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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50

       “빛의 반대편에 있는, 형체가 있되 붙잡을 수 없는 것?”

       

       

       바알은 그 말이 무엇을 의미하고 있는지 이해하지 못한 얼굴로 고개를 갸웃거렸다.

       

       하긴, 아주 오래전에 흩어져버린 에레보스를 바알이 알고 있을리가 없지.

       

       

       “그래. 그 녀석을 붙잡아오면 시험에서 통과한걸로 해줄게.”

       

       “잘은 모르겠지만, 해볼게!”

       

       “아, 그리고 엄마는 이제 너를 도와주지 못하니까. 오롯히 너 자신의 힘으로만 해야할거야.”

       

       

       샤마쉬의 말에 바알은 당당한 얼굴로 말했다.

       

       

       “응! 도움은 충분히 받았으니까! 이젠 내 손으로 해볼게!”

       

       

       활기찬건 좋지만. 음. 성공하긴 힘들겠지. 그렇게 쉽게 찾을 수 있는 녀석이었다면, 진작에 우리들이 찾았을테니까.

       

       이 시험의 어려움을 이해하지 못한 바알은 당장이라도 찾을 수 있다는듯이 뛰쳐나갔고, 나와 다른 아이들은 말 없이 샤마쉬를 바라보았다.

       

       

       “불가능한 시험을 내다니, 너무하지 않느냐.”

       

       “그래! 나도 쉽지 않은 시험이었지만 양보해줬는데!”

       

       

       실피드. 너도 마찬가지잖니. 내가 설득하지 않았으면 그대로 자기가 승리했을거면서.

       

       뭐, 실피드는 별 생각 없이 한 것 같지만.

       

       

       “흐흥. 저도 다 생각이 있다구요. 저라고 그냥 아무런 생각 없이 이런 시험을 낸 줄 아셨어요?”

       

       

       샤마쉬가…. 생각을…?

       

       아니, 뭐. 판결 같은걸 내릴때를 생각하면 어느정도의 분별력은 있지만서도. 기본적으로는 언제나 화창해서 별 생각 없이 지내는 것 같은 샤마쉬가?

       

       

       “이런 시험을 낸 것도, 다 엄마 때문이라구요. 저 아이를 상당히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는 건 이해하지만, 요즘들어 너무 저희들에게 소홀하잖아요! 저 아이에게 향하는 관심의 일부를 저희에게도 쏟아주셨으면 좋겠어요!”

       

       

       아니…. 여기서 내 탓을 한다고?

       

       

       “그래서 저런 불가능한 시험을 낸 것이더냐?”

       

       “네. 저 꼬맹이도 1년정도 고생해보고 불가능한 일이란걸 알면 시무룩해져서 조금은 얌전해지겠죠. 그때까지 엄마는 저희들과 함께 있어야 하는거에요.”

       

       “그렇다면…. 시험은…?”

       

       

       샤마쉬는 별 것 아니라는듯이 가볍게 웃고서 입을 열었다.

       

       

       “시험은 뭐, 그 동안의 노력을 가상히 여겨 이루지 못했지만 합격한 것처럼 해줄 생각이에요. 그러니 걱정하지 마세요.”

       

       

       끄응…. 성공하지 않아도 시험을 통과시켜 준다는건 좋지만. 이 아이가 이렇게 생각할 정도로 내가 방치했었던가.

       

       음…. 생각해보면 상당히 방치하긴 했었지. 아이들에게 화신을 만드는 것을 가르친 뒤에는 만날 일도 없었고. 이미 다 큰 아이들이라 생각해서 알아서 제 할일 다 한다고 생각했었으니.

       

       그런 생각은 나 혼자의 생각이었나 보다.

       

       

       “자, 그러면 엄마. 앞으로의 1년. 즐겁게 보내도록 해요.”

       

       

       허어…. 그, 뭐냐. 이게 그 집착광공이니 뭐니 하는 그건가?

       

       광공이 무슨 의미인지는 모르겠지만, 과도하게 집착하는 뭐 그런거겠지…?

       

       

       그렇게 나는, 아이들과 함께 1년 정도의 시간을 함께 보내게 되었다.

       

       

       – – – – – – – – – – – – – – – – – – – –

       

       

       차분히 생각해보면, 내 아이들이 내가 원하는 것을 거스르는 일을 할 것 같지 않았다.

       

       실피드? 그 아이는 좀 바보라서. 경주에 흥이 올라서 막 달려버린게 아닐까?

       

       차분히 이야기 한 결과 내 뜻을 이해해 주었으니까. 실피드도 의도적으로 내 뜻을 거스른 것은 아닐 것이다.

       

       아무튼, 다른 아이들도 내 뜻을 거스르진 않는다는 것을 알았으니, 조금은 안심하고 바알의 시험을 지켜볼 수 있으리라.

       

       

       “역시, 엄마가 만드는 음식은 이 세상에 없는 것 같은 맛이라니까요. 어떻게 이렇게 맛있을 수 있는지.”

       

       “응. 최고.”

       

       

       나는 족히 4인분이 넘는 크림 파스타를 모두 먹어치우는 실피드와 사가르마타를 보며 작게 웃었다.

       

       뭐, 아직 파스타라는 개념이 없는 시대니까. 우유를 이용해 끓인 원시적인 크림 스튜 같은건 있지만.

       

       

       “맛있게 먹어주니 좋구나. 그런데 다른 아이들은 왜 오질 않니?”

       

       “바알 그 아이를 지켜보러 갔어요. 뭔가 찾은 모양새라나 뭐라나. 저랑 사가르마타는 엄마가 바알에게 가지 않도록 감시하는 역할이구요.”

       

       “응. 감시.”

       

       

       크림 파스타를 깔끔하게 먹어치운 사가르마타가 조용히 검지와 중지를 세워 V를 그린다.

       

       

       “뭔가를 찾은 모양새라니? 그 녀석의 단서를 찾은걸까?”

       

       “그럴리가 없잖아요? 잘게 쪼개져서 형체도 이루지 못하게 된 녀석을 어떻게 찾겠어요? 찾더라도 그나마 조각이 모여서 커진 덩어리 정도나 찾겠죠.”

       

       

       역시, 그렇겠지.

       

       셀 수 없이 많은 조각으로 갈라져서 흩어진 그 녀석을 모두 모으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일일테니까. 무언가를 찾더라도 큰 기대는 할 수 없을테니.

       

       

       라고 생각했더니.

       

       

       “찾았다!”

       

       

       샤마쉬의 시험을 치르게 된지 7개월쯤 된 때에.

       

       바알이 새까만 머리카락의 작은 여신을 데리고 우리들을 찾아왔다.

       

       

       “찾아…?”

       

       “으, 으으….”

       

       

       바알이 데려온 어린 여신. 음침해보이는 분위기에 새까만 머리카락으로 얼굴을 가린 어린 여신.

       

       음. 아. 아아!

       

       

       “샤마쉬가 낸 시험의 정답은 그림자! 그래서 그림자의 여신을 데려왔어!!”

       

       

       과연, 그렇게 나온건가.

       

       그래, 그렇겠지. 이 아이가 에레보스에 대해서 알고 있을리 없으니까. 그러니까 에레보스를 찾을리 없지. 셀 수 없이 많은 조각으로 나뉜 에레보스를 찾을 수 있을리도 없고.

       

       그 대신, 샤마쉬가 낸 문제에 맞는 대상을 찾아온 모양이었다.

       

       

       “저, 여, 여긴…. 그러니까…. 제가 올 곳이 아닌….”

       

       “뭐, 어때! 너는 샤마쉬가 낸 문제의 해답이니까! 허리 펴! 가슴도 펴! 내 뒤에 숨어있지 말고! 앞으로 나와!”

       

       

       바알은 자신의 뒤에 자꾸 숨으려는 여신의 팔을 잡아 끌어서 앞으로 내밀었고, 나와 아이들은 그런 둘의 모습에 머리를 짚었다.

       

       

       “아니, 그게, 이건, 그러니까….”

       

       

       계속 불안해하는 어린 여신. 바알이 말하기를, 그림자의 여신.

       

       모습을 보아하니, 태어난지 얼마 되지 않아 아무것도 모르는 어린 여신인것 같았다.

       

       

       “아니, 분명 어둠과 그림자를 생각하고 문제를 내긴 했는데….”

       

       

       샤마쉬는 어린 여신을 보며 한숨을 내쉴 뿐이었다.

       

       

       “샤마쉬. 아무래도 네가 한방 먹은 것 같구나.”

       

       “아니, 하지만! 엄마도, 저희들도! 저 어린 여신을 생각한게 아니잖아요?”

       

       “우리들이 모두 같은 생각을 했지만, 바알이 그 녀석에 대해 알리가 없지 않겠느냐.”

       

       

       나는 계속 쪼그라들려는 소심한 여신의 머리에 손을 올린 후 천천히 쓰다듬었다.

       

       그러자 한껏 쪼그라든 작은 여신의 얼굴에는 희미한 안도감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자신보다 격이 높은 신들이 지켜보는 가운데에, 가장 큰 신인 내가 보살피는 것에 안심하게 된 모양이리라.

       

       

       “네가 무엇을 의도로 시험을 내었다고 한들, 이 아이 역시 그 시험의 정답으로 부합한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지.”

       

       “그, 그렇긴 하지만….”

       

       

       나는 무언가 더 말하고 싶어하는 샤마쉬를 보며 입을 열었다.

       

       

       “그래서, 빛과 정의와 법의 신으로서 어떻게 생각하지?”

       

       “끄으응…. 그건…. 하, 합격입니다….”

       

       “해냈다!”

       

       

       샤마쉬의 입에서 나온 합격에 바알은 크게 기뻐하며 뛰어올랐다.

       

       

       “와앗!”

       

       “네 덕분이야! 고마워!!”

       

       

       그리고는, 어린 여신을 껴안고 빙글빙글 돌기 시작한 바알. 흐음.

       

       이쪽도 제법…. 보기에 괜찮은데. 활발한 하늘색 남자아이와 소심한 검은색 여자아이….

       

       

       “끄응…. 1년 내내 엄마랑 같이 지낼 계획이….”

       

       “시험의 답을 명확하게 말하지 않은 네 잘못이로구나.”

       

       “아니, 하지만…. 끄응…. 왜 하필 이럴때 그림자의 여신이….”

       

       

       샤마쉬의 말에 어린 여신이 흠칫! 하더니 내 뒤에 몸을 숨긴다.

       

       이런, 샤마쉬의 말에 겁을 집어먹은건가.

       

       

       “안심하렴. 샤마쉬는 네게 화를 내는 것이 아니니까.”

       

       

       나는 천천히 소심한 여신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러면, 네 이름은 무엇이니?”

       

       

       나는 소심한 여신과 눈높이를 맞추어 앉으며 물어보았다.

       

       살짝 부스스한 머리카락. 창백한 피부색. 그리고 느껴지는 미약한 신성.

       

       정말로, 태어난지 얼마 지나지 않은 어린 신의 모습.

       

       그런 어린 신은 나의 질문에 대답하지 않고서, 말 없이 고개를 내저었다.

       

       

       “왜 그러니? 말을 할 수 없는건 아닐텐데…. 음…. 혹시 이름이 없는거니?”

       

       

       그러자 어린 여신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이름…. 없어요….”

       

       “정말로 태어난지 얼마 되지 않은 모양이구나.”

       

       “그야 당연하지! 내가 인간들에게 흘린 소문에서 태어났으니까!”

       

       

       당당하게 말하는 바알. 과연…. 바알 스스로가 소문을 흘려서 태어나게 된 여신이었구나.

       

       

       “엘프때와는 달리 쉽지 않았지만, 어떻게든 열심히 소문을 퍼트렸더니 이렇게 태어났어! 나 잘했지?”

       

       

       바알은 반짝거리는 눈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마치 칭찬을 바라는 강아지 같은 모습에 나는 천천히 바알의 머리를 쓰다듬을 수 밖에 없었다.

       

       

       

       “저, 그게…. 그러니까….”

       

       “아, 그렇지. 그림자의 여신…. 아직 이름을 가지지 않은 여신. 바알, 이 아이의 이름은 무엇이지?”

       

       “음…. 몰라!”

       

       

       모른다고…?

       

       흐음. 정말로 아무 생각 없이 만들어낸 모양이로다.

       

       

       “갓 태어난 신이 이름을 가지지 못하면 곤란하지.”

       

       

       신을 향한 신앙심이 제대로 전달되기 위해서는, 그 신을 명확하게 인식해야 하는 법.

       

       그렇기에, 신의 이름은 정말로 중요한 이정표 역할을 하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내가 너의 이름을 지어주마.”

       

       

       현 최고신이 지어주는 이름이라고? 내가 신의 이름을 지어주는 일은 거의 없다고?

       

       자랑스러워 해도 좋다고!

       

       

       “네 이름은…. 그래, 이게 좋겠군.”

       

       

       나는 소심한 그림자의 여신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닉스. 너의 이름은 닉스로 하자꾸나.”

       

       

       그렇게, 그림자와 밤의 여신. 닉스가 탄생하게 된 것이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가끔은 이걸로 괜찮은걸까…? 이런 방향성으로 괜찮을까? 읽어주시는 분들이 재밌어할까…? 정말로 괜찮은걸까…? 라는 생각이 불러온 불안감에 휘감겨서 깊은 바닷속에 빠져버리는 느낌이 들 때가 있습니다.

    그래도, 읽어주시는 분들에, 한줌도 되지 않는 용기를 긁어모아서 글을 씁니다.

    불안감에 후들거리는 다리로, 어떻게든 걸어갈 수 있는건 여러분 덕분이에요.

    다시 한번,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도, 내일도, 행복한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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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ether You Call Me a Guardian Dragon or Not, I’m Going to Sleep

Whether You Call Me a Guardian Dragon or Not, I’m Going to Sleep

늬들이 날 수호룡이라 부르든 말든 난 잘거야
Score 8.4
Status: Ongoing Type: Author: ,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The story of a human reincarnated as the Creator God of a new world, and her observation logs of the burgeoning new world and life. — Dragons, which have existed since before the birth of human civilization, became the guardian dragons of the empire. But whether you guys call me that or not, I’m going to slee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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