검면으로 내리쳐 도를 떨구게 만들었고, 이수로 첫째의 검을 강하게 올려쳐 검을 놓치게 만들었다.

         

       그리고 마지막 삼수로 저돌적으로 달려드는 둘째의 목에 검을 겨눴다.

         

       이 모든 동작이 자연스럽게 하나로 이어져 세 사람은 동시에 공격을 당한 것처럼 멈춰 섰다.

         

       부지불식간에 찾아온 끝에 구경꾼들은 모두 입을 다물지 못했다.

         

       “내가 이긴 것 같은데.”

         

       검을 거둔 백우진이 말하자 그제야 정신을 차린 염소 총관이 소리쳤다.

         

       “대련은 백우진 공자의 승리로 끝이 났소이다!”

       “와아!”

       “백우진! 백우진!”

         

       자신을 연호하는 소리를 들으며 백우진은 망연자실한 표정을 짓고 있는 세 낭인들에게 다가갔다.

         

       낭인들은 벽을 느꼈다.

         

       ‘이것이 명가의 힘인가….’

         

       실전 속에서 갈고 닦은 검술은 그에게 조금도 통하지 않았다.

         

       체계적으로 배운 무인과 그렇지 못한 무인의 차이가 드러난 것 같아 속이 쓰렸다.

         

       허나, 질투 이전에 승복이 우선이었다.

         

       세 사람은 포권을 취하며 고개를 숙였다.

         

       “저희들의 패배입니다.”

       “한 수 배웠습니다.”

       “죄송했습니다….”

         

       백우진은 그런 이들을 바라보며 환하게 웃었다.

         

       “무인은 언제나 패배로부터 배우는 법이다. 너희들도 분명 이 대련을 통해 배울 수 있는 게 있었을 거야.”

         

       그렇지?

         

       백우진이 대답을 종용하자 첫째는 마지못해 고개를 주억거리며 대답했다.

         

       “마, 맞습니다. 큰 도움이 됐습니다.”

         

       원하는 대답을 들은 백우진의 입가에 띤 미소가 더욱 짙어졌다.

         

       “그럼 값을 치러야지.”

       “예…?”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되묻는 세 사람을 뒤로한 채, 백우진은 낭인들이 모인 곳으로 향했다.

         

       “내가 듣기로, 낭인은 하나라고 들었다. 맞나?”

         

       낭인들이 술렁이기 시작했다.

         

       “그런 말이 있었나?”

       “무슨 개소리람.”

       “금시초문이구먼.”

         

       백우진이 다시 검을 뽑았다.

         

       “아니라면 나한테 불만 가득한 시선을 보낸 놈들을 전부 담가야겠구만.”

         

       낭인들이 곧장 소리쳤다.

         

       “우리는 하나입니다!”

       “암요, 우리만큼 단결력 좋은 사람들이 없지요!”

       “흐흐, 그치?”

         

       음흉한 표정으로 웃은 그가 뒤로 물러나 세 낭인들을 줄줄이 이끌었다.

         

       “이 세 사람이 나와의 대련을 통해 깨달음을 얻었다고 한다. 다들 박수!”

       “와아아아….”

         

       맥없는 환호성과 함께 박수 소리가 짧게 이어졌다.

         

       “그럼 이제 내게 값을 치러야지.”

         

       너희들 전부 하나라고 했으니 다 같이 말이야.

         

       “…….”

         

       모두가 꿀 먹은 벙어리가 되었다.

         

       이를 지켜보던 석대가 다시 나섰다.

         

       “값을 치르라는 말씀은….”

         

       낭인들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돈이다.

         

       그들이 이토록 거친 세상을 떠나지 않고 계속해서 전전하는 이유가 거기에 있으니까.

         

       값을 치르라는 말에 혹여 호위를 통해 받는 돈을 전부 상납하라는 건 아닐까 하는 마음에 모두가 불안해 할 즈음이었다.

         

       “돈은 필요 없다.”

         

       낭인들 사이에서 안도의 한숨이 새어나왔다.

         

       “너희들 모두!”

         

       백우진이 광활하게 펼쳐진 숲을 가리키며 소리쳤다.

         

       “약초 스무 뿌리씩 뽑아서 가져와라!”

       “예?”

       “어떤 약초든 좋다. 단, 상처가 났거나 뿌리가 끊어진 것들은 안 된다.”

       “소협, 그게 무슨….”

         

       석대가 반발하려 하자 백우진은 듣지 않겠다는 듯 검을 휘둘렀다.

         

       “실시!”

       “시, 실시!”

         

       난데없는 약초 캐기 열풍이 불어왔다.

         

       하나둘씩 망태기에 쌓이기 시작하는 약초를 바라보며 백우진이 함박웃음을 지었다.

         

       “이거면 한동안 술 걱정은 없겠어.”

         

       흐흐.

         

       소름 돋는 웃음소리에 안세하는 고개를 떨궜다.

         

         

       * * *

         

         

       상행이 시작된 지도 어느덧 나흘이 넘어갈 무렵이었다.

         

       상단을 호위하는 표사들과 낭인들의 긴장감을 최고조를 향해 달리고 있었다.

         

       태평산(太平山).

         

       먼 옛날 한 조정의 신하가 이곳 정상에서 어지러운 세상을 굽어보며 태평성대를 부르짖었다는 데에서 붙여진 이름.

         

       상단 호위 임무가 중급으로 책정되게 만든, 마인의 출몰이 예상되는 지역에 들어섰기 때문이다.

         

       “마인이라….”

         

       마인(魔人).

         

       마기에 물들어버린 인간.

         

       이곳으로부터 멀리 떨어진 신강의 끝자락에 위치한 십만대산(十萬大山).

         

       그곳에 웅크리고 있는 마교의 교도들이 사용하는 것이 바로 마기다.

         

       마기는 살아있는 모든 것들을 추악하게 물들인다.

         

       마기에 잠식된 동물은 추악한 마물이 되고, 인간은 마인으로 변해 죽기 직전까지 피를 탐한다.

         

       신강 일대는 마기에 잠식되어 누구도 살 수 없는 죽음의 땅이 되어버렸다.

         

       마교의 술수였다.

         

       숨만 쉬어도 마기가 스며드는 땅이다. 이를 넘어 마교를 토벌하려면 수천, 수만의 무인들이 죽어나갈 터.

         

       정파나 사파로 하여금 마교 토벌을 꿈도 꾸지 못하게 하려는 속셈이었다.

         

       마교의 교도들은 이러한 마기를 이용해 세상에 혼란을 퍼뜨리고 다니는 중이다.

         

       놈들은 평범한 사람, 무인으로 위장하여 중원을 누비며 마기를 받아들이기에 적합한 인간들을 찾아 강제로 마기를 주입한 뒤, 마인으로 만든다.

         

       “무시무시하구만.”

         

       그가 머릿속에 남아 있는 마인에 대한 정보를 떠올리며 몸을 떨었다.

         

       “마, 마인이 정말…, 있을까요…?”

         

       제갈연지가 걱정스럽다는 투로 물었다.

         

       “글쎄.”

         

       마인은 자연스럽게 피를 탐한다.

         

       인간을 찾지 못해 동물들의 피를 탐하고 있는 거라면 마인이 이곳에 있는 것도 불가능한 일은 아니었다.

         

       “저, 정지!”

         

       그때였다.

         

       앞서 나아가던 표사에 의해 상행이 멈춰 섰다.

         

       백우진도 이때만큼은 뜸들이지 않고 곧장 마차를 나서 상행의 선두로 향했다.

         

       “무슨 일이오?”

         

       그의 물음에 표사 하나가 저 앞을 가리키며 대답했다.

         

       “도, 동물의 사체입니다.”

         

       평범한 동물의 사체라면 그들이 저토록 놀라 상행을 멈춘 이유가 없겠지.

         

       백우진의 시선이 자연스레 그쪽으로 향했다.

         

       눈을 옮긴 그곳에는 동물들이 무더기로 죽어 있었다.

         

       무언가에 피가 빨려나간 듯, 미라처럼 바짝 마른 상태로.

         

       백우진의 예민한 코에 비릿한 혈향(血香)이 스며들었다.

         

       그가 다급하게 외쳤다.

         

       “다들 전투 준비!”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좋은 저녁입니다. 독자님들,,,!

    오늘로서 작품 연재 화수가 15화가 되었습니다.

    그래서, 일단 정산 정보라는 것을 등록했습니다,,,!

    통과되기까지 며칠 걸리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통과되고 나면 플러스 전환을 신청하게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물론 플러스 전환 신청을 하게 되면 그 부분에 대해선 공지를 따로 올릴 생각입니다.

    부족한 작품 언제나 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연재 편수를 쌓아갈수록 더 나은 필력을 선보일 수 있도록, 꾸준히 쓰고, 읽고, 노력 하겠습니다.

    오늘 하루도 잠시나마 즐거우셨다면,,, 선작, 댓글, 추천 한 번만 부탁드립니다!

    저는 삼일절에도 변함없이 찾아 뵙겠습니다!

    모두 편안한 밤 되세요!

    다음화 보기


           


I Became a Drunkard in a Martial Arts Novel.

I Became a Drunkard in a Martial Arts Novel.

무협지 속 주정뱅이가 되었다
Score 7.6
Status: Completed Type: Author: Released: 2022 Native Language: Korean
I sent a 5,700-character message and ended up transported into a novel world once. Then after returning, I got reincarnated into a second martial arts novel by the same damn author. Only this time, I really didn’t write anyt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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