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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50

       100레벨.

         

       어느 한 분야의, ‘정점’에 도달한 자에게만 허락되는 경지.

         

       냉기와 뇌기를 다루는 것만 놓고 본다면, 대륙의 그 누구도 올리비아보다 뛰어나지 못하다. 그렇기에 정점이다.

         

       만약 화이트 드래곤 로드가 올리비아보다 냉기를 다루는 것에 능했다면, 올리비아는 99레벨에 머물렀을 것이다.

         

       오직 한 명에게만 허락되는 자리.

         

       그래서 100레벨은 특별하다.

         

       아스모데우스가 99레벨에 머무르는 것도 같은 이유다. 마왕이 그녀보다 마기를 다루는 것에 능하기 때문이다.

         

       ‘……이 기운은.’

         

       그래서 단번에 알아차릴 수 있었다.

         

       주술의 정점.

         

       쿵……쿵. 끝을 알 수 없을 정도로 펼쳐진 늪지대가 부르르 떨고 있었다. 올리비아는 재빨리 주변으로 마력을 퍼뜨려 사방에서 몰려드는 주력(呪力)에 저항했다.

         

       연쇄살인마도 답지 않게 웃음을 지우고 낫을 꺼내들었다.

         

       “……너네 사형들은 이걸 어떻게 막은거냐?”

        “죽음으로, 막아냈지요.”

       “단순히 죽음을 불사했다고 막을 수 있는 수준이 아닌데.”

         

       올리비아는 아예 결계를 만들었다. 불길한 보랏빛을 띄는 주력들이 슬금슬금 결계를 비집고 들어오려 할 때마다, 올리비아는 더욱더 많은 마력을 투하해 몰아내야 했다.

         

       이래서 주술사가 싫다.

         

       차라리 ‘대마녀’ 아우렐리아와 싸우는 편이 나았을 것이다. 마녀는 수백 번도 넘게 상대해 보았으니까.

         

       하지만 지금 올리비아가 상대해야 하는 건, ‘대마녀’ 아우렐리아가 아닌, ‘대주술사’ 아우렐리아였다.

         

       그리고 주술사를 상대해본 경험은 현저히 적었다.

         

       쿠우우웅……!

         

       묵직한 진동이 결계 천장에서부터 울려퍼졌다. 천천히 고개를 들어올리자.

         

       고오오오오……!

         

       끝이 보이지 않는 거대한 발이, 결계를 짓밟고 있었다.

         

       환상인가? 차라리 환상이라고 믿고 싶었다. 하지만 결계에서 느껴지는 이 육중한 무게감은, 저 ‘발’이 환상이 아니라고 말해주고 있었다.

         

       “대, 대마녀 님.”

         

       연쇄살인마의 어깨에 들려 있던 록파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래도 방금 전보다는 나았다. 썩어도 주술사인지, 만월의 영향을 받은 것 같았다.

       

        “대마법사라고 불러.”

       “예, 대마법사 님.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묻지 말고, 그냥 말해. 정신 없으니까.”

       

        올리비아는 이를 아득 깨물며 손바닥을 하늘로 치켜들었다. 밀려나지 않는다. 이걸로는 부족한가? 결계 끝에 냉기가 덧씌워짐과 동시에, 두꺼운 얼음 송곳들이 고슴도치처럼 솟아나 결계를 뒤덮었다.

         

       그아아아아……!

         

       거인이 비명을 내질렀다.

         

       “제가 스승님의 제자로 지낸 지 어연 30년이 넘었지만, 30년 전의 스승님도 정상은 아니셨습니다. 때때로 정신 착란을 일으키며 폭주하고는 하셨지요.”

       

       올리비아는 록파를 쳐다보고 있지 않았다. 분노한 거인이 세찬 발길질을 내질렀기 때문이다.

         

       쿠우우웅……!

         

       록파는 말을 계속하기로 했다.

         

       “스승님은 항상 말씀하셨습니다. 북부의 대마녀만이, 이 저주를 치료할 수 있다고.”

       “……끄읍, 그 저주가 뭔데!”

       “지난 회차를 기억한다는 저주.”

         

       우뚝.

         

       올리비아의 고개가 천천히 록파 쪽으로 돌아갔다.

         

       “스승님은 전생이라는 말을 사용하지 않으셨습니다. 회차라고 하셨지요. 이전 생의 기억을 한 번 계승하면 전생이지만, 두 번 세 번, 수십 번을 계승하면 전생과 현생의 경계가 인지할 수 없을 정도로 옅어지기 때문이라고 하셨습니다.”

         

       콰지지지지직!

         

       강렬한 뇌전이 거인의 다리에 작렬했다. 찢어질 듯한 괴성이 귓가에 울려퍼졌다.

         

       올리비아는 사방에 쌓인 안개를 뇌운을 이용해 밀어냈다. 하늘이 맑게 걷히며, 드디어 거인의 전신이 모습을 드러냈다.

         

       “어, 어어…….”

         

       연쇄살인마가 고개를 최대한 뒤로 젖혔다. 하지만, 그래도 상반신이 보이지 않았다.

         

       “올리비아, 저 놈 골반 위쪽이 아예 없는데?”

        “하반신……끄읍, 만 있는 거인이니까!”

         

       다행히 알고 있는 주술이었다. 결손의 거신, 조디악.

         

       주술의 극에 달하면 소환할 수 있는 태고의 거신.

         

       이걸로 확실해졌다. 대마녀 아우렐리아의 레벨은, 자신과 같다.

         

       뿌득, 이빨을 깨질 듯 깨물었다.

         

       “그래서 그 방법이라는게 뭔데!”

       

       록파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그 방법은, 대마법사께서만 알고 계실거라고 하셨습니다.”

        “젠장할!”

       

       올리비아는 원망스러운 눈빛으로 록파를 노려보았다. 지금까지 버텼던 게, 전부 그 해결법을 듣기 위해서였는데, 모른다니.

         

       아니, 정확히는.

         

       ‘내가 그걸 어떻게 아는데?’

         

       올리비아는 다시금 이빨을 깨물었다.

         

       “그러니까, 너새끼가 5년, 아니. 6년 전에 말해줬던 저주가, 내게 아니라 아우렐리아 거였다?”

       “그건 아닐겁니다. 마법사가 마나에 대한 맹세를 어기면 마력을 잃듯, 주술사도 거짓 예언을 하면 모든 주력을 잃습니다.”

       

       그래서 주술사들은 최대한 뭉뚱그려서 말하는 버릇이 있다.

         

       혹시라도 거짓이라는 판정을 받게 될까봐.

         

       올리비아는 더 말하는 대신에 쓴웃음을 지었다.

         

       ‘나한테도 결국 저주는 있다는 소리인가.’

         

       그리고 아우렐리아에게도.

         

       일단 만나야겠다.

         

       “야.”

       

       올리비아의 말에 연쇄살인마가 고개를 돌렸다. 올리비아가 ‘야’라고 칭하는 사람이 자신 밖에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연쇄살인마가 방긋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올리비아가 뭐라 말하기도 전에, 알아서 결계 바깥으로 뛰쳐나갔다.

         

       검붉은 오러가 깃든 낫을 쥐었다. 올리비아의 뇌전이 어디로 가야 할지를 안내했다.

         

       고오오오오!

         

       조디악의 한 쪽 다리가 연쇄살인마를 향해 움직였다.

         

       연쇄살인마는 해맑게 웃으며 자신을 짓밟기 위해 달려드는 발을 향해 달렸다.

         

       “아핫! 이러니까 훨씬 빠른데?!”

         

       빠지지직! 올리비아의 뇌전이 엄청난 가속을 부여했다. 두 대악마의 마기를 흡수한 낫이 거대하게 부풀었다. 난도질하는 참격과 함께, 조디악의 발가락이 잘려나갔다.

         

       그아아아아……!

         

       올리비아는 짓눌리는 듯한 중압감이 해소되는 것을 느꼈다. 조디악의 관심이 연쇄살인마 쪽에 쏠린 덕이었다.

         

       덕분에 대마법을 전개할 시간을 벌었다.

         

       [초월 마법, ‘태고의 지팡이’를 사용합니다.]

         

       아득한 겨울이 늪지대를 뒤덮었다.

         

       올리비아의 모습이 사라졌다. 조디악은 곧바로 올리비아를 감지해냈다. 그에게는 눈도, 귀도 없었지만, 아득한 주술의 힘이 그것을 가능하게 했다.

         

       하늘에서 혼들이 쏟아져 내려왔다.

         

       그것들은 조디악의 눈이 되어, 그를 보조했다.

         

       투콰아아앙!

       

       조디악은 그대로 도약했다. 올리비아가 하늘에 있었기 때문이다.

         

       조디악은 순식간에 올리비아의 높이까지 도달했다. 아니, 이제는 그보다 높은 하늘에 있었다. 거대한 그림자가 세상을 가로막았다.

         

       ‘……하.’

         

       올리비아는 입술을 뒤틀며 웃었다.

         

       피할려면 피할 수야 있겠지만, 그렇게 된다면 밑에 있는 연쇄살인마는 죽을 것이다.

         

       저 정도 질량을 가진 거인이 이 높이에서 추락하는 것은, 그 자체로 재앙이나 마찬가지니까.

         

       ‘왜 하반신만 소환했나 했더니.’

         

       처음부터 이걸 노렸었던 것이다.

         

       추락하는 조디악의 주변이 타오르기 시작했다. 그 모습이 마치 운석을 연상시켰다.

         

       올리비아는 어딘가에 있을 대마녀를 생각했다.

         

       이 정도 규모의 대주술이라면 본인도 무사하지 않을 것이다. 물론 저게 떨어지기 전에 도주한다면 이야기가 달라지겠지만, 격리된 차원인 월의 마경에서 그게 가능할리가 없었다.

         

       올리비아는 지면으로 내려와 태고의 지팡이를 세게 움켜쥐었다.

         

       ‘……저걸 막을 수 있나?’

         

       올리비아의 강점은 공격. 수비도 어디가서 꿇리지는 않지만, 공격 마법에 비하면 현저하게 뒤떨어졌다.

         

       그렇다면 어쩔 수 없었다. 항상 하던대로, 맞불을 놓을 수밖에.

         

       [고대 마법, ‘역전(逆電)’을 사용합니다.]

         

       드드득, 하는 소리와 함께 뇌운들이 바닥으로 가라앉았다.

         

       자연법칙을 거스르는 것이 아니다. 단지, 상식을 뒤집어 놓을 뿐.

         

       번개가 떨어지는 방향을 바꾼다.

         

       땅에서, 하늘로.

         

       사방에 깔린 뇌운들이 빠르게 그 크기를 키워갔다. 시간은 충분한가? 아슬아슬하다. 조디악이 떨어지기까지 앞으로 길어야 5초.

         

       올리비아는 태고의 지팡이에 더욱 많은 마력을 밀어넣었다. 약간 심장에 무리가 가는 수준까지 밀어넣고 나서야, 준비를 마칠 수 있었다.

         

       쿠와아아아아!

         

       “오, 올리비아……? 저걸 굳이 막아야겠어?”

         

       올리비아는 연쇄살인마의 말에 대답하지 않았다. 상식적으로는, 막지 않는 것이 맞다. 피하는 것도 어렵지 않다. 폭발이 닿지 않는 하늘로 피신하면 그만이다.

         

       하지만.

         

       ‘만약 아우렐리아가 저걸 피할 생각이 없다면.’

         

       아우렐리아는 지금 정신이 나가있는 상태다. 애초에 저런 거신을 소환해서 운석으로 사용하려는 것부터가 그녀가 제정신이 아니라는 증거였다.

         

       ‘아우렐리아가 죽으면, 나도 죽어.’

         

       마왕이 나타나기 전까지, 열 다섯명 중 한 명도 죽게 내버려둬선 안된다.

         

       코앞까지 추락한 조디악. 그 압도적인 거체가 가까워질수록, 공기의 진동이 거세졌다.

         

       “날 믿어.”

         

       화아악!

         

       세상이 빛에 삼켜졌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Ilham Senjaya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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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Witch Who Destroyed the World

I Became the Witch Who Destroyed the World

세계를 멸망시킨 마녀가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destroyed the world to see its Annhiliation Ending.

And I possessed my Character Olivia in the game.

However… … .

[The world is rebuilt.] – NPCs killed by you return.

– Princess Aria hates you.

– Sword Saint Kiel wants to slit your throat.

… … Isn’t that a bit of a regress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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