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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50

        

         

       고기와 채소는 한 줄로 질서정연하게 허공을 날아서 창밖으로 날아가고 있었다.

       엘라는 자신들이 무슨 철새 떼나 소 떼라도 되는 것처럼 무리를 지어 나가는 그 모습에 황망한 표정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그녀는 자신이 아나스타시아의 알록달록한 젤리에 오염이 되어서 환각이라도 보게 된 것인가 싶어 눈을 비비기도 했고, 혹시 이것이 자기 눈에만 보이는 것인지 확인하기 위해서 고개를 홱홱 돌려 다른 사람을 바라보기까지 했다.

         

       다행히 엘라의 눈에만 보이는 환각은 아닌지, 사람들이 하나둘씩 황당하다는 표정으로 식당에서 대탈출을 감행하는 식재료들의 존재를 눈치챘다.

         

       “아니….”

         

       대마녀와 아그네스는 엘라의 반응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요정이 장난이라도 치는가 싶어 눈을 깜빡이며 그것을 바라보기만 하고 있었다.

         

       하지만 기이하게도 이양훈과 그의 처첩들은 어이가 없다는 듯 웃기는 했으나 환각으로 의심하는 태도는 보이지 않고 있었으며, 이아린 역시 한 번 쓱 보더니 무언가 이해라도 한 듯 다시 고개를 자기 음식 쪽으로 떨어뜨렸다.

         

       그리고 이세린은 옆에 선 악마와 무언가 대화를 하는 것인지 입술이 달싹거리고 있었고.

         

       그 모습에 호기심을 느낀 것일까?

         

       아나스타시아가 폴짝 뛰어 이아린에게 다가갔다.

       그리곤 이아린의 허벅지에 손바닥을 얹어 자신의 존재를 눈치채게 하고는, 이아린이 의아한 듯 그녀를 보자마자 기회를 놓치지 않고 그녀의 무릎 위로 폴짝 뛰어 올라가 앉았다. 그리고는 이아린의 몸에 기대면서 물었다.

         

       “저기이 아-린? 언니가 물어볼 게 있어요. 대답해줄 거죠?”

       “응? 응!”

         

       아나스타시아가 귀엽게 자신에게 기대며 부탁하자 이아린은 홀린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저어기 저거-뭔지 아나요~?”

       “응? 아마 오라비 짓일 거야.”

         

       이아린은 그녀의 질문에 대수롭지 않다는 듯 그렇게 말을 툭 던졌다.

       하지만 자신의 품 안에 들어온 아나스타시아가 이해할 수 있도록 부연 설명이 필요하다고 생각한 것인지 입을 다시 열었다.

         

       “종종 저런 일이 있거든. 주술을 시험한다거나, 주술을 사용해본다면서 이상한 기행을 하는 경우가 좀 있어. 바퀴벌레를 한가득 구해서 가져온다거나, 피리 부는 사나이를 따라 해보겠다면서 피리랑 햄스터 수십 마리를 가져오는 일도 있었고….”

         

       이아린은 그립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요새는 좀 뜸한 것 같더니 역시나…. 그래도 저 정도면 얌전한 편이니까 너무 놀라진 말고…. 그나저나 아나스타시아? 나랑 같이 밥 먹을래?”

       “괜찮아요~”

       “내가 먹여줄 테니까….”

       “괜찮아용~”

         

       아나스타시아는 이아린의 제안을 단호하게 거절하곤 바닥으로 내려왔다. 그리고는 이제 볼일이 끝났다는 듯이 뒤도 돌아보지 않으며 매몰차게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 버렸다. 그리고는 엘라의 한쪽 손을 붙잡으며 말했다.

         

       “구경하러 가요.”

       “네?”

       “궁금하지 않아요?”

       “아, 아뇨….”

         

       아나스타시아는 엘라의 거절에 눈을 동그랗게 떴다.

       자신의 제안이 거절당하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한 듯한 얼굴이었다.

         

       그녀는 충격을 받은 얼굴로 물었다.

         

       “궁금하지 않아요?”

         

       아까와 똑같은 말이었지만 뉘앙스가 전혀 달랐다.

       아까의 것이 제안에 가까웠다면, 이번의 말은 ‘이게 궁금하지 않다고? 너 제정신이니?’라는, 어마어마한 압박이 담겨있었기 때문이었다.

         

       엘라는 상식이나 예절보다 호기심을 위에 두는 아나스타시아의 모습에 잠시 입을 다물었다. 그리고 사명감을 담은 눈동자로 그녀를 쳐다보며 말했다.

         

       “언니. 얌전히 밥이나 먹어요.”

       “밥이요?”

         

       아나스타시아는 밥이라는 말에 자신의 식탁을 바라보았다.

         

       알록달록.

       젤리와 초콜릿으로 만든 과자 동산.

         

       아나스타시아는 식탁에서 눈을 떼고 창가 쪽을 바라보았다.

         

       채소와 고기가 허공을 날아가고 있었다.

         

       채소와 고기가!

       창밖으로 가고 있다!

       그것도 걸어서도, 기어서도 아니라, 날아서!

       

       아나스타시아는 참을 수 없었다.

       도저히 마음이, 본능이, 꿈에서 지내왔던 수많은 생활이 그녀에게 당장 창밖으로 뛰쳐나가서 채소와 고기가 어떻게 되었는지 확인을 하라고 말하고 있었다.

         

       게다가 본능이 위험하다고 말하지도 않았으니, 잠깐 확인하는 것 정도야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을 터.

         

       “동생. 이 언니가 밖에 나가서 저거 구경하고 싶어 하는 것 같은데요?”

       “밥 먹고 구경하세요.”

       “언니가 동생에게 저거 구경하고 싶어 하고 있다니까요?”

       “동생은 언니에게 밥 먹고 구경하라고 말했답니다.”

       “그럼 같이 구경 안 해도 되니까 손이라도 놓아줄래요? 손이 꽉 붙잡혀서 답답하네요~”

         

       아나스타시아는 동생에게 떼를 썼다. 하지만 엘라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단호한 표정을 지으며 그녀를 붙잡아 다시 의자에 앉혔고, 자신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있는 한 식사를 다 하지 않으면 여기서 나가지 못할 것이라며 엄포를 놓았다.

         

       아나스타시아는 엘라의 말과 호기심 둘 사이에서 밖으로 뛰쳐나갈까 말까 고민하다가, 어제 엘라가 예절 운운했던 것을 생각해내고는 얌전히 자리에 앉아 식사했다. 어차피 예절 교육은 일어날 일이지만, 그 교육의 강도를 굳이 높일 필요는 없었으니까.

         

       “지금 식당의 모습은 대마녀님께서 직접 하나부터 손을 대신 것이며….”

       “너무 세련되었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대마녀님의 작품이었다니….”

       “게다가 직접 음식을 시킨다는 것 자체가 너무 깨어있는 생각….”

         

       그렇기에 아나스타시아는 귓가에 들리는 나이 많은 사람들의 말소리를 대충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며, 온몸의 신경을 음식과 음식 재료에 집중했다.

       그리고 엘라에게 책을 잡히지 않도록 꿈에서 보고 들었던 식사 예절을 흉내를 내며 우아하고 깔끔하게 먹어 치우고는, 자신을 얼떨떨하게 바라보는 엘라의 시선을 받으며 식당 밖으로 나갔다.

         

       철컥.

         

       그리고 그녀는 식당의 문을 닫자마자 복도를 달려 정원으로 나왔다.

         

       똑똑.

         

       아나스타시아는 정원에 나오자마자 적당한 곳에 자리를 잡은 나무에게 업어달라는 듯 신호를 보냈다. 하지만 노크를 두 번 해도 위치크래프트의 효과가 끝난 것인지 나무는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고, 그녀는 실망이라는 듯 고개를 절레절레 젓고는 직접 뛰기 시작했다.

         

       그렇게 그녀는 마침내 채소와 고기가 느릿느릿한 속도로 움직이는 곳에 도착할 수 있었다.

         

       “우와.”

         

       그녀의 눈에 가장 먼저 들어온 것은 버섯이었다.

         

       음식 재료로 쓰이는 버섯이 아니라, 얼핏 봐도 그녀의 몸 절반 크기는 될 것 같은 돌덩이같이 커다란 버섯. 버섯은 특유의 반원 형태의 넓은 갓을 쓰고 있었고, 하얀색 기둥 같은 몸체를 불룩 세우고 있었다. 그리고 쉴 새 없이 기둥 위쪽에 나 있는 가로줄을 들썩이고 있었는데, 그 모습이 마치 버섯에 입이 달려있고 그 입을 크게 벌렸다가 닫으며 무언가를 씹는 것처럼 보였다.

         

       그런 버섯이 총 열하나였다.

         

       버섯들은 타이밍을 맞추기라도 한 것인지 똑같은 타이밍에 입을 벌리고, 똑같은 타이밍에 입을 닫았다. 그리고 그 타이밍에 맞춰 마치 보이지 않는 컨베이어 벨트가 존재하는 것처럼 식재료들이 열한 조각으로 작게 조각나 버섯의 입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버섯이 음식 재료를 머금을 때마다 버섯은 점차 몸을 커다랗게 불렸다.

         

       그리고 쑥쑥 자라나는 버섯의 중앙에는 진성이 있었다.

         

       청바지에 셔츠라는 가벼운 복장을 차려입은 진성은 버섯의 갓 여러 개로 이루어진 폭신해 보이는 침상 위에 누운 채 생고기를 뜯어 먹고 있었다.

         

       그는 앞니와 송곳니로 씹어먹으며 생고기에서 나오는 핏물을 버섯에 흠뻑 적시고 있었고, 그 위에 둥둥 뜬 과일이 진성의 위장에 들어가기를 갈망하고 있었다. 핏물은 버섯의 갓에 닿기가 무섭게 스펀지에 물이 흡수되는 것처럼 순식간에 사라져버렸고, 그럴 때마다 묘하게 버섯에 핏줄이 흐르는 것 같은 착각을 일으켰다.

         

       아나스타시아는 그 모습을 감탄 섞인 시선으로 바라보다가 진성에게로 다가갔다. 그리곤 진성을 신기하다는 듯이 쳐다보며 물었다.

         

       “은인, 그거 맛있나요?”

       “그럭저럭 먹을 만합니다.”

         

       진성은 호기심이 가득한 아나스타시아의 말에 대답해주었다.

       하지만 먹을만하다는 진성의 말과는 다르게 그의 표정은 무표정하기 짝이 없었고, 맛이 아니라 죽지 않기 위해서, 혹은 어떤 의무가 있어서 먹어야 한다는 것 같은 태도를 보이고 있었다.

         

       “어떤 맛인가요?”

         

       아나스타시아는 그 표정에 더 호기심이 샘솟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진성은 그런 그녀의 태도가 익숙하다는 것처럼 행동했다.

         

       “제 원시의 본능이 깨어나는 맛입니다.”

         

       아나스타시아가 호기심을 보여도 딱히 거부감을 보이지 않았고, 오히려 그녀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방향의 대답을 해주었다. 그리고 그것이 효과가 있었는지 아나스타시아는 귀엽게 웃으며 자신도 하나만 달라고 부탁했고, 진성은 고기를 아주 조금 떼다가 그녀의 손 위에 얹어주었다.

         

       그리고 그녀가 궁금해 미치겠다는 표정으로 그것을 입에 가져가려고 하자….

         

       “꺄아악! 언니! 그런 걸 왜 먹으려고 해요!”

         

       어느새 밥을 다 먹고 아나스타시아를 감시하기 위해 정원으로 나온 엘라가 번개같이 달려와 그녀의 손에서 생고기를 뺏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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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Shaman Desires Transcendence

The Shaman Desires Transcendence

주술사는 초월을 원한다
Status: Ongoing Author:
The shaman realized he had gained life once more. This time, he would live a life solely for transcendence, through shamanism al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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