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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50

       *** ***

         

       “믿을 수가 없구나.”

         

       유경의 중얼거림에 사마경휘는 뭐라 할 말이 없었다.

         

       “내가, 이 눈으로 보고 있음에도 지금의 광경을 믿을 수가 없어.”

         

       그만큼 비현실적인 광경이었다.

         

       호천안의 자리에 계속해서 쌓이는 금자들을 바라보며 유경은 멍하니 중얼거렸다.

         

       “이런 일이 어찌 가능하단 말인가.”

         

       천상루 2층 전체의 모든 도박사들과 구성원들은 최선을 다하고 있었다.

         

       호천안에게 속절없이 금화를 빼앗기는 도박사들. 저들이 형편없는 도박사들인가? 아니었다. 낙양에서 난다 긴다 하는 도박사들을 모조리 뽑았고 그 중에서도 선별하고 선별해 판에 세웠다. 직접적으로 도박판에 오르지 않은 다른 도박사들도 머리를 모아서 계획을 세웠다.

         

       문외한인 그들이 보기에도 혀를 내두를 계획이었고 수단과 방법조차 가리지 않는 냉혹한 판이었다.

         

       무림식으로 말하면, 이름 난 고수들을 모두 모아 이름 높은 합격진을 구성한 상태로 한 사람을 포위한 채로 싸움이 시작된 셈이었다.

         

       그 안에서 버티는 것만 해도 절대고수라고 부를 수 있는 판국에…

         

       호천안은 단신으로 모든 도박사들을 압살하고 천상루 2층이라는 공간 자체를 지배했다.

         

       꿀꺽.

         

       적당히 껄렁한 자세로 도박판에 앉아 있는 호천안의 모습에서 유경은 한 단어를 떠올렸다.

         

       절대자(絶對者)!

         

       인간의 형상을 하고 있지만, 도무지 인간의 힘으로는 항거할 수 없는 대자연(大自然)과 같은 막막함이 느껴졌다. 그 누구도 산을 밀어낼 수 있다고 여기지 않고 바다를 메마르게 할 수 있다 여기지 않는 것처럼.

         

       도무지 인간이 적수로 삼을 수 있는 대상이 아닌 것 같았다.

         

       탁. 탁. 탁. 탁.

         

       유경은 멍하니 패를 섞고 있는 호천안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이미 모든 것을 놓아버린 듯한 학조. 패를 섞고 있는 호천안을 공포에 질린 시선으로 응시하는 흑저와 청서.

         

       아무 기교도 부리지 않는 듯한 정직하고 일정한 패 섞음. 그러나 저 패가 섞일 때마다 세 도박사는 그저 폭풍에 휘말린 나룻배처럼 농락당했다.

         

        황제로서 동창의 모든 힘을 동원해 판을 깔았다. 그런데 호천안은 그 판을 여유롭게 짓밟고 있었다. 유경은 호천안의 등이 이렇게 말하는 것만 같은 기분에 휩싸였다.

         

       이것이 전부인가?

         

       그렇다면 너의 패배다.

         

       경외심. 패배감.

         

       유경은 조용히 고개를 떨구고 눈을 감았다.

         

       [호 낭인님이 도박판에서 위험에 처할 일은 없을 겁니다.]

         

       그날 혁기린과 나누었던 대화가 머릿속에서 재생되었다. 그래 맞았다. 누가 도박판에서 호천안의 돈을 빼앗아갈 수 있겠는가?

         

       “내가…졌구나.”

         

       유경은 홀로 그렇게 중얼거렸다.

         

       *** ***

         

       하룻밤의 도박으로 금화 300냥이라는 엄청난 액수를 땄다.

         

       이몸 호천안, 오늘 하루 천상루 2층을 완전히 압살했다. 그런데 이게 도박판에서 돈을 따기에 효율적인 방법인가?

         

       전혀 아니었다.

         

       상대방이 아주 근소한 차이로 졌다고, 아주 약간의 운이나 기술만 더 따라주었다면 이길 수 있다는 착각을 계속해서 불어넣는 것이 기본이지.

         

       앉은 자리에서 상대방의 돈, 땅문서, 집문서, 가보, 마누…아니 이건 됐고. 아무튼 뽑을 수 있다면 영혼까지 뽑아 먹는 것이 잘 하는 것이지 상대방에게 실력차를 인정받고 패배를 받아들이게 하는 것은 딱히 득 될 일이 없다.

         

       계속해서 근소한 차이로 이기며 상대방에게 이길 수 있다는 희망을 심어 주었다면 오늘 하루안에 금자 500냥을 땄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그런데 왜 나는 천상루 2층을 압살했을까?

         

       성실하게 금자 500냥을 채울 생각이 없었으니까.

         

       내 실력을 보이며 헛수작을 부리지 말라고 경고하는 의미에서 내 실력만을 보여주길 원했으니까.

         

       나는 두 사람에게 담보를 요구했다. 두작과 사마휘경, 두 사람은 도무지 신뢰를 줄 수 없는 자들이었으니까.

         

       담보를 받았어도 두 사람과 이 상황에 대한 의구심은 계속 가지고 있었다.

         

       금 500냥짜리 판에다가 나를 세운다고? 나의 뭘 믿고 그런 판을 벌이지? 그 흔한 실력확인 하나 하지 않고 다짜고짜 금자 500냥 가치의 보물을 회수해 달라고 의뢰를 한다는 것이 가당키나 한가.

         

       내관이니 동창에 연줄이 있다 치더라도 난 알려진 자리에서는 돈을 잃기만 한 도박사였다. 딱 한번 승리한 것은 당도경과의 야바위뿐. 백 번 양보해서 내 신분을 숨기고 상인으로 위장한 성락루의 건까지 안다고 치자.

         

       성락루의 건까지 합쳐서 평가한다 치더라도 내 실력이 믿음직스러운가? 5년동안 내리 돈만 잃던 도박사가 최근에 크게 땄다는 이유만으로 신뢰를 줄 수 있는가? 아무 검증도 없이 금자 500냥 짜리 판에 앉힐 정도로?

         

       아니었다.

         

       그럼 두 사람은 대체 나의 뭐를 믿고 이런 말도 안 되는 판에서 승리를 거둘 것이라 여기고 날 데리고 왔을까?

         

       그 해답은 간단했다.

         

       애초에 두 사람은 날 믿을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

         

       저 둘은 자신들을 위해 이겨 줄 도박사가 필요한 것이 아니라 잘 짜여진 판에 앉을 호구가 필요했을 뿐이었으니까.

         

       천상루 지하 2층에 도착해 도박판을 보는 순간 그 사실을 직감했다.

         

       완전히 합을 맞춘 도박사들 셋을 판에 올려놓고 구경꾼, 다른 도박을 하는 손님들까지 모두 도박사로 채워놓고  그러고도 모자라다 생각했는지 기루의 종업원까지 완전히 한패가 되어 짜고 치는 판.

         

       어떤 도박사도 속절없이 잃기만 할 판을 그렇게 대놓고 깔아놓았는데 무슨 말이 더 필요할까.

         

       증거는 차고 넘쳤다.

         

       도박장 안에서는 노골적으로 상대 도박사들을 응원하는 기색이 역력했던 두작의 태도가 그 사실을 증명했고 내가 하룻밤 안에 300냥을 따자 넋이 나가버린 두 사람의 얼굴이 그러했다.

         

       만약 진짜 두 사람이 말한 대로 오보계를 횡령해 목이 간당간당한 상황이었다면 내가 돈을 딸 때마다 두 사람이 미친 듯이 기뻐해야 정상인데 말이야.

         

       너무 말도 안 되는 상황의 연속이다보니 연기조차도 잊어버린 모양.

         

       생각해 보니 다가온 시기도 참 기가 막혔다.

         

       혁기린과 대판 싸우고 난 뒤. 그러니까 혁기린과 내 친분관계가 별 거 아니라는 사실이 증명되고 나서 두 사람이 접근했다.

         

       이 사람은 공주랑 별 친분이 없으니 털어도 되겠다는 판단을 내렸겠지.

         

       아마 두 사람이 보기에는 나는 아주 맛있는 먹잇감이었을 것이다.

         

       본신의 무력은 기껏해야 일류. 뒷배도 없는 보잘것없는 낭인이 곧 황제를 알현하고 막대한 보상을 받게 될 테니까.

         

       아마 두 사람의 목적은 진짜 오보계일 가능성이 높았다. 그러니까 황제가 나에게 줄 보상이 오보계가 아닐까? 아무리 공을 세웠어도 금 500냥어치의 보물을 수여하는 것은 말이 안되니 저들이 말한 오보계의 가치가 뻥튀기 되었다고 볼 수 있으려나.

         

       도박 빚이라는 핑계로 어떻게든 나를 엮은 뒤 실제 오보계를 수여 받아야 할 나에게 가품을 떠안겨 주고는 본인들이 오보계를 챙긴다던가.

         

       아무튼 이 두 놈이 나를 털어먹으려고 계획을 짰다는 것은 확실했다.

         

       그리고 나는 두 사람의 음모를 전혀 눈치채지 못한 연기를 하며 궁청전으로 되돌아 가야 하는 상황이고.

         

       “정말 힘든 판이었습니다.”

         

       나는 묵직한 표정을 지으며 진이 빠진 듯한 한숨을 내쉬었다.

         

       “도박장 전체가 우리를 털어 먹기 위해 판을 짰더군요. 이번 일이 끝나면 두 분은 다시 저 천상루라는 곳에 들리시면 안 될 듯 합니다.”

         

       내가 심각한 표정을 지으며 두 사람을 바라보자 그제야 지금 연기를 해야 한다는 것을 깨달은 사마휘경이 급하게 입을 열었다.

         

       “그, 그랬단 말인가?”

         

       “예. 다른 도박을 하는 것 같은 손님들과 안을 돌아다니던 구경꾼들까지 모두 도박사였고 한통속이더군요. 심지어 기루 측과 완전히 짜고 치더군요. 내 이렇게 기가 막힌 판은 처음입니다.”

         

       “그럴 수가! 그렇다면 우리가 전에 도박을 했을 때도 같은 수에 당했단 말인가?!”

         

       와 이 사람 진짜 연기 잘하네. 판이 완전 뒤집혔으니 충격이 클 텐데 곧바로 수습하는 거 봐라. 진짜 동창 소속 내관인가?

         

       나는 가슴을 탕탕 치며 말했다.

         

       “걱정 마시지요! 다음 번 외출까지 오보계를 되찾을 금액을 딸 수 있을 테니까요.”

         

       “부탁하이! 내 목이 자네에게 달렸으니까!”

         

       사마휘경은 눈물까지 글썽이며 절절할 표정을 지은 채 내 손을 잡았다. 애쓴다 애써. 그런데 어쩌지? 뒤에 있는 두작은 아예 혼이 빠져나간 듯한 표정인데.

         

       “그런데 두작 님.”

         

       내가 부르자 그제야 정신이 들었다는 듯이 나를 바라보는 두작.

         

       “표정이 대체 왜 그러십니까? 마치 제가 개같이 멸망하기라도 바라셨던 사람 같습니다.”

         

       두작의 표정이 창백해졌고 사마휘경의 표정이 급변했다. 그 모습을 보며 나는 대소를 터트렸다.

         

       “하하하하! 농입니다 농! 도박장 측의 농간에 꽤 충격을 받으신 것 같아 분위기나 쇄신하고자 한번 농을 해봤습니다!”

         

       “허허, 허허허! 그래. 나 역시 정말 놀라웠네. 지푸라기도 잡는 심정으로 자네에게 기대었는데…저,정말 놀라우이!”

         

       “하하하하! 충분히 놀랄 수 있는 상황이지요. 걱정 마십시오! 제가 다음 번에는 남은 액수를 채워 반드시 오보계를 회수하겠습니다!”

         

       “그, 그래! 자네만 믿네…! 하하..하하하하하!”

         

       나는 사마휘경과 함께 호탕한 웃음을 지으며 생각했다.

         

       이대로 궁청전으로 돌아가면 상황은 끝이었다.

         

       당장 혁기린에게 달려가서 지금의 상황을 고자질하면 그만이니까. 이런 일에 휘말렸다고 동료에게 상담하는 척 혁기린에게 말하면 혁기린은 진상조사에 나설 테고 금방 덜미가 잡힐 일이었다.

         

       무려 황제의 손님을 무단으로 바깥으로 빼돌리고 황제의 진상품에도 손을 대려 했던 사건이다. 사마휘경은 말할 필요도 없고 저 두작이라는 놈도 정리될 것이다.

         

       막말로 말이야 저 두작이라는 놈이 황제도 아니고 공주인 혁기린이 작정하고 털어버리면 지가 무슨 수로 버티겠어? 나는 웃음을 터트리며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하하하하하!”

         

       “하하하하하!”

       

       “허..허허..”

         

       시원스러운 나와 사마휘경의 웃음소리. 그리고 영 시원치 않은 두작의 웃음소리와 함께 황궁으로 귀환했다.

         

       조용히 궁청전으로 복귀한 나는 곧바로 혁기린을 찾아 내달렸다.

         

       너희들은 이제 죽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조금 늦었습니다!

    [비공개]님께서 [10코인]을 후원해주셨네요.

    앞으로도 맛있는 맛집으로 남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후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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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무협게임 속 고수들이 집착하는 낭인이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became Ho Cheon-an, a second-rate warrior in the martial arts game [Murim Cheonha].

To survive, I had no choice but to give enlightenment.

Martial arts masters began to obsess over me.

In Murim Cheonha, where fame means difficulty, getting attention meant death.

Please, just go away.

Please, let me l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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