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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50

       

       

       

       

       어느덧 10월 중순이 찾아왔고, ‘네가 없는 여름의 촬영’ 역시 거의 막바지 단계에 다다랐다.

         

       앞으로 남은 씬은 정확하게 3개였다.

         

       오프닝 씬과 엔딩 씬, 그리고 클라이맥스 씬이었다.

         

       여기서 조금 아이러니한 점은 오프닝 씬, 즉 가장 처음으로 영화 선상에서 선보이는 #1은 마지막 장면인 엔딩 씬과 함께 이어서 촬영할 예정이었다.

         

       왜냐하면, 오프닝 씬과 엔딩 씬이 이어지기 때문에 같은 장소에서 촬영하기 때문이었다.

         

       이건 ‘꿈꾸는 아이들’에서 썼던 전개방식을 다시 한번 활용해봤다.

         

       ‘네가 없는 여름’의 결말을 생각해 보면 그편이 훨씬 울림이 있을 테니까.

         

       어쨌든 지금 당장에 중요한 건 바로 촬영을 앞둔 클라이맥스 씬이었다.

         

       사실 클라이맥스 씬의 내용은 거창하게 클라이맥스라고 부르기에도 조금 애매했다.

         

       한여름이 시한부인 것을 들키고, 강하늘과 한여름은 함께 다니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들은 장난식으로 서로 한 가지 약속을 했다.

         

       서로를 정말로 좋아하지 말 것이라고…….

         

       정말 만약에 서로가 서로를 좋아한다고 하더라도 어차피 비극으로 끝나게 될 것이라는 걸 잘 알고 있었기에 시작부터 장난삼아 나누게 된 약속.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 말은 서로에게 족쇄로 다가왔다.

         

       그리고 강하늘은 내적으로 자신에게 끊임없이 이런 질문을 했다.

         

       과연 네가 아닌 다른 사람을 내가 사랑할 수 있을까?

         

       하지만 그는 용기를 내지 못했다.

         

       어차피 한여름은 죽는다. 앞으로 그녀와 함께할 수 있는 시간 역시 반년 정도밖에 남지 않았다는 뜻이다.

         

       그렇기에 만약 그 골든 타임이 모두 지나가 버린다면 자신은 홀로 쓸쓸하게 남게 되겠지.

       

       클라이맥스 씬은 여름 방학식이 끝나고, 강하늘이 그런 심각한 고민에 빠진 상태로 한여름과 헤어지기 직전에 나눈 상항에서부터 시작되는데…….

         

         

       “살다 살다 화장을 이렇게 많이 해볼 줄은 몰랐네.”

       “익숙해지셔야죠. 앞으로 방송 출연이나 시상식 같은 곳에서 가시려면 하실 일이 많으실 테니까요.”

         

         

       클라이맥스 씬의 촬영을 앞두고 대기실에서 함께 휴식을 취하고 있는 나와 설소영.

         

       생각해 보면 다음 달에 영화의 예고편이 처음으로 공개되는 시사회에는 참여하지 않겠지만, 영화가 개봉되고 여러 의미로 나는 바빠질 예정이었다.

         

       아마 그때마다 지금처럼 메이크업은 기본일 것이다.

         

       쓰으읍… 귀찮게 말이야.

         

       어차피 내가 딱히 얼굴로 먹고사는 사람도 아니고.

         

       심지어 이미 품절남인데 그리 꾸밀 필요가 있을까 싶기도 하다.

         

       근데 못생기게 나온다고 생각하면 앞에서 불평했던 것들을 충분히 감수해야만 하는 작업이긴 했다.

         

         

       “근데 말이에요.”

       “음?”

       “클라이맥스 씬처럼 그날 다혜랑 지하철에서 헤어지면서 대범하게 키스했어요?”

       “…….”

         

         

       다짜고짜 설소영으로부터 말문이 턱 막히는 질문이 날아왔다.

         

       요즘 들어 설소영과 이다혜로부터 이런 유의 질문을 많이 받는다.

         

       반대로 OST의 녹음이 있었던 날에 이다혜에게서 그날 관람차 안에서 설소영과 무슨 일이 있었냐고 질문을 받기도 했었으니까.

         

       아마 ‘네가 없는 여름’의 대본을 읽고 난 이후부터 시작된 것 같다.

         

       애초에 대본상에서 강하늘과 한여름이 함께 다니는 얘기는 대부분 설소영과 이다혜와의 추억을 참고 해서 적었다.

         

       덕분에 자신이 모르는 사이에 벌어졌던 일을 어느 정도 서로 알게 된 것이었다.

         

       물론 설소영이나 이다혜가 그리 좋지 않은 의도로 내게 저런 질문을 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

         

       나를 놀리려는 의미와 약간의 질투로 그러는 것이겠지.

         

       때문에 나는 쓴 미소를 지으며 한숨을 내쉬었고, 타이밍 좋게 우리가 있던 휴게실에 나 PD님이 방문했다.

         

         

       “촬영 준비 완료됐습니다. 10분 뒤에 시작해도 되겠습니까?”

       “죄송해요. 저 때문에 고생이 많으시네요.”

       “하하. 아닙니다. 저희도 예고편을 공개했을 때 사람들의 반응이 궁금하니 적극적으로 움직이는 겁니다.”

         

         

       사실 남주인공의 정체를 공개하지 않는다는 것은 촬영 과정에 많은 제약이 걸린다.

         

       특히 촬영할 때 정보가 새어나가지 않게 철통 보안을 유지해야 하는 건 당연했다.

         

       그렇기에 촬영 전에 여러 의미로 준비할 게 많은 모양.

         

       추가로 한빛예고 학생들의 입을 막기 위해서도 여러 노력을 했다.

         

       한빛예고 학생들은 우리의 촬영 과정을 잠시 지나가면서도 봤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당연히 학교라는 특성상 소문이 퍼지는 건 금방일 테고.

         

       때문에 치킨, 피자, 햄버거 등등의 뇌물을 열심히 바쳤다.

         

       더불어 축제 때 내 영화를 방영일보다 하루빨리 최초 공개한다는 소식까지 전했다.

         

       참고로 이건 협박이기도 했다.

         

       만약 바깥으로 위의 정보가 빠져나가는 순간 너희들에게 그런 특별한 기회는 일절 없다라는 뜻이 내포된 협박.

         

       다행히 아직까지 잠잠한 걸 보니 나름 효과가 있던 모양이었다.

         

       어차피 몇 주 뒤에 있을 시사회까지 참으면 그만이니 그리 힘든 일은 아니겠지.

         

       어쨌거나.

         

         

       “슬슬 갈까?”

       “네.”

         

         

       나랑 설소영은 클라이맥스 씬의 촬영을 위해 휴게실을 나섰다.

         

       클라이맥스 씬의 촬영 장소는 갈림길이 나오는 어느 골목길이었다.

         

       설정상 강하늘과 한여름은 항상 이 갈림길에서 헤어져 각자의 집으로 향한다.

         

       그렇게 촬영이 모두 준비된 시점부터 나와 설소영은 곧바로 촬영에 들어설 준비를 했다.

         

       딱히 준비라고 할 것도 없다.

         

       이미 사전에 어떤 식으로 촬영할지는 고동빈 감독님과 얘기된 상태였기에 곧바로 촬영에 들어가도 전혀 문제가 없었다.

         

       어차피 첫 대사를 치는 타이밍을 잡는 것도 내가 아니라 설소영이니까.

         

       그냥 촬영이 들어감과 동시에 대화 없이 나란히 길을 따라 걷다가, 갈림길이 나오는 곳에서 설소영의 대사로 씬은 시작된다.

         

         

       “사전에 얘기된 그대로 해주시면 될 것 같습니다. 마음의 준비가 끝나시면 바로 시작하겠습니다.”

         

         

       그때 고동빈 감독이 나와 설소영이 서 있는 곳을 향해 다가와서 말했다.

         

         

       “에이, 거창하게 무슨 마음의 준비까지 해요? 그냥 평소처럼 바로 신호 주시고 촬영 들어가시죠.”

       “음… 그래도 두 분 다 키스 씬은 처음 아니십니까? 원래 베테랑 배우들도 키스 씬 때는 평소보다 더 긴장해서 실수를 연발하니까요.”

       “그건 그냥 사심이 담긴 거 아니에요?”

       “물론 그럴 가능성도 충분히 있지만, 서로 작품상의 설정상에서 좋아하는 것일 뿐이고 현실은 그렇지 않으니까요.”

         

         

       하긴, 아무리 자기가 연기하는 배역에 몰입한다지만 전혀 마음이 없는 상대방과 키스 같은 것을 하는 것은 진정한 직업 정신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배우 특성상 그나마 서로 얼굴이 잘생기거나 예뻐서 그게 좀 더 수월한 거지 뭐…….

         

       하지만 나랑 설소영은 연인 관계였기에 딱히 그것이 문제가 되지 않았다.

         

       아마 설소영 역시 나랑 똑같은 생각일 거고.

         

       그지?

         

       나는 설소영의 반응을 살펴보기 위해서 조심스럽게 그녀 쪽을 힐끔 쳐다봤다. 다행히 설소영 역시 나랑 같은 생각인 듯 옅은 눈웃음을 짓고 있었다.

         

         

       “저희 둘 다 딱히 문제가 없는 것 같으니까 바로 시작하셔도 될 것 같아요.”

       “……알겠습니다.”

         

         

       자리로 돌아간 고동빈 감독님이 일사불란하게 현장을 지휘하기 시작했고, 약 1분 뒤에 모든 장비의 세팅이 끝났다.

         

         

         

       ***

         

         

         

       “촬영 들어가겠습니다! 쓰리, 투, 원!”

         

         

       고동빈의 신호와 함께 곧바로 촬영에 들어섰고 그와 동시에 서은우와 설소영, 아니 강하늘과 한여름이 길을 따라 나란히 걷기 시작했다.

         

       처음에 강하늘이 한여름과 함께 걸을 때 무신경하게 그녀와 보폭을 맞춰 걷지 않았다. 하지만 이제는 처음과 지금의 상황을 대조하기 위해 한여름과 나란히 걸어간다.

         

       물론 한여름에 대해 자신의 마음을 정리하지 못했기에 지금의 강하늘에게 그런 걸 신경 쓸 여유는 없었다.

         

       당연히 표정에서부터 그러한 감정이 자연스레 드러난다.

         

       반면 한여름은 강하늘의 이상한 기류를 눈치챈 듯이 의미심장한 표정을 지으며 아무 말 없이 길을 따라 걷는다.

         

       그렇게 어색한 침묵 속에서 순식간에 갈림길에 도착한 강하늘과 한여름.

         

       그때 한여름이 갑자기 강하늘의 앞을 막아서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너 무슨 고민을 그렇게 해?”

       “……몰라도 돼.”

       “그래? 나는 또 네가 나한테 이상한 마음을 품고 있는 줄 알았지.”

         

         

       한여름의 장난스러운 말에 강하늘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사실 이 둘의 관계는 참으로 애매하다고 볼 수 있었다.

         

       함께 데이트도 해보고, 여행도 다녀보고, 서로에게 솔직한 시간을 가져보기도 했다.

         

       누가 봐도 썸 이상의 관계다. 즉, 누구 한 명이 한 발자국만 앞으로 나아간다면 순식간에 달라질 수 있는 관계라는 뜻이 되기도 한다.

         

       다만, 한여름은 알고 있었다.

         

       적어도 그 한 발자국을 먼저 나아가는 것이 자신이 될 수 없다는 것을…….

         

       자격이 없다는 것을…….

         

       동시에 한여름은 자신이 시한부에 대한 억울함을 느끼고 있었다.

         

       강하늘과 함께 다니면서 죽기 전에 해보고 싶은 걸을 여러 개 해봤지만, 아직도 하고 싶은 건 너무나도 많았다.

         

       그렇기에 자격이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후에 그를 상처입힐 것을 알면서도 욕심이 났다.

         

         

       “우리 처음에 나눴던 약속 기억해? 서로를 정말로 좋아하지 말 것. 근데 약속은 어기라고 있는 게 아닐까?”

       “갑자기 그게 무슨 소리야.”

       “피하고 싶으면 피하라는 뜻이야. 이기적이라고 생각하면 나중에 욕해도 좋고.”

         

         

       한여름은 그 말과 동시에 까치발을 들며 천천히 강하늘 쪽으로 얼굴을 들이밀었다.

         

       쪽-

         

       이윽고 서로의 입술이 맞닿는 소리가 났고, 갑작스러운 한여름의 돌발 행동에 강하늘의 눈이 순식간에 커졌다.

         

       원래라면 짧은 키스를 끝마치고 한여름이 곧바로 다음 대사를 내뱉어야 했지만……

         

         

       “……?”

         

         

       강하늘, 정확하게 서은우는 끝낼 기미가 보이지 않는 설소영의 찐한 키스에 슬슬 머릿속에 혼란이 왔다.

         

       분명한 건, 이건 누가 봐도 사고가 맞다는 것이었다.

         

         

       “컷! 그… 소영 씨, 잠깐 키스하다가 바로 떼시고 대사를 치셔야 합니다.”

       “아, 죄송해요. 너무 긴장해서 깜빡해버렸네요.”

       “하하. 그럴 수 있죠. 1분 뒤에 다시 슛 들어가겠습니다.”

       

         

       이미 설소영이라는 배우를 전적으로 신뢰하고 있는 고동빈이 대수롭지 않게 웃으며 반응했다.

         

       반대로 서은우의 머릿속에는 여전히 의문밖에 없었다.

         

       아니…….

         

       얘 분명 시작하기 전에 긴장 하나도 안 하는 상태였는데요?

         

       애초에 긴장이란 걸 하든 말든 설소영이 이런 말도 안 되는 실수를 저지를 리가 없다.

         

       서은우가 그런 확신을 하고 있었을 때, 설소영이 사람 좋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확실히 키스 씬은 처음이라 어렵네요.”

       “어? 진심으로? 애초에 나랑 하는 게 처음도 아니잖아.”

       “카메라가 보고 있다고 생각하면 조금 다를지도 모르죠. 어쨌든 익숙해질 때까지 파트너한테 도움을 받아야겠네요. 도와주실 거죠?”

         

         

       그리 말하며 어째서인지 입맛을 다시는 설소영.

         

       이후 2번의 NG가 더 나오고 이전과는 너무나도 다르게 클라이맥스 씬을 소화한 설소영.

         

       서은우는 그제서야 이유를 알았다.

         

       방금 설소영이 실수를 가장한 사심 채우기를 했다고…….

       

       정확하게 NG를 3번 낸 것도 아마 계산한 것일 거다. 그 정도면 스태프들에게 피해를 안 주는 적정선일 테니까.

       

       음. 물론 당하는 입장에서 그리 나쁘지는 않았다고 한다.

       

       

       

       


           


I Became a Genius Writer Obsessed With a Popular Act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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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기 여배우에게 집착 받는 천재작가가 되었다
Score 7.6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She likes me enough to win an award. Meet Seo Eun-Woo, a passionate K-Drama fan turned writer, whose life takes an unexpected twist when he awakens in a world of mediocre dramas. Frustrated and desperate for the perfect storyline, he stumbles upon a former actress who sparks his creative genius. Watch as their fateful encounter turns his life into a captivating drama of its ow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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