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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50

       * * *

       

       

       

       

       대공황을 앞둔 러시아는 한창 자동차 열풍이 불고 있었다.

       

       특히 최근에 있던 차르께서 타고 운전하는 자동차! 라는 것이 대서특필이 되어 판매량이 수직상승했다.

       

       

       “차르 폐하가 직접 운전하시는 자동차! 완벽한 국산 자동차! 러시아인이라면 누구나 한 대씩 마련해야 하지 않을까요?”

       “WA! 자동차!”

       

       

       자동차는 불티나게 팔려 나가고 있었고.

       

       아직 수출 단계는 아니지만, 적어도 자동차 사업은 아나스타샤의 뜻대로 잘되어가고 있었다.

       

       특히 알렉세이 가스테프의 새로운 선전지.

       

       거대한 여신의 모습인 아나스타샤가 러시아인들에게 차를 주는 그림.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

       

       그리고 대공황을 예견한 차르의 러시아를 구경하던 각국은 다들 비슷한 생각을 했다.

       

       

       “대공황을 예견했으면서 정작 러시아는 자동차 팔아대며 놀고 있잖아?”

       “그냥 거짓말 아닌가? 정말 경제 위기가 오면 차르가 팔자 편하게 저런다고?”

       “설마. 우리 미국이?”

       

       

       경제학자를 제외하고 내로라하는 당대 재벌들이나 각국 고위 관료는 애써 외면했다.

       

       정말 세계가 휘청거리는 경제 위기가 일어난다면 본인들 처지도 썩 좋지는 않을 테니까.

       

       아니길 바라면서 러시아의 상황을 보다가 정작 러시아 본인은 가장 먼저 대공황에 대비하지 않고 자동차 사업이나 벌이고 있지 않은가.

       

       특히 미국은 그저 반공에 미친 차르가 헛소리를 했다고 여기고 그냥 무시했으나-얼마 지나지 않아 후회하고 말았다.

       

       드디어 올 것이 오고 말았다.

       

       미국발 대공황이 마침내 터진 것이다.

       

       

       “으악! 내 주식이!”

       “주식시장이 붕괴한다!”

       

       

       경제적 위기는 1929년 9월에 시작되어 10월 24일. 검은 목요일로 불리는 날, 월스트리트 주식 시장 붕괴로 이어졌다.

       

       공장도, 기업도 모두가 작살이 나고 주식시장이 붕괴하였으며, 뒤통수를 얻어맞은 많은 미국인은 주저앉았다.

       

       

       “아들아, 내 고향은 사실 강이란다. 강으로 돌아가야 해.”

       “아버지!”

       

       

       투자자들은 냉큼 자신의 고향은 강이라고 표현하듯 강에 시원하게 뛰어드는 자들이 마구 늘어났으며, 그나마 아직은 살고 싶은 자들은 이 불황 속에서 죽지 못해 살았다.

       

       미국 국내 총생산은 속절없이 추락했다.

       

       열강과 가난한 국가 모두 따지지 않고 그 피해는 컸다.

       

       국제 무역은 50% 아래로 떨어졌고, 대전쟁 이후, 대영제국으로부터 패권국 자리를 물려받은 미국만 해도 실업률이 23%로 오르고, 다른 국가는 말할 것도 없었다.

       

       전 세계의 중공업에 의존하는 많은 도시가 타격을 입었다.

       

       재무장관 앤드루 맬런은 구조조정과 균형재정을 우선시하면서 투자의 책임은 개인에게 돌려 국가는 신경 쓰지 않는다고 못을 박았다.

       

       이는 잠깐은 경제 거품도 빼고 빚을 내면서까지 투자하는 짓을 막았지만, 디플레이션이 장기화하면서 서민들은 돈이 없어 음식을 사지 못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하하. 망했군.”

       

       

       대통령 하버트 후버는 앤드루 맬런을 해임시켰으나, 이미 늦은 뒤였다.

       

       1차 대전 이후, 금본위제도로 돌아간 열강인 프랑스도 피해를 입었다.

       

       그나마 전쟁으로 사람이 다 죽어 나가서 피해는 덜한 것 같지만. 그렇다고 피해가 없던 것이 아니었다.

       

       영국은 기존 역사와 달리 금본위제로 돌아가지 않았-돌아갔다.

       

       

       “대공황에 대비해야 한다니까?”

       “터지지도 않은 대공황에 대비할 정도로 우리는 넉넉하지 못합니다.”

       “재무장관 말 따라 독일도 봐줬더니 저리 되지 않았소? 이제 와 말 바꾸지 말고 금본위제 그대로 가시오.”

       

       

       처칠은 자신의 정치생명을 걸고 도박을 하며 금본위제를 포기하고 대공황을 대비해야 한다. 외쳤으나 지금 볼드윈 내각은 처칠이 의문스러웠다.

       

       그야 금본위제 하자고  했다가 말을 또 돌리지 않았는가.

       

       처칠의 경력(미스터 갈리폴리, 독일 살려주기)의 업적을 생각하면 솔직히 처칠의 말을 들어 주기 좀 그랬다.

       

       

       “그저 잠깐의 경제 위기 아니었어?”

       

       

       영국도 터지고 나서야 실감했고, 금본위제 폐지를 고수한 처칠만이 .무능한 내각을 욕했다.

       

       

       “내 공산당 놈들에게 머리 박은 당신들에게 뭘 기대했겠소? 이왕 터진 거 방법을 바꿉시다.”

       “크흠. 재무장관께서 하시는 말씀은 식민지도 유지하면서 대공황을 해결해야 한다는 것인데, 궁극적으로 그 방법이 없잖습니까.”

       

       

       대공황의 여파로 당장 식민지를 유지하는 것도 큰일이었다.

       

       총리는 나름대로 내부를 다질 생각은 했지만. 처칠의 생각은 달랐다.

       

       

       “우리 대영제국에는 많은 식민지가 있소.”

       “대공황에 어려운 마당에 그 식민지까지 관리해야 한다는 것이 문제란 것이오.”

       “식민지가 왜 식민지겠소? 식민지를 탈탈 털어 대공황을 해결하면 되오. 그리하면 이미 공산씨가 뿌려진 식민지에서는 들고 일어나기도 힘들겠지.”

       

       

       제국주의자인 처칠은 차라리 식민지를 반대로 더 수탈하고 옥죄는 것으로 대공황을 해결하자고 했다.

       

       그다지 해결책이 되지 못 하는 행위이지만, 동시에 공산 독일에 의해 식민지 경영도 차질을 빚은 대영제국으로서는 어쩔 수 없었다.

       

       그야 대영제국의 권위를 지켜야 했으니까.

       

       지금 대공황을 대비하겠다고 내부 단속하다가는 공산 독일이 코웃음 칠 것은 분명하고 영국이 흔들리는 모습에 식민지들도 들고 일어날 것이다.

       

       그러니까. 식민지를 걸레를 쥐어짜듯 쭉쭉. 물 한 방울 나오지 않게 짜야 했다.

       

       당연히 처칠의 제안은 너무 터무니없는 것이라 내각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러나 내각에서도 별다른 해결책은 내놓지 못했다.

       

       일단 당장은 대공황의 여파를 받을 식민지부터 해결하고 대공황으로 인해 피해를 입을 주변국 상황부터 살피면서 그 후에 대비책을 세울 생각이었다.

       

       그 와중에 독일과 이탈리아는 공산주의가 가진 특징 때문에 피해는 없었다.

       

       

       “보아라! 제국주의가 대공황에 허덕이는 모습을!”

       “공산주의야말로 모두가 행복해지는 길이다!”

       “역시 공산주의가 옳았어!”

       

       

       대공황이 터지고, 이웃 독일이 대공황의 피해를 받지 않는 모습에, 프랑스의 코뮌은 더욱 날뛰기 시작했다.

       

       나폴레옹 전쟁, 보불 전쟁과 이어진 대전쟁과 같은 전쟁들로 독일과는 애증의 관계였던 프랑스였다.

       

       그런 독일이 공산 혁명이 이루어지고, 제멋대로 막 나갔으나, 대공황에서 버티고 서 있는 모습을 보니 저것이 프랑스에 패배한 독일이 맞는가 하면서도 코뮌을 제외하고는 그다지 독일에 호감이 없던 시민들도 독일을 주시했다.

       

       즉, 공산주의에 호감을 가지기 시작한 것이다.

       

       

       “이럴 수가! 러시아 여제가 예언한 것이 사실일 줄이야!”

       

       

       프랑스 정부는 어떻게든 프랑스인들이 공산 독일에 휘둘리지 않도록 다른 나라 사정을 신문에 보도하면서 프랑스는 그나마 나은 편이라고 광고했으나.

       

       

       “어쩌라고! 전쟁에서 피해가 크니 대공황 여파가 적은 것으로 보이는 거겠지!”

       

       

       빨갱이 물이 들까 말까 하는 프랑스인들의 반응은 냉담했다.

       

       물론 그 전쟁의 피해를 준 것이 독일제국이란 것은 인지 부조화라고 볼 수 있겠다.

       

       그리고 이쯤 되자, 모두가 떠올린 것이 있었다.

       

       차리나의 예언.

       

       미국발 대공황으로 전 세계가 위기를 맞이한다는 것.

       

       아나스타샤가 라디오를 통해 방송한 것은 러시아 국내에서만 한 것이지만, 이전만 해도 말도 안 된다며 무시했으나 대공황이 시작되자 생각을 바꿨다.

       

       와도 잠깐의 경제 위기겠지 하며 코웃음 친 국가도 있었지만, 기어이 터지고 나자 아나스타샤를 주목하게 된 것이다.

       

       

       “차르는 진정 하느님이 내린 성녀란 말인가?”

       

       

       예언이 정확히 맞아떨어졌으니까.

       

       특히 일본은 다이쇼 천황(요시히토)이 아나스타샤의 예언대로 26년에 죽었으나, 그럼에도 경제 대공황까지는 예상하지 못했고, 차리나가 호들갑을 떨며 러시아에 한정된 이야기라고만 여겼다가 큰 피해를 입었다.

       

       그리고 그 모두의 관심을 받는 러시아는.

       

       

       “어, 왜 다들 자살하고 실업자가 되는 거지?”

       

       

       의외로 버틸만했다.

       

       그간 러시아는 국가재건, 역량 강화를 이유로 국가가 직접 소비와 생산을 계획하였다.

       

       아예 국가가 나서서 아나스타샤 주의에 입각해 다양한 사업을 실시한 것이다.

       

       

       “오오. 차르시여.”

       “차르께서 우리를 지켜보고 계신다! 우리는 다른 나라와는 달리 멀쩡하다!”

       “공산주의의 마수에서 오직 우리 러시아만이 멀쩡하다!”

       

       

       힘든 신민이 살려달라 애걸하며 시위할 때 시원하게 총을 쏴 재낀 니콜라이 2세와 다르게 아나스타샤는 그동안의 업적과 예지력, 전쟁영웅 타이틀로 제정 시절 차르의 인기 따위와는 비교도 안 되는 국민의 사랑을 받고 있었다.

       

       내전 시절부터 시작된 개혁과 각종 사업으로 부를 축적하고 그렇게 벌어들인 돈과 로마노프의 억소리가 나오는 재산과 국민 대신 귀족들을 쥐어 짰으며, 제정 시절부터 낙후된 도로망과 철도망을 손 보면서 물류를 원활하게 돌아가게 하였다.

       

       전 국민이 차리나 아래에 단합하였다.

       

       애초에 니콜라이 2세 시절부터 정부의 패악질에 익숙한 이들은 대공황의 피해가 있어도 충분히 버틸 수 있었는데, 생각보다 별거 없으니 흔들릴 일도 없었다. 

       

       여기에 훗날 2차 5개년 개혁으로 불리는 정책은 사실상, 대공황 시기 러시아의 성장을 위해 시작된 것으로. 대공황 이전부터 러시아 발전을 위해 철도망과 도로망을 세우고, 각종 인프라 건설을 하며 실업자를 의무적으로 고용하도록 했다.

       

       즉, 대규모 공공사업으로 일자리를 창출하였고, 마흐노의 농민들을 두들겨 패던 집단농장을 대신하여 농업 생산을 조정하였다.

       

       국가가 아예 소비와 생산을 계획하게 되면서 반대로 대공황 초기에만 오! 대공황! 좆됐다! 이랬을 뿐. 대공황 중에도 이전부터 하던 사업과 정책으로 인해 성장을 하고 있던 것이다.

       이는 러시아식 뉴딜 정책이나 마찬가지였다.

       

       공산주의에 빠질까 말까 하는 프랑스와 달리 많은 나라는 러시아가 대공황에도 저리 멀쩡한 이유를 궁금해했고, 그간 국가 두마의 정책-사실상 차리나가 시행한 개혁으로 인해 이루어졌다는 사실에 다들 감탄을 금치 못했다.

       

       

       “러시아가 옳았구나!”

       “차리나는 진정 하늘이 러시아를 위해 내리신 분이신가? 미리 다 대비를 한 것이 아닌가?”

       “그런데 빨갱이놈들 러시아 따라 하고 있다더라.”

       

       

       문제는 공산 독일과 공산 이탈리아도 비슷한 구조였다.

       

       러시아 자체는 표면적으로 수정자본주의였으나, 필요에 따라 여러 사상의 장점을 골고루 붙인 가속주의, 아나스타샤 주의여서 차르나 국가두마가 빨갱이로 몰릴 염려는 없었다.

       

       애초에 소련의 성립도 없고, 공산 독일은 한참 늦게 일어난 공산주의의 본산이었다.

       

       원래 역사와 달리 공산 독일 체제가 러시아를 따라 한다면서 파리 코뮌이나 외국 공산주의자들과 달리 세계의 비웃음을 사기도 했다.

       

       

       “차리나 그녀는 다윗과 솔로몬왕을 이은 메시아인가?”

       

       

       북만주에 정착한 유대인들도 세계에서 유일하게 성장하고 있는 러시아에 살면서 차리나를 기습 숭배하지 않을 수 없었고.

       

       러시아의 영향력을 받는 국가들 역시 러시아를 잽싸게 따라 했다.

       

       대표적으로 강제로 러시아 무기 소매 넣기 당하면서 러시아 2중대가 된 폴란드와 아나스타샤를 믿는 아타튀르크가 이끄는 튀르키예였으며, 동군연합인 핀란드 왕국은 아예 러시아와 비슷한 시기에 개혁을 진행했었다.

       

       그리고.

       

       대공황의 타격을 받은 세상은 원망할 대상이 필요했다.

       

       그럼, 당연히 차리나가 방송 중에 말한 대공황의 배후에 대해 생각해 보지 않을 수 없었다.

       

       물론 경제학자들은 빨갱이 탓만 할 게 아니라 원인은 따로 있다고 주장했다.

       

       

       “아니, 글쎄 대공황은 일어날 일이었다 그러네?”

       “당신 빨갱이야?”

       “뭐뭣?”

       

       

       본래 역사에서는 소련이 공산주의로서 대공황의 모범이 되었으나, 이곳에서는 반공 국가 러시아 합중국이 그 모범이 되었고, 대공황을 돌파하며 승승장구하는 그 합중국의 차리나가 공산주의자들을 대공황의 배후로 지목해 버렸다.

       

       어렵고 힘든 시기인 만큼 욕하고 조질 상대가 필요했던 세계의 많은 국가는 공산주의자들을 더욱 경멸하였다.

       

       심지어 공산 독일과 공산 이탈리아는 러시아를 따라 하고 있지 않던가.

       

       

       “저거 공산주의식이라니까!”

       

       

       공산 독일과 공산이탈리아는 저건 공산주의라며 강력하게 반박했지만, 이미 미운털이 박힌 두 나라가 무슨 말을 한들 소용도 없었고.

       

       그들을 좋아하는 것은 프랑스의 코뮌 뿐이었다.

       

       공산 독일과 공산이탈리아를 대공황을 탈피하기 위해서 부분적으로나마 따라 할 수는 없던 영국은 러시아의 수정자본주의를 눈여겨봤고, 러시아를 본받는 게 자존심 상하지만 공산주의를 따라 할 수는 없는 일이라 당당히 러시아의 정책을 참고했다.

       

       그리고 이 무렵, 한 사람은 이 대공황을 이용하고 있었다.

       

       그 이름 하여 아돌프 히틀러.

       

       민족자유주의 노동자당은 대공황 시기에 맞추어 제1정당이 되기 위해 애를 쓰고 있었다.

       

       

       “여러분. 대공황은 어렵고 힘든 시절입니다. 그리고 대공황의 배후에는 늘 그렇듯 세계의 악의 축인 공산주의자들이 있습니다. 당장 우리와 이웃한 공산 독일이 그렇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단합하면 그 어떠한 공산주의자들도 두렵지 않을 것입니다! 도나우인들이여! 함께 합시다!”

       “““히틀러! 히틀러! 히틀러!”””

       

       

       히틀러의 민족자유주의 오스트리아 노동자당, 러시아 방식의 대공황 대비책을 빌려 지지자들을 끌어들였으며, 체코와 슬로바키아, 슬슬 다시 동군연합의 조짐이 보이는 헝가리까지 옛 오스트리아-헝가리 구성국들은 대공황을 공산주의의 침략으로 규정하고 똘똘 뭉치기 시작했다.

       

       또 미국의 켄터키 주에서도 새로운 바람이 불고 있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검은 목요일인데 일요일과 착각을 해버렸네요.

    선작, 추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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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Last Princess of the Bear Kingdom

I Became the Last Princess of the Bear Kingdom

Status: Ongoing Author:
I became a Russian princess destined to die in a revolu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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