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EP.150

       

       

       “···우웩.”

       

       “괜찮아?”

       

       “아, 시우.”

       

       

       화장실에서 한동안 헛구역질을 하며 괴로워하길 몇 분이 지났을까.

       

       예민한 신체로 내가 앓는 소리를 들은 건지, 시우가 화장실 앞에서 나를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괜찮아요.”

       

       “미안해. 요즘 입맛이 없다길래 만들어봤는데···. 괜히 한 모양이네.”

       

       “아니에요, 맛있었어요.”

       

       

       내가 이렇게 헛구역질을 하는 이유는 간단했다.

       

       별로 음식을 먹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았는데도 억지로 먹었기 때문이었다.

       

       

       “힘들면 그냥 먹지 말지···.”

       

       “어떻게 그래요, 시우가 날 위해서 만들어 줬는데.”

       

       

       최근 몸 상태가 좋지 않은 나를 위해서 시우가 특별히 요리를 해 줬는데 그걸 어떻게 안 먹어.

       

       ···그걸 억지로 먹은 탓에 상태가 조금 더 나빠진 것 같기는 하지만.

       

       그래도 맛은 있었다. 정말로.

       

       

       “그냥 오늘은 하루 쉬고 내일 가는 게···.”

       

       “아뇨, 괜찮아요···.”

       

       

       걱정스럽게 바라보는 시우의 모습에 고개를 저었다.

       

       몸이 조금 좋지 않다고 하더라도, 오늘은 꼭 시우와 함께 등교하고 싶었으니까.

       

       

       “개학식에 빠지면 조금 그러니까요.”

       

       “으음···.”

       

       

       그래도 역시 빠지는 게 좋지 않겠냐는 듯 바라보는 시우의 모습에 슬쩍 웃어주었다.

       

       이제 시우가 예전처럼 열심히 강해져야 할 이유는 없었지만, 그래도.

       

       시우는 영웅이 되고 싶어 했으니까.

       

       분명 내가 하루 쉰다면 시우는 나를 간호해야 한다며 덩달아 아카데미에 가지 않겠지.

       

       걱정하지 말라는 듯 웃어 보이자, 결국 시우는 나를 설득하는 것을 포기했다.

       

       

       “···알았어. 그래도 힘들면 꼭 말해야 해.”

       

       “걱정하지 마세요.”

       

       

       시우의 말에 적당히 대꾸하며 옷장을 열자, 오랜만에 보는 아카데미의 교복이 나를 반겨주고 있었다.

       

       감회가 새롭네.

       

       아카데미에 다니고 있었을 무렵에는 계속 이 옷을 입고 있었는데.

       

       작가님이 사라진 이후로는 딱히 입을 일이 없었기 때문일까.

       

       오랜만에 보는 아카데미 교복에, 예전으로 돌아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예전이라고 해봐야 고작 삼 개월 정도기는 하지만.

       

       한동안 병원복과 사복만 입었기 때문일까?

       

       

       “읏, 차···.”

       

       

       교복을 입기 위해 입고 있던 돌핀 팬츠와 하얀 티를 벗어 던졌다.

       

       시우가 눈앞에 있기야 하지만···.

       

       뭐, 볼 거 다 본 사이라서 눈 앞에서 옷 갈아입는 것 정도는 나도 시우도 신경 쓰지 않았다.

       

       시우는 다른 부분을 신경쓰는 모양이었지만.

       

       시우는 내 모습을 보며 나를 구박하기 시작했다.

       

       

       “속옷 좀 입으라니까···.”

       

       “하지만 이게 편해요.”

       

       “추울지도 모르잖아. 봄이라고는 해도 아직 쌀쌀해.”

       

       “초인인데 무슨.”

       

       

       시우는 쓸데없는 걱정이 많다니까.

       

       초인인데 감기 같은 걸 걸릴 리가 없는데.

       

       

       “밖에 나갈 땐 입으니까 괜찮잖아요?”

       

       “레오타드는 속옷이라기에는 조금 그렇지 않나···?”

       

       “뭐 어때요. 편하니까 상관없지.”

       

       

       시우가 머리 아프다는 듯 고개를 젓는 모습에 심통이 났다.

       

       옷을 안 입고 다니는 것도 아니고.

       

       밖에 나갈 땐 레오타드를 입으니까 괜찮은 거 아닌가?

       

       옷가짐을 더 단정히 해야 한다는 잔소리가 나올 것 같아서, 나는 미리 선수를 치기로 했다.

       

       

       “···그리고, 속옷은 사도 어차피 대부분 세탁기 안에 있을 테니까요.”

       

       “윽.”

       

       “이 짐승.”

       

       

       ···좋아, 이겼다.

       

       시우는 내 갑작스러운 이야기에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한 채 얼굴을 붉히고 있을 뿐이었다.

       

       이대로 가다가는 좋지 않은 결과가 기다리고 있을 거라고 직감한 듯, 시우는 다급히 자리를 벗어났다.

       

       

       “큼, 흠···. 먼저 준비하고 있을게. 진정되면 내려와.”

       

       “알겠어요.”

       

       

       시우가 다급히 자리를 벗어난 뒤.

       

       나는 다시 옷을 갈아입기 시작했다.

       

       이제는 익숙해지다 못해 아예 한 몸처럼 느껴지는 레오타드를 걸친 후, 블라우스를 걸쳐 입었다.

       

       그런 다음, 허리춤에 치마를 채우···고···?

       

       치, 치마를···?

       

       

       “어라···?”

       

       

       찰칵.

       

       찰칵, 찰칵.

       

       어라.

       

       이상하다.

       

       ···허리춤의 치마를 고정하는 부분이 자꾸만 헛도는데.

       

       

       “이, 이럴 리가 없는데···?”

       

       

       한참을 시도해봐도 결과는 언제나 똑같았다.

       

       치마가 맞질 않았다.

       

       치, 치마가 줄어들었을 리는 없고.

       

       이건 실로 바꾸지 않았던, 이미 한 번 입어본 교복인데.

       

       그때의 기억으로는 분명 몸에 딱 맞는 사이즈였잖아.

       

       그런데 왜 입질 못하겠지?

       

       서, 설마···.

       

       

       “아, 아, 아, 안 입어져···.”

       

       

       철컥, 철컥, 철컥.

       

       치마가 찢어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나는 어떻게든 치마의 허리춤을 조절하지 않고 입기 위해 시도했다.

       

       그러고 내가 했던 시도들은 모두 실패로 돌아갔고.

       

       그제야 나는 끔찍한 사실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사, 살 쪘어···?!”

       

       

       갑작스럽게 주어졌던 휴식 기간의 추억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먹고, 자고, 놀러 가고.

       

       먹고, 자고, 놀러 가고.

       

       ···그것 외에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던 것 같은데.

       

       운동을 좋아하는 편이 아니라서 운동도 하지 않았고.

       

       마나를 사용할 일도, 능력을 사용할 일도 없어서 그냥 집 안에 콕 박혀서 요리만 했었다.

       

       시우에게 맛있는 걸 먹여주고 싶다는 일념으로 요리를 잔뜩 만들기는 했는데···.

       

       

       “너, 너무 많이 먹었나···?”

       

       

       맛을 보겠답시고 하나둘 먹었던 게 문제였을까.

       

       어느새 살이 쪄버린 모양이었다.

       

       

       “아르테! 아직 멀었어? 슬슬 가봐야 해!”

       

       “지, 지금 가요···.”

       

       

       아.

       

       정신이 혼미해질 것 같았다.

       

       시, 시우는 왜 여태껏 말 안 해준 거지?

       

       조금씩 조금씩 쪄서 눈치채지 못한 걸까?

       

       불과 몇 달 전까지만 해도 잘 입었던 옷을 입을 수 없게 되었다는 사실을, 나는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

       

       

       

       “오, 오랜만이다. 너희들.”

       

       “아, 클레어 선생님.”

       

       “몸은 이제 좀 괜찮아졌나?”

       

       “네, 걱정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시우와 클레어 선생님이 재회하며 하는 말도 흘려들었다.

       

       지금 내 신경은 온통 허리에 쏠려있었으니까.

       

       ···왜 눈치채지 못한 거지?

       

       하, 그래.

       

       레오타드가 신축성이 있어서 그런 거겠지.

       

       집에서 항상 입던 옷들은···여유 있는 옷이었으니까.

       

       조금씩 살이 붙어도 눈치채지 못했을 거다.

       

       

       “···그런데 아르테는 상태가 나빠 보이는군.”

       

       “아, 네. 최근 몸 상태가 좋지 않다고···.”

       

       “전투의 후유증이 아니었으면 좋겠는데.”

       

       “그러게요···.”

       

       

       살이 쪘다.

       

       그것도 잘만 입던 옷을 입지 못할 정도로.

       

       그 사실에 크게 충격을 받았기 때문일까.

       

       이야기를 나누던 시우와 클레어 선생님도 나를 걱정스레 바라보는 게 보였다.

       

       

       “저, 저는 괜찮아요···. 하, 하하···.”

       

       “으음···.”

       

       “이, 일단 반으로 들어갈까요?”

       

       “그러지.”

       

       

       그 이후의 일은 잘 기억나지 않았다.

       

       시우의 손을 쥐고, 도대체 어떻게 해야 살을 뺄 수 있을지 한참을 고민하고 있었으니까.

       

       

       “오, 오랜만이네. 이제 괜···찮지는 않은 모양이야?”

       

       “아, 응.”

       

       “아르테는 왜 저런대?”

       

       “요즘 몸이 안 좋아서···.”

       

       “···그래? 몸이 안 좋은 거랑은 뭔가 다른 것 같은데?”

       

       

       아, 아멜리아구나.

       

       그녀라면 다이어트 방법도 알고 있지 않을까.

       

       응, 그게 틀림없어.

       

       

       “···어.”

       

       “뭐?”

       

       “살 쪘어···.”

       

       

       손발이 부들부들 떨렸다.

       

       이런 말을 하는 게 부끄러워 고개를 들 수가 없었다.

       

       하지만 부끄러운 만큼 누군가에게 하소연하고 싶은 마음이 강했기 때문일까.

       

       나는 아멜리아에게 말했다.

       

       

       “어, 어떻게 해야 살을 빼고 유지할 수 있을까···!”

       

       “어? 살쪘어?”

       

       “그, 그래···! 허리가, 허리가 안 맞아···! 어, 어떡하지?!”

       

       “아, 그래서 오늘 좀 늦었···.”

       

       “넌 좀 닥쳐봐.”

       

       

       그런데 분위기가 이상했다.

       

       몸을 관리하는 법에 대해 물어봤는데, 아멜리아가 나를 한번 훑어보더니 눈매가 날카로워졌다.

       

       

       “겉보기에는 살이 찐 것 같지는 않은데?”

       

       “그, 그렇지만 진짜 쪘어···! 지, 진짜야! 허리가 안 맞는다고!”

       

       “뭐? 초인이 그렇게까지 살이 찌기 쉽지 않은···잠깐만.”

       

       

       나를 한번 훑어보던 아멜리아는, 갑작스럽게 시우에게 말을 걸었다.

       

       평소와는 달리, 조금 싸늘한 목소리로.

       

       

       “야.”

       

       “으, 응?”

       

       “아르테, 요즘 몸이 좀 안 좋다고 했지?”

       

       “그랬지.”

       

       “혹시, 구역질을 한다거나···. 음식을 잘 못 먹는다거나, 피곤하다는 말을 한 적 있어?”

       

       “어, 어떻게 알았어···?”

       

       “이런 씨발.”

       

       

       그 말을 끝으로, 아멜리아는 다급히 자리에서 일어나 교실 밖으로 나서기 시작했다.

       

       

       “아, 아멜리아. 어디로···.”

       

       “너희들 거기서 가만히 있어! 알겠냐?! 한 발짝이라도 움직이면 가만 안 둬!”

       

       

       ···능력까지 써 가면서, 갑자기 무슨 일이지?

       

       아멜리아가 나가는 모습을 본 걸까.

       

       뒤늦게 교실로 들어온 도로시가 우리에게 인사했다.

       

       

       “아, 오랜만이에요.”

       

       “안녕.”

       

       “···아멜리아는 왜 나간 거래요? 능력까지 쓰고. 슬슬 수업 시작할 텐데.”

       

       “글쎄. 무슨 일이 있는 거 아닐···.”

       

       “나 왔다!”

       

       “깜짝이야, 더럽게 빠르네···.”

       

       

       능력을 한계까지 사용한 걸까.

       

       아멜리아는 숨을 몰아쉬며 내게 무언가를 건네주었다.

       

       

       “···이건?”

       

       “화장실 가서, 여기에 오줌싸고 와.”

       

       “갑자기 그게 무슨···.”

       

       “빨리!”

       

       “아, 응···.”

       

       

       이게 뭐지.

       

       뭔가 새하얗고 길쭉한 물건인데.

       

       ···여기에 오줌을 싸라니?

       

       내 손에 쥐어진 물건을 바라보자, 마치 무언가를 검사하는 것처럼 보이는 물건이 눈에 들어왔다.

       

       문득, 아멜리아의 그 격렬한 반응이 떠올랐다.

       

       설마 내가 모르는 병 같은 게 있는 걸까.

       

       그래서 그렇게 다급했던 걸까?

       

       무서운 상상이 들어 다급히 화장실로 달려갔다.

       

       그리고 아멜리아의 말대로 행동한 뒤, 내 손에 들린 키트를 바라보았다.

       

       

       “···뭔가 줄이 하나 더 생겼는데.”

       

       

       딱히 무언가 설명을 듣고 온 게 아니라, 두 줄이 뭘 뜻하는지 도무지 모르겠다.

       

       병에 걸렸다는 건지, 걸리지 않았다는 건지.

       

       나도 모르게 불안해져서 황급히 교실로 돌아갔다.

       

       

       “아르테? 무슨 문제라도 있나? 손에 들린 그건···.”

       

       “아멜리아! 나, 나왔어요! 줄이 두 개인데, 이건···.”

       

       “야, 이 미친 새끼야!”

       

       

       아멜리아는 내 말을 듣자마자 옆에 있던 시우의 머리를 후려쳤다.

       

       그 모습에 클레어 선생님을 포함한 모두가 깜짝 놀랐을 무렵.

       

       그녀가 폭탄 발언을 내뱉었다.

       

       

       “임신을 시키면 어떡해, 이 미친놈아! 피임 안 해!?”

       

       “어, 어···?”

       

       

       임신이라고?

       

       나는 생리 같은 거 한 적 없는데?

       

       문득 손에 들린 막대를 바라보았다.

       

       그러고 보니, 뭔가 임신 테스트기를 닮았는데.

       

       ···진짜?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요즘 너무 졸리네요

    휴재할뻔~

    다음화 보기


           


Just Because I Have Narrow Eyes Doesn’t Make Me a Villain!

Just Because I Have Narrow Eyes Doesn’t Make Me a Villain!

실눈이라고 흑막은 아니에요!
Score 3.9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Why are you treating only me like this!

I’m not suspicious, believe me.

I’m a harmless person.

“A villain? Not at all.”

Comment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