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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50

       *

         

         

         활짝 열린 성문으로 병사들이 쏟아지듯 들이닥쳤다. 상 마틸렌느는 대단히 잘 관리된 관도를 자랑하는 대도시였다. 무역으로 이름 높은 도시답게도, 성하대로의 너비는 저 많은 병력을 수용하고도 모자람이 없었다.

         

         

        -와아아아아아—!!

         

         

         병사들은 흥분에 눈이 뒤집힌 채 달렸다. 군율이 엄격한 군대조차도 성벽의 함락 순간 약탈자들로 변하는 것은 한순간이다.

         

         이 정도 규모의 도시라면, 시민들이 아무리 최대한 피난을 떠났다 하더라도 어마어마한 전리품들이 잠들어 있다 하겠다.

         

         하물며 그랑마르텔 백작의 군단은 본대를 제외한 모든 병사들이 각 영주들의 사병으로 이루어져 있다. 엄밀히 말해서, 약탈은 군수물자의 막대한 비용을 막기 위한 경제활동에 가깝다.

         

         제 아무리 온전한 왕좌를 가지고 싶다 한들 약탈 자체를 금지할 수는 없다. 그 순간 휘하 남작들의 민심 이반이 일어날 테니까.

         

         따라서, 병사들은 거의 무제한적으로 풀린 약탈 대상에 눈이 벌개진 채 달렸다. 민가가 불타고, 숨어 있던 시민들이 끌려나오고, 창 밖으로 가구들이 던져진다.

         

         혼란이 이어진다.

         

         

         “어디! 어디에 있습니까?”

         “잠시, 잠시만요.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정보가….”

         

         

         유진은 미간을 찌푸리며 말을 몰아 달렸다. 보병들은 그들을 저지하지 않았다. 그들의 최우선 목표는 약탈이었고, 차선은 내성의 함락이었으므로.

         

         기실, 누구도 내성에서 지휘관이 직접 말을 몰고 돌격했으리라 여기지 않는 눈치였다. 상식이 있다면 당연했다. 이 자리에서 말을 타고 있다면 귀족이라고 여기는 것이 옳았다.

         

         군율이 제대로 확립되지 않은 탓이다. 병사들이 다른 영지의 귀족들까지 모두 파악하고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제가 봤어요! 저기, 저 하얀 말! 갑옷! 맞죠?”

         “맞습니다!!”

         

         

         일행은 말을 박차 질주했다. 병사들을 자극하지 않고 거꾸로 거슬러 올라가며. 병사들은 자신을 지나치는 말을 피하며 투덜거릴 뿐, 감히 적이라 생각하지는 못한 모양이었다.

         

         전선이 확립되지 않은 전장에선 흔히 일어나는 일이다. 이 경우엔 다행이라 하겠다. 유진은 병사들의 멍청한 얼굴을 바라보며 남몰래 한숨을 내쉬었다.

         

         이런 막무가내식 돌격이 진짜 통할 줄이야.

         

         생각보다 개판인 상황이라 다행이라 할지. 이 도시를 의도적으로 개판으로 만든 오스칼의 재치가 대단하다 해야 할지 헷갈렸다.

         

         뭐, 결과만 좋으면 좋은 거지. 하며, 유진은 오스칼의 뒤를 따라 말을 몰았다.

         

         엘피헤라가 발견한 한 무리의 기사가 곧 눈 앞에 나타났다.

         

         

         “에투앙—!!”

         

         

         오스칼의 입에서 거친 고함이 터져나왔다. 공포를 이겨내자 분노만 남았다는 듯이, 격렬하게.

         

         

         “네 손으로 벌인 짓을 보아라! 천년을 버틴 도시가 불타고 있다!!”

         

         

         오스칼은 고함치며 검을 뽑았다. 거리의 끝에서 다가오던 기사들이 멈춰서서 그들을 바라보기 시작했다.

         

         가장 선두에 선, 새하얀 갑주를 차려입은 장대한 체구의 기사가 관도를 가로막았다. 그의 등 뒤엔 지휘관의 군기를 든 종사가 시립해 있었다.

         

         에투앙 드 그랑마르텔의 갑주였다. 호화로운 투구 아래로 안광이 번뜩이는 것만 같았다.

         

         

         “에투앙 드 그랑마르텔!! 오라! 이 나라를 가지려거든, 이 나라에 남은 열사들의 시체를 밟고 지나야 할 것이다!”

         “오스칼!! 잠깐!!”

         

         

         군마가 달린다. 최대 속도에 도달한 군마는 이 정도 거리에선 제 힘으로 멈춰설 수 없다. 유진은 투구 아래에서 비명을 내질렀다.

         

         

         “저자는 그랑마르텔 백작이—!!”

         

         

         유진의 말은 오스칼의 귀에 닿지 않았다. 오스칼의 등장으로부터 혼란에 빠진 병사들과, 사방에서 들려오는 도시가 무너지는 소음이 너무 거대했다.

         

         심장박동이 너무나 크게 울린다. 공포가 아닌 분노로서.

         

         유진은 이를 꽉 깨물며 검을 들었다. 그를 따라 일행 전원이 무기를 곧게 들었다.

         

         

         ‘레벨은… 63!!’

         

         

         용사 파티의 평균 레벨을 고려할 때 압도적이라고 해도 모자람 없는 상대다. 저자가 에투앙이었다면 그럼에도 목숨 걸고 싸워야 할 대상이라 하겠으나—.

         

         

         “과연.”

         

         

         기사의 목소리가 웅웅 울렸다. 소음을 꿰뚫고 정확히 귓가를 파고들며.

         

         

         “역시 함정이었군. 귀여운 수를 쓰더라니.”

         

         

        -철컥.

         

         기사의 건틀릿이 안장에 걸친 창을 뽑아 올렸다. 보병들이 들고 다닐법한 거대한 도끼창이 휘우뚱 올라섰다.

         

         마상에서 상체 힘만으로 다루기엔 너무 거대한 병장기였다.

         

         

        -콰아아앙—!!

         

         

         오스칼은 간신히 고개를 숙여 도끼날을 피했다. 투구가 거칠게 갈리며 뜯겨 날아갔다. 그러고도 여력이 남은 도끼창이 관도 끝의 담벼락을 허물어버렸다.

         

         

         “오스칼!!”

         

         

         엘피헤라가 비명을 내지르며 수인을 맺었다. 마력이 움트고 벼락이 맺힌다. 콰직, 콰직, 공기절연을 파괴하는 소음과 함께 시퍼런 뇌전이 기사를 향해 내달렸다.

         

         

         “엘프?”

         

         

         기사는 머리에 정확히 꽂힌 벼락에도 고개를 틀어내는 것만으로 대응했다. 뇌전에 바싹 타들어간 투구끈이 힘 없이 떨어지고, 바이저가 바닥을 굴렀다.

         

         그 아래로 드러난 기사의 얼굴은, 에투앙의 것이 아니었다. 그보다 훨씬 나이든, 그러나 여전히 강인한. 바위 같은 사내의 것이었다.

         

         

         “장 제라르 드 라몽드!?”

         “아는 사람입니까!”

         “알다마다요! 붉은 남작 라몽드…! 저자가 대체 왜—?!”

         

         

         이자벨이 비명을 내지르며 말을 다독였다. 기마돌격이 마침내 멈췄다. 일행은 라몽드 남작의 앞에서 딱딱하게 굳은 채 무기를 움켜쥐고 섰다.

         

         주위에 소음을 들은 병사들이 몰려들었다. 창을 굳게 쥐고 그들을 겨누고 있었다.

         

         정면의 기사들은 움직일 생각이 없어 보였다. 선두에 선 기사를 믿기 때문이다. 붉은 남작 라몽드의 이름을.

         

         라몽드 남작은 전류가 타닥이는 투구를 벗어 바닥에 던지며 웃었다.

         

         

         “이자벨. 잘 지냈느냐?”

         “닥쳐! 이 배신자가—!!”

         “배신? 하하. 무슨 그런 서운한 소리를.”

         

         

         라몽드는 어깨를 두둑 풀고는 말을 몰았다. 다각, 다각. 말이 가까이 다가올수록 그 압박감이 더욱 거세어진다.

         

         쇠뇌와 장창을 겨누는 병사들 사이에서, 라몽드는 손을 저어 병사들을 만류하며 앞장섰다.

         

         

         “예의를 갖추어라. 패장이 직접 항복 문서에 조인하기 위해 오지 않았느냐.”

         “누가—!”

         “아니라면, 고작 이런 것을 작전이라고 시행했느냐? 호국경의 아들, 용사의 아들, 그리고… 뭐. 외국인들. 핏덩이들이 옹기종기 모여서, 목숨을 걸고 내달리면 승리할 수도 있으리라고?”

         

         

         라몽드는 껄껄 웃음을 터트리며 오스칼을 바라보았다.

         

         

         “성문을 열어둔다는 건 항복하겠다는 의미인데, 정작 내성을 잠그고 농성을 선택했다. 그리고 백작께는 귀족들의 목을 포장해서 보내기까지 했지. 당장 들어오라고 도발까지 해놨다면, 당연히 무슨 수가 남아 있는 것이 정상 아닌가?”

         “널 진작에 죽였어야 했어. 라몽드 남작.”

         “네 실력으로는 턱없이 부족하지.”

         “아버지께서 널 믿어선 안 됐는데.”

         “쉬운 일이더군. 대공의 신뢰를 사는 것은 말이야.”

         

         

         오스칼은 핏줄이 터질 듯 불거진 손으로 검을 움켜쥐었다.

         

         동방기사단의 입회기사. 베르니니 산맥의 용이 처음 제보되었을 때 가장 먼저 나선 뒤 실종되었던 사내였다.

         

         저 사내의 실종으로 동방기사단이 직접 군사를 움직일 명분을 갖추었다. 1왕자의 명과는 별개로, 동방기사단 전원을 대동하기 위해선 그 정도의 명분이 필요했던 탓이다.

         

         

         “처음부터, 모두 계획된 일이었던가. 용의 출현부터 지금 이 상황까지…? 대체 어떻게, 대체 얼마나 오랜 세월 준비해온 것이냐…?”

         “적어도 네 나이보다는 오래 되었지.”

         

         

         라몽드는 도끼창을 빙글 들어 어깨에 걸쳤다. 그는 건틀릿을 까딱이며 말했다.

         

         

         “누구도 이 싸움에 개입하지 말라. 호국경의 목을 친 공적은 이 몸의 것이니라.”

         “모두들. 미안합니다.”

         

         

         오스칼은 분을 삭히며 낮게 말했다.

         

         사지다.

         

         설령 라몽드 남작을 베어낸다 하더라도 빠져나갈 길이 보이지 않았다. 저 자리에 에투앙이 있었다면 목숨을 걸고 싸워 인질극이라도 하며 성으로 퇴각할 수야 있었겠으나.

         

         라몽드 남작의 목엔 그 정도의 가치가 없다. 설령 저자를 꺾는다 하더라도, 에투앙은 주저 없이 인질과 함께 죽이라 명할 사내였으니.

         

         

         ‘이반 씨의 말이 옳았구나.’

         

         

         작전을 수립하는 데에 가장 중요한 것은 정보이며.

         함정이란 그것을 준비한 자들의 최선이기 마련이므로.

         

         충분한 자신이 있다면 함정에 스스로 들어가라. 함정의 존재를 인지하고 그 정보와 가능성을 모두 검토한 이후에라면 더욱 과감히.

         

         이반의 가르침은 전술의 기초였다. 이는 반대로 설명하자면, 함정을 팔 때엔 할 수 있는 최선을. 실패할 경우에 뒤 없이 무너지리란 각오를 다지고 시행했어야 했다.

         

         각오는 충분했다고 믿었다. 충분하지 않았으나.

         

         오스칼의 말에 이자벨이 검을 들었다.

         

         

         “용사 파티가 위기에 빠지다!!”

         “…예?”

         “야망에 눈이 먼 귀족과 타락한 기사들의 권모술수로 위기에 빠졌다!”

         

         

         이자벨은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러나 그녀의 눈은 웃고 있지 않았다. 타오르는 샛별처럼, 그녀는 이글거리는 눈으로 라몽드를 노려보고 있었다.

         

         

         “그러나 용사란 언제나 앞서 걷는 자라. 가장 강한 자가 아닌, 가장 용맹한 자를 부르는 말이라! 오스칼, 질 베르의 아들. 두렵다면 물러서라!”

         “이자벨 양….”

         “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이자벨은 검을 들어 라몽드를 겨누었다.

         

        -철컥.

        -스릉.

        -파직…!

         

         동시에 모든 일행이 전투를 준비했다.

         

         애초에 이번 작전은 모두가 함께한 것이니. 실패의 부담을 홀로 질 필요도, 지레 자책해 실력을 발휘하지도 못한 채 죽을 이유도 없다.

         

         그런 의미로. 아무런 대답 없이도 그 진심이 전해지는 행동으로.

         

         

         “생로는 언제나 뒤가 아닌, 앞에 있는 법이다!”

         

         

         아저씨가 가르쳐준 대로.

         생존, 침투, 암살, 그리고.

         

         개척.

         

         

         이자벨은 크게 외치며 앞으로 말을 몰았다. 합을 맞춘 적이 없었음에도, 일행 전원은 자연스럽게 이자벨을 중심으로 쐐기꼴의 방진을 짜고 질주하기 시작했다.

         

         

        *

         

         

        -부우우우우우—!!

         

         

         “우리가 늦었습니다…! 우리가 늦었어요! 예레모프 경. 이를… 이를 어찌하면 좋습니까!”

         

         

         상 마틸렌느는 불타고 있었다. 이미 수많은 병사들이 도시의 성문을 활짝 열고 진군하고 있었다.

         

         도시 곳곳에서 온갖 종류의 소음이 들렸다. 그러나 그것은 전투의 소음이 아니었다. 파괴와 약탈의 소음이었다.

         

         이런 종류의 소란을 잘 알고 있었다. 익숙한 전장 환경이라 하겠다.

         

         

         “아직 아니다.”

         

         

         이반의 시선이 도시의 한가운데에 닿았다. 팔레 드 로얄. 이 도시의 왕성이자 깊은 해자 너머에 존재하는 단단한 아성이다.

         

         그리고 그 위에서 아직, 틸레스의 왕실 문장이 휘날리고 있었다. 에타크리히의 깃발과 함께.

         

         이반의 시선이 다시 성문과 외성에 닿았다. 그 어디에도 전투의 흔적이 없다. 성문을 파괴한 흔적조차 없다. 처음부터 열려 있었다는 뜻이다.

         

         

         ‘내성에서 수성을 하려 했군.’

         

         

         그것뿐이라면 발악에 불과하다. 외부의 원군이 불확실한 이상 이 정도의 병력차를 단지 내성의 방비만으로 견뎌낼 수는 없는 노릇이다. 보급 역량부터 차이가 확연하니까.

         

         그러니 아마도 일행의 계산이라면—.

         

         

         ‘함정을 팠겠다.’

         

         

         외성을 열고 적들을 유인한다. 내성에서 수성한다 친다면, 적의 수괴는 반드시 시내에 진군해 협상이든, 조롱이든, 개선이든. 무엇이 되었든 시도하리란 판단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안일했다. 예측하기 너무 쉬웠어.’

         

         

         이반은 한숨을 내쉬었다. 훌륭한 작전이란 것은 적의 행동에 기대어 수립되어선 안 된다. 적의 행동을 강제하며 수행되어야 하는 것이다.

         

         만일 그였다면 외성뿐만 아니라 내성까지 열었을 것이다.

         

         유진이 있으니 백작의 하수인들을 모두 제거하고, 왕의 대역을 대신 앉혀둔 뒤 왕가를 빼돌렸을 것이다.

         

         내성을 열고 놈의 개선식까지 기다릴 것이다. 인내심을 가지고, 이 넓은 도시 속 어딘가에 도사리며.

         

         그리고 마침내 가장 적절한 순간이 왔을 때, 가령 개선 직후의 연회 같은. 모든 전쟁이 끝난 뒤 반드시 경계가 흐려질 수밖에 없는 그 순간에.

         

         그때 에투앙 백작을 암살한다. 그리고 암살한 자리에 측근들의 흔적을 남겨둘 것이다. 내분을 유도하고, 수뇌부를 잃은 야심가들이 다시 내전을 시작하도록.

         

         그때 성문을 폐쇄한다. 그것으로 족하다. 성의 내부는 서로가 서로를 죽이는 아귀도가 되어 있을 테니까.

         

         충분한 시간이 지난 뒤 왕의 이름으로 소집한 병사들과 함께 진입하면, 상 마틸렌느를 수복할 수 있을 것이다.

         

         시간과 여건이 충분하다면 시행했을 작전이다. 반란을 조직한 백작이 단 하나뿐이었다면 고민조차 하지 않았을 대전략이다.

         

         

         ‘누가 가르쳐줄 수 있는 방법은 아니다.’

         

         

         이건 실전을 통해 다져야 하니까.

         

         이반은 말의 박차를 차며 앞으로 나섰다. 아직 살아있다면, 오늘의 경험을 통해 더욱 성장할 수도 있겠지. 그런 생각을 하며.

         

         

         “어디, 어디 가십니까?”

         “내가 그대들에게 했던 말을 기억하나?”

         “예?”

         “더 나은 곳에 목숨을 바치라 했던 말. 기억하고 있나?”

         “…예.”

         

         

         이반은 뒤를 돌아보지 않으며 말을 몰았다. 언덕을 빠르게 내려가서, 상 마틸렌느를 향해서.

         

         

         “지금 이 자리다. 귀관들의 목숨을 내게 다오. 내가 귀관들에게 고향을 돌려주겠다.”

         “하, 하지만 어떻게…? 우린 겨우 육십이 조금 넘소!”

         “돌파.”

         

         

         이반은 검을 들어 정면을 향했다. 그들의 돌출을 감지한 기병대가 그들을 향해 우회하고 있는 것이 보였다.

         

         그 수가 물경 이백에 달한다. 하나하나 기사가 아닌 이들이 없다.

         

         저들을 넘어서 돌파하더라도, 다시 보병들의 장막을 꿰뚫어야 한다. 그 뒤엔? 다시 기병들을 돌파하고 나아가야 한다.

         

         이것은 섬멸 작전이 아니다. 이건 일점돌파를 통한 종심타격. 오직 지휘부를 암살하기 위한 돌격이다.

         

         적지 한가운데를 관통하여 적군과의 교전을 최소화시키고 마침내 적의 우두머리를 처치하는, 참수작전.

         

         

         “승리는 뒤에 있지 않다. 오직 정면에 있을 뿐.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겠다. 기꺼이 죽어 주겠는가?”

         “제기랄, 미치겠구만!”

         

         

         남작들은 한차례 투덜거리고는 검신에 입을 맞췄다.

         

         철컥, 철컥. 남작들의 모든 기사들이 동시에 투구 바이저를 깊게 눌렀다. 그 아래에서 새파란 안광이 비쳐 보이는 듯했다.

         

         

         “그 약속 반드시 지키쇼!”

         “반드시.”

         

         

         60인이 언덕을 타고 질주하기 시작했다.

         

         그들을 향해 다가오는 기병대를 똑바로 노려보며. 이미 그 수가 그들의 네 배는 더 많았고, 그 뒤에 있을 병력들이라면 수의 차이를 계산하는 것조차 우스운, 말 그대로 해일과 같은 숫자다.

         

         그 사이를 향해 달려간다. 이미 오랜 전투로 피로하고, 오랜 행군으로 지친 말과 몸으로. 당장 쓰러져도 이상할 것 없는 컨디션으로. 그러나 그럼에도.

         

         적들이 해일이라 한다면, 참 적절하다 하겠다.

         

         이 자리의 모두는 왕국을 위한 방파제가 되겠노라 맹세한 이들이었으니까.

         

         그러니, 60인의 기병이 달린다. 3만 명이 넘는 병력을 향해서.

         

         상 마틸렌느를 향해서. 여명을 등진 채로.

         

         

        *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이번 에피소드 마무리는 아니고 클라이막스쯤 될 장면이 다음화부터 나올건데
    다음주로 미루기엔 너무 아쉬우니까 좀만 정리되는대로 주말에 올리겠습니다.

    나 못참아.

    다음화 보기


           


30 Years Have Passed Since the Prologue

30 Years Have Passed Since the Prologue

프롤로그에서 30년이 흘렀다
Score 7.8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I got transmigrated into a game I’ve never seen before. I thought it was a top-notch RPG and spent 30 years on it. I retired as a war hero and planned to spend my remaining time leisurely. But it turns out, it was an academy st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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