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Please report if you find any blank chapters. If you want the novel you're following to be updated, please let us know in the comments section.

EP.150

       [저요]

        

       동료라는 단어의 울림이 너무 달콤했던 탓일까.

        

       톡을 확인하자마자 반사적으로 답장을 쏘아보낸 별포크는, 그제서야 너무 급했던 거 아닌가- 하는 고민에 빠져 있었다.

        

       ‘챗봇도 이렇게 빨리는 답 안 할 거야. 진짜……무슨 선착순도 아니고.’

        

       할 일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을까. 뒤늦게 찾아오는 부끄러움과 함께, 별포크는 미약한 열감이 얼굴에서 퍼지는 감각에 고개를 숙였다.

        

       그래도, 후회는 없었다. 아니, 없앴다.

        

       ‘……혹시 선착순이었을 수도 있잖아.’

        

       자기합리화가 조금 필요하기는 했지만.

        

       [저요!!]

       [무슨 게임인가요??]

        

       기왕 저지른 마당이다. 마침 타이밍 좋게 텐션이 높았을 뿐이라는 듯이, 최대한 자연스럽게 추가 톡을 보내며- 별포크는 슬금슬금 올라가려는 입꼬리를 애써 끌어내렸다.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대회가 끝난지 그리 오래 되지 않았음에도, 그녀는 은근히 자주 기억을 곱씹을 정도로 그 시간을 그리워하고 있었더랬다.

        

       합방 한번 없이 외딴 섬 방송을 꾸려오던 그녀에게, 짧지만 강렬했던 대회는 처음 겪어본 즐거움이었던 탓이다.

        

       현실 친구들과 별 목적 없이 놀던 시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밀도였다.

        

       다같이 웃고 떠들다가도, 목표를 향해 진지하게 정진하고……결국, 수 만명의 칭송을 받으며 다 함께 승리의 기쁨에 젖는…….

        

       최근에는, 영상 도네이션으로 대회 클립만 오면 은근슬쩍 목소리 톤이 올라간다고 시청자들로부터 놀림을 받을 지경이었다.

        

       물론, 방송적으로도 도움이 됐다. 대회 당시는 물론이고, 끝난 후에도 시청자 수가 제법 큰 폭으로 증가했으니.

        

       그렇다고 하여, 별포크가 방송 욕심으로 바삐 대답한 건 결코 아니었다.

        

       굳이 말하자면……그 때의 멤버들. 특히, 이예나와 조금 더 친해지고 싶은 마음 때문이었다고 할 수 있으리라.

        

       강의를 해준다고 부르더니 커피 칵테일을 건네주던 그 날부터 그러했다.

        

       처음으로 팬이 된 스트리머다. 그런 사람과 친분의 씨앗이 생겼으니……이를 키워내고 싶은 거야 인지상정 아니겠는가.

        

       다만…….

        

       쉬운 일은 아니었다. 친구를 사귄다는 게 이렇게 어려울 수도 있는 거였나, 하는 고민에 빠질 정도로.

        

       결국, 문제는 이예나의 태도였다.

        

       어딘가 다가가기 어렵고,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도 잘 모르겠으며……때로는, 반 발자국 정도 현실에서 비껴 나가 있는 듯한.

        

       분명 나름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었음에도, 대체 술과 도적 외에 관심사가 뭔지 짐작도 가지 않았다.

        

       옷에 관한 이야기도, 화장품에 관한 이야기도, 쇼핑에 관한 이야기도, 심지어 좋아하는 음식에 대한 이야기조차……이예나는 고개를 살며시 기울인 채, 묘한 표정을 지으며 ‘네’, ‘그렇네요’, ‘신기하네요’ 정도의 호응과 함께 끄덕거릴 뿐이었으니.

        

       섣부르게 ‘다음에 같이 쇼핑 가자!’라거나, ‘~가 진짜 맛집인데 같이 갈래요?’따위의 권유를 했다간, 바로 ‘언젠가 가요’ 라고 우회적으로 거절당할 것만 같았더랬다.

        

       그러니 뭐라고 연락해야 할지,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으나……그렇게 시간이 흐르면 흐를 수록, 가볍게 연락을 하기는 점점 더 어려워질 뿐이었다.

        

       ‘도적 더 가르쳐주세요, 라고 하면 당장 시간과 커스텀 방제를 읊으셨을 거 같긴 한데……너무 민폐잖아.’

        

       그런 마당에 굴러들어온 합방 제의라니. 이런 좋은 기회를 놓칠 수는 없었다.

        

       ‘합방이 아니라, 그냥 놀자는 거면 더 좋을 텐데…….’

        

       -우우웅

        

       [예나: 아, 게임은 아니에요]

        

       그런 그녀의 바람을 눈치채기라도 한 듯한 이예나의 답변이었다. 반가움을 가득 담아, 저는 그냥 노는 것도 너무 좋다고 답장을 보내려던 찰나.

        

       [예나: 게임을 위한 예행 연습?]

       [예나: 실전 같은 훈련?]

       [예나: 그런 느낌이네요]

        

       ‘……연습? 훈련?’

        

       대체 무슨 말인지. 잠시 멈칫한 채 그리 고민하고 있자니, 새로운 톡이 도착했다.

        

       [지니언니: ??뭐야 나도 동료할래!]

        

       아크의 참전이었다.

        

       혹시 선착순 1명으로 마감된 건 아닐까, 하는 기대가 순간적으로 별포크의 가슴 속에서 몽글, 샘솟았으나-

        

       [예나: 일찍 일어나셨네요]

       [예나: 환영해요]

       [예나: 좋네요]

        

       당연하게도 그런 일은 없었다. 오히려 반갑다는 듯이…….

        

       ‘하긴. 그랬으면 애초에 단체방에 안 올리셨겠지? 응……그치.’

        

       충분히 이해하면서도, 약간 시무룩해지는 마음이 사뭇 생소했다.

        

       * * * *

        

       집으로 돌아가는 길.

        

       제법 충만한 기분이었다. 캠핑은 그리 만족스럽지 않았지만, 예상 외의 성과가 있었어.

        

       별포크와 아크는 의외로 흔쾌히 캠핑에 합류하겠다고 확답했다. 캠핑 경험이 없으면서 적극적인 뉴비는, 진짜 드문데.

        

       역시 좋은 사람들이야.

        

       기대감이 부풀어오르기 시작했다. 일정에 맞춰 예약을 하려면 대기도 타야 하고, 이런 저런 준비를 급하게 해야 하겠지만……그래도 좋다. 원래 조금은 쫓겨야 일을 하는 편이기도 하고.

        

       그리 생각하며, 흐뭇한 미소와 함께 톡방을 다시 한번 훑었다. 캠핑 용품에 관한 질문과, 음식, 침낭, 옷에 관한……아니, 옷은 그냥 무조건 편하고 두꺼운 게 좋은데.

        

       뭔가 착각을 하고 있는 듯한 아크에게 조언을 건네다보니, 무언가 위화감이 느껴졌다.

        

       아. 그러고 보니.

        

       레반이 말이 없네. 읽은지 제법 시간 지났는데.

        

       왜지. 캠핑……싫어하나.

        

       싫으면 어쩔 수 없지. 그렇긴, 한데.

       

       하지만, 혹시.

        

       아예 거절할 정도로 싫지는 않은데, 경험이 없다보니 부담스러워서 가겠노라고 약속은 못하고 조용히 있는, 그런 거면…….

        

       도전정신이 생기잖아.

        

       .

       .

       .

        

       경험상, 캠핑 입문자를 꾀어낼 때 절대 해서는 안 되는 일이 두 가지 있었다.

        

       첫째. 어설프게 캠핑의 낭만을 설파하는 것.

        

       안 그래도 영상매체에서 보던 캠핑과의 차이를 절감하게 되는 시간이다.

        

       주최자가 기대감을 잔뜩 올려놓기까지 한 상황에서 냉정한 대자연의 현실을 마주하게 된 자의 배신감 어린 눈빛은, 다시는 보고 싶지 않아.

        

       나 역시 미숙하던 시절에 저질렀던 실수들이다.

        

       예를 들자면…….

        

       ‘모닥불 앞에서 병맥주를 기울이느라 고개를 젖히니, 밤하늘에 무수히 뜬 별들이 눈앞으로 쏟아져 맥주를 마시는 것도 잊게 되더라-’ 따위의 이야기를 하며 끌고 왔는데, 그날따라 진짜로 쏟아지는 건 셀 수 없는 숫자의 날벌레였다거나…….

        

       아무튼.

        

       허위 과장 광고를 규제하는 건 다 이유가 있는 법이다.

        

       설령 의도하지는 않았더라도, 낭만은 어디까지나 각자의 몫이니까. 함부로 홍보해서 좋은 꼴을 본 적이 없어.

        

       그리고, 둘째. 언제든지 가고 싶을 때 편하게 이야기하라고 하는 것.

        

       경험자 입장에서도 막상 가려고 생각하면 부담스러운 게 캠핑이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그 본질은 도시와 문명의 편안함을 상실한 하룻밤이니. 캠핑 장비 쇼핑할 때가 제일 즐겁다는 사람들이 있지 않나.

        

       그래서일까. 초심자한테 편하게 참가하라고 하면, 편하게 도망가더라.

        

       그런고로, 미리미리 재촉하고 약속으로 꽁꽁 옭아매야 된다.

        

       확답을 유도하되, 너무 보채지는 않는 느낌으로……그래.

        

       [혹시 생각 있으면 오늘 중으로는 얘기해줘요]

       [예약할 때 텐트 2개 필 수 있게 잡아야 해서요]

       [지금 괜찮은 곳 딱 하나 남아있네요]

        

       개인톡으로 슬쩍 미끼를 던졌다. 그간 봐온 레반은 은근히 책임감이 강한 편이었으니……이런 톡까지 무시하긴 쉽지 않겠지.

        

       -우웅

        

       역시나, 몇 초 지나기도 전에 입질이 왔다.

        

       [레반: 어째 좀 불안한데]

       [레반: 캠핑은 가본 적이 없기도 하고]

        

       아하.

        

       이런 타입.

        

       본인이 뭔가 해야 될까봐 지레 겁부터 먹는…….

        

       [괜찮아요]

       [처음이시니 저를 믿고 맡기셔도 돼요]

       [제가 친절하게 리드할 거니까]

        

       조금 달래줘야 되려나 싶은 마음에, 친절한 메시지를 힘겹게 만들어 전송했으나- 신뢰가 부족했던 걸까.

        

       숫자 1이 사라진 후에도 답은 좀처럼 오지 않았다.

        

       하긴. 레반은 유독 빚을 지는 걸 싫어했지. 오히려 역효과였으려나.

        

       ……그냥 빼고 셋이 갈까. 무슨 고양이도 아니고……조금, 귀찮은데.

        

       하지만 어쩐지, 이런 뉴비는 그냥 놓치기는 약간 아쉬운 감이 있기도 하고……아.

       

       혹시 입이 까다로워서 이러나.

        

       그 쪽으론 정말 걱정할 거 없는데. 밖에서 노동을 하다가 먹으면 뭐든 맛있으니까.

        

       일단 오기만 하면, 잔뜩 굴린 다음에 짜고 달고 지방질 가득한 음식을 먹이면 된다.

        

       [식사도 크게 걱정 안 해도 됩니다]

       [저 요리 좀 해요]

       [먹어보면 깜짝 놀랄 걸요]

        

       물론, 공개할 수 있는 계획은 아니니까. 대충 이 정도로-

        

       [레반: ??]

       [레반: 부추전 굽겠다고 하더니 반죽 다 말라 비틀어지게 만들던 쿡방이 엊그제 같은데]

       [레반: 냉장고에는 재료보다 술병이 많았고]

       [레반: 대체 무슨 요리를 좀 하는지 얘기나 들어봅시다]

        

       뭐지. 음식에 조금 과몰입하는 편인가.

        

       반응이 생각보다 격했다. 하기야, 생각해보면 본래 뭐가 되었든 열정적인 편이긴 했던 것 같기도 하고. 일관성 있네.

        

       어쨌든, 물꼬가 트인 건 좋은 일이다. 이어 나가려면……아. 그렇네.

        

       [긁?]

        

       * * * *

        

       [작성자: ㅇㅇ]

       [제목: 아따먹님 잘 지내시나요ㅠㅠ]

       [잘 지내신다고요?

        

       왜 잘 지내시죠 시1발]

       –     ㄹㅇ 잘 지내고 있기만 해봐라

       –     월즈 중에도 연락하는 오소독스랑 행복하게 잘 지내고 있다고 하네요~~

       –     ㄴ 500만 레따먹단이 두 눈을 부릅뜨고 있다

       –     ㄴㄴ 진짜 제발 지랄하지마 센세는 도적이랑 결혼했어 남자 따위 안 만나

        

       [작성자: ㅇㅇ]

       [제목: 근데 이 클립 진짤까?]

       (동영상)

        

       가슴 패러미터를 오른쪽 끝까지 당겨도 반영이 안 된다고?

        

       그게 말이 됨?]

       –     의외로 서양에선 가끔 발생하는 일

       –     ㄴ 전체적으로 덩치 큰 애들이나 그렇지 센세는 ㅈㄴ 말랐잖아

       –     (링크) 이게 무보정이었다면 ㅆ가능임

       –     ㄴ 시발 이 짤 진짜 언제까지 우려먹냐

       –     ㄴ화질 열화된 거 보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3번쯤 삶았냐

       –     아크 피셜) 한국에서 처음 본 몸매였다

       –     ㄴ 캬……

       –     ㄴ 맘껏 즐겼을 레반이 가슴에 사무치도록 밉다……

       –     ㄴㄴ 진짜 지1랄 하지 말라고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고냥이 님, 100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익명의 독자 님, 5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본업의 파도를 많이 정리했습니다. 그럼에도, 남았지만요. 왤까요.

    곧 많이 추워진다고 하네요. 모두들 건강 조심하시길 바랍니다.

    다음화 보기


           


It’s Not That Kind of Malicious Broadcast

It’s Not That Kind of Malicious Broadcast

그런 악질 방송 안ㅣ에요
Score 3.7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am a healthy skill-based broadcaster.

I don’t hate priests.

It’s not that kind of broadcast.

What?

Clarify the controversy that’s been posted on the community?

Me?

Comment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