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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50

       

        

        

        

        

       -[스포츠 // 스포츠 일반 // 칼럼]

        

       -[이지환 기자 // [email protected]]

        

       -[멈추지 않는 유진, 다크 존의 역사를 새로이 쓰다]

        

        

        

       <KSM 사전선발 이후 사회자와 인터뷰를 나누는 유진 사진>

        

        

        

        대한민국에서 가장 인기있는 E스포츠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VR FPS 게임 다크 존, 그리고 그 중에서도 가장 권위있는 PVP 대회 중 하나인 에이펙스 프레데터-파이널 챔피언십으로 향하는 관문인 KSM. 그곳에서 요즘 한 선수가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다.

        

        유진. 연령도 성별도 전부 미상인 이 유저는 고작 한 달 하고도 반이라는 짧은 시간 내에 대회 랭크와 스크림, 그리고 예선 랭크를 거쳐 KSM에 발을 디뎠고, 모든 대회를 통틀어 단 한 번도 없었던 퍼스트 페이즈에서 사전 선발권을 거머쥐었다.

        

        

        수많은 전문가들은 유진의 비현실적인 경기력과 전투력에 강한 관심을 드러내었다. 탄탄한 기본기를 바탕으로 한 반응속도와 순간적인 센스, 지형지물의 이용 등을 통해 승패가 갈린다고 여겨지는 기존의 통념을 간단하게 무너뜨렸기 때문이었다.

        

        해당 선수의 플레이는 기존에 슈퍼플레이라고 여겨지던 임기응변 및 반응속도를 포함한 속칭 ‘피지컬’에 영향을 많이 받는 플레이가 교전에 그리 중요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점을 여실히 보여준다. 그리하여 이 선수는 기존 E스포츠계에 새로운 화두를 던졌다. 바로 은퇴 문제에 관해서다.

        

        E스포츠는 데뷔와 은퇴가 빠르다. 다크 존으로 대표되는 VR 게임이 나오기 전에는 더욱 당연하게 느껴지는 통념이다. 10대 중후반에 데뷔해 20대 초중반이면 은퇴를 하는 게 세계적 추세이기도 하다. 초 단위로 변하는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최고 수준의 반응속도를 요구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유진은 다르다. 우직하고 압박적이다. 비교 불가능한 정확성을 가진 사격과 과감하고 재빠른 기동, 그 모든 요소 사이에 자연스럽게 녹아든 시각과 청각의 정확한 봉쇄 타이밍까지. 이는 피지컬이 아닌 판세를 원하는 대로 조립하는 플레이에 가까울 것이다.

        

        그리하여 그녀는 다크 존이 소위 말하는 나이와 같은 게임 외적 변수에 영향을 비교적 덜 받으며, 피지컬과는 조금 동떨어진 견실한 운영과 트리키한 교전법이 국내 최고의 대회에서도 통한다는 것을 증명했다. 이러한 모습은 작년 아시아에서 유일하게 본선 10등 안에 든 일본의 프로게이머 케이스Keith와도 언뜻 닮아있다.

        

        

        

       <다이스의 작년 성적과 올해 성적이 담긴 분석 그래프>

        

       <블루밍의 평균 성적과 그동안의 행보가 담긴 분석 그래프>

        

        

        

        한편 이 놀라운 선수의 행보는 단순히 게임만에서 멈추지 않는다. 유진은 현재 SSM Entertainment의 임시 코치로 활동하는 중이며, 놀랍게도 고작해야 한 달 정도만에 평이한 가로선을 그리던 SSM의 상승세를 우상향으로 비틀었다.

        

        어디 그것 뿐만일까. 유진은 근래 들어 한창 주가를 올리고 있는 SSM Entertainment 소속 AP 1군 유저인 다이스를 직접 가르치는 것으로도 널리 알려져있다. 과연 이 유저가 어떤 커리큘럼을 제공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다이스의 평균 기량이 작년에 비해 현저히 상승했다는 점을 통해 이에 대해 조금이나마 유추해볼 수 있을 듯하다.

        

        그러나 여기에서 멈추지 않는다. 유진의 가르침을 받은 유저 중에는 같은 SSM 소속인 블루밍이 있다. 그리고 그 역시 이전보다 적잖아 15% 향상된 실력을 통해 처음으로 KSM이라는 대무대에 발을 디뎠다. 이러한 명시적인 증거가 바로 이 유저의 특별함을 증명하고 있다.

        

        

        한편 유진은 스트리머로도 유명하다. 이 선수가 그동안 많은 경기와 인터뷰 등을 겪었음에도 불구하고 떨리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 건 그동안 수많은 인파들을 상대한 경험이 있어서일까. 그리하여 이 유저는 할 말은 다 하는 성격으로도 팬들의 사이에서 널리 알려져있다. 

        

        어쩌면 이는 소위 말하는 ‘꼬리단’들의 장난 가득한 말들 사이를 뚫고 나오는 유진의 담담하면서도 명쾌한 어조 때문일 수도 있다. 그러나 이 선수에게도 약한 부분은 있다. 요컨대 부끄러운 별명이 바로 그것으로, 유진은 이로 인해 같이 출전한 다이스에게 레슬링 기술을 시전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아직 다크 존은 서비스한 지 5년, 그리고 프로가 출범한 지 고작해야 3년밖에 되지 않았다. 앞으로도 매년 인기를 더해갈 예정인 다크 존, 그 과도기적인 열광의 사이에서 나타난 유진. 이 선수의 조용하면서도 엉뚱한 매력에 빠져보는 것은 어떨까.

        

        아래는 이 선수의 어제자 사전 선발 인터뷰이다.

        

        

        

       <Q : 한국 국가대표로 선발된 기분이 어떤가?>

        

       <A : 실질적인 플레이 판수는 그리 많지 않으나, 정말 다양하고 유익한 경험을 할 수 있었다. 특히 부서지는 바위산 위를 질주하거나, 컨테이너선이 폭발하거나, 사방 천지가 화염에 뒤덮이는 등 맵의 기믹 등으로 인해 더더욱 그런 것 같다.>

        

        

       <Q : 교전에는 정말 수많은 변수가 있을 텐데, 승리의 비결이 있나?>

        

       <A : 교전의 매 순간마다 생각하는 것이 중요하다. 불리한 상황을 강요하고, 전술적 및 전략적 이점을 봉쇄하는 걸 예로 들 수 있겠다. 청각과 시각의 혼동을 유발하는 방법을 주로 사용한다.>

        

        

       <Q : 가능하다면 어디까지 올라가는 걸 목표로 두고 있는지?>

        

       <A : 미국 정상의 공기가 그렇게 맑다고 들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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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토요일이 지나고 일요일이 온다.

        

        오로지 두 사람을 제외하고, 각자의 이유로 잠들지 못하는 토요일의 밤이 흘러간다. 그러나 누구든 후회는 하는 법이었다. 스스로가 남 못지않게 준비해왔다고 하더라도 각자가 발휘 가능한 실력은 매번 같지 않았기에.

        

        광란에 가까웠던 어제의 불길이 하얀 잿더미로 변하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토요일이었기에 자정을 고작 몇 시간 남겨두고 끝난 KSM. 더군다나 수많은 이들이 치킨과 맥주와 함께 했고, 수마와 합쳐진 식곤증은 파괴적인 위력을 발휘했다.

        

        그나마 버티던 이들, 그리고 마지막까지 다음 날을 대비한 연습을 하던 유저들조차 새벽 세 시가 가까워지며 전멸. 수백만 명이 일제히 함성을 내지르던 광란의 토요일이 과거로 화하며 생겨난 잿더미만이 일요일의 아침 위로 소복히 내려앉을 뿐이었다.

        

        

        그럼에도, KSM이 돌아가듯, 마찬가지로 평소보다 조금 늦게 잠에서 깨어난 열 개의 구단 역시 밤 사이 굳었던 몸을 움직이며 기지개를 펴고 있었다. 저녁 식사 시간 전에 시작하는 경기는 선수들에게 충분한 휴식 시간을 제공했기 때문이었다.

        

        평범하게는 오전 10시, 더 늦게는 오전 12시. 아침의 태양이 떠오를 때를 한참 넘겨, 해가 중천으로 향할 즈음 느긋하게 수마에서 헤어나온 선수들이 하나둘 식당으로 모이기 시작했다.

        

        물론 다이스는 그 중에서도 엄청 늦은 사람 중 하나였다.

        

        

        

       “…으에.”

        

        

        

        두꺼운 커튼 사이로 스며드는 9월의 햇빛은 여름이 아직 온전히 가시지 않았단 걸 증명하듯 여전히 따가웠다. 에어컨이 정상 작동 중이었기에 폐부로 차가운 공기가 파고들었다.

        

        얇은 이불을 발로 슬그머니 밀치고는 기상. 백색의 피부를 가리던 옷들이 하나둘씩 떨어진다. 샤워실의 문을 열고는 볼 일을 보고 세안. 그리고 벽면의 단추를 누르자 천장에서부터 물방울이 수북히 떨어져 머리를 적신다.

        

        물론 온도조절이 안 됐기에 차가웠다.

        

        

        

       “흐익!”

        

        

        

        어쨌든 잠은 깼다.

        

        치렁치렁 내려온 금발이 강렬한 수압에 의해 촉촉히 젖어들어가고 있었다. 미리 구비해둔 목욕용 의자에 앉아 머리카락 구석구석을 전부 적신 다음 샴푸를 한움큼 짜서 문지르기 시작했다.

        

        샴푸는 아무래도 클렌징 폼 같은 것보단 독했기에 얼굴에 닿지 않는 게 중요했다. 고개를 살짝 옆으로 늘어뜨리고 샴푸질. 두피는 자극이 가지 않게끔 손가락으로 살살. 적당히 완료되었다 싶으면 거품이 닿지 않게 물로 씻어낸다.

        

        한 번 씻어내도 성분이 남아있기 때문에 최소 두세 번 물로 헹궈낸 다음, 린스 약간. 머리카락은 열심히 관리하는 터라 개털 같은 상태는 아니었기에 트리트먼트는 일주일 정도 더 있다가.

        

        여기까지 20분.

        

        

        

       -[유진 : 일어났어요?]

        

       “아, 유진 씨.”

        

        

        

        보이스 온리 채널이 홀로그램의 형태로 팝업했다. 이 사람은 먼저 일어났구나 싶었다. 물론 자신이 너무 늦게 일어난 것도 사실이었다.

        

        마침 지루하던 참이었다. 머리가 어느 정도 마무리되긴 했지만, 앞으로 해야 할 일이 많았기에 말동무가 있는 건 좋았다. 뭐부터 말할까 하다가 그냥 평범하게 가기로 했다.

        

        

        

       “뭐하고 있었어요? 전 지금 일어나서 씻는 중인데.”

        

       -[유진 : 운동 다녀와서 샤워하고 있었죠.]

        

       “와. 무슨 운동…아, 맞다. 역기 들고 오셨겠구나.”

        

        

        

        그럼 그렇지.

        

        물론 그것과는 별개로, 어제 자신과 함께 오전 2시까지 블루밍을 비롯하여 KSM에 참가한 SSM 소속 유저들을 가르치던 사람이 아침에 일어나서 운동까지 한다라. 진짜 어떻게 되먹은 체력일까 싶다.

        

        하지만 자신과 마찬가지로, 이벤트 매치를 제외하곤 본래라면 오늘까지였을 KSM에 더 이상 참가할 필요가 없었기 때문에, 다르게 보면 승자의 여유라고도 할 수 있겠지.

        

        그리 생각하니 장난기가 은근슬쩍 들었다.

        

        

        

       “총상금이 2억이니, 1등은 아마 3천 정도 받으려나. 실례가 안 된다면 맛있는 것 좀 사주세요.”

        

       -[유진 : 다이스도 2등이잖아요.]

        

       “원래 남의 돈으로 사준 음식이 제일 맛있잖아요, 히히.”

        

        

        

        그렇게 신나게 떠들며 머리카락을 문지르다 보니 어느샌가 머리카락에 남은 린스 감촉도 슬그머니 사라지고 있었다.

        

        버튼을 몇 개 눌러 천장에서 떨어지던 물줄기를 껐다. 흠뻑 젖은 머리카락을 잡아 빨래마냥 – 물론 그것보단 살살 – 물을 짜내고 난 뒤, 샤워볼에 바디워시를 듬뿍 묻히고 물을 뿌려 거품을 낸다.

        

        몸을 슥슥 문지르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계속 이어나갔다.

        

        

        

       “그래도 유진 씨 아니었으면 여기까지 못 왔죠. KSM 발표 끝나면 언제 한 번 만나요. 맛있는 거 사드릴게요.”

        

       -[유진 : 뭘 또 그렇게까지.]

        

       “저 만나기 싫어요? 너무하네.”

        

       -[유진 : 으휴.]

        

        

        

        이게 뭔 반응이람.

        

        아무튼 샤워도 막바지에 들어선 참이었다. 천장에서 쏟아진 물들이 거품을 모조리 헹구는 사이, 샤워볼을 원래 있던 자리에 걸어놓고는 환기 시스템을 가동시켰다.

        

        샤워실 안에 잔존하던 수증기가 순식간에 빨려나간다. 이제는 건조만이 남은 시점. 샤워실 한 켠에 자리한 작은 공간 안에 들어가 의자에 앉은 후 입을 열었다.

        

        

        

       “이제부터 좀 시끄러울지도 몰라요.”

        

        

        

        부우우우웅!

        

        그와 동시에 벽면의 노즐에서부터 뿜어지는 세찬 공기. 강하지만 부담스럽지 않은 공기가 원형으로 순환하며 온 몸에 있는 물을 순식간에 말리기 시작했다. 심지어는 머리카락에 있는 습기조차 순식간에 사라졌다.

        

        그렇게 고작해야 2분이나 지났을까, 바싹 마른 몸을 이끌고 샤워실 바깥으로 나왔다. 바닥에 적당히 널브러진 얇은 잠옷은 세탁기에 갖다 던지고, 언더웨어 착용 후 아무 옷이나 적당히 골라입었다.

        

        평범한 블랙 계열 와이드 슬랙스에 전천후에 입기 가능한 SSM 티셔츠. 짙은 파란색이라 컬러가 조금 미스매치인 것 같은 느낌이지만, 어디 나갈 것도 아닌데 뭐 어때.

        

        마지막으로 얼굴에 간단히 뭔가를 바르자 슬그머니 배가 고파왔다. 시간은 12시 30분.

        

        이제 슬슬 밥을 먹으러 갈 시간이었다.

        

        

        

       “아침 겸 점심이라. 그래도 마음은 홀가분하네요. 작년 이 즈음에는 경기하기 싫어서 점심에 조금 먹고 경기 뛰었다가 배고파서 죽을 뻔했어요. 시청자들이야 저녁 먹으면서 여유롭게 관람할 수 있지만, 정작 선수들 입장에선 쉬는 시간에 빵 같은 걸로 때워야 하거든요.”

        

       -[유진 : 생각해보니 그렇겠네요. 이벤트 매치 안 하고 밥 먹는 사람도 있을 것 같은 느낌인데.]

        

       “그렇죠. 근데 이번 년도에는 없는 것 같네요. 이제 AP 솔로잉 대회도 세 번이나 했으니 다들 꿀팁 아닌 꿀팁 같은 걸 전수받았나.”

        

        

        

        식당은 1층에 있었고, 내 방은 3층.

        

        독특하게도 SSM 건물 내에는 엘리베이터 이외에도 여러 대의 에스컬레이터가 설치되어 있어, 굳이 엘리베이터를 기다리거나 계단으로 내려갈 필요는 없었다.

        

        오늘 점심은 뭘 먹어야 하나 생각하면서 말을 이었다.

        

        

        

       “유진 씨는 블루밍 말고 또 괜찮아보이는 유저 있나요? 이번에 저희 구단에서 KSM 출전한 애들은 저희 말고도 7명이나 더 있으니까요.”

        

       -[유진 : 글쎄요. 다들 나쁘지 않지만…대회라는 측면에서 보자면 조금 안타깝긴 하네요. 가르친 분들에게 전부 원하는 결과를 쥐어줄 수는 없는 노릇이니.]

        

       “그렇죠. 아시아 예선전 출전 인원수는 20명 제한. 구단의 숫자는 열 개니까, 단순 비율로만 따진다면 한 구단 당 두 명. 일단 유진 씨까지 SSM으로 카운트하면….”

        

       -[유진 : 올라갈수록 문이 좁아지는 건 어쩔 수 없죠. 아무튼 지금으로선 21~40위, 그러니까 국가대표 예비 자리가 보장해줄 수 있는 최대한일 것 같아요.]

        

        

        

        적당히 고개를 끄덕이며 에스컬레이터에 탑승.

        

        어느덧 1층에 다와가고 있었다.

        

        

        

       “점심 추천해주세요.”

        

       -[유진 : 제 꿀밤이라도?]

        

       “…그냥 아무거나 먹을게요. 그건 그렇고 언제 SSM 한 번 놀러오세요. 저희 무인식당 불고기덮밥 진짜 맛있어요.”

        

       -[유진 : 비싼 거 사준다고 하지 않았어요?]

        

       “나오기나 하고 말해요. 3대 700씩 치는 헬창이든 뭐든 상관없으니까, 증말.”

        

       

        

        그렇게 1층으로 내려갔다.

        

        전부 아는 얼굴이었다. 그나마 헷갈리는 건 얘가 연습생인지, 2군인지 정도. 코칭 스태프랑 감독, 같이 다니는 1군 애들은 이미 얼굴을 다 외워놨고, 홍보부나 회계부 등등에 근무하는 분들은 안타깝게도 많이 모른다.

        

        연습생들은 실제로 데뷔한 프로게이머들보다는 좀 더 빨리 일어난다. 우리가 10시 즈음 기상한다면 얘네들은 대략 8시 정도. 연습량이 아무래도 더 많아야만 했다.

        

        다르게 말하면, 나는 아침을 먹으러 왔고, 얘네들은 점심을 먹으러 왔단 소리였다. 이렇게 생각하니 또 여러모로 글러먹은 느낌이다. 사회인들은 바쁘게 살 줄 알았는데 고등학교 방학 때랑 별반 다를 게 없네.

        

        물론 인게임에선 뒤지게 바쁘지만.

        

        

        

       “아, 다이스다!”

        

       “SSM의 자랑! SSM의 유일한 사전선발자!”

        

       “박수 쳐, 박수!”

        

       “야이, 하지 마! 창피하단 말이야!”

        

        

        

        짝짝짝짝짝!

        

        엄포 아닌 엄포를 놓았음에도 불구하고 어김없이 들려오는 박수 소리. 하여간 청개구리들 같으니라고.

        

        키오스크 앞에 늘어선 줄은 상당히 빠르게 줄어들었다. 음식이 나오는 속도는 무지막지하다. 따로 조리사가 요리하는 게 아니라 기계가 만들기 때문이었다. 기술의 발전은 참 여러모로 신기하기 짝이 없었다.

        

        그 성능만 해도 스테이크 10인분을 동시에 조리하면서 표면 온도와 심부 온도를 밀리초 단위로 측정할 정도였으니, 자연스럽게 음식의 퀄리티는 정말 어마어마해질 수밖에 없었다.

        

        유진 씨에게 괜히 자랑한 게 아니란 소리였다.

        

        

        아무튼, 점심이다. 불고기 얘기를 하니 또 그게 먹고 싶어졌다. 주문을 완료한 후 적당히 아무 자리에 앉았다. 어차피 서빙 기계가 음료수고 식기고 밥이고 다 들고 올 테니 기다리기만 하면 됐다.

        

        결국 남은 건 대화 뿐이다.

        

        

        

       -[유진 : KSM 끝난 이후에는 뭘 했나요?]

        

       “개인 프로필 촬영도 하고, 관련 사이트도 개설하고, 사진 촬영 및 방송 프로그램 출연도 있고…이건 외적인 이야기. 나머지는 이제 스크림하고, 외국 구단 경기 분석하고, 적용해서 플레이하고, 그냥 그런 거 반복해요. 생각보단 재미없을 거예요.”

        

       -[유진 : 예전이랑 별반 다를 건 없네요.]

        

       “그래도 뭐어, 실질적으로 선발된 다른 19명들이랑은 끈끈하게 붙어 다니죠. 물론 본선 진출권이야 많아봐야 4개지만, 그래도 뭐라고 해야 하나. 다른 나라에는 질 수 없다! 같은 느낌? 아무래도 그런 감이 있죠. 유진 씨는 뭘 하려고 했길래 그래요?”

        

       -[유진 : 음.]

        

        

        

        짤막한 정적.

        

        그러더니 그녀는 장난기 어린 목소리로 말했다.

        

        

        

       -[유진 : 밀린 숙제 해야죠.]

        

       “…숙제요?”

        

       -[유진 : 요거요.]

        

        

        

        그와 동시에 눈 앞에 떠오르는 사진 하나.

        

        그건….

        

        

        

       “…아니, 메인 미션을 아직도 다 안 밀었어요!?”

        

        

        

        현재 메인 미션 진행도 – 78%, 그리고 월요일부터 있을 하모니와의 합방 공지사항까지.

        

        그나마 다이스에게 남아있던 한 줌의 어처구니마저 증발하는 순간이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다음 화로 KSM 이야기가 끝납니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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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귀환했지만, 총을 놓을 수는 없습니다
Score 4.1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Just the fact that I came back couldn’t be the end of everyt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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