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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50

       ‘…하아.’

         

       문보라의 입을 타고 차디찬 냉기가 퍼졌다.

         

       육체의 감각이 얼어붙어 제대로 느껴지지도 않는 이 순간.

         

       아이러니하게도 문보라의 상념은 더욱 또렷하고 명확해졌다.

         

       ‘싫었습니다.’

         

       아무것도 못 하는 내 자신이 너무나도 싫었습니다.

         

         

       *

         

         

       때는, 유세하 일행이 <해룡 신전>을 클리어하고 얼마 지나지 않았을 시기이다.

         

       몰락한 용의 잔재 <해룡>.

         

       강대한 힘을 자랑하던 용의 후손은, <72 마왕>의 저주를 감당하지 못하고 쇠퇴하였다.

         

       자랑스럽게 여기던 날개를 잃어버리고.

       용언(龍言)을 잃어버리고.

       마도의 정수를 잃어버렸다.

         

       단순한 바다의 폭군, <씨 서펀트>로 몰락하고 만 것이다.

         

       그것만으로도 원래 가져야 힘에, 비할 바 못 되는 비루한 모습이었다.

         

       원본과는 비교도 안 되는 쓰레기에 지나지 않았다.

         

       그럼에도 문보라는 겁을 집어먹었다.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덜덜 떨며 오들오들 공포에 숨을 죽였다.

         

       이는, 유세하의 검에 의해 죽고 한낱 기연이자, 보상의 덩어리가 되었음에도 지속되었다.

         

       ―…으윽!

         

       요 며칠 동안.

         

       매일매일 하루도 빠지지 않고 이어지는 악몽.

         

       문보라의 눈앞에 <해룡>에게 잡아먹히는, 동료들의 모습이 보였다.

         

       또는 브레스를 맞고 패배하는 그런 장면이 펼쳐졌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제일 용서할 수 없는 건…

         

       ―…움직여 제발!

         

       공포에 질려 눈물만 흘리는 본인이었다.

         

       혼자만 아무것도 못 하고, 눈물 흘리는 모습으로 언제나 꿈에서 깨어난다.

         

       그럴 때마다 문보라는 주먹을 쥐고 자기 자신을 내려쳤다.

         

       겹쳐졌다.

       겹쳐진다.

       그때의 기억이 떠오른다.

       헌터 명가 <문가>가 무너져 내렸던 그 순간이 기억났다.

         

       ―…언니, 나도 데려가! 제발!

         

       타오르는 저택.

         

       언니의 능력에 의해 끔찍하게 뒤틀려 죽은 부모님의 시신이 보였다.

         

       딱히 부모님이 어찌 되든 상관은 없었다.

         

       애초에 할아버님이 돌아가시자, 생지옥을 펼친 장본인이 저 둘이다.

         

       차마 부모라고 말을 붙일 수 없는 인간의 탈을 쓴 악마들이다.

         

       문보라는 그저 혼자가 되는 게 두려웠었다.

         

       자신을 구해준 언니를 보며 데려가달라고 소리쳤다.

         

       하지만 언니는…

         

       그저 무심하게 보더니 혼자만 나가버리고 말았다.

         

       ―너는 쓸모없어.

         

       라는 한마디를 남긴 채 말이다.

         

       “……”

         

       냉정하게 생각해 보면, 그때 안 따라가길 잘하긴 했었다.

       듣자, 하니 언니가 선택한 길은…

       뒤 세계의 어둠.

       그곳 가장 높은 곳으로 올라가 군림하는 길이었으니까.

         

       자연스럽게 언니의 목적도 이해되었다.

         

       ‘…가식 없는 세상.’

         

       허례허식으로 가득 찬 ‘헌터계’를 모조리 뜯어내고…

         

       순수한 태초의 시대를 펼친다.

         

       물론 문보라는 알고 있었다.

         

       이는 그저 듣기만 좋은 허울뿐인 말인 것을.

         

       이는 곧 강자가 모든 것을 착취하고, 법과 도덕이 없는 무정부 시대를 펼치겠다는 말이니까.

         

       ‘……’

         

       그러나 그런 걸 떠나서 문보라는 언제나 생각하였다.

       스스로가 한심하다고.

       너무나도 분하다고.

       왜 난 이것밖에 안 되는 거냐고.

         

       싫었다.

       이런 자신이 싫었다.

         

       “…유세하에게…”

         

       모두에게…

       도움이 안 되는 건 죽어도 싫었다.

         

       오로지 그 생각과 일념 하나만을 가슴에 품었다.

         

       이는 곧, 정신을 차려보니 자신을 D동 3층으로 향하게 하였다.

         

       “…후우.”

         

       문보라는 눈앞에 보이는 [음양의 신비와 이해]라는…

         

       수강 신청 목록을 뒤져봐도 나오지 않는 과목 푯말을 바라보았다.

         

       문보라가 이곳에 온건 처음이 아니다.

         

       불과 몇 달 전.

         

       <빙한설녀>가 이곳에 머문다는 사실을 안 문보라는, 가르침을 받기 위해 찾아왔었다.

         

       물론…

         

       ―돌아가라.

       ―너처럼 어중간한 마음을 가진 애를 가르칠 만큼…

       ―나는 시간이 널널하지 않다.

         

       바로 문전박대를 당했지만 말이다.

         

       ‘……’

         

       문보라도 사람이다.

       자존심이라는 게 있다.

       아니, 분명 또래에 비교해서 많은 편이다.

         

       열등감을 품었던 만큼 피나도록 노력하였다.

         

       덕분에 <설빙>이라는 이름을 알린 마법사가 되는 데 성공하였다.

         

       처음에는 분했었다.

         

       자세한 이유라도 설명해 주면 모를까.

         

       그냥 보자마자 나가라고 했으니까.

         

       ‘…그런 거 없어도.’

         

       저는 잘 성장할 수 있습니다!

         

       그리 다짐했었건만…

       결국, 문보라는 다시 이곳을 방문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저 혼자서는 안 됩니다.’

         

       제아무리 문보라가 열심히 서적을 뒤지고, 피나는 노력을 하여도…

         

       결국은 한계를 벗어나지 못할 거다.

         

       이는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나름의 발버둥을 친 그녀의 결론이었다.

         

       인정해야 했다.

       자신은…

         

       ‘유세하씨처럼 천재가 아닙니다.’

         

       문보라도 잘 안다.

         

       유세하가 얼마나 말도 안 되는 천재인지 말이다.

         

       이는 그가 가진 [고유능력]의 영향도 있겠지만, 문보라가 보기엔 그냥 그가 천재인 것이 더욱 컸다.

         

       그저, 몇 번 본 것만으로 체화하고.

         

       시간이 좀 더 지나면, 그걸 자기만의 것으로 승화하는 진짜 천재 중의 천재였다.

         

       하지만 자신은 아니다.

       걸어갈 길이 있어야 했다.

       확실한 지표가 있어야 했다.

         

       ‘그걸 위해 가장 필요한 건…’

         

       바로 스승의 유무.

         

       <빙한설녀> 천미라는 틀림없이 위 단계로 끌어올려 줄 방법을 알고 있을 거다.

         

       그 가르침을 받아야 했다.

         

       주먹을 꽉 쥐는 문보라.

         

       더는 <해룡>을 눈앞에 두고 벌벌 떨었던 꼴 사나운 모습을 보이지 않겠다고 다짐한다.

         

       그걸 위한…

         

       ‘힘이 필요합니다.’

         

       *

         

       똑똑.

         

       노크가 끝나자 굳건했던 방문이 자동으로 열렸다.

         

       놀라는 것도 잠시.

         

       안으로 들어선 문보라는, 젊은 백발의 여성과 시선을 마주쳤다.

         

       말 그대로 <설녀>라는 이름이 어울리는 외견.

         

       시리도록 차가운 백색의 눈동자가 문보라를 꿰뚫는다.

         

       “……”

       “……”

       

       두 사람은 한동안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조금 더 정확하게는, 문보라 쪽에서 그녀의 답을 기다리고 있었다.

         

       혹시라도 거절의 말이 나온다면.

       다리를 붙잡더라도, 무릎을 꿇더라도…

       바닥에 이마를 닿더라도…

       제자로 받아달라고 사정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빙한설녀> 천미라는 예상 밖의 말을 하였다.

         

       “의자에 앉아라. 우선은 너의 몸에 맞는 단련 복부터 준비해야겠구나.”

         

       명백히 제자로 받아들이겠다는 제안.

         

       처음과 마찬가지로.

         

       문보라는 이번에도 아무런 설명이 없는 것에 당황하였다.

         

       “…시, 시험 같은 건 하지 않으시나요?”

       “그럴 필요 없지.”

         

       천미라는 옷장에서 여러 옷감을 꺼내 들었다.

         

       손을 휘젓자, 그녀의 손에 생겨난 건 얼음을 세공하여 만든 가위였다.

         

       이내, 신기에 가까운 속도로 옷을 재단하기 시작한다.

         

       “내 비록, 지금까지 몇 명밖에 가르치지 않았으나, 일단은 교수다. 이사장 유능해와 정식으로 계약한 인물이다. 배움을 원하는 이들에게 가르치는 것이 나의 일이다.”

         

       “하, 하지만 지난번에는-”

         

       “-그때랑은 이야기가 다르다.”

         

       천미라의 시선이 문보라를 향했다.

         

       “내 그때 너를 내쫓은 이유는…너에게 각오가 부족했기 때문이다.”

       

       문보라는 움찔거렸다.

         

       그럴 리가…

         

       자신이 얼마나 많은 다짐을 품었는데…

         

       각오가 부족할 리가 없다.

         

       그러나 천미라의 한마디에 절로 위축되었다.

         

       “내가 말한 각오는 그저 너의 울분과 한을 채우기 위한 도구의 말이 아니다. 그건 그저 어린아이의 투정에 불과하다.”

         

       “……!”

         

       “사람마다 각자 강해질 이유가 전부 다르다. 지금까지 네가 품은 열등감이 길을 열어주었을지 모르나 그것도 한계다.”

         

       저벅저벅.

         

       나지막한 발걸음이지만, 마치 공간이 접히는 것처럼.

       천미라의 발놀림은 단숨에 문보라의 앞에 섰다.

         

       손에 들린 천을 이리저리 돌리며, 문보라가 입을만한 크기를 체크했다.

         

       “새로운 것을 찾아야 했다. 자기 자신을 내던지더라도 더욱 위로 올라갈 계기가 필요했다. 설령 그것을 위해 본인이 죽어도 상관없다는 각오가 필요했다.”

         

       “…계기.”

         

       “너의 눈을 다시 보는 순간. 정확하게는 모르나, 그럴 만한 계기가 생겼다는 건 알 수 있었다. 필시 그것은 누군가를 위하는 마음의 결의겠지.”

         

       “……”

         

       “너의 자질이 나쁜 것은 아니다. 허나 그렇다고 해서 어중간한 마음으로 가르쳐도 될 만큼 대단한 것도 아니었다. 결론적으로 뭐 하나 확실하지 못한 상태에서는 시간 낭비로밖에 이어지지 않겠지.”

         

       그렇기에 너를 내쫓았다.

         

       말을 마친 천미라.

         

       잠시 뒤, 문보라에게 수련용 기모노를 건네었다.

         

       “돌아가도 좋다. 하지만 제대로 배울 생각이라면 이걸로 옷을 갈아입어라. 미리 말해두지만, 죽을 각오로 임해라. 나는 무르지 않다.”

         

       “…입겠습니다.”

         

       “좋다 오늘부터…”

         

       스승님이라 불러라.

         

         

       * * *

         

         

       “잡생각이 많구나.”

         

       퍼뜩-!

         

       문보라의 두 눈이 떠졌다.

         

       자신도 모르게 상념에 빠져 있었다는 걸 깨달았다.

         

       양손을 타고 휘몰아치는 냉기.

       어느새 문보라의 몸통까지 얼음 결정이 퍼져있었다.

         

       “쿨럭…!”

       “집중해라. 정말 죽는다.”

         

       그 말대로다.

         

       현재 문보라는 자신의 힘을 제어하지 못하고 폭주하는 상태였다.

         

       이는 문보라가 사용하는 힘이,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길이었기에 보이는 현상이었다.

         

       같은 냉기지만, 마법과는 전혀 다른 것을 근원으로 두는 힘.

         

       흔히 유세하, 팽진아가 사용하는 [패천검법]과 비슷한 힘의 발현이었다.

         

       즉, 무공에 가까운 능력이었다.

         

       어째서 문보라가 이런 구조의 힘을 사용하는가.

         

       그것은 첫 제자로 받아들였던 그날.

         

       천미라가 해주었던 말이 계기였다.

         

       *

         

       “…꿀꺽.”

         

       문보라는 천미라는 말없이 바라보았다.

         

       <빙한설녀> 천미라.

         

       그녀는 <빙결> 헌터들 사이에서 유독 인기가 드높았다.

         

       이는 본신의 힘이 강력한 것도 있지만, 육성한 제자들의 실력이 하나같이 터무니없었던 것이 더욱 컸다.

         

       그녀가 가르친 제자들은 모두 이름을 날린 여걸들이었다.

         

       여기에 전원 <빙결>을 다룬다는 공통점은 있지만, 특이하게도 각자 사용하는 힘의 방식은 전혀 달랐다.

         

       어떤 이는 문보라처럼 정통 마법을.

       어떤 이는 저주술을.

       어떤 이는 무기를 중점으로 다루는 검술을.

       말 그대로 각양각색이었다.

         

       그러나 확실한 건…

         

       “그것이 그 아이들에게 맞는 최적의 방식이었지.”

         

       천미라는 문보라를 보며 말을 이어 나갔다.

         

       “역시 예상대로 너는 순수하게 마법만을 다루는 것보다는 병행하는 것이 가장 좋다. 너의 마도는 이미 완성이라고 부를 만큼 높은 단계에 오른 지 오래다. 그 위를 노리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나. 순수하게 수많은 시간을 쌓아야 도달할 수 있는 길인 만큼, 결코 단시간에 네가 원하는 단계로 갈 수는 없을 거다.”

         

       알고 있었던 말.

         

       문보라 또한 한 명의 <마법사>다.

         

       자기 자신을 관조하는 게 어렵지는 않았다.

         

       다만 예상치 못한 말에 반문하듯 물어본다.

         

       “…병행이라면?”

       

        “능력의 발현은 <마법>으로, 몸에 다루는 내력은 <심법>으로 대체하는 것. 그것이 네가 가장 높게 날아오를 길이다.”

         

       문보라는 당혹스러웠다.

         

       물론, 같이 쓰는 게 마냥 이상한 건 아니다.

         

       <시스템>이라는 신묘한 힘으로 모든 부작용과 문제가 사라진 이 시대.

         

       마법이든 무예든 둘 중 하나만 고집하는 <원시 회귀파>는, 그 명맥이 끊어진 지 오래다.

         

       애초에 유세하만 봐도 [패천검법]이라는 무공 스킬에, 여러 가지 다양한 속성 마법을 쓰지 않는가.

         

       ‘하지만…’

         

       아무리 봐도 자신에게 그런 무예를 받아들일 재능 따위는 없어 보였다.

         

       그러다 곧 이어지는 천미라의 말에 절로 움찔거렸다.

         

       “내 오랫동안 재능 많은 아이를 보았지만…”

         

       너처럼 온갖 피가 뒤섞여 있는 건 처음 보는구나.

         

       “……!”

       “그것도 그냥 순수하게 섞인 게 아닌, 개량된 채로 말이다.”

       “……”

         

       문보라는 입술을 깨물었다.

         

       절로 얼굴이 화끈거리며 쥐구멍이라도 숨고 싶은 수치심이 몰려왔다.

         

       가문의 치부이자, 죽어서도 알리고 싶지 않은 비밀.

         

       특히…

         

       ‘유세하에게는…’

         

       더더욱.

         

       그러거나 말거나 천미라의 말은, 문보라의 가슴팍을 아무렇지도 않게 후벼팠다.

         

       “그것이 헌터 명가 <문가>가 지금까지 힘을 유지해 온 비법인가?”

         

       “……”

         

       “너에게 말하는 건 그저 화풀이에 지나지 않겠지만…참으로 추잡하구나. 대체 그것을 위해 얼마나 많은 이들을 납치하고, 약물을 쓰고, 유혹하며 서로서로 몸을 겹쳐왔을까…과연 그들 중 진정으로 사랑을 찾은 이가 몇이나 되겠는가.”

         

       천미라는 작게 탄식하였다.

         

       문보라의 몸에 흐르는 <피의 역사>를 보며 눈살을 찌푸렸다.

         

       그리곤 ‘<문가>는 멸문(滅門)하는 게 맞았다’라는 말로 마무리를 지었다.

         

       “다만…”

         

       “…?”

         

       “참으로 아이러니하게도 그런 개량된 피가 몸에 흐르기에, 너에게 예상치 못한 길이 생긴 것도 사실이다.”

         

       “…무슨 의미인가요?”

         

       “같다.”

         

       “…네?”

         

       “너랑 나의 몸에 흐르는 피가 같다는 소리다.”

         

       문보라는 눈을 끔벅였다.

         

       이내 놀란 듯이 바라보았다.

         

       그 말은 설마…?

         

       “당연히 선조가 같지는 않겠지. 틀림없이 개량된 피 중 하나일 거다. 애초에 비교하기에는 너무나도 옅으니까.”

         

       “……”

       

        “그러나 이는 어찌 되었든 내가 가진 [독전 무공]을 받아들일 자격이 된다는 소리다. 오로지 같은 피가 흐르기에 전수가 가능한 힘.”

         

       천미라는 잠시 말을 멈췄다.

         

       ‘설마 이런 식으로 혈족을 만날 줄이야…’라고 작게 중얼거렸다.

         

       마지막으로 문보라로서는 처음 들어보는 단어를 언급하였다.

         

       “…혹시.”

         

       <북해빙궁(北海氷宮)>이라는 말을 들어본 적 있느냐?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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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 Cheat-Level Munchkin 5★ Character

I Became a Cheat-Level Munchkin 5★ Character

사기급 먼치킨 5★ 캐릭터가 되었다
Score 6.4
Status: Ongoing Type: Author: , Released: 2024 Native Language: Korean
《Gonis Archive Life》 ‘GAL’ for short. I found myself possessed into the world of this game. Not only that, but I became a 5★ character from the very start, The only male character with ridiculously OP abilit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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