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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50

       151. 진짜 가짜 단장님과 진정한 메시아(2)

       

       

       “자, 잠깐만 기다려봐!”

       

       루비아라는 사람에게 지원군을 요청한다는 시온.

       

       그 모습을 바라본 율리의 얼굴이 당황으로 물들었다. 시온의 행동을 일반적인 상식으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었으니까.

       

       “그러니까 지금… 황궁을 습격하겠다는 거야? 그 루비아라는 사람에게 지원병력을 요청해가지고?”

       

       그 말을 들은 시온이 고개를 끄덕인다.

       

       아까 한 말을 다시 왜 꺼내냐고 말하는 듯한 의문스러운 표정을 하고선. 그럴수록 그녀의 머리는 점점 더 어지러워졌다.

       

       “그런 게 가능할 리가 없잖아!”

       

       혹시 기억을 떠올릴 때 무슨 문제가 생긴 걸까.

       

       분명 시온은 가끔 눈치가 좀 없긴 해도 머리 자체는 잘 굴러가는 편이였는데. 지금 그가 내린 판단은 완전히 맛이 가 있었다.

       

       황궁이다.

       다름아닌 그 황궁이란 말이다.

       

       제국의 중심. 

       제국의 모든 병력이 집결되어 있는 곳. 

       

       아마 제국을 제외한 모든 국가가 연합하여 황궁을 공격해도 성벽에 흠집 하나 나지 않으리라. 그저 제국을 제외한 모든 나라들이 지도에서 지워질 뿐이지. 

       

       괜히 그녀가 암살을 먼저 제의한 게 아니다.

       

       대규모 군대를 끌어모아 황궁을 공개적으로 습격하는 것은 자살행위나 마찬가지.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도 그렇다.

       

       기회는 한정되어 있으니 낭비는 절대 금물.

       괜히 군대를 끌고와서 이목을 끌었다가, 가짜 하인리히를 추궁하기도 전에 잡혀서 죽어버리는 건 가급적 피해야 했다.

       

       그녀는 그런 정보를 아주 자세하고, 알아먹기 쉽게 요약하여 뭔가 상태가 이상한 시온에게 전해주었다. 

       

       그리고 시온은… 여전히 ‘이미 다 알고 있는 이야기를 또 하냐’는 표정이였다. 현재 상황을 전혀 이해하지 못한 것으로 보이는 모습.

       

       율리는 답답함에 가슴을 팍팍 치면서 소리쳤다.

       

       “지원군을 끌어모아도 어차피 금방 제압당할 거라니까! 여긴 너랑 같은 소드마스터 세 명이 지키고 있는 곳이라고!”

       

       하인리히… 는 가짜로 판명났으니 제쳐두더라도.

       

       제국제일검이라 불리던 발자크 루드베스.

       홀로 일국을 멸망시켰다는 카를 알렉산더.

       

       그런 괴물들이 제국을 수호하고 있단 말이다.

       갓 소드마스터에 경지에 오른 시온과 어중간한 지원군으로 그 두 명의 수비를 뚫어내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

       

       분명 그럴 터였는데….

       

       “제국에 소드마스터는 한 명도 안 남아있어.”

       

       시온이 뜬금없는 말을 꺼낸다. 

       너무나도 말이 안 되는 이야기였기에. 이런 상황에 갑자기 장난이라도 치는 건가 싶었지만.

       

       “둘 다 내가 죽였으니까.”

       

       그 말.

       그걸 내뱉는 시온의 표정은 너무나도 진지했다. 시온와의 교류도 몇 개월이 넘어가는 상황. 

       

       그녀는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시온이 지금 하고 있는 건 도저히 믿기지 않는 이야기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실일 거라고.

       

       자연스레 그녀의 얼굴이 굳어진다.

       그 모습을 본 시온은 조금 당황했는지 머쓱한 얼굴로 뒷목을 긁으면서 나름대로의 설명을 덧붙였다.

       

       “그, 일부러 죽인 건 아닌데. 어쩌다 보니 상황이 그렇게 되어버려서 말이지.”

       

       차라리 안 하느니만 못한 해명이였지만 말이다.

       

       어쩌다 보니, 라니.

       세상에 어쩌다 보니 제국의 소드마스터를 둘이나 죽여버리게 된 사람이 어디 있겠느냔 말이다. 

       

       “어쨌든, 지금으로선 잘 된 일이잖아? 상대해야 할 전력을 미리 대폭 약화시켜 놓은 거니까. 이 정도면 확실히 해 볼 만 하지 않겠어?”

       

       은근슬쩍 말을 돌리는 시온.

       대체 시온은 뭐 하는 인간인지 궁금증이 밀려오긴 했지만. 일단 멸망이라는 더 큰 문제가 코앞까지 다가와 있었기에. 

       

       그녀는 다시금 입을 열었다.

       

       “그래도 역시 위험해. 소드마스터를 제외하고 보더라도 제국군은 절대 만만한 상대가 아니야.”

       

       괜히 어중간한 군대를 끌고 오는 것보다는 역시 하인리히 근처에 잠복하다 암살을 노리는 편이 훨씬 더 안전하고 효율적일 거다.

       

       그녀는 그런 의견을 전했지만.

       

       “그것도 상관없어.”

       

       시온은 또다시 괴상한 답변을 입에 담는다.

       어째서인지 그 얼굴에 조그마한 미소가 지어진다.

       

       “우리 애들은 생각보다 강하거든.”

       

       뜬금없이 자부심 가득한 표정을 짓고는 무슨 소리를 하는 거냐, 그런 답변이 자연스레 입밖으로 흘려나오려던 때였다.

       

       …땅이 흔들린다.

       

       하지만 이건 지진 따위가 아니다.

       지진이라면 이렇게 규칙적으로 땅이 흔들릴 리가 없으니까. 지진이 아닌 건 확실한데, 그럼 이건 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자연스레 그녀의 시선이 소리의 진원지로 향했다.

       

       그리고… 얼마 안 가 그녀의 얼굴이 경악으로 물들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강철이 걸어다닌다.

       온갖 기계장치가 복잡하게 연결되어 있는 은빛의 기갑에 드워프 수백이 탑승하여 있었다. 이것만 해도 괴상하기 그지없는 광경인데.

       

       엘프다.

       엘프가 있다.

       

       세계수가 모종의 이유로 전소한 이후 멸족했다고 알려진 엘프가 어째서인지 살아남아 있다. 심지어 수를 보니 거의 전원이 모여 있다.

       

       수호자들.

       동화 속에 나오는 존재마저 모여 있다는 소리.

       

       허나 그것보다도 더 이질적인 것이 있었으니….

       

       군대에 가장 앞에 선 소녀들의 모습이다.

       신성력을 깨달은 지금의 그녀의 눈에는 보였다. 눈앞의 존재가 얼마나 이질적인지. 

       

       저게 시온의 동료라는 걸 몰랐다면 악신의 사도… 아니 사도를 넘어 현실세계에 현현한 악신들이 아닐까 오해했을 정도의 흉흉한 기운.

       

       자연스레 다리가 부들부들 떨려 온다.

       

       지금 이 상황.

       그걸 눈치채지 못하면 그게 더 이상했으니까.

       

       규모와 인원수.

       지도자와 조직원의 신분.

       심지어 자세한 활동목적까지 전부 베일에 둘러싸인 희대의 비밀조직.

       

       제국이라는 상대를 제멋대로 농락하고, 나라를 마음대로 뒤흔드는 희대의 테러리스트이자 혁명가들.

       

       …‘검은 송곳니’가 그녀의 눈앞에 나타나 있었다.

       

       ***** 

       

       “핵심 병력은 전부 끌어모았어. 준비도 완벽히 갖추었으니 당장 전투에 임해도 상관없을 거야.”

       

       오랜만에 만난 루비아 씨.

       그녀가 진지한 표정을 하고는 그렇게 이야기한다. 

       

       원래는 율리 구출과 전대의 시체 확보가 전부였던 잠입. 그게 갑자기 황궁에 전 병력을 집결하라는 이야기가 되어버렸으니. 

       

       분명 조금 당황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오히려 올 게 왔다는 식으로 각오에 임한 듯한 얼굴. 역시 보면 볼수록 유능한 사람이 아닐 수 없다.

       

       그런 그녀 몫의 호들갑까지 떨어주기라도 하려는 듯. 율리가 바닥에 자빠져서는 어? 아? 에? 하는 얼빠진 신음소리를 내고 있긴 했지만.

       

       “서두르는 게 좋겠어. 아무래도 남은 시간이 별로 없을 것 같거든.”

       

       

       루비아 씨의 말대로.

       율리에게 모든 사실을 차근차근 설명해주거나, 재회한 동료에게 여태까지의 모험담을 느긋이 이야기해줄 시간 따윈 없었다.

       

       이만한 인원수.

       거기에 드워프들이 개발한 온갖 무기.

       위장마법으로 속일 수 있는 것에도 한계가 있다.

       

       애초에 중간에 붙잡히지 않고 이 정도의 병력을 끌어모을 수 있던 것 자체가 기적이였다는 이야기.

       

       발각당하는 건 시간문제… 라는 걸 넘어 이미 진작에 상부에 보고가 올라가서 지금 한창 상황파악과 대처에 힘쓰고 있겠지.

       

       몇 분 후면 제국군이 대응에 나서리라.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시간은 한정되어 있었다.

       

       ‘조금 곤란하게 됐네.’

       

       회귀에 대한 이야기는 너무 허무맹랑하다. 나도 내가 직접 겪은 게 아니라면 믿지 못하지 않았을까 싶을 정도.

       

       그걸 이 시간 내에 모두에게 알리고 납득시키는 건 아무리 그래도 무리가 있었다.

       

       한 번의 리셋을 전제로 한 단순무식하고 과감한 플랜. 이런 바보같은 강공책을 대체 어떻게 설명해야 사람들이 믿고 따르게 할 수 있을까.

       

       그런 고민에 골머리를 앓고 있던 순간이였다.

       

       “지시를 내려줘. 뭐든 해내 보일 테니까.”

       

       루비아 씨는 나를 바라보며 그렇게 이야기했다.

       

       갑자기 황궁으로 모든 병력을 집결시켰는데도. 자칫하다간 목숨이 위험해질 수도 있는데도. 이유 따위 묻지 않고 내 지시를 따라주겠다 한 것이다.

       

       나는 다시금 동료들을 바라보았다.

       그 눈빛에 의심이라던지 불안 따위는 엿보이지 않았다. 믿음. 나에 대한 믿음이 그곳에 있었다.

       

       ‘괜한 걱정을 했네.’

       

       역시.

       나는 동료 복이 좋은 편이다.

       

       나를 믿고 망설임 없이 목숨을 걸어줄 수 있는 동료가 이렇게나 많다니. 이런 행운이 어디 있겠는가.

       

       나는 그 사실에 슬며시 미소지으며 입을 열었다.

       

       지금 이 상황.

       여기서 무슨 말을 해야 하는가.

       어떤 지시를 내리는 것이 가장 효율적인가.

       

       지금 가장 중요한 건 가짜 하인리히.

       두 번째로 중요한 건 아직 확보하지 못한, 그리고 이번 일과 관련있을지도 모를 전대의 시체다.

       

       그 둘이 도대체 어디에 있는지. 

       그런 건 지금의 나로서는 알 방법이 없지만.

       

       ‘적어도 황궁 어딘가에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만큼은 확실하지.’

       

       그리고 그것만 알면 충분하다.

       

       서울에서 김서방 찾기는 어려울지 몰라도, 서울 사는 김서방을 죽이는 방법이라면 무척이나 간단하지 않던가.

       

       “이제부터 우리는, 황궁을 무너트린다.”

       

       전부 터트리다 보면 하나쯤은 걸리겠지.

       제국의 황궁에 마음껏 대형 폭탄을 투하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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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Accidentally Created a Villainous Organization

I Accidentally Created a Villainous Organization

How did you create a dark organization? 어쩌다 흑막 조직 만들어버림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The game spoilers turned out to be fake. The characters I gathered thinking they were heroes are actually all villains. In other words, I accidentally created a villainous organiz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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