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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51

       그렇게, 바알은 샤마쉬의 시험을 통과했다.

       

       샤마쉬가 시험으로 낸 것은 에레보스였지만, 시험문제를 애매하게 냈으니까 말야. 문제에 오류가 있어서 답이 여러개일때는 공동정답도 인정하기 마련이니.

       

       그렇기에 샤마쉬 본인도 시험 통과라고 인정할 수 밖에 없었으리라.

       

       어디보자. 이제 샤마쉬의 시험도 통과했으니…. 남은 것은 테티스와 사가르마타인가.

       

       남은 둘의 시험은 어떨려나. 조금 불안해지네.

       

       나는 솟아나는 불안감을 억누르며, 무릎 위에 앉아있는 닉스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소심한 어린 여신. 닉스는 아직 다른 신들이 부담스러운지, 나에게 들러붙어서 눈치만 보고 있었다.

       

       

       “저, 저기….”

       

       “왜 그러니.”

       

       “아, 아무것도 아니에요….”

       

       

       목소리가 쥐구멍에 들어가듯 줄어드는 닉스.

       

       나는 말 없이 닉스의 머리를 쓰다듬어 줄 뿐이었다.

       

       소심하고 작은 미소녀. 음. 좋네.

       

       

       “자, 그러면 다음은 내 차례인가요?”

       

       

       테티스는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고, 나는 그런 테티스를 보며 작게 투덜거렸다.

       

       

       “슬슬 5번째니까 조금 지겨워지는 느낌이구나.”

       

       

       나의 투덜거림을 들은 다른 아이들도 동감이라는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럴 줄 알았으면 좀 빨리빨리 넘어가는 걸로 할걸 그랬나.

       

       게다가 생명을 해치는걸 금지하니 뭐니 말해도 그런 위기 자체가 전혀 없었잖아.

       

       아직 남아있는 시험이 뭔지는 몰라도…. 지금까지의 시험 상황을 봐선 다른 생명을 해칠 위험이 있을 것 같진 않고.

       

       설마 남은 시험이 드워프의 지하 마을에 쳐들어가서 뭐 보물 가져와라 이런 것을 낼 것 같진 않…. 음…. 안내겠지?

       

       사가르마타가 묘하게 드워프들을 무시하는 경향이 있긴 하지만, 설마 자신을 신으로 모시는 녀석들을 상대로 그런 시험을 낼까.

       

       

       “제 시험은 금방 끝나니까 걱정하지 마세요. 그냥 저랑 같이 저 바다 깊은 심해를 갔다 올 뿐이니까요.”

       

       “심해?”

       

       “네. 바닷속 가장 깊은 곳을요. 물론 저랑 같이니까 크게 위험하진 않을 거에요.”

       

       

       음…. 정말?

       

       심해 저 깊은 곳이면 수압이 보통이 아닐텐데. 괜찮으려나?

       

       

       “조금 괴롭긴 하겠지만. 신들의 왕 정도가 되려면 이 세상에서 가지 못할 곳은 없어야 할테니까요.”

       

       

       나는 근처에 있는 바알을 슬쩍 보았고, 바알은 자신만만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괜찮겠느냐?”

       

       “응! 물론이야!”

       

       

       정말로 괜찮을까…. 한줌의 빛도 스며들지 못하는 깊은 심해일텐데.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몸 성히 다녀오기 위해서 저도 같이 가는거니까요.”

       

       

       흐음…. 테티스가 저렇게까지 말한다면, 괜찮겠지…?

       

       그래도 일말의 불안감이 남는데. 역시 나도 같이 가는건….

       

       이란 생각은 테티스의 말에 싹뚝 잘려나갔다.

       

       

       “엄마는 동행 금지에요. 아시겠죠? 다른 아이들에게 감시하도록 할거에요.”

       

       “끄응…. 그러도록 하마. 단, 몸 성히 다녀와야 한다. 알겠지?”

       

       “물론이에요.”

       

       

       정말 괜찮으려나. 으음…. 걱정이 산더미라니까.

       

       그렇게 나는 바알과 테티스가 바닷속으로 내려가는 것을 바라보며, 무릎 위에 올린 닉스의 머리를 쓰다듬을 뿐이었다.

       

       

       – – – – – – – – – – – – – – – – – – – –

       

       

       테티스는 바알과 함께 깊은 바닷속으로 내려갔다.

       

       희미하게 보이던 빛이 점점 사라지고, 어둠만이 스며든 공간.

       

       하늘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깊은 바다 속.

       

       위쪽에서는 자주 보였던 보통의 물고기들 대신 기묘한 형태로 진화한 물고기들이 스쳐지나가는 심연 속에서, 테티스는 자신의 위에 있는 바알을 보며 말했다.

       

       

       “신들의 왕…. 솔직히 그 자리에 가장 어울리는 것은 엄마…. 어머니겠지만…. 그렇지 않아도 일이 많은 어머니께 더 많은 짐을 짊어지게 할 순 없으니까. 다른 신이 그 자리를 차지하는 것은 마음에 들지 않지만.”

       

       

       그렇게 말하는 테티스의 표정은, 이전과는 달랐다.

       

       조금의 온기도 느껴지지 않는 차가운 얼굴.

       

       

       “그러니까, 네가 신들의 왕이 되는 것은 허락하도록 할게. 어머니를 위해서.”

       

       “어머니…?”

       

       “음. 왜 그러지? 어머니 앞에서와는 전혀 달라서 놀랬나?”

       

       

       바알은 어둠 속에서 힘겹게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을 짓누르는 물의 무게가 한없이 무거워서, 제대로 움직이는 것조차 쉽지가 않았으니까.

       

       

       “뭐, 그야 어쩔 수 없지. 어머니 앞에서는 언제나 어린 아이처럼 하고 싶었으니. 대하는 상대에 따라서 태도도 달라지는 법이지.”

       

       “전혀 다른 사람이잖아….”

       

       

       바알의 말에 테티스는 작게 웃을 뿐이었다.

       

       

       “그리고…. 너를 이곳까지 데려온 것은 어머니께서 듣지 못하는 곳에서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야.”

       

       “무슨 이야기를…?”

       

       “가이아.”

       

       

       테티스가 내뱉은 자그마한 말.

       

       

       “네가 말한 그 이름은…. 어머니를 말하는 것이지?”

       

       “…….”

       

       “그렇게 굳어있을 필요는 없어. 그냥 확인을 하려는 것이니까. 딱히 화를 내려는 것도 아니고.”

       

       

       바알은 그제서야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역시 그럴줄 알았어. 정말이지, 어머니께 반하는 녀석들이 왜 이렇게 많은건지. 곤란하다니까.”

       

       “반해…?”

       

       

       테티스는 작게 한숨을 내쉬었고, 그 입에서 희미한 해류가 새어나와 어디론가 흘러갔다.

       

       

       “뭐, 우리도 남말 할 처지는 안되지만.”

       

       “우리도…? 그게 무슨 소리야?”

       

       “뭐, 우리는 옛날의 잘못 때문에 어쩔 수 없지만. 아무튼. 어머니에게 호감을 가지는 것까지는 어쩔 수 없겠지만, 어머니를 독점하겠다거나 하는 생각은 버리는게 좋아.”

       

       “어째서? 혼자서만 말하지 말고, 내가 알 수 있게 말해줘.”

       

       

       테티스는 바알을 보며 작게 미소를 지었다.

       

       

       “어머니께서 너무나도 거대한 분이기에. 어머니를 독점할 수 있는 존재는 없다는 뜻이지.”

       

       “그게 무슨 말이야?”

       

       “말 그대로의 의미지.”

       

       

       테티스는 조용히 손을 내저었고, 그 손끝을 따라 해류가 몰아치기 시작했다.

       

       해류가 작은 구체 형태를 이루어, 테티스의 손 위에서 계속해서 회전하며, 주변의 마력을 조금씩 끌어모은다.

       

       

       “마력이 뭔지는 알고 있지?”

       

       “이 세상의 모든 것에 깃든 힘 아니야?”

       

       “그래. 이 세상 모든 것에 스며들어 있는 힘이지.”

       

       

       테티스의 손 위에서 회전하는 구체는 주변의 마력을 흡수하기만 할 뿐, 뱉어내지 않는다.

       

       마치 마력만을 모으는 감옥처럼.

       

       

       “그런 마력이 어디에서 와서, 어디에 가는가…. 나는 예전에 그 마력에 대해 의문을 가진 적이 있었어.”

       

       

       마력을 끝없이 흡수하는 구체. 그 안에서 짙게 모인 마력은 저절로 빛을 만들어내기 시작했다.

       

       

       “나 자신이 흐름에서 태어난 존재였기에, 흐름 그 자체를 추적할 수 있었지. 물론 여러 시행착오와 실패를 겪은 끝에 간신히 성공한 것이지만.”

       

       

       테티스의 손 위에서 회전하는 구체는 은색의 빛을 뿜어내더니, 어느 순간 작은 파열음과 함께 흩어져 은빛의 별가루가 되어 사라진다.

       

       

       “이 세계를 유지하는 혈액이라 할 수 있는, 마력이 어디에서 나오는가. 그 근원이 어디인가.”

       

       

       그렇게 아래로 가라앉던 테티스는, 바다 속 가장 깊은 곳에 내려앉았다.

       

       어둠만이 가득한 심연. 억누르는 압력 외에는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 공허.

       

       거기에, 어째서인지 뜨거운 열기 마저 느껴지는 이해할 수 없는 바다 아래에서.

       

       테티스는 말 없이 발 아래의 땅을 짚었다.

       

       

       “마력의 근원은, 이 세계에서 가장 깊은 곳이자, 세계의 심장과 가장 가까운 곳에서 시작되고 있었어.”

       

       “세, 세계의 심장?”

       

       “그래. 땅 속 깊숙한 곳에 자리잡은 세계의 심장. 두꺼운 껍질 아래에 숨겨져 있는 거대한 심장. 거대하고 뜨거운 심장은 한시도 쉬지 않고 박동하며 세상을 유지하고 있었지.”

       

       

       테티스가 손으로 흙을 슬며시 쓸어올리자, 약간의 모래가 흔들려 떠오른다.

       

       그와 함께, 모래들 사이에 스며들어 있던 은빛의 입자들 역시 떠올라 주변을 잠시 밝히고, 다시 사라져간다.

       

       

       “방금 그건…. 마력…?”

       

       “그래. 마력이야.”

       

       

       모래가 다시 가라앉고, 심연을 잠깐 밝힌 빛은 완전히 사라진다.

       

       

       “대량의 마력을 압축해야만 보이는 마력의 빛이, 그저 바닥을 쓸어내는 것으로 보일 정도로 마력의 농도가 짙은 장소. 여기가 바로 마력의 근원지 중 한 곳이야.”

       

       “여기가…? 잠깐, 한 곳…?”

       

       “그래. 여기처럼 고농도의 마력이 배어나오는 곳이…. 바닷속에 있어서 내가 찾은 곳만 여덟 정도. 모두 이곳처럼 세계의 심장과 가까웠고 마력의 농도가 짙었지.”

       

       

       바알은 천천히 바닥에 손을 대었다. 그러자 고운 모래의 너머에 있는 무언가가 손바닥을 통해 느껴지기 시작했다.

       

       뜨겁게 맥동하는, 거대한 힘의 흐름을 만들어내는 무언가.

       

       별의 심장이 활동하는 것이 느껴지고 있었다.

       

       

       “그래서, 이걸 왜 나에게 알려주는거야?”

       

       “음. 이정도만 알려주면 알아서 눈치챌거라 생각했는데.”

       

       

       테티스는 작게 혀를차고선 바닥의 마력을 끌어모았다.

       

       

       “이렇게 고농도로 압축된 은빛의 마력은…. 어머니께서 가진 마력과 거의 동일해.”

       

       “가이아의 마력과…?”

       

       “정확하게는 이렇게 세계의 심장에서 솟아난 마력이 세계를 맴돌고, 마지막에는 어머니께 향한다고 해야할테지만.”

       

       

       테티스는 작게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어머니는 모든 마력의 종착지라고 할 수 있지. 어머니 본인은 그러한 사실을 모르고 있는 것 같았지만. 아마도, 너무 많은 마력을 품고계신 탓에 자신에게 흘러들어오는 마력을 알아차리지 못한 것이 아닐까.”

       

       “…….”

       

       “어머니는…. 어느 개인이 독점하기에는 너무나도 거대한 분이야. 그러니 너도 어머니를 차지하겠다거나 하는 생각은 버리고, 그저 어머니가 바라는 대로 신들의 왕으로서 일하는 것에만 신경을 쓰도록 해.”

       

       

       테티스는 냉정한 목소리로 말했다.

       

       

       “어머니는, 스스로가 바라지 않는 한 그 누구의 것도 될 수 없을테니까.”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반응이 없다. 평범한 시체인듯 하다.)

    오늘도 행복한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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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ether You Call Me a Guardian Dragon or Not, I’m Going to Sleep

Whether You Call Me a Guardian Dragon or Not, I’m Going to Sleep

늬들이 날 수호룡이라 부르든 말든 난 잘거야
Score 8.4
Status: Ongoing Type: Author: ,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The story of a human reincarnated as the Creator God of a new world, and her observation logs of the burgeoning new world and life. — Dragons, which have existed since before the birth of human civilization, became the guardian dragons of the empire. But whether you guys call me that or not, I’m going to slee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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